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200화 (200/434)

제200화

국가대항전의 준결승을 위해 모든 팀들은 나름의 준비를 하며 실력을 쌓고 있었다.

그 중에서는 현역들과 5급 보스를 처치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지역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으며.

멘토와 함께 수련여행을 떠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 국가대항전이니 참가자들이 준비를 거치는 것도 당연하지! 하지만 우리 유성이는 급이! 아니, 차원이 다르단 말이지!”

[사도닉스 레이드의 주역! 얼마 지나지 않아 탑의 10층도 공략에 성공…….]

진병철은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신유성의 활약은 그저 가온이 명문 아카데미로서 1위를 지키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국가 급 유명인사가 된 신유성의 파티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입학 당시에는 권왕의 제자로 주목을 받았던 신유성의 행보는 과거의 스승을 뛰어 넘고 있었다.

“……덕분에 신유성 학생을 향한 인터뷰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소해정이 끼고 있던 안경을 만지며 대답을 하자. 진병철은 손을 훠이~ 하고 저었다.

“안 돼! 절대 허용해주지 말게! 대항전도 준비 중인 우리 유성이의 피 같은 시간을 그렇게 쓸 순 없지!”

진병철이 오랜만에 옳은 소리를 하자 소해정은 신기한 광경이라도 본 듯 조금 눈이 커졌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인터뷰 요청은 모두 거절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생각해보게 우리 유성이는 인터뷰로 이득이 될 인지도는 아득히 넘었단 말이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지금. 국내 언론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건 그냥 남 좋은 일이지.”

진병철의 말에 소해정은 그럼 그렇지- 라며 피식 웃었다. 역시 진병철은 달라진 게 아니었다.

그는 수완 하나만으로 가온의 교장까지 올라온 사람. 이번에는 그저 이해관계가 맞았을 뿐이었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아델라가 가온을 떠난 건데 말이야. 돌아올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러니 진병철이 아델라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도. 그저 아델라라는 학생이 뛰어나기 때문.

하지만 소해정은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네요. 아델라가 가온으로 돌아올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언제부터 정이 들었던 걸까.

잘은 기억나지 않아도 처음은 동정심이 분명했다.

담임이었던 소해정은 아델라의 가정사를 궁금하지 않아도 알아야 했다. 물론 거기에 적혀 있는 건 사망처리 되었다는 한 줄의 간단한 글.

자세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면서 아델라에게 동정심을 가질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주제넘은 일이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지만 늘 혼자 있는 아델라의 모습은 너무 쓸쓸해보였다. 마치 과거의 자신처럼.

‘그 아이는. 좋아하는 걸 찾고. 기쁘게 떠난 거야.’

하지만 냉철한 생각과 다르게 소해정은 가슴이 한편이 찝찝했다.

어쩌면 소해정은 아델라를 보며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가 아쉬워 할 필요는 없어.’

생각이 깊어지며 소해정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진병철은 무언가 깨달은 듯 다급하게 말했다.

“아! 소해정 교수! 곧 식사시간인데 내가 너무 오래 잡아뒀군. 얼른 가보게!”

소해정은 진병철을 향해 깍듯한 인사를 남기고 걸어 나왔다.

예전에는 자신이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건만 학생을 걱정하며 이렇게 감상적이게 변할 수 있는 걸 보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이젠 아델라가 돌아오길 바라는 것도 무리겠지…….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고.’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델라는 유능하지만 미숙하고. 차갑고 단단하지만 그렇기에 깨어지기 쉬운 위험한 학생이었다.

만약 자신처럼 무뚝뚝한 교수가 아닌, 좀 더 따뜻한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담당으로 만났더라면.

- 아델라를 이해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 아델라가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부류의 걱정이었다.

짹짹! 짹!

본관의 건물을 나오자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날씨 참 좋네.”

소해정은 잘 조경된 산책로를 걸으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아델라.’

비록 불우했던 자신의 과거를 투영한 비겁한 바람이었지만. 들릴 일 없는 충고를 했다.

‘그래도…… 혼자서 살아가기엔. 이 세상은 너무 길단다.’

소해정은 아델라가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열기를 바랐고. 행복해지기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네. 이런 충고는 꼰대 같다고 싫어했는데…….’

아름다운 풍경과 다르게 아련한 여운을 담은 채 산책로를 걷고 있는 소해정. 하지만 그때 동아리 관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맛있어요…….”

아델라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소해정.

“……어?”

소해정이 고개를 돌린 곳에는 활짝 열린 창가가 있었고, 그 너머에는 아델라가 보였다.

“정말? 나도 먹어볼까.”

“그럼 맛이 다르니. 서로 바꿔서 먹어보도록 하죠.”

한 눈에도 아델라는 평소보다 표정이 많아보였다. 디저트를 먹으며 눈이 커졌고, 신유성을 보며 기쁜 듯 웃었다.

“……당신. 거품이 입에 묻었군요. 이런 부분에선 실수를 하다니. 의외입니다.”

거기다 아델라는 손가락으로 직접 다정하게 신유성의 입가를 닦아주기까지 했다.

그리곤 소해정의 걱정을 비웃듯, 신유성을 보며 살짝- 웃어주는 아델라. 소해정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 광경을 보더니 이내 포켓을 꺼냈다.

삑삑삑!

[소해정: 린샤오 교수. 저번 약속 앞당겨요.]

[소해정: 오늘 바로 한잔합시다.]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었다.

소해정은 술이 당기는 모양이었다.

*     *      *

평화로운 부실.

