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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304/434)

제305화

왜 이렇게 미움을 받게 된 걸까?

나름 정보를 숨기며 움직였건만 역시 신하윤이 계획 중인 작전은 쉽사리 숨길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니었다.

“참, 고민이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이 정상적인 건 아니었다. 너무 일을 서두른 탓일까? 신하윤은 턱을 괴고 이혁을 바라보았다.

“리벨리온에 헌터 협회. 거기다 유성이까지……. 우리도 참 너무 많은 곳에서 미움을 받고 있네?”

“그래도 하윤이 네가 예상했던 일이잖아?”

물론 예상했다고 해도 부담이 되는 건 마찬가지. 특히나 헌터 협회에는 신하윤이 너무나 껄끄러워 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다른 건 제쳐도 헌터 협회가 문제야. 그렇게 일찍 알아차리다니.”

“하윤이 네가 약한 모습을 보이다니. 의외인 걸.”

“어쩔 수 없지. 거기 있는 늙은이는 지금의 내가 상대할 괴물이 아니니까.”

강유찬은 권왕 유원학과 함께 탑의 60층을 보고 온 괴물. 신하윤의 전신인 모르간이 부활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다행인 점은 체면치레로 직접 나서진 않는 단 거겠지. 아직은 명분이 없기도 하고 말이야.”

시간을 벌면 벌수록 유리한 신하윤에게 그건 호조. 신하윤은 강유찬이나 유원학 같은 괴물이 벌써부터 자신의 계획에 끼어드는 건 절대 원치 않았다.

“그럼 그 드래곤 꼬마는…….”

드래곤 꼬마의 이름은 다름 아닌 벨벳. 신하윤은 계획의 준비물인 드래곤 하트를 수급하기 위해 벨벳을 포획할 생각.

“보는 눈이 많으니 당분간은 조용히 있어야지.”

물론 그 때가 지금은 아니었다.

*     *      *

살랑- 살랑-

벤치에 앉아 꼬리를 흔들며 벨벳은 100명도 넘어 보이는 엄청난 숫자의 어린아이들을 신기한 듯 보고 있었다.

“자~ 여러분! 집중! 여기가 어디라고요?”

교사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손을 쥐며 시선을 집중시키자.

“가온 아카데미에요!”

“헌터 형 누나들이 공부하는 곳이에요!”

“이렇게 큰 학교는 처음 봐요!”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아이들의 목소리. 견학을 온 아이들은 마침 전부 5~7살로 벨벳의 정신적인 나이와 딱 비슷했다.

“선생님! 식당부터 가요! 여긴 밥이 엄청 맛있데요!”

“우리 형도 이 학교 다닌다?”

“우아……. 진짜!?”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꺄르륵- 웃으며 서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살랑- 살랑-

여전히 꼬리를 흔드는 벨벳.

“벨벳~ 약속한대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에요!”

얼마나 집중한 건지 스미레가 가져왔음에도 스미레가 그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가져왔음에도 벨벳은 여전히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벨벳…….’

벨벳이 부실에서만 지내고 있는 건 스미레가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였다. 아무리 갓 태어난 드래곤이라도 벨벳의 정서적인 나이는 7살 정도였고 그 나이 때는 친구를 사귀며 배우는 게 정말 많았다.

“앗, 엄마 와써!?”

스미레가 익숙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향기에 벨벳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틀자. 스미레는 벨벳의 옆 자리에 앉으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네요. 오늘은 옆 교육원에서 견학을 오는 날이었죠.”

“캬항? ……교육원?”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흥미를 보이는 벨벳.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전에 헌터와 관련된 공부를 하는 곳이에요.”

스미레의 설명에 벨벳은 바닐라 아이크스림을 핥으며 여전히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었다.

“그렇구나! 이해해써!”

벨벳이 서로 장난을 치며 재밌게 노는 아이들을 한참을 지켜보고 있자 스미레는 물었다.

“벨벳도 가보고 싶나요?”

흠칫!

누가 보기에도 정곡을 찔린 벨벳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야! 벨벳은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는 걸!”

하지만 벨벳이 딴청을 피운다고 모를 스미레가 아니었다. 아무리 가족의 곁이 좋아도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벨벳이 또래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물론 부실에서 가족과 함께 있고 싶다는 것도 당연히 진실.

다만 스미레가 걱정하는 건 본격적으로 탑의 공략과 헌터 일을 해야 하는 이상, 저번처럼 벨벳과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일이 생긴다는 점이었다.

‘……정말 고민이네요.’

*     *      *

파티의 활약이 늘어난 덕분일까.

가온의 강당 전체를 대관한 에이미는 파티원이 모두 모이자 특이한 선글라스를 끼고 마이크를 든 채 암막이 걷힌 중앙에서 웅장하게 등장했다.

“자자 모두 집주우웅-!”

마이크를 든 에이미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커다랗게 울려 퍼지며 팡파레가 터져 나오자.

[탑 20층 공략 회의!]

스크린의 중앙에선 핑크색 글자가 큼지막하게 떠올랐다.

