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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카데미의 최강투신-339화 (338/434)

제339화

결국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법.

신유성을 포함한 파티원들의 활약으로 단단해진 가온의 입지는 진병철을 유해지게 만들었다. 이젠 명문을 넘어 국내에선 가온의 자리를 위협하는 곳이 없어지자, 교장인 진병철은 하얀 비둘기처럼 평화의 상징이 된 지 오래.

[참 수고했네. 탑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무서워 보이지만 동료들과 함께하는 헌터들의 용기 앞에선!! 결국 숫자 놀음에 불과한 게 아니겠나?]

물론 그럼에도 마지막 욕심은 버리지 않았는지 진병철은 신유성에게 두르고 둘러 30층에 도전하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여기까지는 평소의 교장 선생님이셨어.’

하지만 진병철의 변화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아 그리고 그…… 벨덴이 에이타에 입학했다지? 이건 내 입학 선물일세.]

비록 벨벳의 이름을 벨덴으로 착각하는 사소한 실수가 있었지만 진병철은 벨벳의 입학 선물로 네모난 박스 하나를 넘겨주었다.

그 박스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포켓으로 검색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만능 헌터 세트(어린이용)]

[심안의 소유자! 일본 제일의 헌터 쇼이치 님의 강력한 추천!]

[쇼이치: 현역 헌터들이 사용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원 도시 지부장! 유명 헌터 메이린 님도 추천한 검증된 상품!]

[메이린: 네. 추천 드립니다.]

[7급 헌터 로쟈 님께서 조카에게 선물한 바로 화제의 그 상품!]

[상품가 : 9,800,000원]

벨벳이 입학 선물로 받은 헌터 용품의 가격은 무려 980만 원.

‘그런데 교장 선생님께서 이런 엄청난 물건을……. 이 정도 금액이면…… 바나나 우유로 호수를 만들 수도 있겠어.’

신유성은 지금까지 얻은 아티팩트나 돈을 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꺼낸 적이 없었다. 덕분에 980만 원이라는 금액이 너무나 엄청나게만 느껴졌다.

‘교장 선생님께서 이런 엄청난 물건을 주셨으니…… 나도 벨벳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줘야겠지.’

그렇다면 자신이 더욱 멋진 선물을 벨벳에게 선사하는 건 부모 된 입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

“벨벳에게 줄 선물이라…….”

* * *

아무리 세상이 넓다 하여도.

아무리 시험이 처음이라 하여도.

아무리 실수를 했다 하여도.

“캬우으- 내가 2등이라니!”

자꾸 다시 확인한다고 점수가 바뀔 리도 없건만 벨벳은 또 점수표를 확인해보았다.

[채집 시험 점수표]

[1: 유한 - 335 Points]

[2: 벨벳 - 331 Points]

[3: 레디안 - 92 Points]

“캬우으으…….”

점수표를 보는 벨벳이 좀처럼 분한 마음을 식히지 못하자 오르카는 그런 벨벳을 위로했다.

“작은 주인님! 그 녀석은 분명 이전에도 똑같은 시험을 쳐본 적이 있을 겁니다. 다음 시험은 당연히 주인님의 승리지요!”

그러나 벨벳은 고개를 저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너무도 단호하게 오르카의 상냥한 위로를 거절했다.

“아니, 이건 벨벳의 실수야! 벨벳은…… 알고 이써! 그런 안일한 마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할 뿐이라는 걸!”

“자, 작은 주인님…….”

“걱정하지 마! 오르까! 방학 동안 벨벳을 강해질 거야! 그리고 벨벳은 강해지는 방법을 알고 이써-!”

아직 몇 살 먹지도 않은 드래곤이 이보다 더 강해지는 법은 대체 무엇일까? 벨벳의 화두는 전직 탑의 보스였던 오르카조차 호기심이 동하게 만들었다.

“……스미레 엄마한테 들은 적 이써 아빠가 강해진 방법!”

