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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234/434)

제234화

치카치카-

벨벳은 자신이 챙겨온 칫솔로 양치질을 했다. 푹- 깊게 잠을 잔 덕분인지 만족스러워 보이는 벨벳의 얼굴.

“윽시 잠은 다가티 다야 해~(역시 잠은 다 같이 자야 해~)”

가글- 가그르르르르-

양치질이 끝났는지 물로 입을 헹군 벨벳은 읏챠! 하고 의자에서 내려왔다.

“……벨벳. 양치질을 참 꼼꼼히 잘하는군요.”

테이블에 앉은 아델라는 그런 벨벳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잠에서 일어나면 양치질을 꼭 해 야해! 드래곤은 튼튼하고 날카로운 이빨이 생명이야!”

아델라는 벨벳이 하는 말은 뭐든 좋은지 마냥 싱글 싱글 웃었다.

하지만 칫솔 통을 가방에 집어넣던 벨벳은 표정이 굳고 말았다.

[벨벳. 이 칫솔과 치약은 엄청난 물건이에요! 매일 양치질을 3번씩 하면 벨벳의 이를 튼튼하고 날카롭게 만들어 줘요!]

[헉……, 그럼 벨벳이 깨물면 다 죽겠네.]

[후훗, 그럼요! 양치질을 열심히 해서 나쁜 사람은 꽉 깨물어 주는 거 에요.]

지금 벨벳이 챙겨온 칫솔 통은, 아니 가방을 비롯한 대부분의 물건은 스미레의 선물이었다.

[벨벳~ 이건 데일밴드와 상처약이에요. 상처가 났을 때는 꼭 치료해야 흉이 지지 않아요!]

[캬항! 모험을 위해 꼭 필요한 물건이야! 스미레 엄마 대단해!]

하나둘.

물건들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스미레와의 기억들에 벨벳은 복잡한 표정으로 가방을 뒤적거렸다.

“캬하앙…….”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벨벳은 생각했다. 지금 스미레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평소대로라면 분명 맛있는 아침 식사를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벨벳은 자신이 모든 걸 망쳐버렸다고 생각했다.

‘벨벳은 제멋대로야. 이제 스미레 엄마는 분명 벨벳을 싫어할 거야.’

벨벳은 드래곤이라 기본적으로 똑똑했다. 거기다 스미레의 곁에 있으며 이해심을 기른 탓일까.

벨벳은 엄하게 굴었던 스미레의 행동이 자신을 위해서라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스미레 엄마는 항상 벨벳을 생각해줬는데. 벨벳은 투정만 부려써…….’

지금 돌아간다면 용서받을 수 있을까? 만약 스미레가 자신을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벨벳은 축 어깨가 늘어졌다.

“아빠. 벨벳 양치질 끝내써…….”

“잘했어 벨벳.”

신유성은 힘없이 일어선 벨벳의 손을 잡아주었다. 반면 아델라는 벨벳의 어두운 표정에 걱정스레 물었다.

“벨벳. 무슨 일 있습니까? 표정이 어둡군요.”

“오늘 생각했어. 벨벳은 나쁜 드래곤이야. 스미레 엄마한테 걱정만 끼치고……. 투정만 부리고…….”

신유성은 괜찮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지만 여전히 어두운 벨벳의 얼굴.

“하하, 어제…… 벨벳이 스미레에게 혼났거든.”

신유성의 설명으로 벨벳이 혼났다는 걸 알게 된 아델라는 곰곰이 생각했다.

이렇게 귀여운 벨벳이 혼나다니.

벨벳은 스미레에게 대체 무슨 잘못을 한 걸까.

“……그렇군요.”

하지만 아델라는 그 이상의 충고를 하지 않았다. 이건 스미레의 교육이자 벨벳의 일이었다. 이건 벨벳이 뛰어넘어야 할 커다란 벽. 아델라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런 벨벳을 응원하는 일이었다.

사아아아!

