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카데미의 최강투신-407화 (406/434)

제407화

에이타 킨더가든의 필기시험은 상/중/하로 나누어 총 3가지 난이도로 진행된다.

보통 하급 시험은 던전의 특징이나 몬스터의 특성 같은 헌터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테스트했다.

하급이라 분류하긴 했지만 20개의 문제 중 5개만 풀어도 저학년의 나이 대에선 상당한 수준.

심지어 중급부턴 그 난이도가 대폭 올라 서술의 영역까지 어린 학생들에게 요구했다.

그러니 중급부턴 각 국가에서 손꼽히는 수재들의 영역이었다. 지금까지 에이타에서 중급 필기시험의 만점자는 나온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갓 입학한 저학년이 상급 시험을 풀겠다고?’

[42차 필기시험]

[벨벳 : 신청 난이도 - 상 ]

에이타의 교관 김필적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벨벳을 내려다보았다. 다른 학생들은 전부 긴장한 얼굴로 조마조마하게 시험지를 받아들고 있는데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 건지 몸까지 리듬을 타며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벨벳. 혹시나 해서 묻지. 정말 상급 필기시험에 신청한 건가?”

“벨벳이 풀고 싶은 건 가장 어려운 문제야!”

김필적 교관은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벨벳은 상급이 어렵고, 하급이 쉬운 문제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참고로 한 번 치른 필기시험은 재시험을 볼 수 없다. 일단 시험지를 받아들면 돌이킬 수 없다는 말이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나?”

“열심히 풀어야 한다는 뜻이야!”

“그렇긴 한데…… 에이타의 필기시험은 몹시 어렵다. 고등부 아카데미의 학생들도 풀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정도다. 네가 지금까지 했을 공부와 비교하면……. 아주! 아주! 어렵겠지. 혹여 네가 0점이라도 받는다면…… 아주 큰 불이익이……. 어, 으음…….”

그래. 이 정도면 알아들었겠지 괜히 상급 시험에 신청했다가 0점을 맞으면 이쪽도 곤란했다. 실기 시험에서 랭킹권이 된 학생을 보충 수업이라도 시킨다면 다른 교관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그러니 김필적 교관은 얌전히 벨벳이 하급 시험을 신청해 합격권에 도달하길 원했다.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나?”

김필적 교관은 신청서에 적힌 ‘하급’ 글자를 가리키며 억지로 웃었다. 그건 지금 자신이 말려 줄 때 빨리 난이도를 낮추라는 뜻이었다.

“캬항…… 알 거 같아…….”

김필적 교관의 애타는 마음이 닿은 걸까 벨벳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 벨벳이 알아먹은 모양이야.’

김필적 교관은 자신이 옳은 일을 했다고 믿었다. 유수가문의 유한과 함께 에이타 최고의 기대주인 벨벳이 필기시험에서 낙제를 하는 불상사를 막아낸 것이다.

그러나 벨벳은 그 믿음을 보기 좋게 배신했다.

“열심히만 하는 것으론 안대고, 아주 잘 치르라는 뜻이야!”

결국 제자리도 돌아온 이야기에 김필적 교관은 이마를 탁! 소리 나게 쳤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난이도를 낮출 생각은 없니?”

“하지만 벨벳은 어려운 게 좋아! 벨벳은 천재니까!”

“그, 그럼 중급은 어때? 중급 시험에서 만점을 받는 것도 아주 대단한 일이란다? 지금 신청하면 사탕도 주마!”

김필적 교관은 ‘제발 이걸로 가자!’라는 절박함을 담아 사탕 봉투를 흔들었다. 벨벳처럼 어린 저학년 학생들이 말을 잘 들을 때 주는 선물이었다.

“헛, 사탕!”

역시 이게 정답이었던 걸까? 벨벳은 어린아이 주제에 심각하게 미간까지 찌푸리며 고민했다.

김필적 교관은 억지로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과일사탕이 담긴 봉투도 다시 흔들었다. 시험 시작까지 남은 건 1분. 이제 그만 이 줄다리기를 끝내고 싶었다.

