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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204/434)

제204화

점점 무르익어가는 스미레의 요리 교실. 트레이에 넣어진 반죽을 보며 에이미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후! 진짜 다 했다!”

“대단해요! 에이미 씨! 처음이라기엔 손재주가 엄청 좋으시네요!”

“흐흥! 기본이지. 이제 오븐에 넣고 굽기만 하면 되는 거야?”

“네! 크림치즈는 이미 프로스팅 해놨어요! 트레이만 오븐에 넣어만 주세요!”

드래곤의 특징은 무한한 호기심.

고개를 들고 에이미와 스미레의 이야기를 듣던 벨벳은 갸웃- 고개를 움직였다.

“오븐? 그게 머야? 반죽을 거기 넣어?”

“오븐은…… 그러니까. 어, 뜨거운 온도로 음식을 엄청~ 맛있게 만들어주는 기계에요!”

친절한 스미레는 어려운 원리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벨벳에게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던 건지 벨벳은 알겠다는 눈을 한 채 번쩍- 손을 들었다.

“캬아항! 알았다! 알았어! 그거 벨벳도 할 수 이써!”

갑자기 오븐을 대신하겠다니 벨벳의 돌발행동에 스미레와 에이미가 의아한 얼굴로 물음표를 띄운 그 순간.

화르륵-!

벨벳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반죽에 불을 뿜었다.

자그마한 입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불길. 그 트레이에 담겨 그 불길을 쬐고 있는 반죽.

벙찐 얼굴의 스미레와 에이미의 머릿속에선 파노라마처럼 기억이 스쳐 지나가며 벨벳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또 꼬마! 크하향……. 조심해! 벨벳은 불도 뿜어!]

그때 그 말이.

[아니! 최강 마자! 벨벳은 불도 뿜어! 불 뿜는 요리사는 벨벳밖에 업써!]

벨벳의 꿈이.

이 순간을 위한 포석이었다니.

에이미가 반죽을 보며 끼에엣- 하고 신기한 괴성을 지르자.

“스미레! 벨벳이 케이크 반죽을!”

“호, 호에엑! 괘, 괜찮아요! 반죽은 다시 만들면 되니까요!”

놀란 스미레는 다급하게 벨벳에게 달려갔다.

“스미레 엄마! 벨벳 짱이지!? 벨벳 나중에 커지면 불도 더 커져! 그땐 더 뜨겁게 구워줄 거야! 캬항!”

하지만 상황 파악을 못 한 건지 벨벳은 반죽이 담긴 트레이를 보며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다.

자신은 열심히 했으니 잔뜩 칭찬해달라고 말하는 벨벳의 눈.

스미레는 그런 벨벳의 기대를 저버릴 성격이 아니었다.

“자, 잘했어요! 벨벳! 정말 멋진 불이에요!”

“캬흐흐~ 나 머리에 그거 해죠! 쓰담쓰담!”

결국 스미레는 벨벳의 요청대로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에이미는 버릇이 나빠진다며 쯔쯔- 혀를 찼다.

“으이그, 스미레 이럴 땐 뭐라 해야지! 잘하긴 뭘 잘해 이렇게 반죽을 다 태워버리…….”

“이거 분명 마싯어! 스미레 엄마 먹어봐!”

드래곤이 브레스로 구운 반죽을 먹어보라니? 거기다 오븐이 아닌 단순하게 직접 쬐는 불로 반죽의 겉면이 맛있게 익을 리 없었다.

“네! 맛볼게요! 하지만 그 전에!”

진지하게 믿고 있는 벨벳을 보며 스미레는 그저 구운 반죽에 불과한 벨벳표 케이크를 끝까지 레시피 순서를 지켜 벨벳 케이크로 탈바꿈시켜주었다.

“캬, 캬흐앙~ 역시 스미레 엄마는 대단해~!”

“헤에~ 크림까지 바르니까 엄청 맛있어 보이는데!?”

감동하는 벨벳.

감탄하는 에이미.

스미레는 집중한 얼굴로 벨벳 케이크의 위에 초콜릿 장식을 올리더니 긴장이 풀린 듯 만족의 한숨을 쉬었다.

