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308화 (307/434)

제308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무리 어려도 30을 넘기는 게 대부분이고 선생님은 20대 중반에서 40대까지 다양한 나이에 포진했다.

그럼 에이타 킨더가든에서 가장 보기 힘든 나잇대는 몇 살일까?

그건 바로 10대 후반의 청소년이었다.

아무리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어도 학부모와도 선생님과도 거리가 먼 나이기 때문에 에이타 킨더가든에서 쉽사리 볼 수 있는 나이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캬, 캬오…… 긴장대!”

신유성을 포함한 김은아와 아델라와 스미레까지 벨벳의 학부모를 자처한 사람은 모두 10대 후반의 나이였다.

‘아무리 헌터 협회 부탁이지만 이건 또 뭐야…….’

덕분에 이런 학부모를 본 건 접수원 인생에 처음 있는 케이스였다. 물론 이상한 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학부모 이름을 적으라니까. 어머니 이름만 3명…….’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일부다처제라도 하는 걸까?

나이를 제외하더라도 신유성과 3인의 부인은 에이타에서 굉장히 눈에 띄는 존재였다.

“그럼 지금부터 입학시험을 비롯한 몇 가지 테스트를 진행해보겠습니다.”

에이타의 시험은 갓 특성을 개화한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난이도가 높고 까다롭기로 악명이 자자했다.

“베, 벨벳 다녀오께!”

덕분에 지레 겁을 먹는 벨벳이 긴장한 것도 당연한 일.

“으휴, 너 이렇게 긴장해서 시험을 잘 볼 수 있겠어?”

김은아가 긴장하지 말라며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자 벨벳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벨벳, 기, 긴장 안 해써…….”

그러나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붕붕-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보아 벨벳은 누가 봐도 급격한 긴장을 하고 있는 상태.

안내원은 그런 벨벳을 내려다보더니 말을 덧붙였다.

“사전에 설명을 들으셨겠지만 에이타는 상급반과 중급반 하급반의 기숙사와 교육 시설이 전부 나뉘어 있습니다. 당연히 배우는 과목과 무엇을 배우는지에 대한 과정도 다르죠.”

“마치 가온 아카데미의 시스템 같네요.”

스미레의 말처럼 가온의 학생들에게는 에이타의 시스템이 이미 익숙했기에 오히려 이해하기가 쉬웠다.

“하급반의 수준에도 미달되면 불합격. 반대로 합격한 경우에는 이 브로치가 부여됩니다.”

안내원은 브로치가 나열된 케이스를 보여주었다.

다이아로 만들어진 S 브로치.

백금으로 만들어진 A 브로치.

금으로 만들어진 B 브로치.

은으로 만들어진 C 브로치.

그 외의 브로치는 구리로 만들어져 있었다.

“브로치마다 이용할 수 있는 시설에도 차이가 있으며 성적에 따라 강등과 승급을 하게 됩니다.”

헌터의 세계에선 아이들도 예외가 없었다. 이른 나이에 경쟁을 붙이고 뛰어난 자는 위로. 부족한 자는 아래로 낙오시키는 에이타의 시스템에 김은아는 그만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게 어쩜 이렇게 똑같냐?”

과연 벨벳은 어떤 브로치를 받게 될까?

“벨벳.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평소의 실력을 보여주는 겁니다.”

“넌 할 수 있어. 벨벳.”

물론 아델라와 신유성의 진심어린 응원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벨벳은 브로치에 꽂혀 있었다.

“바, 반짝반짝…….”

보석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드래곤인 탓일까. 벨벳의 시선은 완전히 S등급이 새겨진 브로치에 사로잡혀 있었다.

“캬항! 엄마 아빠 다녀올게!”

덕분에 긴장이 풀린 듯 브로치를 얻기 위해 벨벳은 당당하게 시험장으로 나섰다.

*     *      *

S반.

다이아로 된 브로치를 낀 아이들은 이미 성공 가도가 보장된 에이타 킨더가든에서도 귀족 취급을 받는 정예였다.

“다들 이야기 들어써!? 오늘 새로운 입학생이 온데~!”

“신경 안 써. 도중에 온 것만 봐도 보나 마나 낙하산이겠지. 그런 녀석이 우리 S반에 올 수 있을 리도 없고.”

덕분에 모든 반 중 가장 소수로 이루어져 있지만 S반의 파급력은 누구보다 강했다. 부모들도 대부분이 고위 헌터나 국가직을 맡은 엘리트 가문 출신이었고, S반을 졸업하면 어떤 명문 아카데미도 그야말로 프리패스로 입학을 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됐다.

그런 에이타의 S반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 헌터계의 순혈.

“나도 베티 말에 동감이야. 쓸데업는 시간 낭비 하지 말구. 수업에나 집중해.”

덕분에 S반의 학생들은 콧대가 높고 텃세가 심하기로 유명했다.

“집중해써~ 바보야. 나 벌써 점수가 50점도 넘거든?”

하지만 유치하게 싸우는 걸 보면 역시 어린아이는 어린아이.

“풉, 바보는 너겠지. 50점이 점수야? 저기 유한 좀 봐.”

여학생의 점수를 무시하며 베티가 가리킨 건 에이타의 랭킹 1위 유한이었다. 칠흑처럼 새카만 눈동자와 머리칼. 헌터 명문 유수가문 출신의 천재.

