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203화 (203/434)

제203화

모던한 디자인의 현대식 건물.

신유성이 김은아를 따라 들어간 건물은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심플한 디자인이었지만 내부는 상상을 초월했다.

입구부터 놓인 이해하기 힘든 센스의 미술품들은 스케일이 미술관을 방불케 했고.

거대한 하얀색의 나선계단과 다이아로 세공된 화려한 샹들리에는 보는 이를 압도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신유성의 시선을 끄는 것은.

“은아야. 궁금한 게 있어.”

“어? 뭐.”

신성그룹 일가만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거대한 실내 수영장이었다.

“……수영장이 왜 두 개야? 아까 바깥에서도 본 거 같은데.”

심지어 건물에 들어오기 전 신유성은 대저택의 전용 골프 코스에서 어렴풋이 야외수영장을 본 기억이 있었다.

하나만 있어도 사치스러운 수영장이 왜 야외와 실내를 나누어 2개나 필요한 걸까?

하지만 신유성의 질문에 김은아는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음, 보통 겨울용. 여름용으로 나누지 않아? 아니면 날씨. 비나 눈이 오면 야외는 좀 그렇지.”

사실 이상함을 지적하기엔 이미 늦은 걸지도 몰랐다.

신유성은 리무진의 창밖에서 상식을 벗어난 풍경을 너무 많이 봐버렸다. 예를 들어 호수에 버금가는 크기의 연못이라거나.

오직 신오가문을 위해 관리되는 전용 골프 코스. 식물원에서나 볼법한 정원 같은 것들이었다.

“그렇구나.”

신유성은 일반인의 상식을 포기하니 오히려 담담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김은아한테는 이런 세계가 상식일 테니까.

“근데 난 1층은 잘 안 와. 뷰 생각하면 4층에 온천 풀이 나아.”

생각을 바꾸자 이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신유성. 김은아는 나선계단을 따라 움직이던 발을 멈추고 무언가 떠오른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님, 한번 같이 가볼래?”

“음, 가본다는 건 4층이야?”

“왜 수영복 없으면 발만 담그면 되고!”

신난 김은아가 말까지 빨라진 그 순간. 2층의 난간에서 나선계단을 향해 누군가 머리를 내밀었다.

“그건 안 되겠는데 은아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김준혁.

김준혁은 동생을 만난 게 반가운지 후훗- 하고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직접 나선계단을 내려왔다.

“오늘은 가족 모두 다 같이 모이기로 했잖아. 남자친구랑 둘만 노는 건~ 할아버지가 엄청 서운해하실 거야.”

“머, 뭐가! 뭔 남자친구!”

당황한 김은아는 얼굴까지 붉히며 격하게 반응했지만 김준혁은 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 몰랐어? 오늘 너 상견례 겸으로 모인 건데.”

갑자기 정색을 한 김준혁이 능청스러운 얼굴로 연기를 하자. 얼굴이 새빨개진 김은아는 다다닥! 나선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 미친! 너 진짜 죽을래? 병실로 다시 보내줘!?”

이렇게만 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오빠와 여동생의 모습 같았다. 얼굴이 시뻘게져서 김준혁을 쫓는 김은아를 보며 신유성은 옅게 웃음이 나왔다.

‘은아야.’

지금 김은아의 모습은 신유성 자신이 김준혁을 구했기에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만약 리벨리온의 멤버인 치트보다 자신이 약했다면.

병원에 간 김은아를 따라가지 않았더라면 다시는 볼 수 없었을 천진한 모습이었다.

‘……정말 다행이야.’

하지만 뒤를 돌아본 김은아는 흐뭇하게 웃는 신유성의 모습에 불호령을 내렸다.

“야! 너, 넌 왜 웃는데! 오빠가 장난치는 거라니까?!”

김준혁을 잡지 못하자 참기 힘든 부끄러움에 엄한 곳으로 튀긴 김은아의 불똥. 하지만 당황한 김은아와 달리 신유성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응? 그냥 좋아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신유성의 대답에 김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가, 갑자기 뭐, 뭐가?”

“전부?”

신유성의 말은 김은아의 집에 온 것도. 김준혁과 장난을 치는 김은아의 모습을 본 것도 모두 좋다는 뜻이었지만. 뭘 생각하고 있는 건지 김은아는 얼굴을 넘어 귀까지 붉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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