“김필적 교관님? 이 반은 필기시험 준비가 아직인가요? 시간은 충분히 드렸을 텐데 어째서…‥.”

하지만 너무 시간을 끈 탓일까, 김필적 교관의 배려는 순찰을 돌던 에이타의 교장을 등장하게 만들었다.

“교, 교장 선생님!”

겉모습은 지긋한 나이의 할머니처럼 보이는 외견과 온화한 미소에 속기 좋지만 교장은 무려 6급 헌터 출신이었다.

“그, 그게…….”

결국 김필적은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교장에게 귓속말을 자처했다.

속닥속닥-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눈 건지 김필적의 이야기가 끝나자 교장은 감고 있던 눈이 커졌다.

“시험 준비가 늦은 것도 이해가 되는군요. 에이타의 미래를 밝게 빛낼 우리 벨벳에게…… 그런 문제가 생겨선 안 될 일이지요.”

벨벳이 만약 필기시험에서 낙제하면 곤란한 입장이 되는 건 교장도 마찬가지였다.

“벨벳…… 그래요. 홀홀, 이 사탕을 줄 테니 부디 중급 시험을……. 상급 필기시험은 저학년에겐 너무 어려운 시험이랍니다.”

과일 사탕을 흔들 때마다 고개가 고정된 걸 보면 먹힐 만도 하건만 벨벳은 합-!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너무나 단호하게 외쳤다.

“정해써! 벨벳은 상급 필기시험을 볼 거야-! 벨벳이 천재라는 걸 모두에게 보여줄 거야!”

벨벳의 파격 발언은 교관은 물론 교장까지 쩔쩔매게 만들었다.

“그, 그러지 말고…….”

“홀홀, 낙제는 무서운 일이랍니다. 벨벳 부디 중급을…….”

그러나 상황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벨벳의 발언은 학생들을 동요하게 만들었고, 물 위에 돌을 던진 듯 파장을 일으키며 퍼져나갔다.

“사, 상급 시험을 저학년이?”

“유한도 상급 시험을 본 적은 없었는데!”

“우와 대단하다…….”

“역시 벨벳이야!”

“대단해! 벨벳! 멋져!”

교관 김필적과 에이타의 교장 하르모니아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교장 선생님 이렇게 되면…….”

“……벨벳이 한 문제라도 풀어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군요.”

* * *

벨벳이 자리에 앉자 정말 상급 시험지를 배부해주었다. 고등부 아카데미에서도 풀기 힘든 역대 최고의 난이도 시험을 저학년이 풀게 되었다는 소식에 몇몇 한가한 선생님들은 직접 구경을 왔다.

“처음 있는 일 아닌가요? 저학년이 상급 필기시험을 신청한 건?”

“대부분 학생들은 예습 문제만 풀어도 이 시험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까요.”

“그러고 보니 벨벳은 예습 시험 이후에 입학했으니…….”

“큰일이네요. 낙제라도 하지 않으면 다행일 텐데.”

“그러게요. 말리지 않은 담당 교관 잘못이죠.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에이타의 선생님들은 김필적 교관이 들으면 억울할 만한 대화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제 모든 결과는 벨벳의 머리와 손에 걸린 긴박한 상황!

‘캬항! 이게 상급 필기시험!’

벨벳은 진지한 눈으로 필기시험의 문제를 보았다.

[1.]

그림 (가)는 마력 마찰이 없는 장소에서 시전자와 거리가 3M 떨어진 곳에 벌어진 폭발 사진이다. 마나 시전자의 장소를 P점으로 폭발 장소를 Q점으로 분류했을 때 P와 Q사이에 만들어진 마나량은 3.6M 위력은 4.2Mana/B 다.

그렇다면 Q와 P점 사이의 거리를 반으로 줄인다면 위력은 얼마나 늘어날까?

에이타는 유치원생의 나이에서 기껏해야 초등학생의 어린아이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필기시험에 능숙한 스미레라면 풀어 내겠지만 에이미라면 풀지 못할 만큼 난이도가 높았다.

