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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198/434)

제198화

탕탕탕탕-!

이시우의 격발 소리와 함께 숨어 있던 장난감 병정들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그 많은 사격에도 빗나간 탄환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게 7살의 나?’

세계에서 손꼽히는 헌터 강국인 한국에서 어린 나이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헌터들의 꿈을 키우는 아이들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7살의 이시우는 그 중에서도 특별했다.

그저 ‘엘리트 교육의 산물’로 취급하기에는 그 천재성의 10분의 1도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이시우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측정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증오하는 대상인 자신의 아버지 이성환이었다.

[그 녀석에겐 천재라는 말도 아깝다. 가르치면 곧잘 따라하거나. 센스가 좋은 놈들과는 달라.]

시티가드의 총장이 되기까지 이성환 수많은 용병과 헌터들을 만나보았다. 하지만 이시우를 특별히 생각한 이유는 사격술이 아니었다.

[사격의 천재? 아니, 그건 아무 것도 모르는 이야기야. 그 녀석의 진가는 그런 게 아니다.]

이성환은 장남인 이시혁을 바라보며 두꺼운 눈을 가늘게 뜨며 즐겁다는 얼굴로 말했다.

[……녀석이 잘하는 건 전투 그 자체다.]

이시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총을 다루는 이시우에게 전투란 곧 사격술이었다.

[전투…… 말입니까?]

이성환은 그런 이시혁의 모습에 아둔하다는 듯 혀를 차더니 설명을 덧 붙였다.

[너는 야생의 짐승을 본 적이 있느냐? 따로 지식을 배우지 않고 주어진 좁은 생태에서만 살아가지만. 모두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이치를 알고 있지.]

이성환은 의자에 앉더니 손으로 누군가의 목을 비트는 시늉을 했다.

[가령. 사슴과 사자가 맞붙는다면 넌 누가 이긴다고 생각하느냐?]

[운이 좋으면 도망칠 순 있겠지만. 당연히 사슴이…….]

[그래.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지. ……그렇다면 나와 네가 전력으로 맞붙는다면 너는 누가 이긴다고 생각하더냐?]

이성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시혁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겠지. 인간은 짐승처럼 단순하지 않으니 말이다. 우린 발톱이 아닌, 무기를 사용하고. 이기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으니……. 그런데 시우의 감은 야생의 그것과 같다.]

탁.

이성환은 권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무기는 빌런과 괴수를 제압할 수 있게 해주는 물건. 시티가드들의 전부였다.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자신이 이길 수 있을지. 아니면 패배할지. 직감적으로 알아차리지. 하지만 녀석에겐 짐승과 달리 상황을 역전할 나의 전술이 있다.]

곰곰이 이성환의 이야기를 듣던 이시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말은…….]

[야생에서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실수는 곧 죽음이지. 녀석에게 전투란 그런 것이다. 확신이 없다면 절대로 승부를 보지 않아. 그게 내가 녀석을 높게 사는 점이다.]

이시혁도 이시우의 천재성은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헌터가 실수를 통해 얻는 과정을 이시우는 전투에 임하기도 전에 알고 있었다. 그건 머릿속의 시뮬레이션만으로 정확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다면 그건 시티가드에 정말로 필요한 힘이겠군요.]

[그래. 사격은 물론 전술에 이르기까지 녀석은 헌터와 어울리지 않아. 헌터계에선 그저 F급 특성의 평범한 사수일 뿐이니까. 차라리 그보다는 나처럼 총장의 자리가 어울리는 인재다.]

그렇게 이시우는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숫자와 계산을 배울 때, 혹한의 추위 속에서 잔열을 식히며 사격을 했다. 스파이가 되어 자신의 감저을 숨기고 웃는 법을 배웠고, 총구를 겨눠 괴수의 숨을 거두었다.

처음 총을 잡았을 때의 두근거림은 사라지고, 가장 좋아하던 사격이 가장 싫어하는 일로 변했다.

‘그렇게 10년.’