거기다 무려 신유성의 이름까지 언급되자 벨벳의 주장은 신뢰도가 급상승했다.

“오오, 그 방법이라는 건…….”

하지만 쉬운 길은 없었다.

강한 힘에는 당연히 그만큼 쓰디쓴 인내와 대가가 따르는 법

“캬항-! 그건 바로 산에 가서 잔뜩 수련하는 거야! 벨벳은 최강이 되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아!”

벨벳이 입산을 위해 주섬주섬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하자 오르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주인님. 결심하셨군요!’

오르카는 결심한 벨벳의 눈빛을 보며 함께 자신도 따라나서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르까! 산은 무서운 고시야! 그러니까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해!”

이젠 하나처럼 결연한 눈빛이 된 벨벳과 오르카는 같이 입산을 위한 준비물을 챙기기 시작했다.

“일단 양말! 산에는 양말이 많이 필요해!”

척-

벨벳이 양말을 꺼내 포켓에 집어넣으면 오르카는 기다렸다는 듯이 부연 설명을 했다.

“맞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의식주! 그 중에서도 의는 기본 중의 기본이죠.”

“포켓에 케이크도 넣어야 해! 스미레 엄마가 어제 만드러줘써-!”

“흠…… 확실히 케이크는 당분이 높은 고열량 식품! 생존식으로 손색이 없겠군요!”

“그리고 텐트! 이것만 있으면 어디든 벨벳의 집을 만들 수 이써!”

“대단합니다! 겨우 물건 3개로 의식주를 모두 해결하셨군요!”

“그리고 곰인형! 이거 아델라 엄마가 준 거야!”

“흐음……. 그, 그렇군요.”

그렇게 곰인형을 시작으로 입산을 위한 벨벳의 준비물은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독서 시간에 앉아야 하니까! 책상이랑 책장도 넣자! 그리고 오래 있을 거니까! 동화책도 많이 넣어야 해-!

입산을 하더라도 학문만큼은 절대 게을리 하면 안 된다는 걸까?

“흐음…….”

아직까진 포켓의 성능을 믿고 있지만 이젠 정말 위험한 게 아닐까? 하지만 입산을 위한 벨벳의 준비물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그리고 벨벳은 침대도 피료해! 벨벳…… 바닥에선 못자. 딱딱한 건 싫어.”

“으으음…….”

“소파도 피료해.”

“침대에서 주무시면……. 소파는 필요 없지 않습니까?”

침대가 있으니 소파가 필요 없다니 벨벳에게 그건 마치 케이크와 빵이 같다는 말처럼 들렸다.

“만약! 케이크를 먹게 된다면 어딘가 앉아야 할 거야! 하지만 침대는 편하게 앉을 수 업써!”

침대에는 소파와 달리 그 흔한 등받이도 없으니 벨벳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군요! 눕는 게 아니라 앉아서 쉬고 싶은 상태라면 필수품!”

결국 벨벳의 의견에 기꺼이 동조한 오르카는 명쾌하게 해답을 내렸다.

“역시 작은 주인님은 산에 가시면 안 됩니다!”

“캬, 캬앙!? 어째서!?”

“절대로 작은 주인님은 적응하지 못하니까요! 하루면 돌아오실 거예요!”

“아, 안대에…….”

당장 오늘 하루만 하더라도.

스미레가 차려준 따뜻한 밥에 후식으로 케이크까지 알차게 먹은 뒤, 배를 두드리며 아델라가 읽어주는 동화를 들으며 낮잠까지 잔 주제에 외롭고 거친 야생의 생활에 벨벳이 적응할 리가 없었다.

“산은 무서운 곳이에요. 침대랑 소파는 물론이고 케이크도 인형도 들고 가면 안 되는 곳이에요!”

용기를 낸 오르카의 충언에 벨벳은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캬, 캬항! 그, 그런…….”

