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모든 신을 받다-2화 (2/102)

# 2

2. 각성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뛰고 있다.

지금 당장 할머니 쪽으로 달려가서 기도하는 자세를 취한다면, 자신의 손가락에 끼인 강철 반지가 작동하여 보호막을 펼친다.

하지만 은호는 D랭크의 괴수. 녀석이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공격 한 대도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김대한이 밖으로 뛰쳐나와 은호를 보지만, 자신이 이길 수 없을 거라 확신하고 공격을 막을 마법을 준비하고 있다.

시간을 끌어 D랭크 이상의 길드원을 불러들일 심산인 듯싶다.

태석은 서둘러 다리를 움직였다.

“야야! 야야야야야! 뛰지 마! 뛰지 마! 무모하게 지랄하지 말라고!”

대한의 외침.

하지만 태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시끄러. 너는 마법이나 잘 준비해!”

태석이 서둘러 할머니와 은호의 사이에 서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자 은색의 보호막 같은 것이 할머니와 자신을 감쌌다.

강철 반지의 효과이다. 태석이 서둘러 대한 쪽을 보았다. 대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어 마법을 발동한다.

“마비!”

대한의 마비 마법이 노란 불빛과 함께 은호에게 정통으로 박혔다.

“좋아! 잘했어!”

태석이 서둘러 할머니를 품에 안고 도주하려 했다. 마비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틈을 타 은호에게서 멀리 떨어져 할머니를 구할 심산이다.

좋아, 잘 풀리고 있어.

태석은 아직 작동하고 있는 자신의 보호막을 재차 확인하며 할머리를 안는 데에 성공했고, 다리를 움직여 도망쳤다.

하지만 그때였다.

파직!

마비가 순식간에 풀렸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대한의 마법은 기껏해야 E랭크 마법, 은호는 D랭크 괴수이다. 랭크가 낮은 상태이상 마법은 걸린 게 용할 정도였고, 솔직히 금방 풀릴 거라고는 누구든 예측할 수 있었다.

태석은 속으로 욕을 뱉으면서 더욱 빠르게 달려갔다.

은호와 십 미터 정도 거리를 벌린 상태.

‘모자라.’

은호에게서 더 거리를 벌려야 했다. 그렇기에 더욱 빠르게 달렸다.

크르릉-!

하지만 은호가 더 빨랐다.

은호가 태석을 덮칠 기세로 양발을 들어 올린 채 펄쩍 뛰었고, 소름 돋을 정도로 날카롭게 반짝이는 손톱이 태석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쾅!

보호막에 가로막혔지만, 보호막에서 쩌적이는 소음이 울렸다.

‘보호막이 찢긴다.’

간신히 버티고 있는 보호막이 금방 찢길 거라는 건 마비 마법을 다시 준비하는 대한도, 도망쳐서 안전한 거리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시민도, 태석에게 안긴 할머니도, 태석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태석이 눈을 감고 다리만을 생존 욕구에 따라 더욱 빠르게 놀렸다.

팡!

보호막이 유리 조각 깨지듯 산산조각 났다. 태석이 서둘러 할머니를 안은 채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지만, 강철 반지의 보호막은 아직 쿨타임이다. 작동할 수 없다.

은호가 입꼬리를 올리며 히죽 웃었다. 그리고 앞발 하나를 들어 올려 가볍게 찌르고자 한다.

만약 그 공격에 맞는다면, 태석은 물론이고 할머니도 무사할 수 없다.

대한이 서둘러 몸을 움직여 은호와 태석의 사이를 가로막으려 했다.

무능력자보다 F랭크가 두들겨 맞는 게 더 생명에 지장이 없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둘 다 불구가 되거나 죽는 건 마찬가지지만…… 대한은 용기를 내는 태석처럼 자기도 용기를 내고 싶었다.

‘정말이지 태석이한테 나도 전염된 것 같다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대한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두근, 두근, 두근.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심장만이 빠르게 뛰고 다리가 더 움직이지 않는다.

‘어라……?’

자신은 태석처럼 용기를 낼 그릇이 안 된다는 것일까.

안 된다.

이대로 은호의 팔에 태석이 맞는다면…… 태석은 헌터가 된다는 꿈조차 이루지 못하고 죽고 만다.

구해야 하는데, 하는데…….

콰직.

결국 태석의 몸에 구멍이 뚫렸다.

“커억.”

태석이 피를 토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대한이 울먹이면서 소리쳤다.

“태서어어어어어어억!”

죄책감이 물씬 풍겨온다. 그러면서도 살았다는 안도감이 느껴진다.

쓰레기 같다.

대한은 자신의 상태를 그렇게 판단했다.

꿈틀.

그때, 태석의 몸에서 강력한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이성을 잃고 은호에게 달려들던 대한은 그런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태석을 죽인 은호밖에 보이지 않았다.

태석이 흐리멍텅한 눈으로 그 광경을 보며 피식 웃었다.

“끝인가.”

아니다.

태석은 확신했다.

무언가가 오고 있다.

자신의 정신에.

쿵!

태석의 의식이 뒤집혔다.

하얀 공간.

그 공간에서 눈을 뜬 태석은 자신의 복부를 만져 보았다. 복부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데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상처가…… 없어?’

태석은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 전까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은호를 마주쳐,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달려든 이후로 은호에게 복부를 찔리는 데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이 공간은 대체 뭐냐.’

온통 새하얀 벽과 천장과 바닥에 문 하나 없는 방.

정신 병동이 연상될 정도로 삭막하고 미칠 것 같은 공간이었다.

태석은 가운데에 의자와 책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자에 앉아 책상에 손을 올려 보았다.

그때였다.

책상에서 카드 한 장이 뒤집힌 채 있었다.

그는 문득 카드 한 장을 잡았고, 앞면을 보았다.

[토르를 받아들이겠습니까?]

토르?

태석은 갑작스럽게 토르를 받아들일 거냐는 물음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토르가 누군지는 자신도 잘 안다.

영화나 만화, 소설이나 여러 신화 속의 인물로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천둥의 신이었던가. 어쨌든 망치를 들고 번개를 내리치는 제법 강한 녀석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런 신을 받아들이라고?

태석은 눈을 감고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나, 뭔가 각성 같은 걸 한 걸까 아니면 정신이 이상해진 걸까.’

어쩌면 죽어가는 자신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신을 받아들여 은호를 이겨내라는 그런 기회.

태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도 소용없는 일이냐. 나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냥 이 하얀 공간에서 계속 앉아 시간을 보내느냐, 아니면 토르라는 신을 받아들이고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느냐.

선택의 여지는 솔직히 하나뿐이다.

토르의 그림이 신화의 하나처럼 그려진 카드를 보면서 말했다.

“신을 받아들이겠어.”

쿵!

그 순간이었다.

심장이 크게 박동했다. 순간 심장 마비에 걸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격통이었다.

그리고.

파지지직.

번개 같은 것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태석은 넘쳐 흐르는 힘을 주체할 수 없었기에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전신에 퍼지는 번개와 함께 하얀 공간이 일제히 무너진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은호의 앞에 그가 서 있었다.

번개가 흘러넘치는 육신으로 은호를 노려보면서 태석이 상처 하나 없는 몸으로 서 있다.

태석은 주변을 보았다.

그가 있던 서울의 풍경이다. 대한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것이 우습다.

태석이 씨익 웃었다.

“뭔가 잘 풀리고 있는 거 같은데.”

손에 번개를 모으기 시작했다.

좋아, 한번 싸워 보자.

지금 넘쳐흐르는 이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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