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카데미의 최강투신-422화 (421/434)

제422화

델타타워는 메트로시티의 랜드마크인 메가타워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건물이었다.

부유층이 살고 있는 아파트와 지하철역이 가까이 있는 접견지라 국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금싸라기 땅이었다.

그러니 평소 같은 연말이라면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축제 분위기가 물씬 났을 테지만 지금은 노란색 폴리스라인만이 건물에 둘러져 있었다.

“벌써 몇 팀째지?”

시티가드의 통솔대장은 약속의 시간이 되자마자 하늘을 보았다. 검은색 구름이 델타타워를 덮으며 건물 외벽에는 순식간에 마나농도가 높아졌다.

“이걸로 4팀째입니다. 4급 헌터만 11명, 5급 헌터만 2명이 실종 되었습니다.”

“밴시들이 나타나지 않는 오전에 생존자들을 구할 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그러나 아무리 수색대가 델타타워를 뒤져도 생존자를 찾을 순 없었다. 밴시들에게 장악당한 델타타워는 밤이 되면 이능이 공간이 되었다. 그러니 잡혀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선 던전 자체를 공략하는 방법밖엔 없었다.

“오전에는 생존자를 찾을 수 없고, 밤에는 오히려 수색대가 실종이 되어버리니……. 이거 원.”

40대로 보이는 베테랑인 통솔대장이 한숨을 쉬는 순간 앞지르며 시티가드가 진을 친 1층 현관으로 유라와 신유성이 입장했다.

“아-!”

통솔대장은 6급 헌터인 유라를 보자마자 얼굴이 밝아졌다. 반면 유라는 시티가드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 구면인가? 하고 옅은 관심만을 보였다.

“작년, 오우거 토벌 작전에서 통솔 대장을 맡았던 사람입니다! 다시 뵙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아. 그렇군요.”

계급이 높은 통솔대장도 입구에서 검문하던 시티가드와 다르지 않았다. 유라와는 소속이 다름에도 존경을 표하며 먼저 인사를 했다.

“상황은 대충 전달 들었습니다만. 앞전에 들어간 헌터 팀은 아직도 연락이 안 되나요?”

그러나 유라는 인사보단 공략의 상황을 파악하는 게 먼저였다. 유라가 결계가 형성된 델타타워를 보며 간략하게 묻자.

“건물 내부에 통신은 터지지만 아무래도 붙잡힌 거 같습니다. 보고된 바로는 지능도 높고 움직임이 체계화 된 걸로 보아 등급 조정이 필요한 게 아닌지…….”

통솔대장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걱정을 표했다.

“원래 던전이라는 게 돌발 상황이 많은 곳이죠. 아까 준비 부탁 드렸던 성수는?”

“아, 여기 있습니다!”

젊은 시티가드가 내민 박스에는 안약 같이 생긴 병이 100개는 있었다.

“자, 너도 몇 개 챙겨 둬. 로쟈 님 인맥으로 공짜로 받은 거니까 사양 말고.”

툭!

신유성은 로쟈가 던져준 병을 받아 들었다. 미세하게 마나가 느껴지는 게 범상치 않은 물건 같았다.

“이게 뭐죠?”

“성수. 밴시를 잡으려면 필요할 거야. 교회에서 보내준 거지. 현역들은 원래 서로 돕고 살거든.

신유성이 받은 병은 청의 사도 중 제2 사제가 보내준 1등급 성수였다. 평범한 물에 아티팩트를 통해 축복을 내린 것뿐이지만 가격을 무시하지 못 할 고가품이었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이것 좀 그려두고…….”

유라는 먼지가 쌓인 바닥에 신발로 별 모양을 그렸다. 호기심이 동한 신유성이 무엇인지 물었지만 이번에는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라며 핏- 웃어보였다.

“근데 너 참 운이 없다. 정보를 보니 무투파 같던데 시작부터 언데드. 그것도 밴시 같은 영체가 상대라니……. 기대하긴 글렀다고나 할까.”

오직 두 사람의 발소리만 가득한 계단에서 유라는 한숨을 쉬었다.

“너도 델타타워의 정보 정도는 전해 들었지?”

“네. 벌써 1달째 공략이 미뤄진 곳이니까요. 밴시들이 출몰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유라는 그제야 뒤를 돌아보았다.

처음만 하더라도 신유성을 인정하지 못한다느니 까칠하게 굴었지만 막상 던전에 입장하자 오히려 선배로서 신유성을 챙겨주었다.

주륵- 슥- 톡톡.

유라는 솜에 성수를 적시더니 신유성의 얼굴과 손등에 톡톡- 두드려 발라주었다.

