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208화 (208/434)

제208화

이탈리아 최고의 명문.

비앙카 아카데미.

지리적으로 고립된 비앙카 아카데미에서 최고의 장점을 꼽자면 푸르른 바다에 햇빛이 녹아내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첫째로 꼽을 것이고.

촤아악- 파아아-

두 번째는 역시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자연의 파도 소리였다.

그리고 이 완벽한 배경과 소리에 자신이 좋아하는 독서가 더해지면 비앙카는 더 바랄 게 없었다.

뭐 조금의 과장을 보태면 학생회와 국가대항전의 대표가 된 이유도 이 완벽한 독서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힐끔.

소피아는 책에서 시선을 돌려 심각한 표정의 레온을 바라보았다.

레온 에스테.

이 조각상처럼 완벽한 얼굴과 깊고 투명한 벽안, 그리고 시선을 빼앗는 화려한 금발을 가진 소년에겐 겉보기엔 ‘완벽함’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어울렸다.

하지만 분석을 좋아하는 소피아에게 레온의 평가는 조금 달랐다.

‘완벽함보다는 완벽주의.’

둘은 비슷한 단어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아델라가 자리를 비운 지금. 초조한 얼굴로 고민에 빠진 레온의 얼굴은 완벽함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었으니까.

“……돌아오기로 한 날이 어제인데. 아델라 님은 오늘도 연락이 없으시네요.”

“따로 연락은 없으셨지만…… 공략이 끝난 뒤, 가온 아카데미에서 휴식기를 가지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레온은 소피아의 대답에 아- 하고 놀란 표정을 짓더니 싱긋 웃어보였다.

“고마워요 소피아. ……이해하면서도 제가 너무 투정이 과했네요. 다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긴 시간을 가온에서 보내시는군요.”

놀라는 제스처와 말투.

사람을 대하는 예의와 말을 전개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소피아는 레온을 대할 때면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깨끗하게 닦인 유리창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아름다우면서도 멀고.

어딘가 위태하게 느껴졌다.

‘저분은 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레온은 어제까지도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고, 오늘도 수련에 매진하며 다른 파티의 동향까지 알아보라고 지시한 남자다.

수면 시간은 단 5시간.

심지어 그것도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맞춰 관리한다고 들었다. 던전 공략을 끝내고 피곤한 날에도 그건 예외가 없었다.

동료가 아닌, 한 사람의 관찰자로서 소피아는 궁금했다.

레온이 이렇게 가혹할 정도로 자신을 몰아치는 이유가 그저 향상심이라기엔 어긋난 부분이 있었다.

그러니 만약…….

‘관찰자인 내가. 레온 님에 대해 아는 사실을 조금 첨가해서……. 한번 추리해볼까?’

그게 형을 향한 동경 때문이라면? 자신의 가문의 휘광 때문이라면? 매 순간 완벽해한 자신을 연기할 뿐이라면?

어쩐지 소피아는 이야기가 생생한 그림으로 그려지는 듯했다.

점점 빛을 잃는 가문의 명예를 위해 국외로 떠난 형. 그런 형을 동경하며 발자취를 좇던 동생이 슬픔을 억누르고 오히려 자신을 완벽하게 다듬는 모습.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자신을 향해 매몰차게 채찍질을 하며 다그치는 모습은 관찰자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참. 정말 재밌는 이야기야.’

자신과 가문의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 국외에 있는 형에게 말이 아닌 증명으로 응원의 마음을 보내기 위해 지금 레온은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차악-

소피아는 책을 덮었다.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를 찾게 되니 더 이상 ‘보석섬을 통해 보는 마나가 해양 생물에게 준 영향 단축 이론’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이해해요. 제가 계산한 대로라면 성공적으로 연합을 형성했을 때 비앙카 아카데미가 우승할 확률은 2배를 넘어갑니다. ……이 중요한 시간이 줄어드는 게 초조할 수도 있죠.”

다만.

소피아의 생각으로 아델라와 레온은 상성이 좋지 않았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방향과 목표가 다른 인간이다.

자신의 방식대로 이야기하자면 레온이 그저 묵묵히 산을 오르는 등산가라면 아델라는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여행가였다.

‘지금은 목적지가 같아. 함께 움직이고 있지만…….’

소피아는 알고 있었다.

서로 다른 톱니바퀴가 언제나 같이 움직일 순 없다는 걸.

소피아는 분명히 언젠가는 서로 맞물려 부서지고 말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면……. 국가대항전을 위해 가온 아카데미의 수석을 포기하고 이탈리아로 돌아왔던 아델라를 아직까지 가온에 묶어둔.

‘지금까지 아델라 님이 가온에 남아 돌아오시지 않는 이유.’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 단 한 가지였다.

*     *      *

한도가 무제한이라는 ‘블랙 카드’를 얻은 지 하루. 평소보다 깊게 잠들었던 신유성은 부실에 나오자마자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됐다.

화르르륵-

“캬후으으- 이번에는 하트 모양 불 뿜기! 나 역시 대단할 지도!”

짝짝짝-!

“맞아요. 대단해요. 벨벳.”

부실 천장을 향해 불을 뿜으며 묘기를 부리는 벨벳과 그 옆에서 부실 구석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손뼉을 부딪치며 칭찬해주는 아델라의 모습은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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