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248화 (248/434)

제248화

[마나가 0% 남았습니다!]

[가온 아카데미]

[스미레 탈락]

링크 스킬은 대부분 소환 계열 특성을 가진 헌터들이 사용했다.

스미레와 김은아의 경우처럼 헌터들간의 링크 사용은 극히 드문 케이스였다.

저벅. 저벅.

과연 스미레가 남긴 것은 정말 마나가 전부일까?

서로의 얼굴이 보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아델라는.

스윽-

손을 들어 검지를 김은아에게 겨누며 말했다.

“당신만 남았군요.”

눈보라가 걷히고.

날씨가 맑아지며.

허공에 흩뿌려진 얼음 결정은 마나를 반사해 무지갯빛을 형성했다.

“그 모습. 달라졌군요.”

아델라의 말처럼 지금 김은아의 모습은 평소와 어딘가 달랐다. 가지고 있는 마나는 물론 본연의 성격인 눈빛에서 풍기는 분위기까지 모든 게 변해 있었다.

링크.

그 스킬의 영향인가?

호기심이 솟은 아델라는 김은아를 보며 말했다.

“레온 에스테. 그 사람은 저에게 잠깐의 시간을 만들어주고 이 경기를 떠났습니다.”

그래.

그 짧은 시간은 전황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아델라는 합창을 시작했고 지옥과 같은 겨울과 함께 오페라가 펼쳐졌다.

하지만 그렇다면.

“스미레는……. 당신에게 무엇을 남기고 갔습니까?”

아델라의 진지한 물음에 김은아는 꽉 주먹을 쥐었다.

“그야…… 당연히 널 이기기 위한 무기지?”

김은아의 대사만큼은 정말 멋들어졌지만 지금의 상성은 얼음과 전기. 아델라는 김은아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상대였다. 하지만.

사아아-

김은아는 몸 안의 마나를 느끼며 오감을 곤두세웠다. 평소라면 감정이 먼저 앞섰겠지만 그런 상태로는 진다는 걸 누구보다 명확히 알고 있었다.

“난…….”

김은아는 지그시 입술을 물더니 괴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절대 혼자서 널 이길 수 없어. 누구보다 잘 아는 사실이야.”

김은아는 순순히 인정했다.

하늘은 언제 눈보라가 몰아쳤나는 듯 맑아져 햇살이 쏟아졌다.

“근데 어쩌지, 지금은 혼자가 아닌데. 혼자처럼 보여도 여긴 둘이거든.”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과연 아델라가 알 수 있을까? 김은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손바닥으로 톡- 하고 몸을 건드렸다.

파직-!

그와 동시에 온몸에 퍼지는 전기.

“너 알고 있어? 뇌가 보내는 신호도 결국엔 전기라는 걸.”

김은아는 당최 영문 모를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김은아의 몸에는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내 능력의 가장 큰 단점은 컨트롤이 어렵다는 거야.”

김은아의 전기는 빠르고 강력했다.

하지만 그건 단점으로도 작용했다. 결국엔 속도를 컨트롤 하는 건 인간의 뇌이기에 연산에는 한계가 있었다. 너무나 빠른 속도는 인간의 생각으로 컨트롤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신체의 속력이 빨라져도, 그걸 컨트롤 하는 뇌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속도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내가 내 몸에게 명령을 내리고 조종하는 이상. 속도에는 한계가 있지. 하지만…….”

파직!

김은아의 번개가 오른쪽 다리를 휩쓸었다. 다리는 마치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듯 꽈악- 땅을 딛고 바닥을 지지했다.

츠즈즛-

그러나 몸을 휩쓴 전기의 힘은 계속 강해졌고. 새치처럼 자랐던 김은아의 하얀 머리카락은 어느새 머리 전체를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생각을 따르는 게 아니라 신호에 몸을 맡기면 어떨까?”

번쩍!

김은아의 몸이 사라졌다.

김은아는 지금 전투의 방식을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쏴아아-!

몸이 중력의 흐름에 엿가락처럼 가늘어지는 착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몸을 어떻게 움직일지, 상대의 공격이 무엇일지 예측하는 건 김은아에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퍼억-!

김은아의 공격은 정확했다

그것도 시야의 사각인 장소에서 너무나도 정확하게 아델라의 등을 노렸다.

fiore di ghiaccio(얼음 꽃)

김은아를 지키기 위해 자동으로 생성된 피어난 얼음꽃이 김은아의 발차기를 막았지만.

화악-!

김은아의 폭주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아델라의 품으로 파고 들어 목덜미를 잡으려했다.

‘빠르다!’

무표정으로 일관했던 아델라의 눈이 조금 커졌다. 김은아의 공격은 속도도 속도지만 야생의 짐승처럼 너무나 매섭게 급소를 노려왔다.

콰악!

가장 약한 곳을 비집고 들어와 이빨을 밀어 넣었다.

팟-!

“처음이지? 나한테 붙잡힌 건.”

결국 반응도 못한 채 목덜미를 잡혀버린 아델라.

“윽!”

아델라의 눈빛에 아주 잠깐 경악이 감돌았다. 프리즘처럼 빛을 내던 무수하게 많은 얼음결정은 김은아에게 쇄도했지만.

“늦었어.”

김은아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아델라의 뒤로 돌아가 자연스럽게 가슴 밑으로 양손을 집어넣더니.

“당황스러울 거야. 나도 당했던 기술이거든-!”

