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모든 신을 받다-5화 (5/102)

# 5

5. 묠니르

지석의 주먹에서 불꽃이 감싸졌다.

말 그대로 불꽃 펀치를 날릴 것 같았다.

‘나는 지석이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지석과 만났을 때는 8살 때 모스키토에 의해 가족이 살해당한 날 아침뿐이다.

그 뒤로는 그의 뒤에서의 지원만을 느끼며 살아가는 데에 급급했다. 초중고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하는 데만도 힘에 부쳤다.

‘꽤 무섭네.’

태석의 손이 살짝 떨렸다. 하지만 주먹을 쥐었다.

‘싸워야 한다.’

지석이 손짓했다.

먼저 오라는 신호일까. 태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몸에 다시 토르를 불러들였다.

파지지지지직-!

콰르르르르르-!

천둥과 비바람이 그의 몸을 감쌌다. 그의 눈이 푸르게 변했다. 태석이 입꼬리를 올리며 쏜살같은 속도로 지석에게 전진했다.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진다.

태석은 자신의 공격을 위해 주먹에 천둥을 모았다. 그리고 주먹을 뻗었다.

쾅!

‘어라……?’

태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몸이 순간 빙글 돌았다.

위에서 아래로, 180도.

지석이 자신의 몸을 밀쳐 내어 넘어지게 한 것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태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비바람을 조종하여 제대로 서려 했다.

힘 조절이 잘못되었기에 그는 공중에 뜬 채 있었다. 비바람이 그를 감쌌고, 공중에 떠 있는 것이다.

“이게 뭐야.”

태석도 자신의 능력에 당황한 눈치였다.

지석은 당황하지 않았다.

순간 점프했다.

그리고 공중에 뜬 채로 전진했다.

콰륵!

마치 대전 격투 게임의 캐릭터가 대쉬를 하듯, 공중에서 빠르게 앞으로 이동했다. 태석이 순간 쫄아서 비바람으로 뒤로 물러났다.

좋아, 거리는 벌렸다.

태석이 미소를 지으며 천둥으로 지석을 날리기 위해 손을 뻗었을 때였다.

콰륵!

어라?

지석이 다시 한 번 전진했다.

대쉬를 두 번 사용한 느낌이다.

무슨 격투 게임도 아니고……!

태석이 서둘러 몸을 옆으로 피했으며, 지석의 불꽃을 담은 주먹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쾅!

허공에서 폭발이 일었다. 태석의 비바람이 순간 날아가 사라질 정도의 위력이었다.

강하다.

지석의 위력은 태석의 상위 호환과도 같았다. 지석이 공중에 뜬 채 바닥으로 발을 내려찍었고, 그 순간 불꽃이 사방팔방으로 퍼졌다.

“이것이 불꽃의 반지.”

지석은 사납게 웃으며 이번에는 다른 반지를 번쩍였다.

그의 육신에 푸른 기운이 돋았다. 푸른 기운? 무엇인가 자세히 보니 물과도 같았다.

아예 그의 육신 그 자체가 물처럼 변했다.

슬라임을 연상시킬 정도의 물이었다.

태석이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물이라면…… 천둥으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전이 가장 잘 일어나는 것이 바로 액체 상태의 물질일 테니까.

태석은 망설임 없이 물로 변질된 지석을 향해 천둥을 쏘았다.

콰가가가강-!

태석의 손에 응집된 천둥이 날아가 지석을 투과했다. 그리고 그대로 지석을 통과하여 땅에 처박혔다.

땅이 순식간에 검게 타들어 갔다.

“뭐야…… 설마…….”

태석은 지석의 액체 상태를 재평가했다.

물은 실제로는 전기가 통하는 물질이 아니야. 그러니까 순수한 H2O의 경우 전기가 통하지 않는 거지. 그곳에 불순물이 있어야만 전기가 통하는 거다.

지금의 지석은 순수한 물. 전기에 통하지 않는다.

태석이 서둘러 전진하는 지석을 피하려 했다.

그때였다.

지석의 몸이 액체로 변질되는 것이 끝났다.

다시 원래의 육체로 돌아왔다.

“이것이 물의 반지.”

지석이 주먹을 재차 쥐었다. 그러자 지석의 몸이 찌그러진 것처럼 공간을 왜곡했다.