특히 반복 학습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정답을 맞추는 건 불가능한 수준.

‘캬, 캬항. 어려워! 이거 배운 적이 있긴 하지만…….’

결국 고민에 빠진 벨벳은 한 가지 묘수를 생각해냈다. 그건 바로 시험 문제와 동일한 마나와 동일한 거리로 직접 폭발을 일으켜 보는 것.

‘이럴 땐 역시 직접 해보는 수 바께 없어!’

벨벳은 창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곤 딱 문제에 나온 적힌 만큼의 거리에 똑같은 마나량을 사용해 마나탄을 터트렸다.

퐁-!

“뭐지, 무슨 소리지?”

“교관님! 창가에서 소리가 들린 거 같아요!”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거냐? 모두 시험에 집중하도록!”

거리가 먼 교관은 소리를 듣지도 못할 정도로 폭발의 위력은 미미했다.

‘……캬항, 알았다!’

하지만 벨벳은 그걸로 충분했다.

마나의 주인이라 불리는 드래곤에게 마나의 위력을 측정하는 건 숨을 쉬듯 간단했다.

[2.]

마나석 중 가장 마나를 오래 보존 할 수 있는 형태와 가장 마나를 많이 담을 수 있는 형태를 도형의 모양으로 서술하시오.

만약 이 문제를 푸는 게 벨벳이 아니었다면 2번 문제의 난이도도 상상을 초월했다. 마나석을 직접 사용해본 현직 헌터나 마나석 관련 지식을 습득한 게 아니라면 정답을 맞히는 건 불가능했다.

‘마나석!’

하지만 벨벳은 에이타 킨더가든에서 유일하게 직접 마나석을 만들어 본 학생이었다. 심지어 재화를 좋아하는 드래곤의 특성을 살려 그 돈을 통장에 차곡차곡 쌓아 엄청난 부를 축적한 학생이었다.

‘이 문제는 간단해! 가게 아저씨가 말해준 적 이써!’

[마나석은 마나를 가장 오래 보존 할 수 있는 형태인 원형과 가장 마나를 많이 담을 수 있는 타원형의 형태가 가장 좋습니다. 그러니 값을 많이 받으시려면 이런 돌에…….]

벨벳은 순식간에 상급 필기시험의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다음 페이지로 넘긴 걸 보니 벌써 6번 문제인가? 근데 저 속도는 대체……. 포기한 거냐 벨벳?’

그 엄청난 속도에 김필적은 벨벳이 시험 문제를 포기했다고 생각했지만 벨벳의 눈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재미써! 원래 풀던 문제보다 엄청 어려워!’

벨벳은 하루에 책을 한 권은 꼭 읽는 드래곤이었다. 심지어 머리가 좋은 레드 일족 중에서도 역대 최고의 브레인으로 꼽히는 사도닉스의 핏줄을 이어받았다.

한 번 읽은 내용은, 한 번 들은 내용은 절대 잊지 않았다. 그 무시무시한 재능은 단순히 머리가 좋은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7번. 8번. 절반인 10번.

벨벳의 풀이 속도는 오히려 더욱 빠르게 붙었다. 40분이라는 시간 중 겨우 20분이 지났을 때 벨벳은 시험지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믿기 힘든 말을 했다.

“다 풀어써!”

* * *

벨벳의 시험지를 확인한 교장 하르모니아는 자신의 안경을 벗었다. 그리곤 세심하게 안경을 닦아 다시 시험지를 확인했다.

“이, 이게……. 정말 사실입니까?”

그러나 시험지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 저희도 몇 번이고 확인했습니다.”

벨벳이 직접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본 김필적 교관은 물론이고 따로 벨벳을 불러 풀이 방식까지 되물었던 여선생님까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벨벳은…… 상급 시험 최초 만점자입니다.”

그토록 자신이 천재라고 자처하던 벨벳의 말은 옳았다. 벨벳은 에이타 킨더가든의 역사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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