소파에 앉은 김은아는 심각한 얼굴로 홍차를 마시는 오르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이게 말이 되냐?”

“……역시 이것 또한 토이 월드에서도 본적 없는 상등품! 이 세상은 천국입니까!? 어떻게 이런 맛있는 디저트가 즐비한 겁니까?”

하지만 오르카가 아랑곳하지 않고 떠들어대자. 김은아는 에이미를 보며 소리쳤다.

“인형이 말 하는 것도 이상한데 어떻게 디저트까지 먹는 거야!”

“난 모르지. 그냥 아무리 봐도 신기하잖아 그래서 찍고 있는 거얌. 그리고 탑은 원래 그런 거 아닐까?”

김은아는 그런 에이미의 말에 납득하는 자신이 싫었다. 탑의 미지는 얼마나 편리한 건지, 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괴현상도 납득이 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흐음…….”

김은아는 여전히 의심 가득한 눈으로 오르카를 훑어봤다. 하지만 역시 오르카는 귀여웠다.

‘솔직히 귀엽긴 해…….’

보스몹이 들어간 건 찝찝하지만 같이 말을 하고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건 김은아에게 엄청난 플러스 요소였다.

결국 김은아가 머리를 쥐어 싸매고 고민을 하자 오르카는 나름의 어필을 시작했다.

“혹시 덩치가 커서 불편하시다면 저런 인형에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만?”

오르카가 가리킨 건 스미레가 놓아둔 작은 소녀 인형이었다.

“어떠십니까?”

소녀 인형은 짜아안- 고개를 숙이며 치마를 늘어트렸다.

“은아 님! 이제 저는 돌아갈 곳도 없습니다. 부디,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맞아. 은아야! 버리지 말자! 장난감이랑 인형이 말을 한다니까? 시청자가 복사가 된다고!”

촬영을 하던 에이미까지 간절하게 부탁을 하자.

“아무리 그래도…….”

김은아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에이 그러지 말고! 거기다 무성체라고 했으니 뭔가 애완동물 같은 거 아닐까?”

그러나 포기를 하지 않는 에이미.

그렇게 김은아와 에이미가 티격태격하는 동안. 스미레는 흐뭇한 얼굴로 카레를 저었다.

“둘밖에 없었던 파티가 이렇게 북적북적해지다니…….”

정이 많은 스미레에게 파티원들은 새로운 가족이나 마찬가지. 그런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스미레에게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스미레. 내가 뭐 좀 도와줄까?”

거기다 요리를 잘하는 사쿠라까지 손을 돕자. 이젠 부실보다는 대가족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났다.

그렇게 모두가 각자의 일을 하며 소란스러운 부실에 한 가지 사건이 벌어졌다.

꿈틀- 꿈틀-

테이블에 올려둔 사도닉스의 알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 뭐야!? 나만 본 거 아니지!?”

놀란 이시우가 소파에서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자. 부실의 모든 이가 드래곤의 알에 시선을 모았다.

꿈틀- 꿈틀-

껍질을 부수려는 듯 무언가 계속 알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헉! 깨어나려나 봐요!”

모두가 놀란 와중에도 스미레가 끝까지 카레를 저으며 말했다.

“알이…….”

좀처럼 놀라지 않는 아델라도 커진 눈으로 알을 바라보았다.

드득! 타드득! 파악!

곧 껍질이 부서지며 모습을 드러내는 붉은색 도마뱀. 갓 태어난 새끼 드래곤은 모두의 관심이 신기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캬항-?”

귀여운 해츨링의 모습에선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은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귀여움을 응축해서 만든 듯, 초롱한 눈으로 볼을 긁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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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부화했군요. ……신기한 일입니다.”

놀란 아델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김은아는 탄성을 내뱉었다.

“헐, 미쳤다. 엄청 귀엽다!”

“작고 소중해요…….”

심지어 스미레는 해츨링의 귀여움에 사르르- 녹고 있었다.

모두를 무방비하게 만드는 해츨링의 힘. 이시우는 허탈하게 웃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누군가는 부실에서 카레를 요리하고. 옆에선 말하는 범고래 인형이 홍차를 마시며. 그 와중에 해츨링이 태어나고 있다니.

“……이 모든 상황이 부실에서 펼쳐지다니. 어딜 가도 이런 건 못 볼 거야.”

이시우가 본 부실의 풍경은 이렇게 난장판 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실은 모두에게 즐거운 장소.

난장판이 된 와중에도 에이미는 포켓을 이용해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햐! 살아있는 드래곤 해츨링을 눈으로 보다니! 이건 기록으로 남겨야 해! 얼른 다들 모여!”

찰칵!

포켓에서 뿜어진 빛과 함께 홀로그램으로 출력되는 부실의 사진.

신유성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소중한 동료들을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역시…….’

스승님의 말씀이 맞았다.

권왕은 신유성이 다양한 경험을 쌓고. 변화를 겪으리라 말했다.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고. 변화한다.

무신산을 내려오기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같지만 다른 사람이 아닐까. 어찌 보면 자신이 더 이상 비 오는 날에 생각이 잠기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건 더는 떠올릴 것이 없고.

후회할 것이 없기 때문.

신유성이 소중하게 여기고 지키고 싶은 것은 모두 과거 아닌, 지금에 있었다.

생각을 마친 신유성이 미소를 머금은 채 은은하게 웃자. 그 모습을 본 해츨링은 신유성을 보며 외쳤다.

“엄마!”

헤츨링은 무언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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