# 6
6. 단검
묠니르.
토르가 사용한다고 알려진 망치 형태의 무기였다. 태석은 묠니르를 일단 집어 던졌고, 본능적으로 그것을 조종하여 지석을 향해 유도탄처럼 날리는 데에 성공했다.
지석에게 거의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지고, 지석은 서둘러 중력 반지의 능력을 해제했다.
중력 반지의 능력이 해제된 반동으로 지석에게 다가가던 묠니르가 일순간 멀어졌다. 태석은 서둘러 손을 뻗어 묠니르를 다시 회수했다.
콰르르륵-!
미약한 천둥과 함께 묠니르가 물리적으로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날아가 돌아왔다.
태석은 묠니르를 자신의 주변에 둥둥 띄워 놓고 지석에게 말했다.
“겁나요?”
“글세, 당황은 한 것 같다만.”
지석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속은 결코 웃지 못했다.
‘제법 실력이 있는 녀석이다. 감이 아예 없지는 않아.'
자신의 신체 능력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특이한 능력들은 반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지석은 그렇기에 자신의 실제 능력은 그리 강한 편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저 녀석도 무언가에 의지하고 있는 건가?’
이상한 천둥과 비바람, 그리고 망치 형태의 원기둥의 철덩이.
분명 무언가에 의지하여 헌터로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어떤 존재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거나 저렇거나 지석은 태석과 대련을 하기로 했고, 자신이 헌터로서의 경험이 더 많다. 지는 것은 지석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치욕이다.
그렇기에 반지의 능력을 발동한다.
파츠츠츠츠츠츠츠-.
지석의 몸에서 전기가 일어났다.
붉은 전기가 지석의 몸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뭐지……?”
태석이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석의 몸이 순간순간 기이할 정도로, 마치 프레임이 끊기는 영상 마냥 툭툭 끊기면서 자세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의 눈이 지석의 움직임을 순간순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지석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태석은 긴장했다.
여기서부터가 지석의 본심……. 이제부터 정신 차리고 지석의 공격에 대응해야 한다.
어떻게 나올 것인가. 정통으로 공격할 것인가, 아니면 우회하여 전략적으로 공격해 올 것인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태석은 확신했다.
지석은 힘으로 부딪칠 것이다. 정통으로 공격해 올 거라는 소리였다.
‘왜냐면…… 그렇지 않는다면 멋스럽지 않으니까.’
지석은 태석과 같은 동류라고, 태석은 멋대로 확신했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정통으로 부딪쳐서 싸워볼 거라고 확신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멋있지 않고, 이기더라도 통쾌하지 않을 테니까.
태석이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천둥의 신, 토르.
얼굴과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묠니르를 들고 천둥을 내려치며 자신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이미 알기 때문이다.
쿵.
태석이 주먹을 쥐었다.
치리리링-.
묠니르가 울부짖었다.
“자, 가자.”
태석의 몸에서 막대한 양의 천둥이 내려쳤다.
콰르르르르릉-!
천장을 깨부수고 도달한 천둥이 태석과 부딪쳤다. 순간 푸른 전자기장의 안개가 주변을 메웠다.
동시에 그 안개가 빠르게 걷히고, 태석이 돌진했다.
지석 또한 사납게 웃으며 도복이 찢겨나갈 정도의 속도로 돌진했다.
지석의 붉은 전기와 태석의 푸른 전기가 격돌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강당이 무너질 정도의 에너지, 그리고 충격.
태석은 순간 모든 것이 멈추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확실히 부딪치고 있다.
태석의 힘과 지석의 힘이 무진장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며 더더욱 공명한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그만해요! 다 무너지잖아아아아아아아아!”
신경질적인 여자의 목소리.
지석이 서둘러 격돌하던 몸을 옆으로 내뺐고, 태석이 땅에 처박혔다.
쿵!
바닥에 구덩이가 파졌고, 여자의 비명이 들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아! 도대체 얼마가 깨지는 거냐아아아아아악?!”
태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토르를 거두고 여자 쪽을 보았다.
여자가 뾰족한 인상을 주는 안경을 올려 쓰면서 지석과 태석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쳤다.
“도대체 어쩔 거예요! 힘은 되도록 넓은 공터에서 발휘하라고 했잖아요! 저희 길드 강당을 다 부셔서 어쩌려고 그래요!”
“미안.”
지석이 머리를 긁적이며 사과했다. 솔직히, 지석과 싸울 때의 사나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느낌이다.
어떤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에게 힘 하나 못 쓰는 불쌍한 어깨 처진 남자를 보는 느낌이다.
태석이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는 데 여자가 소리쳤다.
“그리고 태석 씨! 천장 다 무너진 거 안 보여요! 제가 지석 씨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만 아니었어도 손해배상 청구를 할 정도라고요. 이 강당, 제법 비싼 돈 들여서 만들었다니까요?”
지석이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대신 답했다.
“뭐, 저번 사냥에서 얻은 금액으로 수리하도록 하지.”
“그러면 괜찮지만…… 앞으로 주의해주세요. 언제나 강철 길드가 돈이 풍족한 길드일 수는 없는 법이니까.”