어려진 이시우는 자신의 총을 바라보았다. 국가 대항전 때만 해도 자신이 총을 잡은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총을 잡아도 즐겁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역시 난…….’

어려진 이시우가 총을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자. 에이미는 말 못할 섬뜩함을 느꼈다.

‘머리가 터진 장난감 병정들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어…….’

지금까진 몰랐었지만 에이미는 확신이 들었다.

‘이시우 무서워! 완전 돌았어!’

그러나 이시우의 엄청난 활약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에이미. 그러나 에이미의 오해와 다르게 이시우는 사쿠라와 있었던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오늘은 500미터 어때? 진 사람이 소원 들어주기~ 응?]

처음에는 신경 쓰인 정도였다면 솔직히 이젠 사쿠라와 있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인정하긴 싫지만 사쿠라와 함께했던 따뜻한 생활에 마음이 놓이는 건 사실이었다.

[총 쏘는 거 어려워?]

[왜 배워보게?]

[그냥. 궁금해서. 어? 흐응~ 왜, 나한테 가르쳐 주게?]

[……그럼 너도 활. 나한테 가르쳐주던지.]

처음 총을 잡았었던 그날처럼 계속되는 두근거림.

[냠.]

좋은 일이었다.

[바보~ 뭘 그렇게 묻히고 먹어~]

총에 관해 새겨졌던 이시우의 나쁜 기억은 어느새 기쁜 기억들로 덧 씌워지고 있었다.

‘사쿠라 덕분이겠지.’

민망함에 표현은 어려워도.

이시우는 자신의 변화를 자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가 모두 사쿠라 덕분이라는 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총을 쏘는 게 즐거워…….”

갑자기 이시우가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에이미는 얼굴이 울상으로 변해 있었다.

‘병정들의 잔해를 보며…… 흐갹, 무서워…….’

그러나 이시우의 혼잣말은 멈추지 않았다. 생각을 가로막았던 안개들이 걷히고 모든 게 명확해진 기분이었다.

“지금의 난 ……강해.”

“어, 으응……. 넌, 넌 강해…….”

“이젠 흔들리지 않을 거야. 난 뭐든 맞출 수 있어.”

어려진 이시우가 작은 손으로 꽈아악- 주먹을 쥐며 다짐을 하자. 에이미는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응, 응 다 할 수 있서……. 다 맞출 수 있어! 엄청 강하더라!”

공포에 질려 싹싹하게 이시우의 비위를 맞추는 에이미. 얼마 걷지 않아 숲을 벗어나자. 총을 쥔 이시우는 개운하게 숨을 내뱉더니 에이미에게 말을 걸었다.

“이쯤이면 되겠네.”

지금 이시우와 에이미가 서 있는 곳은 마치 구역이 나뉜 듯 숲과 장난감 블럭성의 중간 지점이었다.

그러나 이시우는 다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야하는 상황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우응? 여, 여기? 여긴 아무 것도 없는데? 흐움, 다른 사람들을 발견하려면 건너가야 하지 않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에이미는 의아해했지만 이시우는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근데 내가 왜 추격자를 전부 처치한 거 같아?”

사아아.

이시우가 설명을 시작하자, 에이미는 그제야 이시우의 빛나는 눈을 바라보았다. 이시우의 천리안은 먼 곳, 막혀 있는 저 너머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시우는 볼 수 있었고, 자신은 보지 못했던 풍경은 무엇일까?

툭.

이시우는 포켓에서 무언가를 꺼내 플라스틱 다리에 놓았다.

“어랴?”

당황한 에이미의 눈앞에 보이는 건 째각째각- 소리를 내는 사제 폭탄이었다.

“그건 내가 이 세계의 진실을 봤기 때문이야. 생각해봐. 어떻게 상대는 어떻게 우리의 시작점을 알고 숲을 수색하고 있었지?”

“으음. 그건…….”

이시우의 질문에 에이미는 골똘히 생각을 했다.

