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291화 (290/434)

제291화

[당신들은 탑의 퀘스트를 따르지 않고 정답이 아닌 몬스터를 사냥하였습니다. 12시간 뒤 수수께끼가 더욱 어렵게 갱신 됩니다.]

[12시간 뒤 수수께끼에 맞춰 동굴 밖의 지형이 변경됩니다.]

12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모닥불을 피우고 앉은 에이미는 너무나 억울한 마음에 눈을 가늘게 떴다.

“어이가 없네! 갑자기 보스몬스터를 동굴 입구에 소환해둔 게 누구인데!”

반면 아델라의 반응은 너무나 담담했다.

“그래도 퀘스트를 완수하지 못한 건 사실이니까요.”

타닥, 딱-

아델라는 장작이 타는 소리를 들으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지금 자신이 있는 모닥불 앞은 방금 전의 추위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따뜻했다.

“알고 있습니까. 에이미? 탑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탑이 정해준 운명이라는 이야기를.”

그래.

비록 퀘스트의 내용은 꼬여버렸지만 어차피 지체된 시간은 반나절에 불과하다. 기나긴 일생에 비하자면 그건 찰나의 순간.

“어쩌면 퀘스트가 실패해버린 지금의 순간도. 저희에게 필요한 과정일지도 모르죠.”

“우리에게 필요한 과정?”

지금의 자신과 아델라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그러나 질문을 던져 봐도 에이미는 선뜻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러나 멀어보이던 수수께끼도 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에이미는 그 해답이 명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 알 것도 같아!’

에이미에겐 바쁜 스케줄 탓에 파티원들과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변명에 불과했다.

다른 파티원인 스미레와 김은아는 물론이고 갓 태어난 벨벳과 비교해도 에이미는 아델라에 대해 너무 아는 게 없었다.

‘파티원 중에 아델라랑 나만큼 어색한 사이는 없으니까!’

해답을 찾아낸 에이미는 눈을 빛내며 아델라를 보았다.

“알 거 같아! 아델라! 탑은 우리가 친해지길 원하고 있는 거야!”

헌터에게 탑의 운명이란.

기적과 미지.

삶과 죽음.

그 경계 사이에서 헌터들이 탑의 기적에 대한 감사와 그 미지에 대한 공포를 잊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런 탑의 운명이 겨우 어색한 사이의 두 소녀가 친해지길 원하고 있다니.

좀처럼 믿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아델라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확실히.”

아델라가 생각해도 에이미와 자신은 확실히 거리가 멀어 보였던 모양이었다. 이런 관계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펼쳐질 수없이 많은 모험 속에서 과연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을까?

이럴 때 필요한 건 과감한 결단.

타닥- 다닥-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에이미는 아델라에게 물었다.

“아델라 넌 취미가 뭐야?”

그러나 아델라는 에이미의 너무나 간단한 물음에도 좀처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건.”

“설마 없어? 아니면 좋아하는 음식이라던가! 참고로 난 매운 음식을 좋아해.”

“뭐든 잘 먹습니다.”

에이미가 활발하게 아무리 좋은 이야깃거리를 가져와도 아델라와 둘의 대화는 좀처럼 이어지지 않았다.

“그럼 에이미. 당신은 무슨 취미를 가지고 있나요?”

“나? 흐음, 너무 많은데! 일이지만 방송을 하는 것도 너무 재밌고……. 바쁘지 않을 땐 나 혼자서 이렇게 여행도 해! 별토끼 같은 귀여운 동물이 있으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지금처럼 모닥불도 피워두고……. 아!”

혼자서 말을 이어가던 에이미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텐트로 들어가 주섬주섬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요런 간식들을 먹는 거지~”

텐트에서 슬며시 감자칩을 꺼내며 웃는 에이미.

타닥- 다닥-

여전히 활활 잘도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서 에이미는 준비해둔 것들을 선보였다. 스미레처럼 엄청난 요리를 할 순 없기에.

마시멜로우를 넣은 핫초코.

평소에 좋아하는 감자 칩.

에이미가 준비한 건 딱 이 정도의 군것질거리였다.

“어때 맛있지?”

“……네 정말로. 달콤하고 따뜻하네요.”

그러나 간식의 맛을 본 아델라는 좀처럼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서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도 오랜 시간을 같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겨우 한 잔의 핫초코와 몇 조각의 감자 칩.

“그래서 내가 있던 숙소랑 같이 온 짐들이 다 물살에 떠내려가는데! 내가 진짜…….”

그리고 단편적인 이야기를 들은 것만으로 아델라는 에이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참 이야기를 떠들던 에이미는 그런 아델라의 변화를 느꼈는지 뿌듯한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아델라는 그런 에이미의 마음에 답하듯.

“……핫초코. 그리고 감자칩. 일까요?”

은은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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