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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288/434)

제289화

애니멀 파크에서 일어난 모종의 사건 이후, 한동안 저택에서 심적인 요양을 하던 김은아가 복귀한 김에 파티원들은 모두 오랜만에 부실에 모였다.

“그러니까…… 그냥 평소처럼 청소랑 요리 정도만 해주고 있었다. 이거지? 엉?”

물론 김은아는 여전히 못마땅한 듯 가늘어진 눈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스미레는 그저 유한 표정으로 웃을 뿐이었다.

“헤헤…….”

에이미는 파티원들이 전부 모인 것이 마냥 좋은지 하나하나 얼굴을 확인하며 감탄했다.

“그것보다 이렇게 다들 모인 게 정말 얼마 만이야!? 오늘은 시우까지 있네? 참 나만큼이나 보기 힘든 얼굴이잖아.”

에이미가 놀리듯 이시우를 쳐다보자 그걸 지켜보던 신유성은 기꺼이 이시우를 보호해주었다.

“어쩔 수 없지. 시우는 꼭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미안……. 이제 그런 일은 더 이상 없을 거야.”

이시우가 답지 않게 순순히 저자세를 취하자 에이미는 오히려 당황할 지경이었다.

“아냐! 아냐! 나랑 같이 ‘리벨리온’을 막아낸 영웅이니까. 바쁠 수도 있지. 암! 근데 사쿠라 쟤는 왜 여기에…….”

근데 아무리 세트처럼 붙어 다닌다고 해도 사쿠라는 자기 파티도 있으면서 왜 우리 회의에 참가하는 걸까?

의아해진 에이미가 눈초리를 보내자 사쿠라는 이시우의 작전을 답습하듯 너무나 쓸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게…… 우리 파티는 세이지랑 잇신이 산속으로 수련을 가서 지금 나밖에 없거든. 남자 둘이 산에서 한 달 동안 콕 박혀 있겠다는데 내가 같이 따라갈 수도 없고…… 시우까지 없으면 너무 쓸쓸해서 그만…….”

풀이 죽은 새끼여우처럼 사쿠라는 고개를 떨어트리더니 시우와 끼고 있던 팔짱을 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훗, 아무리 그래도 역시 내 사정일 뿐인데…… 여기까지 따라오는 건 너무 염치가 없지?”

그리곤 공손히 손을 모아 에이미와 시우를 포함한 파티원들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럼, 나 이만 가볼게…….”

“어, 으응? 아, 아니야! 여기 있어도 될 거 같은데? 그, 그렇죠? 파티장님?”

에이미의 약점이 모든 파티원들에게 들켜버렸다. 에이미는 상대방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당황하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사쿠라도 같이 탑을 오르는 건 어때? 마침 인원이 너무 많아서 19층까지는 팀을 나눠서 탑을 등반하려고 했거든.”

“엇, 유성아 그래도 괜찮아?”

이시우는 놀란 기색이었지만 당사자인 사쿠라는 오히려 무척이나 기뻐했다.

“나!? 할게! 분명 엄청 도움이 될 거야! 탑을 오르는 동안 파티장님으로도 모실게!”

확실히 사쿠라는 혼자 남게 되어 심심하긴 했던 모양. 그런데 신유성의 파티에서 행동하면 이시우와 같이 있을 수 있고, 모든 헌터들의 목표인 탑까지 오를 수 있으니 사쿠라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스윽-

언제부터 지켜보고 있던 걸까.

소파 옆으로 빼꼼 고기를 내민 벨벳은 신유성에게 이번 공략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물었다.

“그럼 아빠는 누구랑 올라가?”

그러나 팀을 나누는 것은 꽤 긴 고민을 할법한 중요한 내용임에도 아델라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었다.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공정하게 나눠야지!”

듣다 못한 김은아가 노발대발하며 반발하자. 이번만큼은 스미레도 거들었다.

“맞아요. 제 생각에는…… 공략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파티원의 전력을 균등하게 나누는 편이 좋을 거 같아요!”

하지만 뭔가 스미레의 이야기로 이상한 곳으로 새는 기분에 김은아는 어라? 하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유성 씨는 저희 파티에서 가장 강한 분이시니까! 아직은 파티에서 가장 약한 저랑…….”

은근슬쩍 스미레가 자신과 신유성을 묶으려고 하자 김은아는 이 파티에서 믿을 사람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네가 약하다고? 언제 적 이야기야!? 전에는 무슨 건물만 한 드래곤도 소환하더니!”

“하, 하지만…… 그건 벨벳의 도움 덕분이기도 하고오…….”

김은아의 날카로운 지적에 식은땀을 흘리며 시선을 피하는 스미레. 하지만 이번만큼은 절대로 물러설 수도 양보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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