“참가자가 많은 10층에서 탑이 우리의 목표를 방해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그건…….”

하지만 대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해답을 말하는 건 진실을 본 이시우의 몫이었다.

“우리를 떨어트려 놓는 거야. 그렇기 위해선 우릴 영영 만날 수 없도록 두는 게 유리하겠지. 예를 들어서 서로 다른 세상에서 시작하게 만든다든지?”

이시우의 이야기에 에이미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건 반칙인데…….”

“비유일 뿐이야. 상대에게 그런 거창한 힘은 없으니까 다만. 이상하지 않아? 이 초콜릿 강. 과자로 이루어진 숲. 이런 세상이 존재할 리 없잖아. 만약 있다면…… 누군가 만든 게 아니겠어?”

누군가 토이월드의 세상을 만들었다는 이시우의 이야기. 에이미는 그제야 갈피를 잡고 있었다.

“그럼 파티원들을 찾으려면…….”

“비겁한 녀석들이 만든 이 세상을 부숴야지.”

파아아앙!

이시우의 말이 끝나자 폭탄이 터져 엄청난 폭발이 발생했다. 이시우는 에이미의 뒷덜미를 낚아채더니 반대편 손으로 포켓에서 준비해둔 실드 배리어를 펼쳤다.

화아아아!

플라스틱 바닥에 구멍이 생겨나며 이시우와 에이미는 고공 낙하를 시작했다.

“으갸하악! 떨어진다아아아-!”

아무리 떨어져도 주위의 풍경에는 구름만 가득했지만 이내 서서히 둘의 시야에는 새로운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5분 32초.

이건 맨손이었던 신유성이 장난감 성 전체를 박살내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오…….”

어려진 아델라는 조그마한 입을 벌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의 옆에는 블럭 골렘의 머리통이 나뒹굴었고, 공성전을 펼치던 장난감 병정들은 완전히 부서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신유성은 장난감 병정들과 어려진 헌터들이 힘을 합쳐 싸운다는 토이 월드의 밸런스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괴물이었다.

“블럭으로 이루어진 괴수들은. 머리를 떼어내도 움직일 수 있구나. 아델라 이 녀석들은. 이렇게…… 완전히 부숴야해. 알았지?”

아델라는 신유성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끄덕끄덕 고개를 움직였다.

“좋아요…….”

말 수는 적어졌지만 아델라는 신유성에게 꼭 달라붙은 채로 말을 잘 들어주었다. 이건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오히려 신유성과 아델라가 어린아이의 몸에 동화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한시라도 빨리 토이월드를 탈출해야 하는 이때 아델라는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기, 별똥별…….”

아델라의 뜬금없는 이야기에 신유성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건 별똥별이 아닌 이시우와 에이미였다.

“갸하아악! 이거 어떠케 멈춰!?”

“걱정 마. 충격 완화 배리어를 가져왔어. 낙하만 잘하면 뼈 두 개 정도로 퉁 칠 수 있어.”

이시우는 이미 폭탄을 터트린 순간부터 부상을 각오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에이미는 눈이 커진 채로 그갸악! 소리를 쳤다.

“살려죠!”

반면 모든 상황을 파악한 신유성은 떨어지는 이시우와 에이미를 잡아내기 위해 빠르게 소리쳤다.

“아델라. 발판!”

비록 나이는 어려졌지만 아델라의 능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곧바로 연산을 시작한 아델라는 신유성의 발밑에 얼음발판을 만들어냈다.

탓! 탓! 탓!

발판에 발이 닿는 순간 계속 점프를 하며 올라가는 신유성. 둘과의 거리가 좁혀지자 신유성은 양 다리에 마나를 부여했다.

탓!

월영보법(月影步法)

얼음 발판에서 도약한 신유성의 모습이 잔영이 되어 공중에 새겨졌다.

추락의 힘을 되돌리며 둘을 받아내는 신유성. 어느새 신유성의 왼손과 오른손에는 이시우와 에이미가 들려 있었다.