“이번 발표는 장난 아니게 기니까~ 모두 잘 들어줘! 그럼 이번 공략의 PPT를 시작할게!”

[20층은 파티 퀘스트가 존재하는 층입니다.]

[퀘스트 이름: 여인섬의 비밀]

[최소 참여 인원 6명]

[페널티: 여인섬은 오직 여성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어딘가 익숙하지? 이번 공략도 제일 중요한 부분은 페널티야!”

여성만 공략에 참여할 수 있다니 이번 탑의 로테이션은 21층부터 여성만 클리어가 가능하기라도 한다는 걸까? 도저히 믿기지 않는 페널티에 이시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이게 뭐야 그럼 우리는 아예 20층을 공략 시도조차 못 한다는 뜻이야?”

하지만 에이미는 이시우가 어리석다는 듯 쯔쯔쯔- 혀를 차며 과장된 손짓으로 검지를 흔들었다.

“이런 바보 같으니~! 그건 절대 아니지!”

탑에는 불문율이 있었다.

탑의 미지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지만 꼭 지켜지는 규칙은 절대로 탑에 도전하는 자를 내치지 않는다는 것.

“시우 너의 빈약한 상상력으로 한 번 생각해봐! 여성만 입장이 가능한 여인섬에 남성 공략 인원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김은아. 스미레. 아델라. 사쿠라.

6명 중 총 4명의 인원은 여자였다. 그러니 여인섬의 페널티는 4명에게는 페널티가 전무했다.

다만 문제는 신유성과 이시우.

도전하는 자를 절대로 내치지 않는 탑의 특성과 여성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페널티 조건이 합쳐지면 과연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스윽-

“나 지금 뭔가 소름 끼치는 상상을 했는데……. 말해도 돼?”

조심스럽게 사쿠라가 손을 들으며 묻자 에이미는 거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디 한 번 말해보도록!”

“서, 설마…… 탑에 입장하면 우리 시우가 여자가 되는 거야?”

사쿠라의 추리를 듣자마자 김은아와 스미레 그리고 아델라는 약속이라도 한 듯 신유성을 보았다.

“유성이가…….”

“유성 씨가…….”

“……재밌는 추리네요.”

탑의 규칙에 의거해서 아예 도전자의 성별까지 바꾸어 버린다니 그건 도저히 믿기 힘든 이야기.

하지만 에이미는 검지를 거만하게 까닥까닥- 흔들었다.

“이미 전례가 있어!”

에이미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스미레는 뭔가 떠오르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들은 적 있어요…….”

“검신 그 사람만 해도…….”

탑의 저주로 몸이 바뀌어 전성기의 힘을 잃어버린 최강의 헌터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했다. 물론 이 경우는 검신과 좀 이야기가 달랐다.

“이번 페널티는 입장 조건에 불과하니까. 저주와는 달라서 영구적이진 않을 거야! 아마 탑을 공략하면 금방 변신이 풀리겠지?”

에이미는 확신을 가지고 이미 결과를 확정하듯 말했지만 이시우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건 안 돼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탑의 공략에 시도할 뿐인데 갑자기 소중한 것을 앗아간다니. 이시우에게는 적어도 자신이 지금까지 유지해온 남성으로서의 존엄이 있었다.

“시우는 키가 작으니까. 잘 어울릴지도…….”

그런데도 사쿠라가 옆에서 속 긁는 이야기를 하자 열불이 터질 노릇인 이시우.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건 김은아도 마찬가지였다.

“안 돼. 유성이가…….”

이제야 조금씩 자신의 연애전선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건만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유성 씨가 여자가 된다니…… 좀처럼 상상이 가질 않네요.”

얼이 나간 스미레는 자신도 모르게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유성씨는 지금도 미모가 뛰어나시니까. 만약 변한다면…….’

키가 조금 작아지고 목소리가 얇아지고 딱…… 그 정도의 변화이지 않을까?

“으음, 지금보다 머리카락이 길어질 수도 있겠네요…….”

“아니 머리카락은 지금도 기니까. 아예…… 싹 바뀌는 거 아냐?”

스미레와 김은아가 계속 상상을 이어가는 동안 신유성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건 상관없어. 탑의 공략을 위해서라면.”

너무나 담담하고 당당한 신유성의 포고에 이시우는 죽을 맛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유성아…….”

자신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건만 파티장은 상관조차 없다니 이쯤 되면 이시우는 투정조차 부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

“자자 그럼 마무리 하겠습니다!”

위이잉!

[여인섬 공략!]

[별:★★★★★]

[1-마음의 준비를 해라!]

[ps. 지금까지의 데이터로 미뤄보아 이번 추리는 100% 확신!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자!]

[2-신체 능력의 변화]

[ps. 갑자기 신체가 변하면 대부분 전투력은 급감! 조심 또 조심!]

[3-어쩌면 이득!]

[ps. 우리 파티는 여자가 무척 많다! 이번 페널티는 이득일지도?]

홀로그램에 에이미의 정리본이 떠오르자 이시우는 신유성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이건…… 내 인생 최악의 공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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