여자는 한숨을 뱉으며 주변 상황을 점검했고, 무너진 부분을 체크하여 적었다.
솔직히 무너지지 않은 부분이 더 적은 수준이었기에 체크하는 것에 의미는 없었지만, 서류상의 기입을 중요시 여기는 그녀였기에 제대로 체크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여자의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스트레스 만발이었다. 지석이 눈치를 보며 여자가 가는 것을 지켜보았고, 태석을 보았다.
태석 또한 그를 보았고, 마침내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우습다.
그동안 태석은 먹고사는 것 하나만을 바라보고 전진했다. 이렇게 여유롭게 쓸데없는 싸움을 한 적은 없었다. 게다가 이제 강한 힘을 얻었다. 지석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태석이 지석에게 말했다.
“그러면 이제부터 헌터로서 활동하고 싶어요.”
“그래, 인정하도록 하지. 결판은 나지 않았지만…… 제법 자신의 힘을 잘 다룰 수 있다고 판단되니까.”
“그보다 형.”
“왜 그러지?”
태석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감사했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자 오히려 지석이 당황했다. 손을 들어 올리며 그만하라 시늉하고 말했다.
“내가 한 건 없어. 오히려 너에게 이상한 목적을 심어준 기억밖에 없다.”
“이상한 기억?”
“그때, 헌터가 되어 보라고 한 것. 네가 죽이고 싶다고 할 때 죽여보라 한 것.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지. 아니, 오히려 잘못되라고 말한 것과도 같아.”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요?”
“아니, 내 의도가 그러했으니 그렇게 보는 편이 맞다.”
지석이 천장을 바라보았다. 깔끔하게 무너진 것이 오히려 보기 좋았다.
“나는 너의 분노를 이용했다. 헌터는 언제나 숫자가 부족하고, 좀 더 늘어나면 좋으니까. 너처럼 괴수를 향한 증오를 품은 자가 헌터가 되면 우리의 전력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힘이 강해져야 외계 종족인 엘프와 오크, 드워프들에게 꿀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렇겠네요.”
“그래서 죄책감 탓에 나는 너를 도왔다. 끊임없이 지원을 한 이유도 내가 착하거나 네가 불쌍해서가 아니야. 내가 죄책감을 갖고 있었기에 속죄하는 신념으로 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찌 됐건 저는 잘 자랐고, 헌터가 될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그거면 된 거예요.”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태석이 미소를 지었다.
지석은 죄책감을 품고 있다. 처음 안 사실은 아니었다.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사람은 언제나 착해질 수는 없다. 착했던 사람도 악행을 할 수 있고, 악했던 사람도 선행을 할 수 있다.
사람은 단편적이지 않다. 입체적인 존재였다. 모든 방면에서 악한 사람은 없고, 모든 방면에서 선한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지석 또한 악할 수 있고, 선할 수 있다.
하지만 태석은 그렇게 입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자 했다.
지석은 자신을 도왔다. 그러니 착하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악한 것은 괴수. 자신의 가족을 죽인 그들은 악자이다. 태석은 그렇게 간단히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
태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고, 지석이 잠시 천장과 바닥을 보다가 대한을 보며 말했다.
“이봐, 대한.”
“왜 그러시죠?”
“강당 청소는 네게 맡기겠다.”
“……네?”
대한은 주변을 보았다. 무너진 바닥은 그렇다 치고, 온갖 전선이나 전구의 깨진 것들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치운다 해도 깨끗해질까. 솔직히 의구심만 들기 마련인 풍경이다.
이곳을 청소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암담한 심정이었다.
지석에게 말했다.
“그냥 업체에 맡기는 편이…… 아닙니다. 치우겠습니다.”
결국 계급이 장땡이다. 별수 없이 청소 용구를 꺼내기 위해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태석은 잠시 고민하다가 생각했다.
‘그러면…… 이제 가볼까.’
하루 푹 쉬고 헌터로서 첫 활동을 해볼 생각이었다.
언데드 사냥.
아주 유명한 놀이공원이 몇 년 전부터 언데드들의 천국이 되었다. 그곳에 가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면, 제법 쏠쏠한 벌이가 될 것이다.
은호 사냥에서 천만 원을 벌었으니, 언데드 사냥에서는 그 이상을 벌고 싶었다.
태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의 창창한 미래를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고, 지석이 뒷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태석에게 던졌다.
태석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
단검이었다.
허리 뒤쪽에 손잡이 채로 부착하고, 역수로 잡아 쓸 수 있도록 하는 짧은 단검.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물건을 준 것일까? 설마하니 선물인 걸까?
태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석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뇌절 단검. 전기를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줄 거다.”
“이것저것 보물단지를 많이 가지고 계시네요.”
씨익 웃으며 태석이 말하자 지석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많지. 이곳에서의 경험만 자그마치 30년가량은 되니까.”
“그러면 나이가…….”
“묻지 마라.”
강한 어조로 그리 말했기에 태석은 별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지석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청소를 하는 대한에게 인사하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왜인지 걸음걸이가 가볍다는 느낌이다. 단검을 몇 번 역수로 잡으며 손장난을 하며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