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카데미의 최강투신-435화 (434/434)

제435화

헌터들은 일반인들에게 연예인만큼이나 동경과 관심을 받는 존재다. 그러니 헌터들을 주제로 한 방송 편성도 많은 게 당연했다.

그 중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인기 프로는 경제와 던전 공략 등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핫한 주제를 다루는 헌터 파일 X.

“거짓보다 더 거짓 같은 진실! 헌터계의 믿기 힘든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헌터 파일 X입니다!”

선글라스가 시그니처인 메인 MC 박진참을 필두로 한 헌터 파일X에서 다룰 정도라면 헌터계의 거물이 되었다는 증거였다.

지금까지 루키들 중 헌터 파일 X에서 메인급 주제로 방송 된 건 이탈리아의 공주로 불리는 아델라가 가온에서 전학 온 사건이 유일했다.

“오늘 방송 주제는 북유럽 마나석 광산! 국내 기업의 피 튀기는 입찰 전쟁…… 이었습니다만. 1시간 전 벌어진 긴급 사건으로 새롭게 편성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헌터 파일X의 메인 주제는 아직 현역 헌터도 아닌 루키였다.

“시청자분들께선 델타 시티의 델타 타워를 아십니까? 번화한 델타 시티에서도 가장 번화한 도심의 상징과 같은 곳이었습니다만…….”

하지만 사건의 사이즈만큼은 헌터 파일 X에서 올해에 다룬 주제 중 가히 최고였다.

“최근 게이트 출몰 이후, 델타 타워에는 괴담 같은 이야기가 떠돌았습니다. 정체불명의 유령의 목격담! 신원미상인 여자의 울음소리! 헌터들은 밴시 퀸으로 추정했지만 델타 타워를 지배한 보스는 그런 시시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박진참이 멋있게 큐 사인을 주자 생방송임에도 화면에 참고 자료가 떠올랐다. 시청자들에 공개된 건 머리가 반으로 갈라진 모티스의 사진이었다.

[보스 네임: 모티스]

[분류: 영체(靈體)]

[위험도: 7급]

[상세: 다른 차원의 여신으로 저주와 죽음을 관장하는 악신. 대지의 가이아 사건처럼 헌터 관리국의 위험도 측정을 통과함.]

“방송국으로 제보된 증거 자료에 따르면 게이트의 위험도는 7급, 보스의 위험도도 7급!”

측정국은 강유찬의 말대로 엠바고를 내렸지만 내부 관계자의 제보에 의해 형편없이 무너졌다.

“그러나 파견된 건 겨우 6급 헌터 2명이라고 합니다!”

박진참은 세상에서 가장 정의롭고 착한 사람을 연기하며 헌터 협회를 일갈했다. 하지만 그 옆에 서있던 특별 게스트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파, 파티장님이네!?’

교외에서 길드를 도와 공략에 나선다는 건 알았지만 7급이라니? 에이미는 이제 막 방송을 마치고 설명도 없이 합류한 참이라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그 중 한 명은 아직 학생의 신분으로 에이미 씨와 낯이 익은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느에, 맞습니다! 가, 같은 파티니까요?”

“게이트 위험도를 잘못 측정한 헌터 협회와 사무국! 그 실수를 만회해 7급 보스에게서 델타시티를 구해낸 학생 영웅! 저는 헌터 파일 X를 대표해…….”

에이미는 박진참이 시끄럽게 떠드는 와중에도 도저히 방송에 집중 할 수 없었다.

신유성이 무려 7급 게이트를 공략했다니? 그것도 겨우 6급 헌터 1명과 같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 * *

대망의 7급 공략.

그러나 별다른 상처도 없이 공략에 성공한 신유성은 검사를 끝내고 병실에 앉아 있었다.

이제 막 7급 게이트 공략을 끝낸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완벽한 몸 상태였다.

로쟈는 그런 신유성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다.

“헌터들의 왕이시여…… 저 로쟈 체칠리아는 길드 마스터의 자리를 헌납하오니 부디 미천한 저희들을 이끌어주시길…….”

“로, 로쟈 님? 갑자기 왜…….”