“이렇게 몸에 발라두면 대놓고 덤벼들진 못할 거야. 언데드한테 성수는 직방이거든.”

신유성은 겉으로 보아선 평범한 물에 불과한 성수를 보았다. 대 언데드전에 그렇게 효능이 좋은 성수라면 입으로 마셔도 효능이 있지 않을까?

호기심이 생긴 신유성이 입에 성수를 털어 넣으려고 하자 유라는 손을 붙잡았다.

“아니. 먹지는 말고, 그런 효능은 없으니까.”

“……그렇군요.”

신유성과 유라가 소문의 3층에 도착하자 복도부터 풍겨지는 음산한 분위기는 극에 달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백화점이지만 감이 날카로운 신유성은 무언가 다른 존재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포켓으로 미리 스미레한테 물어봐두길 잘했어. 밴시에 대해 몰랐다면 너무 미세해서 느끼지 못했을 거야.’

- 밴시는 저도 계약한 적이 없지만 특징 정도는 알고 있어요!

포켓으로 통화한 스미레의 이야기에 의하면 밴시는 사물에 숨어 있으며 천천히 상대방의 생명력을 갉아 먹는 적이었다.

장기전과 정신공격에 능해 인간을 상대로 유용하고 지능이 낮은 몬스터를 상대로는 전력이 약해 사령술사 중에서도 빌런들이 많이 계약하는 언데드였다.

“너한테는 이 던전이 위험도가 몇 급 정도로 느껴져?”

신유성은 던전에 입장 전 메시지에 적혀 있던 난이도를 떠올렸다.

《Warning》

─게이트 발동 위험도 5급

─종류:[게이트]

─던전 이름: 팬텀 댄스

ㅡ위치: 델타타워

협회에서 측정한 팬텀 댄스 던전의 위험도는 5급. 그러나 처음 게이트가 열렸을 때의 평가는 그렇지 않았다.

“포켓에 온 경고 메시지에는 5급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렇지. 근데 여기 첫 평가는 3급이었어. 당연히 파견된 헌터도 3급이었고. 근데 지금은 4급만 10명이 넘게 실종 됐고, 5급 헌터도 참전했지만 공략에 실패했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신유성은 유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언데드나 밴시에 국한 된 건 이런 부류의 보스가 있었다.

“팬텀 댄스의 몬스터가 강해지고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보고에 따르면 밴시는 생존자들을 죽이지 않고 마나를 흡수하고 있거든. 우리 입장에선 의도치 않게 밥을 준 셈이지.”

밴시는 일반 시민을 상대로 생명력을 흡수했고, 지금은 포획한 헌터들의 마나를 흡수하며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졌다.

“그러니까 보스를 잡으려면 생존자 구출이 우선이야. 밑층에서부터 차근차근 구조하다보면 길이 생길 거야.”

“저희들이 찾는 게 아니라. 먼저 상대방 쪽에서 찾아오겠군요?”

“그렇지.”

그때 무언가를 발견한 유라는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곤 유라는 건물 벽 한 곳을 유심히 보더니 성수를 집어 들었다.

“너 틀린 그림 찾기 잘하냐?”

비록 진짜 틀린 그림 찾기처럼 비교할 그림은 없지만 원리는 비슷했다. 밴시가 숨어 있는 장소를 알아내기 위해선 이질적인 사물과 공간을 찾아내면 되었다.

부웅-! 팡!

야구 선수처럼 투구를 날리자 벽에 맞은 유리병이 깨지며 성수는 사방으로 튀었다.

- 끼야아악!

그러자 소름 끼치는 비명 소리와 함께 공간이 울컥거리더니 투명한 여자가 뛰쳐나왔다.

“끽, 키이익!”

마치 거미처럼 유연한 4족 보행으로 벽을 타고 도망치는 밴시.

“포획할까요? 선배님?”

신유성은 유라가 명령만 내리면 언제든 뛰쳐나갈 준비를 했지만 유라는 간략한 손짓으로 말렸다.

“아니. 나한테 맡겨.”

유라는 밴시가 도망치는 방향으로 별을 그렸다. 긴 검지가 죽죽 선을 긋자 투명한 사각형이 깔끔하게 밴시를 가두었다.

따악!

손가락을 마주치자 사각형의 결계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자, 깔끔하게 이동시켰어.”

방금 기술은 유라의 특성 스킬인 [공간 워프]였다. 네모난 결계를 만들어 지정된 좌표로 이동시키는 기술이었다.

“아까 전에 베이스캠프로 보내신 건가요?”

신유성은 아까 전 1층에서 유라가 바닥에 별을 그리던 장면이 생각났다.

“당연히 아니지. 거긴 생존자가 갈 곳이야.”

하지만 다행히 유라가 밴시를 보낸 곳은 베이스캠프가 아니었다.