“이건 대체…….”

태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지석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하지만 찌그러진 지석을 향해 계속 몸이 향한다.

‘몸이 말을 안 들어…… 아니, 그런 게 아니다.’

태석은 이제는 화가 난다는 눈치였다.

설마하니 중력을 다루는 것일까?

자신의 질량을 무지막지하게 늘려서 자신의 주변이 왜곡될 정도로 변질되게 하는 반지.

마치 중력자를 다루는 반지라는 느낌이다. 자신에게 준 강철 반지만 해도 사기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어째서 준 것이냐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해가 간다.

지석은 그보다 뛰어난 반지를 아홉 개나 가지고 있다.

태석은 자신이 이길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했다.

자신의 공격을 불꽃으로 승화시켜 터트리는 불꽃 반지, 자신의 몸을 액체화하여 모든 것을 투과하는 물의 반지, 그리고 중력을 다루는 중력 반지.

그 외에 여섯 개의 정체불명의 반지가 더 있다.

그런 지석을 이길 방법이 있을까?

태석은 분노한 표정으로 지석을 노려본 채 지석의 중력으로 인해 향하고 있는 육신을 어떻게든 멀리 떨어트리기 위해 비바람으로 최대한 막아내려 했다.

‘이제 지석에 대해 알았으니 내 능력을 생각하자.’

생각하라, 생각하자, 생각해내야 한다.

자신이 이길 방법을 자신의 능력을 분석하는 것으로.

태석은 자신의 능력이 토르와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토르는 어떤 인물인지, 아마 자신의 능력으로 인해 정보가 머릿속에 박혀 있기에 알 수 있었다.

토르는 천둥의 신이다. 비바람도 다룰 수 있다. 비바람을 다루기에 농부들에게 사랑받는 신이었다. 로키에게 자주 속으면 화가 나 멀쩡한 땅을 계곡으로 만들 정도로 힘이 강했다. 로키에게 속아서 죽을 뻔한 적이 일반적으로 보자면 많았지만, 그의 강한 힘으로 어이없게 살아남은 적도 많다.

아니다. 이런 정보를 통한 능력은 이미 수도 없이 많이 사용했다.

다른 정보는, 더 없나?

지금 이 순간에도 지석의 중력으로 인해 끌려 당기고 있다. 버티는 것도 이제 한계다.

지석의 왜곡된 모습이 주먹을 쥐고 그를 후려치려는 동작으로 변해 있었다.

젠장, 이겨야 한다.

태석은 순간 눈을 번뜩였다.

그래, 무기다.

지석에게는 있지만, 자신에게는 없는 것. 그것은 바로 사기적인 도구다.

그에게는 강철 반지가 있었지만, 지석의 아홉 개의 반지에 비하자면 약하기 그지없는 반지였다. 이제 S등급인 그에게 있어서 없으니만 못한 도구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사기적인 무기가 있다면?

태석은 손을 뻗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이미지를 떠올린다.

토르의 궁극의 무기. 그를 상징하는 무기이자 그를 더욱 강인하게 만든 신화 속의 무기.

묠니르.

콰르르르르르르륵-!

태석의 손 위에, 강당 천장을 뚫고 천둥이 몰아쳤다.

지석의 눈이 순간 움찔했다.

태석이 사납게 웃으며 자신의 손에 들린 그것을 본다.

망치와도 같은 둔탁한 원기둥의 물건.

하지만 손잡이는 없다.

그의 주먹에 들러붙은 망치는 그 존재만으로도 모두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태석은 자신의 주먹에 들러붙은 손잡이 없는 망치를 보며 말했다.

“이게 바로 묠니르.”

파르르.

전기가 울리듯이, 묠니르가 울부짖었다.

살아있는 생물을 보는 것 같았다.

지석이 중력의 중심에서 말했다.

“그게, 대체 뭐냐.”

지석의 눈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태석은 히죽 웃었다.

“이거요? 저도 몰라요.”

아니, 안다.

하지만 지석과는 지금은 적의 관계였다. 그에게 많은 것을 설명할 필요는 적어도 지금은 없었다.

태석이 묠니르를 지석에게 집어 던지며 외쳤다.

“하지만 이걸로 형을 이길 수 있는 건 분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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