“후우~ 자! 이제 이것만 꼽으면 정말 완성이에요!”

그렇게 말한 스미레가 꺼낸 건 다름 아닌 생일 초였다.

벨벳을 위한 단 하나의 생일 초.

오늘 만든 스미레가 케이크를 만든 건, 단순히 먹기 위함이 아닌 벨벳의 태어났다는 걸 축하하는 자리기도 했다.

폭.

초에 마나로 불을 붙이자. 벨벳은 홀린 듯 가만히 촛불을 바라보았다.

“뭐야, 생일 케이크였어? 역시 스미레야! 촛불까지 준비할 생각을 하다니!”

“……캬흥? 생일? 촛불?”

생일 케이크가 드래곤에겐 생소했는지 벨벳이 고개를 갸웃- 움직였다. 스미레의 마나로 피운 촛불은 푸른색과 붉은색이 뒤섞여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게 뭐야?”

촛불에 시선을 빼앗긴 벨벳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묻자, 스미레는 그런 벨벳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와 상냥한 얼굴로 촛불을 가리키며 말했다.

“생일은 벨벳이 알에서 태어난 걸 모두 같이 기억하고. 1년마다 같이 기뻐하는 일이에요.”

스미레는 하나씩 하나씩 벨벳에게 인간 사회의 소중한 일들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감동을 받은 건지 생각에 빠진 건지 벨벳이 한참 동안 케이크를 바라만 보자.

“후후 감동받았군. 이렇게 보니까 드래곤이래도 역시 애는 애야~ 그치? 좀 귀여울지도!”

에이미는 벨벳이 귀여운지 볼을 만지작거렸다.

“캬우으! 방해하지 마. 지금 벨벳은 다음 생일을 계산하고 이써! 1년은 365일……. 1일은 24시간!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 어엉, 그러니까 다음 생일은……”

벨벳이 드래곤의 지능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암산으로 시간을 계산하자. 에이미는 윽- 하고 질겁했다.

“그렇게 계산 안 해도 돼. 그냥 날짜로 알 수 있어……”

역시 드래곤답게 묘한 부분에서 상식을 벗어난 모습. 에이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촛불을 가리켰다.

“생일에는 평범하게 촛불을 후~ 하고 불어서 끄는 거야. 그리곤 원하는 걸 간절하게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거지.”

에이미의 친절한 설명에 벨벳은 감격에 겨운 듯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케이크가 소원을 이뤄 주는 거야? 캬오…… 역시 스미레 엄마의 케이크는 대단해!”

“미리 말하지만 불 뿜으면 안 된다. 바람만 부는 거야.”

“벨벳은 천재야! 잘 할 수 있어!”

아까 전까지만 해도 티격태격했지만 벨벳과 에이미는 은근히 코드가 잘 맞았다.

후욱-

벨벳이 입으로 불어낸 바람이 촛불을 끄자 벨벳은 가만히 손을 모았다.

사아아-

꽉 잡은 벨벳의 손을 타고 푸른색의 빛이 자욱해지는 물안개처럼 넘실거리며 흘러넘쳤다.

“흐악! 가습기도 아니고 갑자기 이게 뭐야!?”

놀란 에이미는 뒷걸음질 쳤지만 이미 늦었다.

화악!

갑자기 모두를 덮친 푸른 안개.

얼마 지나지 않아 방안을 감싼 푸른 안개에선 정체 모를 빛이 반딧불처럼 하나둘 떠올랐다.

둥실-

진부하지만 아름답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는 몽환적인 광경.

‘……이게, 드래곤의 힘.’

스미레는 소원을 빌고 있는 벨벳을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특성이 아니라 단순히 마나만 놓고 본다면 스미레도 엄청난 양의 마나를 자랑했지만 비교하자면 물웅덩이와 바다의 차이. 벨벳의 수준은 차원이 달랐다.

사아아-

그 덕분일까.

주인의 기도를 축복하듯이.

벨벳의 마나는 생명을 품은 듯 노란빛의 반딧불이가 되어 하늘하늘 움직였다.

그건 마치 벨벳을 보호하는 듯 보였고 소원을 이루어 주기 위한 의식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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