*     *      *

포로가 잡힌 동굴.

오르카의 입 속으로 들어간 김은아는 심심한지 괜히 툴툴 거렸다.

“힝. 스미레. 나두 나가서 싸우고 싶엉…….”

“이 감옥만 나가면 저희도 싸울 수 있을 텐데요…….”

스미레가 그럼 김은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축 처져 있던 김은아는 왠지 힘이 났다.

“맞아! 갑자기 동굴이 무너지고 철창이 부서진다던지? 나 그럼 다 찌릿찌릿 할 수 있는데!”

잡혀가는 스미레를 본 이후, 김은아는 전기를 사용하는 두려움이 어느 정도 사라진 모양이었다.

스미레와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서워도 전기를 사용 할 수 있다는 게 김은아의 의지.

“유성이가 구해주러 오면 좋겠당.”

“꼭 오실 거예요.”

“그래? 그렇지~ 근데 스미레 안 추워? 나, ……너라면 오르카를 껴안는 걸 허락해줄게!”

김은아가 오르카의 지느러미를 파닥거리며 인심을 쓰자, 스미레는 그녀의 호의를 거절 할 수 없었다.

“……그, 그럼 조금만 껴안고 있을까요?”

“당연하지. 근데 다른 사람은 절대 안 되는 거 알지? 너만이야.”

결국 스미레는 오르카를 안았다.

그러자 오르카의 안에서 꿈틀거리는 김은아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런 확실한 힐링이…….’

귀여운 걸 좋아하는 스미레에게 포근한 인형의 촉감과 어려진 김은아의 조합은 제법 콤비가 좋았다.

탑을 공략하느라 생긴 피로가 녹아가는 그때.

콰아아앙!!

동굴의 천장이 부서지며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내가 여기 있다고 했지.”

특성으로 눈을 빛내는 이시우.

“캬캬, 다들 잡혀 있었네? 지금까지 살아남은 내가 승자 맞지?”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드는 에이미.

“……귀여운 인형.”

오르카에 관심을 보이는 아델라까지 드디어 전원이 모여 파티가 완전체가 되는 순간이었다.

*     *      *

지금 토이킹은 기분이 좋았다.

제1구역.

제2구역.

제3구역.

‘각 구역마다 2명씩 나누어둔 덕분에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어.’

김은아와 스미레를 잡아둔 지금.

남은 4명만 쓰러트리면 토이킹은 이번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래. 난 목표가 있다고. 여기서 쓰러질 잔챙이가 아니지.’

대부분의 보스는 도전자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토이킹은 명백히 탑과 도전자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건 이런저런 물건들에 의식을 옮겨 다니는 토이킹의 특성 덕분이었다.

그래서 토이킹은 기껏해야 3급 보스에 불과한 잡졸이었지만. 고위급 보스인 라플라스가 이전 세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토이킹 역시 이전의 기억과 탑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탑에서 몇 없는 특이한 케이스.

그 지식으로 전황을 유리하게 만든 토이킹은 다시 상황을 확인했다.

‘그럼 남은 녀석들이 어디 있는지 확인해볼까?’

하지만 모니터의 1구역에는 이시우와 에이미가 없었다.

‘어?’

마찬가지로 2구역에도 신유성과 아델라가 없었다.

‘으음!?’

화면을 3구역으로 바꾼 후에야 토이킹은 곰인형의 주먹으로 블록으로 이루어진 책상을 내리쳤다.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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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게 장난감 병정의 목을 비트는 신유성. 채찍으로 교살을 시도하는 에이미. 오르카를 무기로 휘두르며 무쌍을 찍는 김은아.

손짓 한 번에 상대가 얼어붙는 아델라. 병정들의 잔해로 거대한 산을 쌓은 이시우. 해골들을 소환한 채, 응원하는 스미레.

토이킹이 토이월드를 지배한 이래 맞이한 적들 중.

‘이걸 어떻게 이기냐.’

신유성의 파티는 역대 최강의 전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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