“그리고 동화책은커녕 따뜻한 밥도 못 먹을걸요.”

벨벳은 진실을 알고 말았다.

산이라는 곳은 거친 세상이라는 걸 동화책이 없고 스미레의 밥이 없는 세계라는 걸.

“저는 묻고 싶습니다. 작은 주인님은…… 그럼에도 나아갈 용기가 있는지! 더 강해지기 위해! 지금의 안락함을 포기할 수 있는지!”

불끈-!

멋들어지게 지느러미를 쥔 오르카의 물음에 벨벳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르카…….”

사람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희생해야 한다. 달디단 과실은 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벨벳이 놓인 건 그 선택의 기로.

두웅-!

긴 고민 끝에 결심을 내린 벨벳은 힘차게 주먹을 쥐며 오르카에게 말했다.

“그럼 벨벳 안 갈래-!”

강해질 방법은 수없이 많다.

그리고 벨벳의 인생에선 아직 강함보다 중요한 게 있는 법!

“벨벳은 집에서 동화나 보고 케이크나 머글래!”

그런 벨벳의 결단에 오르카는 그저 흐뭇하게 웃을 뿐이었다.

* * *

신유성은 입학 선물이라는 엄청난 고민에 대해 도움을 받기 위해 자신을 서포트 해줄 3인방을 불러냈다.

“그러네요. 입학 선물은 정말 중요한 주제니까요!”

무려 3명의 동생 선물을 혼자서 책임지던 장녀 스미레.

“흠, 입학 선물이라. 사실 우리는 이미 센터에서 잔뜩 사주긴 했는데…….”

어떤 문제든 ‘돈’으로 전부 해결을 하는 해결사 김은아.

“이럴 땐 아이의 시선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새로운 접근법을 주장하는 의외의 브레인 아델라가 있었다.

물론 갑자기 벨벳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해도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족한 게 있다면 그걸 채워주면 되겠지만 지금 벨벳은 너무 풍족했다. 벨벳이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해주는 엄마 아빠가 4명이나 있었다.

“아이의 시선이라…….”

김은아는 골똘히 생각했다.

그렇다면 벨벳이 해보지 못한 일은 뭘까? 그걸 꼭 물건으로 한정해야 할까? 어딘가를 가보고 싶다면 벨벳은 어디로 가고 싶을까?

“으, 갑자기 생각하려니 어렵네. 스미레 넌 어때?”

그러나 김은아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자 바톤을 스미레에게 넘겼다.

“제가 어릴 적에 갖고 싶었던 건…… 카레에 어묵 대신 고기를 넣어 보고 싶다거나……. 아, 광고를 보고 고급 보리차도 마셔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홍차 같은 것도…… 만화에선 무척 아가씨들의 음료 같아서…….”

김은아는 스미레의 경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다고 생각한 걸까? 스르륵 시선을 아델라로 돌렸다.

“아델라 너는?”

너는 어릴 적 무엇이 가지고 싶었냐. 아델라는 그 질문에 꽤 오랫동안 기억을 더듬었다.

마음을 준 선물이라곤 기껏해야 곰인형이 전부였지만 그런 아델라에게도 소원은 있었다.

[이번 생일에는 뭘 갖고 싶어?]

[후후, 이런 건 서프라이즈도 좋지만 아델라는 좀처럼 부탁이 없으니깐 말이야.]

그래.

이 기억이다.

분명 아델라에겐 그트록 바랐던 선물이 있었다.

[저는…….]

길고 긴 되새김 속에서 기억을 찾은 아델라는 입을 열었다.

“동생.”

그건 너무나 짧은 한마디였지만.

“……저는 언제나 동생이 가지고 싶었습니다.”

씁쓸함 속에서 미소를 짓는 아델라를 보며.

“아델라 너…….”

“아델라 씨…….

김은아와 스미레는 생각했다.

“역시…….”

“그건…….”

이 중 제일 위험한 건 역시 아델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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