포탈이 열리고 축 처진 어깨의 벨벳이 들어가는 동안 아델라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손을 흔들어주는 것뿐이었다.

*     *      *

얼마나 피곤했던 걸까.

김은아는 아직까지도 안마의자 위에서 푹 곯아떨어져 있었다. 물론 밤사이 감기라도 걸릴까 김은아의 무릎에는 스미레가 걸어준 담요가 있었다.

새근새근-

세상 모르게 잠든 김은아.

츠츠츠츳!!

하지만 엄청난 소리와 함께 허공에 균열이 생기며 포탈이 열리자.

“흐걱…….”

김은아는 안마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깜빡깜빡.

자연스레 눈이 맞은 김은아와 신유성. 그리고 옆에서 어깨를 축 늘어트린 벨벳. 김은아는 벨벳의 가방을 보더니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뭐야, 너희 어디 다녀왔어?”

하지만.

“아, 어제…….”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벨벳은 영리한 드래곤. 신유성이 아델라의 집에 갔다는 사실을 고하려고 하자. 가정의 평화를 위해 벨벳은 신유성의 말을 끊었다.

“아빠랑 벨벳은 같이 이써서!”

“그래? 너희 둘이 있었으면 아침도 못 먹었겠네?”

늘어지게 하품을 한 김은아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기지개를 폈다.

“스미레도 어디 간 거 같으니 내가 만들어 줄까?”

벨벳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카레를 성공시킨 김은아는 자신감이 붙었는지 요리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평소라면 벨벳은 두뇌를 풀가동해서 김은아의 요리를 피할 방법을 모색했겠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으어, 어……”

스미레가 없다니.

설마 자신 때문일까?

“……업써?”

벨벳은 충격을 받은 얼굴로 자리에서 주춤거렸다.

풀썩.

이젠 아예 주저앉아버리는 벨벳.

“얜 왜 이래. 괜찮아?”

상황을 모르는 김은아는 그저 의아했지만 벨벳은 너무나 심각했다.

설령 자신이 투정을 부리더라도 벨벳은 언제나 스미레가 곁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익숙함에 속아 진정으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잊은 것이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

“캬후으으- 캬우으으으-”

자리에 주저앉은 벨벳은 펑펑 눈물을 터트리며 울기 시작했다.

“캬흐아아아앙-!”

“으응? 베, 벨벳?”

상황을 모르는 김은아는 난처한 얼굴로 안절부절 벨벳을 달랬다.

“왜, 왜 그래? 내가 요리한다고 해서 그래? 그냥 스미레가 올 때까지 기다릴까?”

“캬, 캬항? 스미레…… 엄마?”

뚝.

스미레의 이름에 울음을 그친 벨벳이 눈물을 글썽이자. 김은아는 영문도 모른 채 벨벳의 등을 도닥여주었다.

“그, 그래 곧 올 거야. 스미레 장 보러 갈 시간이잖아…….”

띠리링!

마침 부실의 문이 열리자.

“캬항…….”

벨벳은 문이 열린 현관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들어오는 건 양손에 가득 장을 본 스미레.

“캬하으응…….”

벨벳이 커다래진 눈망울에 눈물을 글썽이자, 스미레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벨벳…….”

스미레가 간절한 목소리로 부름과 동시에 약속이라도 한 듯 달려 나가는 벨벳.

“엄마아아아-!”

“벨벳!”

그리고 스미레.

둘은 중간 지점에서 만나 서로를 힘차게 끌어안았다.

“벨벳이 잘못했어! 벨벳은 나쁜 드래곤이야-!”

“아니에요 벨벳. 나쁜 건 제 쪽이에요. 제가 너무 매몰찼어요. 아직 벨벳은…… 어린아이인걸요.”

찔끔.

감동적인 화해의 상황에서 스미레는 한 방울의 눈물을 떨어트렸고. 스미레에게 안긴 벨벳은 평소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되찾았다.

“캬하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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