엄처난 속도의 수플렉스로 아델라를 머리부터 땅에 내다 꽂았다.

부웅!

순식간에 몸이 뜨는 감각.

하늘과 땅이 뒤바뀌는 모습을 보며 아델라는 생각했다.

‘……이건?’

상대가 무슨 공격을 시도한 건지도 인지하지 못한 찰나의 순간.

아델라의 주위에 사각의 도형이 생겨났다.

촤아악-!

공간동결(空間凍結)

사람의 인지로는 반응하지 못할 찰나의 순간 아델라의 주변은 공간 채로 얼어버렸다.

이건 공기마저 얼려버린다는 절대영도. 하지만 아델라는 영향을 받지 않는 듯 물 속에서 수영을 하듯 흐느적 움직여 그 공간에서 걸어 나왔다.

“……이 거리에서 공간동결을 피하다니.”

김은아는 지금 자신이 전기의 신호대로 움직인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그건 절대 허세가 아닌 모양이었다.

사라진 김은아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델라가 주변을 둘러본 순간.

쐐액-!

아델라의 머리 위로 김은아의 내려찍기가 작렬했다.

“Andare via(떨어져라).”

하지만 단순한 물리공격이 아델라에게 두 번이나 통할 리 없었다.

쩌적!

순식간에 얼어붙는 김은아의 발.

“어떻게…….”

결국 김은아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 섬광과 같은 지금의 속도를 막아내려면 자신의 공격을 미리 예측해야 했다. 미래를 읽는 게 아니라면 아델라는 어떻게 대책을 준비해둘 수 있었을까?

“Catene(쇠사슬).”

촤르르륵-!

아델라가 만들어낸 얼음 쇠사슬이 김은아의 양발을 감았다. 냉기에 발을 당한 김은아는 차마 쇠사슬을 피할 수 없었다.

츠르륵-

이번에는 얼음 쇠사슬이 김은아의 양팔을 붙잡았다.

“대체, 어떻게-!”

김은아는 발악하듯 몸부림쳤지만 아델라의 쇠사슬은 풀리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

어디서부터 잘못이 된 걸까?

자신이 그렇게 큰 욕심을 부린 걸까? 김은아는 생각했다.

단 한 번의 승리면 족했다.

김은아에겐 신유성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자신을 믿고 마나를 건네준 스미레가 있었다.

그 모든 보답을 위해.

김은아가 원한 건 지금 이 순간 단 한 번의 승리였다.

[당신은 절 이길 수 없습니다.]

김은아는 아델라와 치렀던 첫 대결을 기억했다. 그 감정 없는 눈에서 느껴진 건 지루함이었다.

지금까지 그런 치욕은 처음이었다.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한다는 얼굴이라니.

[질리지도 않습니까?]

그래서 도전했다.

[14번째입니다.]

시간이 날때마다 아델라를 이기기 위해 계속 결투를 신청했다. 꼭 이겨야겠다는 투지나 향상심 같은 진지한 태도가 아니었다.

[지루하군요.]

그냥. 패배를 인정하기 싫었기에 유치한 자존심을 세웠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꼭 이겨야 한단 말이야-!”

김은아의 간절한 외침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치는 푸른 번개.

쿠르릉-!

번개가 내려친 후, 한 박자 늦게 소리가 뒤따랐다. 번개가 내려친 장소는 아델라와 한참이나 동 떨어진 곳.

“흥분한 당신은 절 맞출 수 없습니다. 물론…… 맞춰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당신의 번개는 제 얼음을 뚫을 수 없으니까요.”

차분하게 말한 아델라는 거대한 얼음 창을 만들었다. 단번에 배리어를 꿰뚫어 고통 없이 김은아를 보내줄 생각이었다.

‘미안. 유성아……. 스미레…….’

참 한심했다.

그 거창한 다짐들로 만들어낸 게 기껏해야 수많은 패배에 숫자 하나를 더하는 결과라니.

하지만 그것보다 김은아를 분하게 만드는 건 자신과 스미레가 만들어낸 최선이 아델라의 최악의 상황에 막혔다는 현실이었다.

아델라는 자신들과 달리 아무런 준비조차 되지 않고. 방심까지 했건만 이렇게 무참히도 패배하다니.

꾸욱.

아무런 말없이 분한 얼굴로 입술을 깨무는 김은아.

“당신…….”

아델라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민을 하더니 결국 결정을 내렸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움직이는 아델라의 검지.

스윽-

그렇게 둘의 운명이 결정되려는 순간.

콰악-!

무언가가 아델라의 배를 뚫었다.

아델라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검은색 불길은 아델라의 배리어를 부수고 천천히 불타고 있었다.

꾸륵- 꾸르륵-

아델라의 등에서 끈적한 검은색 액체가 사람의 형태로 변했다. 불길은 검은색 액체와 닿자. 기름에 닿은 불길처럼 더욱 활활 타올랐다.

“이건…….”

“오래 기다렸다. 너라면 절대 이 한 번의 기습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검은색 엑체의 정체는 염원의 술식. 디안.

촤아악-!

그는 아델라의 몸을 꿰뚫었던 불길을 뽑아내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명예를 더럽히는 배신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내 최선이니.”

[배리어가 0% 남았습니다!]

[데미지 100%]

[누적 데미지가 100%를 채워 포탈 밖으로 퇴출됩니다!]

[비앙카 아카데미]

[아델라 탈락]

순식간에 뒤바뀐 운명.

“너…….”

정신을 차린 김은아는 디안을 보며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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