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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카데미의 최강투신-385화 (384/434)

제385화

“너 무신산은 엄청 위험한 곳인데…….”

1급에서 4급 괴수까지 살고 있는 무신산은 위험한 장소다. 하물며 신유성이 있는 동굴은 은닉을 위해 무신산에서 상당히 깊은 곳에 있었다. 대체 자신의 또래처럼 보이는 여자아이가 어떻게 여길 온 걸까?

“어떠케 들어온 거야?”

하지만 김은아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허리춤에 손을 얹고 자랑스레 말했다.

“그건 당연히 나도 헌터니까-!”

“헌터? 하지만 은아 너는 힘이 약해 보이는데……. 내 발차기 한 방이면 쓰러질 거 같아.”

신유성은 김은아의 등장에 기분이 괜찮아졌는지 발차기를 하는 시늉을 했다. 어린아이 주제에 자세를 갖춘 발차기는 휘익-! 살벌한 바람 소리를 냈다.

신유성이 무신산에 들어온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실 일반인의 기준으로 보자면 권왕의 교육으로 인해 이미 살인 병기가 되어 있었다.

“그렇겠지~ 하지만 난 전기를 다루거든!”

“헉, 전기!”

파지짓-

어린 김은아는 능력을 뽐내며 손바닥 위에 푸른 전기를 피워 올렸다. 하지만 학생 때도 잘 다루지 못했던 전기 컨트롤을 어린 김은아가 완벽히 해낼 리가 없었다.

“아야! 손가락에 튀었어…….”

아까 전 신유성의 꿈에 진입하며 몸이 어려진 이후, 김은아는 계속 이런 식이었다. 학생 때의 기억은 가지고 있지만 그걸 담고 있는 건 5살의 미숙한 몸과 머리였다.

“흠, 아까부터 마나가 조절이 안 대네……. 나 진짜 쎈데.”

김은아는 손가락을 부여잡고 아픈 듯 인상을 찡그리자 어린 신유성은 다급하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은아야. 아파?”

신유성은 스승에게 혼났을 때보다 심각한 얼굴로 김은아의 손가락을 바라보더니 이내 호- 하고 바람을 불었다.

“호-”

“너, 모하냐아-! 기분 나쁘게!”

어린 신유성의 갑작스러운 바람 공격에 놀란 김은아는 털을 곤두세운 고양이처럼 반응했다. 하지만 신유성은 오히려 의아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 해야 안 아픈데…….”

평소라면 한참을 쏘아붙일 테지만 신유성의 맑고 순수한 눈을 보고 있자니 김은아는 설득이 되고 말았다.

“그, 그래?”

“응. 내가 약도 발라줄게. 나 다 할 줄 아라.”

심지어 성심성의껏 흉지지 말라며 손가락에 연고를 바르고 밴드까지 붙여주고 있는 모습을 보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이 녀석, 어릴 때 엄청 귀여웠구나.’

17살의 김은아와 5살의 김은아의 차이는 그저 나이에 불과했다. 키가 작아지고, 겉모습이 어려지는 그런 차이였다.

‘근데 원래 유성이랑 어릴 때 유성이는 완전 분위기가 다르단 말이지.’

지금의 신유성이 어디에 던져둬도 그 행성을 지배할 거 같은 파괴전차라면 어린 신유성은 김은아가 나서서 보호해주고 싶은 초식동물 같았다.

“너는 이러케 키도 작고 팔다리도 짧은데 괴수한테 덤빈 거야?”

“응……. 은아 너…… 내가 스승님한테 혼나는 걸 들었구나…….”

김은아는 생각했다.

사람은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라고, 언제나 어른처럼 굴던 신유성에게 위로를 하는 순간이 올 줄이야.

“괜찮아. 난 엄마 아빠한테 100번 도 더 혼나써.”

“헉, 100번?”

끄덕끄덕!

김은아는 말괄량이 중의 말괄량이. 심지어 재벌 후계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주변 어른들도 컨트롤이 불가능한 말괄량이였다.

“바보 가튼 유성이……. 중요한 건! 혼났다는 사실이 아니야. 왜 혼났는지 아는 게 중요한 거야!”

어른에게 혼나기로는 대선배 격인 김은아의 가르침에 신유성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응! 맞아!”

