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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카데미의 최강투신-367화 (366/434)

제367화

신하윤은 잠들어있던 마녀 모르간의 기억을 각성한 이래 단 한 번도 자신의 가능성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많은 것이 이전과 다른 세상이었지만 또 많은 것이 닮아 있었다.

여긴 ‘특성’이라는 이름으로 축복을 다루는 세상이었고, 마나의 힘을 다루는 자들은 ‘헌터’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었다.

신하윤은 긴 시간 동안 축적된 지식을 알았으며 지금까지 이 세상의 상식을 배웠다.

인생을 게임이라 생각한다면 이건 참 불공정한 게임이었다. 신하윤은 시작부터 신오가문의 ‘재능’과 방대한 마녀의 ‘지식’ 훈련을 통해 만들어야 할 마나에 대한 ‘감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덕분에 신하윤이 성장하는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상식을 벗어난 케이스이기에 상식을 벗어난 강함을 쌓아나갔다.

‘나에게 위협이 될 존재는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친모와 친부 2명 모두 7급 헌터였던 신오가문의 피는 자신에게만 미소를 지은 게 아닌 모양이었다. 권왕을 만나 잠재력을 폭발시킨 신유성은 끝없이 강해졌다.

3학년을 통틀어도 지금 신유성보다 강한 헌터는 없었고, 현역을 통틀어도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 나이에,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진 건 너와 나뿐이겠지.’

그러나 신유성은 신하윤의 사람이 아니었다. 목표를 방해하는 명백한 적이었다. 게다가 신하윤이 원하는 건 높은 곳에서 아득한 풍경을 내려다보며 홀로 지배하는 세상이지 동료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귀엽게 봐주기엔 넌 너무 강해. 나의 꿈을 이루기에 방해만 되지.’

마녀는 인간을 부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동생에게 새겨진 내면의 나약함을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내려진 시련은 아무렇지 않게 헤쳐 나가겠지. 그 시련을 기회삼아 오히려 더욱 강인해지겠지…….’

이건 전쟁이다. 굳이 단단한 성벽으로 돌진할 필요는 없었다. 신하윤이 본 신유성은 마치 강철처럼 굳건했지만 동료들은 그렇지 않았다. 모두 신유성을 구심점으로 모였을 뿐,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 딱 그 정도의 감상에 불과했다.

사아아아-

핑크빛 연기가 신하윤의 손바닥 위에서 뭉쳐지더니 세공된 유리로 변했다.

일명 글래스하트.

생김새는 하트 모양의 유리로 된 평범한 향수병 같지만 마나의 본질을 묶어두어 영체나 유령 형태의 몬스터를 봉인하는 데 쓰이는 아티팩트였다.

신하윤은 흑마술에 해박한 마녀의 지식을 통해 그 성질을 드래곤이 가진 특유의 마나로 바꾸었다.

‘성체의 드래곤에겐 절대 통하지 않겠지만…….’

헤츨링에 불과한 아직 어린 드래곤들은 이런 술법에 너무나 취약했다.

“작은 주인님! 여기 마나석으로 만들기에 딱 좋은 돌이 있습니다!”

“캬항-! 돌이 가득해! 벨벳은 부자야! 오늘은 치킨 파티야!”

신하윤은 시끄럽게 떠드는 벨벳을 보며 빙긋 웃더니 글래스하트를 만지작거렸다.

‘이 정도 분량이면 7할에서 8할. 아니 그 이상도 담을 수 있겠군.’

드래곤에게 마나는 힘이자 생명이다. 그런 생명 에너지를 대량으로 빼앗긴다면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했다. 어쩌면 금시일 내에 목숨마저 위험한 상황.

신하윤은 혹여, 일말의 가능성을 위해 이혁에게 내려둔 명령을 확인했다.

[신하윤: 그쪽의 대답은?]

[이혁: 오키나와에 도착했어. 이제 곧 접선하게 될 예정이야.]

[신하윤: 10분 이내로 끝내.]

이혁 또한 신하윤이 준비한 패 중 하나였다. 드래곤 하트를 얻으며 신유성을 압박할 방법은 가온에도 일본에도 있었다.

“작은 주인님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하지 않습니까?”

“안대! 10개만 더 찾아보자!”

신하윤은 시끄럽게 떠드는 벨벳과 오르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유성아. 어느 쪽이 됐든 날 너무 원망하진 마. 난…… 충분히 기회를 줬으니까.’

이게 마녀의 방식.

신하윤은 그 어떤 잔혹한 수단도 가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설령 죄 없는 누군가를 희생시킨다고 하더라도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다.

* * *

거대한 유리 벽 너머로 마치 바다를 구현해둔 듯 추라우미 수족관의 전경은 대단했다.

‘우와, 이렇게 넓은 수족관을 다 구경할 수 있을까?’

그러나 스미레는 동생들의 체력을 간과하고 말았다. 스이토는 하루종일 해양생물의 생태에 대해서 떠들었고, 스고로는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사라지기 일쑤였으며 스구하는 가는 장소마다 사진을 찍어 달라 부탁하곤 했다.

아무리 헌터라도 3명의 동생을 돌보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

[나머진 엄마 아빠랑 다녀올게~]

[쉬고 있어 언니!]

[뺘뺘~]

스미레는 뒤늦게 온 부모님이 도착하고 나서야 동생들의 곁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역시 다들 힘이 넘치는구나.”

수족관 옆의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원기를 보충하는 스미레. 드디어 혼자서 시간을 보내며 기운을 보충하나 싶었는데 누군가 스미레의 앞에 앉았다.

턱-

앞에 앉은 남자는 믿을 수 없게도 가온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게다가 이름표에 달린 배지는 학생회의 증표.