당황한 신유성은 웃으며 로쟈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로자는 너무나 단호했다.

“……사양하실 것 없습니다. 저 로쟈 체칠리아는 테스트로 신입을 7급에 보낸 쓰레기입니다. 왕께서는 반병신이 된 저와 달리 상하신 곳 없이 귀환하시어…… 정말 다행이십니다.”

“로, 로쟈 님? 정말 괜찮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측정국의 잘못이지 로쟈 님의 실수도 아니고…….”

무려 7급 헌터에 아득한 선배인데다 몸 상태까지 안 좋은 로쟈가 무릎 꿇고 사죄하자 신유성은 손을 휘저었다. 그러나 로쟈는 정말 자신이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녹음의 숲 길드를 도와주러온 신입 헌터를 사지(死地)에 몰아넣었으니 면목이 없었다.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그래도 전부 진심이야. 유라가 말하더라, 아마 네가 아니었으면 자긴 이미 포기했을 거라고.”

운명이란 이런 게 아닐까?

만약 모티스의 침공이 유라에게 악운이었다면 신유성의 존재는 명백한 천운이었다. 신유성은 절망밖엔 없었던 결말을 보기 좋게 바꾸어 놓았다.

“너도 알지? 유라가 센척해도 실은 위태위태한 녀석이거든. 유라를 길드에 받은 이유도 그 때문이고…….”

로쟈는 볼을 긁적였다.

“난 비 맞는 고양이를 보면 앞뒤 안 가리고 집에 데려오는 파거든 흠, 내가 조리 있게 말을 못해서…… 뭔가 설명하기 어렵네. 멋있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로쟈는 역시 자신에겐 이런 건 안 어울린다며 멋쩍게 웃었다.

“결국 내 길드원을 살려줘서 고맙다는 이야기야. 아무리 많은 던전을 깨고 7급이 되어도 익숙해 질수 없는 게 있거든.”

문밖에서 인기척을 느낀 로쟈는 슬슬 가야겠네~ 라고 운을 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맨입으로 넘어갈 생각은 없어. 원래는 커미션 좀 떼고 너랑 유라랑 반반 나눠야 하겠지만…….”

이번 7급 공략의 보상금은 실수를 인정한 측정국과 헌터 협회. 그리고 델타타워의 소유주가 따로 챙겨주었다. 금액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천문학적인 수준.

“유라는 필요 없대. 자긴 더 중요한 걸 얻었다고.”

하지만 유라는 그 거금을 포기했다. 이미 목숨을 구하고 모티스의 굴레를 벗어던진 것만으로 그녀는 홀가분했다.

* * *

메트로 병원.

여긴 김은아가 일주일마다 두 번은 찾아 온 장소였다. 눈을 감고 걸어도 길을 알 정도로 익숙한 장소였다.

‘유성이가 여기에…….’

김은아는 두 번 다신 여기에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두 번 다신 오지 않고 싶었다.

“유성아, 유성아…….”

병실 번호를 확인한 김은아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문을 열었다. 김은아의 눈에 들어온 건 의식 없이 침실에 쓰러져 있는 신유성과 그 옆에서 슬퍼하며 엎드린 스미레의 모습.

“유성이가…….”

언젠가 본 듯, 슬플 정도로 익숙한 풍경에 김은아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은아 씨…….”

의자에 앉은 스미레가 한 방울 눈물을 흘리며 김은아를 불렀다. 자신을 위로하기 위함일까? 하지만 지금 김은아에겐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유성아…… 너, 공략도 성공했다며, 응?”

김은아는 잠든 듯 쓰러진 신유성의 곁에서 얼굴을 파묻고 엎드렸다. 만약 신유성이 이 상태로, 오빠처럼 일어나지 않으면 자신은 어떻게 지내야 할까?

“장난이지? 나…… 놀려주려고 그러는 거지? 제발, 깨어나…….”

눈시울이 붉어진 김은아는 침대보를 부여잡고 신유성의 이름을 불렀다. 그렇게 현실을 부정해서라도 김은아는 믿고 싶지 않았다.

함께 있는 내일을 생각했지, 신유성이 없는 내일 같은 건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김은아의 마음이 통한 걸까.

