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카데미의 최강투신-351화 (350/434)

제351화

수풀이 가득한 녹지.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거대한 둥지 위에는 사람의 키보다 큰 2개의 알이 놓여 있었다.

“저건, 알?”

로렐라이는 뜬금없이 펼쳐진 녹지와 거대한 알이 신기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숲 속은 신유성과 로렐라이 둘만을 제외하면 고요했다.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느껴지지 않던 그 순간.

부스럭-

갈색 머리의 소년 한 명이 거대한 둥지의 가려진 부분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 죄송합니다. 자는 사이 도전자님이 오셨군요……. 원래는 겨울잠을 잘 시기라…….”

쉬리릭-

멋쩍게 웃으며 소년이 보란 듯 뱀의 혀를 날름거리자 로렐라이는 언제든 능력을 전개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마나를 감지할 수 있는 신유성은 소년을 견제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대한 알이 이번 스테이지의 본질이 같았다.

‘마치…… 마나를 응축시킨 하나의 덩어리 같아.’

시험의 상대가 알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상 신유성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거대한 마나를 지닌 알에서 태어나는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그 어떤 괴수나 괴조도 이 정도의 마나를 가진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조심해 로렐라이. 오히려 경계해야 할 본체는 알 쪽이야.”

신유성이 신경을 곤두세우며 긴장한 기색을 내비치자 뱀 소년은 날름거리던 혀를 집어넣으며 감탄했다.

“오, 아직 부화하지 않았건만 이 녀석의 마나를 느끼시는 겁니까? 정말 대단하십니다.”

뱀 소년은 둥지의 알이 보물이라도 되는 양 쓰다듬더니 수다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참고로 도전자님들은 운이 좋으신 겁니다. 나머지 인도자들은 성격도 재미없고 딱딱한데다 저처럼 친절하지 않거든요.”

그러나 로렐라이는 뱀 소년의 페이스에 어울려주지 않았다. 다가오면 마력 포탄을 날리겠다며 손을 뻗으며 근엄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루이스가 준비한 별의 길이라는 건 무엇이고, 그건 누구의 알입니까?”

로렐라이는 준비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 황금색 마나를 포탄처럼 휘갈길 수 있었다.

시간의 여신 크로노아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전투력이 6급에 버금가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몸에서 마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뱀 소년의 경우는 손짓 한 번으로 흔적조차 없어질 것이다.

“히, 히익! 그만두십시오! 저는 시험과 일절 관계없습니다! 그냥 인도자라고요!”

“다시 질문 하겠습니다. 별의 길이라는 건 무엇이고, 그 알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사아아-

그 말과 함께 황금의 파도가 로렐라이를 감싸며 일렁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평온한 바다의 잔잔한 파도 같지만 언제 폭풍우 속 성난 파도로 변할지는 모를 일이었다.

“다, 당연히 알려드리지요! 저는 인도자니까요! 가장 용감한 자. 별의 길을 걸으라……. 자, 용기란 무엇일까요?”

뱀 소년이 헤실헤실 웃으며 질문을 하자 로렐라이는 매섭게 미간을 찡그렸다.

덩치도 작은 로렐라이의 그 표정은 자칫 귀엽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황금빛 마나는 그렇지 않았다.

언제라도 뱀 소년을 덮칠 듯 몸을 부풀리고 있었다.

“루! 루이스 님은 생각하셨답니다! 용기란! 두려움에 맞서는 것이라고! 자고로! 아무리 강인한 자라도 누구나 두려워하는 게 꼭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죠!”

그렇게 말한 뱀 소년은 웃었다.

[가장 용감한 자.]

[별의 길을 걸으라.]

얼음 동굴에 새겨진 문장은 애매모한 퀴즈도 아니었으며 은유도 아니었다. 별의 길은 가장 용감한 자만 통과할 수 있는 길이었다.

“참고로 지금까지 별의 길은 단 한 번도 통과한 사람이 없답니다. 그 은발의 괴수조차 별의 길이 아닌 태양의 길을 택했죠. ……왜인 줄 아십니까?”

뱀 소년은 로렐라이를 보며 군침을 흘렸다. 그리곤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강할수록! 두려움의 대상도 같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건 걸으면 걸을수록 도착지가 멀어지는 레이스! 절대로 통과할 수 없는 늪과 같죠!”

뱀 소년의 설명이 끝나자 둥지의 알은 천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알에 담긴 거대한 마나는 무언가를 잉태하기 위함이었으며, 그것 자체로 재앙을 낳기 위한 하나의 술식이었다.

“아까 알에 뭐가 들었냐고 물었지? 그건 나도 몰라. 너희들이 뭘 두려워하는지 알게 뭐야? 캬캬캿!”

쩍- 쩌적-

점점 벌어진 틈새에서 검은색 털이 보였다.

“오오- 드디어!”

뱀 소년은 눈을 번뜩였다.

얼마나 끔찍한 형태일까.

얼마나 강한 힘을 가졌을까.

파악!

알을 감싼 껍질이 깨지며 술식은 진정한 본모습을 되찾았다.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마나를 양분 삼아 태어난 것이다.

“엥?”

하지만 뱀 소년의 기대와 달리 알을 깨고 나온 건 그냥 좀 커다란 거미였다. 심지어 크기만 클 뿐 생김새도 평범한 거미와 비슷했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이리보고 저리 둘러봐도 알을 깨고 나타난 건 정말 그냥 덩치가 큰 거미에 불과했다.

