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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306/434)

제307화

[초대장이 있어도 에이타는 입학절차에 시험이 있다고 합니다.]

벨벳은 아델라가 했던 말을 상기했다.

[캬, 캬아아…… 시험!? 탈락하면 벨벳은 학교 못 가?]

[괜찮아요. 벨벳. 너무 걱정 할 필요는 없어요!]

스미레가 괜찮다고 위로 해주었지만 준비는 미리 미리 해둘수록 좋은 법.

짹- 짹짹-

입학 절차까지 D-5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려오는 호수 근처의 숲에서 벨벳은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엄청난 곳이군요……. 작은 주인님이 가는 곳은 세계 최고의 학교라고 합니다!”

물론 오르카가 옆에서 호들갑을 떨며 시끄럽게 했지만 어제 배운 것을 연습하기에는 오히려 좋은 환경이었다.

‘어제는 아빠가 명상에 대해 알려줘써!’

벨벳에게 명상을 가르쳐준 건 신유성. 벨벳이 에이타에 입학해 최고의 헌터가 되고 싶다고 하자 신유성은 기꺼이 무신산에서 권왕에게 배운 내용을 토대로 벨벳을 가르쳐주었다.

[벨벳. 알겠니? 명상이란 채우는 게 아닌 비우는 행위야.]

물론 권왕의 설명을 듣는 족족 곧바로 적용 할 수 있는 건 신유성 같은 천재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벨벳도 신유성의 마나를 나눠받은 만큼 천재성으로는 밀리지 않았다.

‘캬하아아…… 명상은 마음을 비우는 거야. 좋아하는 것도 잊고 아무 생각을 안 해야 해…….’

싱긋하고 웃는 신유성의 모습이 떠올랐다. 상상 속의 신유성은 자신의 아빠지만 역시 너무너무 멋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거…….’

하지만 역시 초심자라 그럴까?

벨벳이 인식하지 않고 떠올리지 않고 잊으려고 할수록 잡념은 바짝 뒤를 따라왔다.

‘벨벳이 좋아하는 건, 엄마랑 아빠랑 사 줘, 사 줘, 사족보행 치킨이랑…….’

그러나 벨벳의 정신이 흐트러지자마자 상상 속의 신유성은 자상한 목소리로 벨벳에게 일렀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어. 명상은 마음의 훈련이란다. 모든 생각을 멈추고 네 호흡에 집중해보는 거야.]

이건 인식하지 않던 것을 인식하고 이미 인식하고 있던 것을 잊는 과정.

[정답은 없어. 그냥 처음에는 느껴보렴. 내 몸 어디에서 마나가 움직이고 있는지 어디로 흐르는지 평소에는 인식하지 않았던 것들이 오히려 또렷하게 느껴질 거야.]

신유성이 했던 말처럼 벨벳은 눈을 감고 그저 느껴보았다. 자신의 마나는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흐르는 걸까? 자신의 옆에 있는 호수의 물은 어디서 온 물이 어떻게 흘러 이곳에 고이게 된 걸까?

“작은 주인님에게 어울리는 ■■■……. 역시 ■말 ■■■다. ■■ ■■ ■인 님이 ■■…….”

시끄럽게 떠드는 오르카의 목소리가 옅어진다.

톡- 토옥-

마치 종유석에 고인 물방울이 떨어지듯 몸 안 어딘가에서 마나의 샘이 흘러넘치는 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종착역은 어디일까.

자신의 바다는 어디일까?

하늘에서 내린 비가 강물이 되고 산을 따라 흘러 바다로 도착하는 것처럼 벨벳은 그 흐름에 몸을 맡겼다.

‘지금까지 알지 못해써……, 마나는 이렇게 움직이는 구나!’

아니, 어쩌면 바다란 없는 게 아닐까? 벨벳이 사용하는 마나는 결국 대기 중의 성분이었지만 드래곤 하트로 변환을 거쳐 몸안에 쌓였고 원하는 순간 발현이 됐다.

그럼 그 마나는 어디로 갈까?