“어? 응……. 깨어났어.”

눈을 뜬 신유성은 조용한 목소리로 답했다.

“잠깐 잠든 거야. 은아야…….”

얼이 빠진 김은아는 그제야 응? 하고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눈시울은 붉었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입꼬리와 눈가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뭐-!?”

제발 깨어나라는 김은아의 부탁에 신유성은 그 소원대로 깨어났다. 잠깐 졸고 있는 사람한테 애걸복걸 부탁했으니 금방 깨어나도 이상할 건 없었다.

“스미레 너는 왜 고개를 파묻고 있고 난리야! 사람 오해하게! 눈물을 또 왜 흘리고 있어? 우는 줄 알았잖아!”

창피했는지 김은아는 애꿎은 스미레에게 쩌렁쩌렁한 분노를 표출했다. 괜한 오해로 울먹이기까지 한 게 무척 창피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스미레는 죄가 없었다.

“죄, 죄송해요! 저 밤새 숙제하느라 졸려서……. 그리고 눈물은 하품하느라…….”

스미레가 고개를 파묻고 있었던 건 밤새 겨울 방학 숙제를 몰아서 하느라 피곤했기 때문이었고, 눈물은 긴장이 풀린 탓에 꾸벅 꾸벅 졸며 하품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창피함보단 안도감이 컸기에 김은아는 안심한 듯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그럼, 정말로 멀쩡한 거 맞지? 아픈데 없고?”

“걱정 많이 했어?”

대체 이 녀석은 언제부터 이렇게 능글맞아진 걸까? 알면서 꼭 이렇게 다시 한 번 묻는 신유성을 보며 김은아는 눈이 가늘어졌다.

“걱정하지. 아프다는데.”

게다가 이번 공략은 7급 보스에 돌발 상황까지 겹쳤으니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스미레는 그런 김은아를 보며 살포시 웃었다.

“……그래도 공략에 성공해서 다행이에요. 유성 씨가 다친 곳 없이 돌아 오셨으니까요.”

“스미레…… 아까는 말하지 못했지만 난 공략에 성공하지 못했어. 오히려 패배였지.”

하지만 신유성은 기뻐할 수 없었다. 이번 델타타워 공략은 신유성이 무신산을 하산한 이래 가장 만족스럽지 못한 공략이었다.

“만약, 마지막 순간에 협회장님이 오지 않았다면…….”

이건 비관적인 추측이 아니었다. 신유성은 최후의 수를 뒀지만 모티스에게 아무런 데미지도 주지 못했다. 신유성은 유라가 공포에 물들었다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

공포는 자아를 검게 물들인다.

압도적인 공포에 잠식되면 긍정과 신뢰 같은 얄팍한 단어는 그저 구호에 불가했다.

“아마, 돌아오지 못했을 거야.”

헌터란 언제나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는 직업이었다. 지금은 그 의미가 퇴색되었지만 게이트와 탑을 넘나들며 인류를 위해 헌신하는 봉사자였다.

그런데 신유성이 목표로 하는 종착지는 그렇게 위험한 길의 정점이었다.

전설의 헌터이자 스승인 권왕마저 뛰어 넘은 최강의 헌터가 되는 게 목표였다.

그 과정에서 어떤 위험이 있을지는 이 병실에 있는 모두 알고 있었다. 그저 신유성을 믿기에 외면했을 뿐이었다.

“유성이 너는 그런데도…… 최강의 헌터가 되고 싶은 거지?”

고개를 숙인 김은아는 신유성에게 물었다. 표정을 볼 수 없기 때문인지 목소리만으론 감정을 유추 할 수 없었다.

“……무섭지 않아? 그렇게 위태하게 달리기엔, 너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대답을 바란 질문은 아니었지만 역시 신유성은 대답이 없었다.

“……그렇구나.”

익숙한 기시감.

김은아는 씁쓸하게 웃었다. 조금씩 느꼈던 신유성을 알면 알수록, 함께하면 함께할수록 느꼈던 소외감이 무엇인지 알 거 같았다.

“몸 조리 잘해. 난 먼저 가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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