“교회로 보냈어. 청의 사제 6명과 적의 사제 6명이 기다리고 있지. 아마 순식간에 정화될걸~ 밴시 같은 영체 언데드한테는 거기가 지옥일 거야.”

유라가 밴시를 워프 시킨 곳은 교회. 그것도 4급의 일반 사제는 물론이고 6급 고위 사제까지 대기시켜두었다. 순수하게 힘을 추구한 신유성의 헌팅 방식과는 다르게 단체 간의 협력 하에 이루어지는 헌팅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저도…….”

이제 남은 건 신유성의 차례.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진 마. 숨어 있는 밴시를 발견하는 건 쉬운 게 아니니까.”

유라는 아무리 같은 6급이라도 경험 적은 신입인 신유성에게 별 기대가 없었다. 신체의 마나가 강해도 이건 실전이니까. 그러나 신유성은 차분히 눈 옆에 손을 얹어 마나를 부여했다.

‘틀린 그림 찾기라.’

밴시가 숨는 방식은 생물과 비교하자면 카멜레온과 비슷했다. 영체인 몸을 주변의 환경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 상대의 시각을 속였다.

유라는 그 과정에서 모자이크처럼 일어나는 작은 차이로 밴시를 잡아냈다.

‘하지만 본질이 보인다면 그럴 필요가 없지.’

신유성의 눈이 푸르게 빛났다. 집중력을 서서히 끌어올리자 건물 벽에선 미세하게 푸른 보풀이 감지되었다.

‘총 다섯이군…….’

신유성은 차분히 수를 셌다. 잠복 중인 밴시의 마나는 6급 헌터도 감지하지 못할 만큼 미세했지만 집중력 강화를 사용한 신유성은 달랐다.

콰직!

신유성이 손으로 유리병을 부서트리자 투명한 성수가 손을 타고 흘렀다. 성수는 기본적으로 통증이 없는 언데드에게 몸이 타는 고통을 선사할 수 있는 액체.

촤악!

신유성은 단 한 번 손을 휘둘러 성수를 비수처럼 쏘았다. 바늘 같은 형상이 된 물줄기는 5체의 밴시에게 정확하게 적중했다.

- 끼야아악!

- 끼에에엑!

성수에 닿은 밴시는 불에 지진 듯 고통에 찬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순식간에 5체의 밴시가 잠복을 풀고 도망가자 베테랑인 유라마저 당황했다.

“뭐, 뭐야! 다섯 마리나 숨어 있었어?”

대체 눈이 얼마나 좋기에 자신조차 발견 못 한 밴시를 순식간에 다섯이나 잡아낸 걸까.

주욱-!

유라가 아예 팔 전체를 휘둘러 직선을 긋자 불빛에 비친 바퀴벌레처럼 도망가던 밴시들은 모두 결계에 갇혀버렸다.

“……괜히 미안하네. 이번에는 교회 애들도 고생 좀 하겠네.”

따악! 따악-!

유라는 밴시를 2마리와 3마리로 두 번을 나눠 교회에 보내버렸다. 그제야 유라는 무언가를 느낀 듯 진지한 표정으로 신유성을 돌아보았다.

“……이름이 신유성이라고 했지?”

유라는 신유성을 그냥 신입에서 이름으로 불러주었다.

“교회까지 대동 된 걸 보면 알겠지만 사실 3층에 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밴시를 잡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이건 유라가 어느 정도 신유성을 인정했다는 이야기. 유라는 너무나 진지한 얼굴로 조심스레 읊었다.

“근데…… 유성이 너라면 찾을 지도 모르겠다.”

6급 헌터인 유라가 바라는 건 오직 시민들의 안전. 그러니 처음에는 사이드킥 정도로만 생각했던 신유성의 능력을 전적으로 믿어주며 물었다.

“할 수 있겠어?”

물론 질문을 한 당사자도 무리한 부탁인 건 알았다. 마치 모든 존재가 사라진 듯 델타타워엔 헌터들의 마나는 물론이고 생존자의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신유성은 어쩌면 무리한 부탁에도 스미레가 해준 충고를 떠올렸다.

[밴시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들었어요. 건물의 벽이나 그림자에 숨는 정찰자. 그리고 생포한 인간의 정기를 밴시 퀸에게 바치기 위해 숨겨두는…….]

‘포박자.’

사령술사인 스미레는 라플라스의 지식을 겸비했기에 언데드에 관해선 유라보다도 해박했다.

‘역시 스미레야. 먼저 물어보길 잘했어.’

덕분에 신유성은 밴시들이 어디에 생존자를 숨겼을지 이미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네, 할 수 있습니다. 분명 찾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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