바다로 도착한 마나는 어떻게 될 까? 과연 거기서 끝일까? 바다로 도착한 마나는 사라질까?

아니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에 불과했다.

뜨거운 햇빛에 증발한 바닷물은 다시 비가 되어 내린다. 지친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고 그 과정에서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래.

또다시 바다로 흐른다.

왜 이렇게 간단한 것을 미처 알지 못했을까?

‘캬으…… 벨벳은 깨달아써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고! 결국 끝이 이써…….’

마나를 사용한다는 건.

마나를 곧 자연에서 빌린다는 것이고 그건 곧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것. 마나를 사용한다는 건 곧 자연의 편린이자 조각임을 인정하는 행위.

사아아-

벨벳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의 마나가 시작되는 곳은 자신이 아니라는 걸.

‘캬하아아…… 마나는 빗물이랑 똑같아……. 공기랑 똑같고 음식이랑도 똑같아…….’

그리고 그건 비단 마나만이 그런 게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순환한다. 권왕의 가르침이 신유성에게 이어졌고 이젠 벨벳에게 이어진 것처럼 무언가를 타고 순환한다. 그 과정은 세상을 비옥하게 만들고 새로운 무언가를 탄생시킨다.

그러니 멈추어보자.

이 순환에 집중하고.

경외를 가져보자.

‘벨벳은 아빠가 왜 벨벳에게 명상을 가르쳐 줬는지 알아써…….’

요리를 배웠기에 더욱 맛있는 음식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처럼. 명상이란 마나를 이해하고 결국에는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피잉-! 츠즈즈즛!

벨벳은 주변의 마나를 갈무리해 점으로 응축시켰다. 생각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흐름을 통제하며 이해했다.

“우옷-! 작은 주인님! 갑자기 엄청난 바람이-!”

파드드드-

헬리콥터가 지상에 가까이 다가온 것처럼 벨벳의 마나는 주변에 파장을 일으켰고, 그 파장은 호수의 물결을 떨리게 만들었다.

“벨벳은 이제 오르카의 목소리가 들려…….”

배척할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신은 지금 인지하지 않지만 인지하고 있는 상태. 내면을 하얀 백지처럼 비웠기에 오히려 하얀 마음이 가득 찬 상태.

“벨벳은!”

귀여운 아기 드래곤이.

철학 드래곤이 되는 순간.

번쩍!

벨벳은 눈을 떴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벨벳은 지금까지 마나를 잘못 쓰고 이써써!”

명상을 한 지 단 30분 만에 깨달음을 얻은 벨벳은 거대한 나무 앞에 멈춰 섰다.

“네!? 작은 주인님이 마나를 잘못 쓰고 있었다니요?”

오르카는 벨벳의 말에 의아해했지만 100번의 설명보다 1번 직접 보는 것이 더욱 변화를 알아차리기 쉬운 법.

“끄으으…….””

주먹을 쥐고 자세를 잡은 벨벳은 몸 안의 마나를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

“……캬으으으!”

마치 아주 무거운 철근을 든 것처럼 느릿하게 주먹을 뻗는 벨벳. 오르카는 그런 벨벳을 보며 갸웃 고개를 움직였다.

“자, 작은 주인님?”

그러나 지금 벨벳이 고민하고 있는 건 방대한 마나를 어떤 형태로 어떻게 방출하는가에 관해서였다.

절대로 마르지 않는 바닷물처럼 엄청난 마나를 가지고 있으니 어떻게 발산하는지만 알게 된다면 벨벳은 모든 조건이 충족되는 것이었다.

결국 벨벳은 쥐고 있는 마나를 놓치지 않으려 잔뜩 애를 쓰며 주먹을 뻗었고.

톡-

벨벳의 정권이 나무에 닿았을 때 변화가 시작됐다.

득- 드득-

첫 변화는 겉에 있던 나무의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한 것.

“오오, 언제 이런 격투기술을! 설마 맨손으로 나무껍질을 부수신 겁니까!”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벨벳이 휴우- 하고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만족한 듯 한숨을 쉬자.