“……에?”

당황한 스미레가 올려다보자 이혁은 이야기를 훔쳐 듣는 사람이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하나지마 스미레. 잠깐 이야기 좀 하지.”

이혁은 스미레의 몸에 라플라스가 빙의했을 때 만난 인물이었다. 스미레는 이혁이 가온의 부회장이라는 사실만 딱 알고 있는 정도였다.

“아, 네!”

정말 오랜만에 일본에 왔건만 주말까지 반납하며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무엇일까? 스미레는 이혁의 행동이 좀처럼 예측이 가지 않았다. 이혁은 그런 스미레를 보며 네모난 칩 하나를 내밀더니 짤막하게 말했다.

“신유성의 파티에서 나와 하윤이의 밑으로 들어와라. 그럼 넌 졸업할 때까지 학생회에서 특혜를 누릴 거다.”

“그게 무슨!”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스미레가 발끈하며 일어서자 이혁은 여전히 냉정한 목소리로 답했다.

“좋은 제안이니 그렇게 화를 낼 거 없어. 네 뒷조사는 이미 끝냈다. 지금도 과거에도 성적에 맞춰 입학했을 뿐이고 별다른 목표도 없이 평범하게 살아왔잖아?”

이혁은 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스미레에 대한 생각을 읊었다. 몇몇 이야기는 비난으로 느껴질 정도로 원색적이었다.

“네가 헌터가 되고 싶었던 것도, 그저 집안을 부흥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나? 아니, 어쩌면 부모에게 떠밀려진 것일지도 모르지. 헌터 생활은 제법 돈이 되니.”

이혁은 네모난 칩을 검지와 중지에 끼운 채 스미레에게 건넸다. 그건 포켓에 인식시키면 포인트의 형태로 현금을 충전시키는 칩이었다.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게 아닌, 은행이나 협회로부터 공신력을 인정받은 고위 관계자들의 거래에나 사용되는 물건.

“선불로 50억. 이건 신하윤이 드래곤 하트를 준비하려고 모아둔 돈 중 일부다. 네가 우리의 조건에 승낙한다면 잔금으로 50억을 더 주도록 하겠다.”

이혁이 제안한 건 총 100억.

대형 길드의 스카웃에서도 이건 보기 힘든 큰돈이었다. 헌터계를 통틀어 일개 학생에게 이렇게 큰 금액의 제안이 온 적이 있을까?

“돈을 바라고 헌터가 되었다면 은퇴도 마음먹을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지. 냉정하게 생각해라. 인생에서 기회는 자주 오지 않아.”

갑작스러운 제안에 짓눌린 스미레는 말없이 이혁을 보았다. 도저히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그저 그렇게 한동안 바라만 보았다.

‘승낙하겠군. 당연한 일인가.’

이혁이 어느 정도 답변을 예측한 가운데 스미레는 슬픈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게, 유성 씨를 대하는…… 그분의 방식인가요?”

스미레는 신유성과 함께 신오가문에 방문했던 유일한 동료였다. 덕분에 신유성의 과거와 슬픔에 대해, 신하윤과의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뭐?”

스미레는 이해할 수 없었다.

비록 과거에 불과해도 신유성과 신하윤은 가족이었다. 그런데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큰돈을 주고 동료를 빼앗으려 한다니?

“이런 건…… 이상해요. 가족이라는 건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고요.”

이혁은 스미레를 보았다.

신하윤과 너무 어울린 탓일까. 이혁에게 스미레의 말은 지극히 정상적인 이야기임에도 어린아이의 투정에 불과하다고 느껴졌다.

“상식을 기대하지 마. 사는 세계가 다르다.”

이혁은 일반의 시선에서 신하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미친 짓이라 생각했지만 신하윤을 동경하게 되고 그 뒤를 따르게 된 건, 자신은 평생 따라잡을 수 없는 압도적인 차이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범인들은 평생 이해할 수 없겠지.”

이혁이 본 신하윤은 광신적인 목표에 미쳐있었다. 비틀린 열망을 이루기 위해, 광기 어린 손아귀를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었다.

무엇을 쥐든, 무엇을 느끼든 그 끝은 허무하겠지. 인정하기 싫지만 이혁은 그런 신하윤의 관심을 갈망하고 있었다.

유능한 부품 취급도 좋으니 신하윤이 걷고 있는 길에는 항상 자신이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주길 바랐다. 어찌 보면 미쳐 있는 건 자신도 마찬가지.

“하지만…… 최강이란 원래 미치지 않고선 걸을 수 없는 길이다.”

그러나 스미레는 이혁의 합리화에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스미레는 언제나 올곧은 길을 걸으면서도 한결같이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을 알고 있었다.

그런 신유성이야말로 누구보다 최강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변명이에요. 그런 길을 걷는 건 함께 노력하는 쪽보다 타인을 희생시키며 가는 길이 더 편하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신하윤이 비웃을지언정 그 끝에 도달하는 건 신유성이라고 조금의 의심도 없이 굳게 믿고 있었다.

“그게 네 대답인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난 이혁은 무뚝뚝한 얼굴로 칩을 회수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이혁은 자연스레 안목이 늘어나고 말았다.

이혁이 본 스미레는 아무리 설득하려고 해도 절대 선택이 바뀌지 않는 부류였다. 다만 신하윤의 제안을 거절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 무게도 알고 있을까?

“좋아. 제안은 없던 걸로 하지. 다만……. 너희는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 거다.”

카페를 걸어 나온 이혁은 하늘을 보았다. 너무나 맑은 하늘이 오늘따라 우중충하게만 보였다.

[이혁: 하나지마 스미레가 제안을 거절했다.]

마치 거대한 태풍이 올 전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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