근데 신유성은 한 가지 궁금한 부분이 있었다.

“근데 은아 너는 내 이름을 어떠케 알아?”

“어? 나? 너 아까 나한테 이름 말 안 해써?”

“응 안 했어.”

“아까 저네…… 스승님이 혼낼 때도? 네 이름 말 안 했어?”

“안 했어.”

어린애 주제에 기억력은 또 왜 이렇게 좋은 걸까 아무리 고심해도 돌파구를 찾지 못한 김은아는 결국 무리수를 뒀다.

“얼굴이…… 약간 그런 얼굴이야.”

“어, 얼굴이?”

“이름이 유성이일 거 같은…….”

“아…….”

어린 신유성은 알았다는 듯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흐흠, 그리고 문제는 그게 아니야. 스승님이 혼낸 이유를 아직도 모르게써?”

“내가…… 곰한테 졌어.”

어린 신유성은 여전히 이번 사건이 괴수한테 패배해서 유원학을 실망하게 만든 게 문제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 얼마나 어린 생각일까?

겉으론 툴툴거리지만 실은 누구보다 동료를 아끼고 걱정하는 김은아는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다.

“쯔즈, 바부야. 아까 말했지 그게 아니라고. 유성이 너 내가 방금 전기에 다쳤을 때 어땠어!”

“엄청 걱정됐어.”

신유성은 오늘 처음 본 주제에 눈망울을 크게 뜬 채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게 또 좋은지 흐뭇해하며 바라보는 김은아.

“진짜아? 오늘 처음 본 주제에 이 기특한 녀석…….”

하지만 깨가 쏟아지는 소꿉놀이도 좋지만 지금은 설명이 우선이기에 김은아는 무서운 곰을 흉내 내며 말했다.

“만약 나랑 엄청 친해졌는데, 내가 혼자 곰이랑 싸우러 간다고 그럼 기분이 어때?”

“그럼 걱정돼…….”

“근데 다쳤어!”

“그럼 속상해…….”

“근데 사실 그게 너 때문에 가려고 했던 거야! 칭찬받으려고!”

“그럼 슬퍼…….”

몸과 함께 마음도 어려졌기 때문일까? 김은아의 설명은 제법 잘 먹혀들어 갔다. 그게 아니면 의외로 김은아는 어린이집 선생에 재능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 그렇지! 지금 네 스승님은 슬픈 거야!”

5살의 아이가 5살 아이에게 설명해주는 이 상황은 그야말로 눈높이 교육. 덕분에 금세 이해한 신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은아야. 나는…… 내가 약해서 스승님이 실망했다고 생각했어.”

“별거 아니야. 난 똑똑한걸.”

배시시 웃은 신유성은 뿌듯해하는 김은아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아무렇지 않게 김은아를 포옥 끌어안으며 말했다

“응, 고마워! 은아야!”

“어? 으으응……”

걸핏하면 껴안는 건 이때도 마찬가지였구나. 하지만 아무리 어린아이의 순수한 행동이라도 부끄러운 건 마찬가지인지 김은아는 얼굴이 붉어졌다.

“진짜……. 몬 말린다니까.”

긁적.

신유성을 떼어낸 김은아는 민망함에 애꿎은 볼을 긁적거리며 말했다.

“이, 이상하네에- 이 정도면 풀릴 줄 알아떠니…….”

신유성이 스승의 깊은 마음을 안 것만으론 이 기억이 완벽하게 회복될 순 없는 걸까? 아니면 이 기억에서 신유성은 다른 목표가 있는 걸까?

“근데 유성이 너 표정이 아직도 찝찝해 보인다? 먼가…… 시원하지 않아 보이는데.”

명탐정처럼 눈을 가늘게 뜬 김은아의 추궁에 신유성은 입술을 우물쭈물하다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못내 입을 열었다.

“그게…… 나 스승님이 믿어주셨는데도……. 사실 약한 거 같아. 특성도 F급이구…….”

김은아는 확신했다. 이게 문제였군. 처참한 패배로 자신감이 죽어버린 게 지금 신유성의 문제였다.