[Score]

[1: 유한 - 500 Points]

[2: 베티 - 140 Points]

[3: 레디안 - 120 Points]

천재들이 모인 에이타 킨더가든의 S반에서도 유한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그러나 S반 아이들에게 유한은 다가가기 힘든 고독한 늑대와 같은 존재. 감히 쉽사리 말을 붙일 수조차 없었다.

“근데 이번에 입학하는 녀석 아빠 이름.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마자마자. 나도 본 거 가태. 출신도 엄청 유명한 곳 아냐?”

그러나 새로운 입학생에 대해 떠들고 있는 아이들의 말에 반응을 한 건 오히려 유한이었다.

“이름이, 머였더라아…… 신, 신유성……. 이라고 했나?”

신유성.

너무나 익숙한 이름에 유한이 아이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신유성?”

언제나 무관심하게 대응하던 유한이 먼저 흥미를 보이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설명을 시작했다.

“응, 마자! 내가 신청서 봐써! 분명 신유성이야!”

“뭐야, 유한이가 관심을 보이다니 엄청난 사람인가 봐.”

유한은 이제 5살이 된 어린아이에 불과하지만 유수 가문의 가주인 유월이 어떤 가문과 결혼을 했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신유성이라면 분명…….”

*     *      *

지이잉-!

벨벳이 인도된 시험장에는 푸른막이 포탈처럼 형성된 거대한 하얀색 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안녕 벨벳! 선생님은 벨벳이 얼마나 똑똑한지 검사하러 왔단다.”

시험관은 안경을 쓰고 친절하게 싱글싱글 웃으며 벨벳을 안내했다.

“캬항! 자신 이써! 벨벳은 완전 천재야!”

“하하, 자신감이 넘치는구나! 그래! 에이타에 오는 아이들은 모두 똑똑하고 천재라 불리는 아이들이란다. 하지만 선생님의 일은 그런 천재들에게도 급을 매기는 것이란다. 그러기 위해선 몇 가지 테스트가 필요하지.”

시험관은 보란 듯 괴상한 기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첫 번째 시험은 저 푸른색 막을 향해 마나를 방출하는 것이란다. 어떤 형태든 좋아! 만약 마나를 방출 할 줄 모른다면 손을 집어넣어도 괜찮단다.”

대부분 시험을 보는 건 막 특성을 개화한 5살 정도의 어린이다 보니 마나를 방출할 수 있는 건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니 시험관이 테스트하고 싶은 건 어떤 성질의 마나를 가지고 있는지, 잠재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벨벳은 당당하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갠차나, 벨벳은 쏠 수 이써!”

방출을 하는 것도, 손을 집어넣는 것도 아니고 쏜다?

시험관이 의아해 하는 와중에 벨벳은 손바닥에 마나를 집중시켰다.

위이잉!

‘서, 설마…….’

마나탄의 원리는 특성의 힘이 아닌 그저 손바닥에 순수한 마나를 모아 무식하게 방출하는 것.

하지만 기교 아닌 기본기인 덕분에 마나탄은 어린 아이들이 사용하기에 어려운 기술이었다.

‘마, 마나탄을 사용한다고?’

그러나 시험관의 예상은 보기 좋게 틀렸다. 벨벳이 사용하고 있는 기술은 마나탄이 아니었다.

마나탄은 마나라는 눈을 눈덩이로 뭉쳐 투척 하는 것이라면 지금 벨벳이 사용하는 기술은 눈사태처럼 쏟아내는 것에 가까웠다.

“비이임-!”

정체불명의 기합과 함께 벨벳이 손을 펼치자 한 줄기의 푸른빛이 기계를 향해 뻗어나갔다.

번쩍-!

마치 헌터 용품인 레이저 건처럼 순도 높은 마나가 기계를 향해 퍼부어지자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시험관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이게 뭐시여…….”

에이타의 역사상.

아니 이 세상의 역사상 이런 학생이 있었을까? 이런 학생에게 더 이상의 시험이 필요할까?

시험관은 앞으로 6개의 시험이 남아 있었지만 이미 용지에 벨벳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이름: 벨벳]

[부 : 신유성 ]

[모 : 아델라 오르텐시아 ]

[모 : 김은아 ]

[모 : 하나지마 스미레]

[평가 등급 : S+]

지금까지 S가 최고였던 에이타에서 벨벳이 받은 S+는 최초의 등급. 원래는 목록에 없는 등급이었지만 시험관이 상상을 초월한 벨벳의 재능을 분류할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캬항! 더 해야 해!? 벨벳은 백번도 더 할 수 이써!”

벨벳은 그런 시험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컨디션이 좋은 듯 자신감을 보이며 격하게 꼬리를 흔들었다.

‘백번이라…….’

그런 엄청난 힘을 사용하고도 여전히 쌩쌩한 상태를 보아 벨벳의 말은 100% 진실.

‘이 아이…… 도대체 뭘까.’

헌터들 중에서도 천재들이 모인 에이타에 드래곤들 중에서 천재인 벨벳이 등장하자 시험관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질 못했다.

*     *      *

두둥-!

벌써 시험이 끝난 걸까.

벨벳은 다이아 옆에 황금으로 +가 수 놓인 브로치를 달고 당당하게 시험장에서 걸어 나왔다.

심지어 어디서 난 건지 정체불명의 선글라스까지 덤으로 끼고 나타난 벨벳은 너무나 자랑스럽게 말했다.

“엄마! 아빠! 캬항~ 이제 벨벳이 여기 1등이야~”

원래 남아 있던 나머지 부가적인 수속 절차 같은 건 전부 프리패스. 벨벳은 최초의 S+ 등급으로 에이타에 입학을 하게 된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