“……그냥 거미?”

거창하게 설명한 것치곤 너무 볼품없는 상대의 모습에 신유성은 얼떨떨한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로렐라이는 그러지 못했다. 로렐라이는 뱀을 앞둔 개구리처럼 몸을 떨며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아, 거, 거미…… 거미…….”

눈에 보일 정도로 혈색이 창백해진 로렐라이는 바보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거미의 등장에 고장나버린 것이다.

“거미이잇…….”

로렐라이가 절레절레 고개까지 저으며 물러서자 뱀 소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거미를 응원하며 로렐라이를 솜씨 좋게 야유했다.

“그럼 그렇지! 제 세상인 양 건방지게 굴더니 겨우 거미나 무서워해!? 먹혀들 줄 알았다!”

누가 두려워하는 대상이 꼭 강해야 한다고 정했던가? 누군가에게는 집에서 볼 법한 집 거미가 최고로 두려운 존재일 수도 있는 법.

“지, 징그러…… 다리도 눈도 많아…….”

바보가 된 로렐라이가 패닉에 빠진 그 순간 거미는 공격을 감행했다. 감히 덩치만 큰 거미 주제에 헌터에게 독니를 드러낸 것이다.

“취이익-!”

그러나 거미를 무서워하는 건 로렐라이의 공포일 뿐.

턱-

신유성은 덮쳐오는 거미의 머리통을 한 손으로 잡았다. 거대한 머리를 너무나 가볍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움켜쥐더니 다른 한 손으로는 거미의 더듬이 다리를 손잡이 삼았다. 그 순간 거미는 무언가 잘못된 걸 직감했지만 상황은 이미 늦었다.

“이 정도는 2급 괴수 수준도 못 되겠는 걸…….”

부우욱- 골판지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주변을 향해 사정없이 튀기는 초록색 체액.

툭.

걸레짝이 되어버린 거미의 몸체가 바닥에 버려졌다.

지켜보던 로렐라이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 몸을 부르르 떨며 그 광경을 외면했다.

“하, 크흐읍…….”

평소 얼마나 거미를 무서워했으면 루이스의 시험 상대로 나올까. 거미를 솜씨 좋게 찢어버린 신유성은 걱정 어린 눈으로 로렐라이를 내려다보았다.

“……로렐라이?”

로렐라이는 그제야 바닥에 널브러진 거미를 내려다보았다. 평소의 거미가 징그러웠다면 반으로 갈라진 거미는 그 이상의 존재감을 뿜어냈다. 보는 것만으로 현기증이 오고 다리에 힘이 빠질 지경.

절뚝!

결국 공포로 탈진한 로렐라이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몸을 휘청거리자 신유성은 자신의 팔로 로렐라이를 부축해주었다.

“괜찮아? 로렐라이!?”

덕분에 로렐라이는 평소에는 본 적 없는 가까운 거리에서 신유성의 얼굴을 마주했다.

거기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상상도 못한 신체의 접촉까지 더해지자 거미의 공포로 얼룩졌던 머릿속은 지우개로 지운 듯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끄덕끄덕!

입을 꾹 닫은 로렐라이가 세차게 고개를 움직이자 신유성은 둥지에 남은 나머지 알을 보았다.

다행히 로렐라이는 2급 괴수만도 못한 거미의 출현 정도로 끝났지만 뱀 소년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한 치도 방심 할 수 없었다.

‘남은 건 내 차례인가?’

이제 신유성은 자신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로렐라이처럼 무언가에 대해 공포를 느낀 적이 있을까? 만약 없다면 자신이 두려워할 만한 존재는 무엇일까?

하지만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신유성은 좀처럼 예측이 가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질문을 바꿔보자, 만약 두려워 하는 대상이 공포가 아닌…… 강함이라면…….’

자신이 가장 맞서기 두려운, 가장 강하다고 인정한 상대는 누구일까?

쩌적-!

신유성의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얼굴이 번뜩인 순간 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알은 형태에 불과하며 루이스가 준비한 시험은 술식에 불과하다.

절대로 알이 품고 있던 마나보다 강한 존재를 구현할 순 없기에 열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순간 공기가 짙어졌다.

숨을 쉬기 버거울 정도로 강렬한 투기에 로렐라이는 인상을 찌푸렸고 신유성은 뒤늦게 깨닫고 말았다.

‘알겠다.’

주위에 산발하듯 너무도 강렬한 투기지만 정제 되어 있는 위압감에 신유성은 전율했다.

‘내가…… 가장 강하다고 인정한 존재…….’

너무나 그립고도 익숙한 기운에 집중력은 극한까지 끓어올랐고 온몸의 촉각이 곤두섰다.

연막처럼 은은한 안개 속에서 상대의 모습이 드러났다. 거칠게 자란 수염과 두꺼운 주먹. 인간의 한계까지 단련된 신체는 위압감을 뿜어냈다.

신유성의 예측은 맞았다.

상대는 신유성이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이며, 신유성에게 처음으로 절망을 가르쳐준 상대이자, 신유성이 알고 있는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스승님…….”

신유성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몸속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집중력은 상대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게 만들어 주었다.

“……로렐라이. 지금부턴 생존을 목표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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