헌터에게 이런 슬럼프는 흔하지만 위험했다. 김은아의 오빠인 김준혁만 하여도 결국 이런 슬럼프로 불법적인 힘에 손을 뻗었던 것이 아닌가.

‘물론 절대 유성이가 그러진 않겠지만…….’

자신감을 잃고 축 처진 어린 신유성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김은아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F급인 게 어때서, 유성이 너는 최강의 헌터가 되려고 힘을 내고 있자나!”

“그래도 세상에는 강한 헌터가 엄청 많은 걸……. 친척들이 그랬어 S급 특성을 가진 누나에 비하면 난 불량품이라고…….”

김은아는 화가 난 듯 신유성을 노려보았다.

“야! 유성이 너 정신 차려!”

그리곤 시원하게 신유성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후려치며 버럭 화를 냈다.

“바보야! 네가 너를 안 믿으면 누가 너를 믿는단 거야!”

김은아가 분한 듯 눈물까지 보이며 씩씩거리자 신유성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당황했다.

“그런 사람들 말은 잊어! 다 바보들이야! 네가 할 수 있는 일도, 하지 못하는 일도 전부 네가 정하는 거야!”

악연의 고리는 깊다.

벨벳의 목숨이 걸린 이 전쟁은 결국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악연이겠지. 모두가 우러러보는 강한 헌터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상처들이 신유성을 괴롭혔을까?

하지만 더욱 김은아를 슬프게 만드는 건 신유성의 태도였다. 김은아가 감정이 격해져 한바탕 쏟아내는 순간에도 신유성은 안절부절못하며 상대를 걱정했다.

“유성아. ……선택을 남한테 맡기지 마. 더는 할 수 없다고 포기할 거라면 그건 네 의지여야 해.”

그렇게 김은아는 짧은 혀로 멋진 연설을 끝마쳤다. 신유성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한동안 김은아를 바라보더니 곧 해맑게 웃었다.

“은아 너는 참 멋져. 착하고 똑똑하고 예뻐.”

어린 신유성은 김은아를 동경했다. 자신감과 확신으로 가득 찬 김은아를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유성이 너도 그래. 그렇게 될 거야. ……다 네가 가르쳐준 것들이니까.”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며 김은아가 희미하게 웃자 신유성은 김은아를 따라 방긋 웃었다.

이제 정말 끝이 아닐까 생각한 김은아는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보았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도 안 풀리는구나.”

하지만 여전히 어려진 몸 그대로인 자신을 보니 신유성의 기억은 이 정도로 둘을 놓아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이러면 정답은 하나뿐이네.”

자리에서 일어난 김은아는 몸에 묻은 흙먼지를 탁탁 털며 일어났다. 바깥에선 세찬 바람이 불었고, 신유성은 몸을 다친 데다, 동굴 안은 너무 아늑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신유성의 기억은 모험과 승리를 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어린 신유성은 첫 전투를 패배로 장식한 게 꽤 트라우마인 모양이었다. 지금 신유성이 가진 승부욕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갔다.

‘유성이는 지기 싫어하니까.’

물론 어린아이 둘이서 블루베어를 잡는 건 위험한 일이다. 2급 괴수를 제압하려면 일반인은 마공학 기술이 접목된 총이 필요했고, 헌터라면 상위 아카데미에 입학할 실력 정도는 되어야 했으니까.

그러니 아무리 신유성이라도 5살에 불과한 지금은 블루베어를 이기긴 힘들겠지.

‘하지만 지금 유성이에게는 내가 있어.’

무려 전기에 면역인 변이종으로 나온 여울룡을 처치한데다, 나름 파티 활동을 통해 강해진 김은아는 자신이 아델라와 쌍벽을 이룬다고 믿고 있었다.

“대신 선택은 유성이 네가 해. 너 블루베어를 이기고 싶은 거지?”

“응, 위험한 건 알지만……. 블루베어를 이기고 싶어. 내가 불량품이 아니라고…… 믿고 싶어.”

조금은 자신감을 되찾은 신유성을 보며 김은아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 비록 아직은 어리지만 이건 김은아가 아는 신유성의 모습이었다.

“스승님한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구…… 네 선택으로, 너를 위해서 맞지?”

이제 필요한 건 두 사람의 결단과 용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신유성은 김은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확신에 찬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응.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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