쩌억!

나무에는 벨벳의 자그마한 주먹 모양이 새겨지며.

퍼엉-!

주먹 크기 정도의 구멍이 뚫려버렸다.

“아니이!? 나무를! 맨손으로 부쉈다아아아!?”

깜짝 놀란 오르카는 양 지느러미까지 번쩍 올리며 감탄했지만 벨벳은 식은땀을 흘릴 뿐이었다.

“대다내…….”

온몸에 힘이 주욱 빠진 듯- 흐물거리며 바닥에 누워버리는 벨벳.

“벨벳 말고 다른 애들은 이렇게 힘든 훈련을 매일한 거야!?”

“으, 으음…… 명문에 들어가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니. 매일 훈련은 하겠지만…….”

오르카는 말을 아꼈지만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처음 설명을 들은 것만으로 이 정도를 구현 해낼 수 있는 천재는 지구상에 벨벳밖에는 없다고.

“대, 대다내…… 학교에는 이런 엄청난 훈련을 매일 하는 애들이 득실득실-!”

그리고 벨벳의 이 충격적인 수련을 지켜보고 있는 건 오르카만이 아니었다.

“내가 뭘 본 거지…….”

점심시간이 되어서 벨벳을 데리러 온 에이미는 혹시나 잘못 본걸까 싶어 자신의 눈을 비볐다.

그러나 여전히 반파 되어 있는 거대한 나무와 풀 위에서 대자로 뻗어버린 벨벳을 보며 에이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저런 거대한 나무를…… 한 번에 부순 거야?’

벨벳은 신유성에게 제대로 된 무투를 배운 것도 아니었다.

명상을 배웠을 뿐이었다.

하지만 손을 뻗었고.

그것만으로 그냥 나무를 부숴버렸다.

이건 지금 에이타의 시험을 걱정 할 게 아니었다.

‘진짜 벨벳이…… 학교에 가도 되는 거야?’

천재라는 말도 부족한 재능과 태생적인 조건까지 모두 최대치로 찍어버린 벨벳을 보며 과연 에이타의 학생들이 무엇을 느낄까?

“그럼 다음 훈련은 얼음이야!”

거기다 벨벳은 평범한 헌터처럼 하나의 특성을 연마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델라의 냉기 구현.

스미레의 흑마술.

김은아의 전기.

신유성의 무투에 이르기까지 벨벳은 훌륭한 전투병기로 자라나고 있었다.

“이게 입학 시험 연습이라고?”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다.

벨벳이 노리는 건 입학이 아니라 최강의 헌터나 최강의 생물이 아닐까. 이 속도면 몇 년 뒤에 세계를 정복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

“이것이 드래곤……. 무서워……. 정말 무서운 재능이야.”

에이미는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벨벳이 입학하기 전 스미레와 신유성은 미리 에이타 킨더가든에서 수속을 밟고 있었다. 명문이라 그런 걸까? 에이타 가든은 시험을 치르기 위해 신청을 하는 과정도 그리 간단하진 않았다.

“벌써 대기만 30분……. 입학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롭네요.”

대부분의 학생은 전학 수속이 아니면 입학이 끝난 상황임에도 이렇게 상담을 대기하는 학부모가 많다니. 스미레는 하루를 이렇게 보내 몸은 지쳤지만 적어도 마음은 나름의 힐링을 받고 있었다.

“……이런 교육을 받게 되는구나.”

그건 바로 신유성의 아주 가까운 옆에서 오래도록 지켜볼 수 있기 때문. 하루에 몇백 번을 넘게 본 신유성이지만 스미레는 감탄했다. 가까이서 본 신유성의 얼굴은 정말 멋지다는 말보다는 미모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건만.

‘이런 유성 씨가 탑에서는 여자가 된다니…….’

여인섬에 입장하는 페널티는 한술 더 떠 여자가 되는 것이라니 스미레는 좀처럼 변하게 될 신유성의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대체 어떤 모습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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