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65화 (165/434)

제165화

이번 시험의 걸어 다니는 재앙.

신유성이 자신의 점령지에 온다는 소식에 자타공인 수제인형 만들기 장인 황인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김진성에게 말했다.

“……망했군.”

산등성이를 따라 오르며 이미 3개의 점령지를 박살냈다고 한다. 심지어 자신의 기지에 팀원을 모두 배치하고, 신유성은 혼자서 신물 사냥을 하고 있었다.

“아직 포기하긴 일러! 우리가 막는다는 선택지는…….”

“범고래와 펭귄. 개미핥기와 개미의 싸움. 아무리 토끼가 열심히 싸워도 게으른 사자를 이길 순 없지. 그것이 바로 자연의 섭리니까.”

황인영은 알기 힘든 소리를 하며 중얼거렸지만 김진성은 찰떡같이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방법은 있을 거야. 신유성 걔 우리랑 다트도 던지고 잘 놀았잖아.”

“우리랑 논 거 아님. 김은아랑 논거지. 후우- 오르카. 내 걸작이었는데. 용서 해주지 않으려나.”

황인영은 기계처럼 끊어 말을 하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앗- 하고 소리를 내더니 주섬주섬 포켓에서 신물들을 꺼냈다.

“오. 나 아이디어. 번뜩임.”

“뭔데?”

“고양이는 독립적인 생물. 하지만 길 고양이는 살기 위해서 패거리를 만듬. 생존을 위해 대장냥이에게 공물을 바침.”

“그, 그래서?”

황인영이 하는 동물 이야기는 대부분이 만화를 보고 배운 터라 믿을 게 못 된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확실히 뛰어날 때가 많았다.

“우리 작전은 점령당하기 전에 먼저 신물을 바친다. 점령지도 지키고. 상대는 시간도 아끼니까. 둘 다 좋음!”

김진성은 뭔 그딴 말이 있냐고 반문하고 싶었다.

하지만 박수현이 나간 지금, 둘이서 점령지를 지키는 것도 벅찬 와중에 신물까지 욕심내는 건 바보 같은 일.

“……차라리 신물을 신유성한테 줘버리고. 점령지를 지키자는 거지?”

생각에 빠진 김진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황인영에게 말했다.

“……나쁘지 않은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썩 괜찮았다.

“그렇지? 모두 뺏기는 거보단. 신물만 뺏기는 게 나음. 등수 유지도 좋음.”

이젠 끊어 말하는 황인영의 목소리도 논리정연하게 들릴 지경.

김진성은 아예 황인영이 챙기던 신물을 직접 들고 성 밖으로 달려 나갔다.

*     *      *

혼자 박살낸 점령지만 3개.

신유성은 이번 점령지도 3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국가대항전에서 에이스들을 상대로 이겨온 신유성에게 평범한 학생들을 상대하는 건 너무 쉬웠다.

단 1번의 공격도 막아내지 못하는 게 대부분.

그렇게 무패를 자랑하며 상대를 박살내온 신유성을 당황하게 만든 건, 의외로 중위 급의 성적을 가진 황인영과 김진성이었다.

“여기 신물.”

“우리가 가진 건 모두 내놓을 게, 혹시 숨겨뒀을지. 의심이 되면 우리 점령지에 와도 좋아. 우리 포켓을 확인해도 좋고.”

아직 전투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미리 신물부터 내놓다니.

“……너희 이건?”

신유성이 의아한 얼굴로 신물을 바라보자. 김진성은 준비했던 멘트를 칼같이 뱉어냈다.

“어차피 이번 시험에서 차지할 수 있는 점령지는 하나잖아. 탈락시켜도 점수는 없고! 그러니까 신물만 가져가줘! 모두 내놓을 게!”

“나도 부탁드림. 잊은 건 아니지. 나 오르카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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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은 간절한 표정으로 부탁하며 손을 교차시켜 싹싹 비볐고, 황인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오르카를 언급하며 자신을 어필을 했다.

‘이번 시험의 규칙을 생각하면. 굳이 탈락시킬 필요는 없겠지.’

이미 점령지를 가지고 있는 팀은 다른 팀의 점령지를 공격할 이유도 없었고, 신유성에게 신물을 전부 준 이상 라이벌도 되지 못할 상대였다.

‘거기다 범고래 인형은 은아가 엄청 좋아하기도 했으니까.’

고민을 끝낸 신유성은 흔쾌히 신물을 받았다.

“좋아.”

한쪽은 공물을 바치고 목숨을 부지하고, 나머지 한쪽은 시간을 아끼게 되는 거래. 손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     *      *

운사의 정상에서 출발한 주하진과 서큐버스는 언데드 부대를 대동해 진격을 거듭했다.

비록 전투에 특화된 보스는 아니었지만 서큐버스는 무려 5급 보스.

매혹을 사용하지 않아도 일반 학생들을 상대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거기다 스미레가 따로 운용하는 언데드 부대는 듀라한을 필두로 이곳저곳에서 신물을 빼앗았다.

심지어 아직 학생들이 찾아내지 못한 숨겨져 있는 신물들까지 착실하게 회수해오는 스미레의 해골들.

“딱, 따다닥!”

“오, 용의 비늘을 찾으셨군요. 벌써 신물이 5개나 모였으니 주군께서 분명 기뻐하실 겁니다.”

데스나이트가 듀라한이 되며 머리를 찾고 지능이 높아지자. 부대의 효율은 몇 배나 증가했다.

그저 우르르- 몰려가서 혼쭐을 내주는 수준을 넘어 스미레의 명령이 없어도 간단한 전략 정도는 펼칠 수 있게 된 언데드 군세.

스미레의 수비대와 주하진과 서큐버스의 모든 신물을 더하면 숫자는 11개였다.

그건 가온이 구류섬에 퍼트려놓은 신물의 3할이 넘는 숫자. 이미 시험의 밸런스는 신유성과 스미레의 선에서 완벽히 파괴되어 버렸다.

*     *      *

김은아. 에이미. 레니아.

시험 중에 시작된 소녀들의 티타임은 더욱 열기를 띄고 있었다.

“뭔가…… 가만 두질 못하겠고. 묘하게 신경 쓰인단 말이지.”

김은아가 홍차를 홀짝이며 말을 하자. 레니아는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헉, 근데 그거 뭔지 알 거 같아! 뭔가…… 애를 물가에 내놓은 느낌?”

“무슨 느낌인지 전혀 모르겠거든.”

김은아가 일축하자. 얌전히 이야기를 듣던 에이미는 쿠키를 집어먹으며 말했다.

“쩝, 쩝. 그래됴 씬기하네. 은아 네가 그렇게 신경 쓰는 사람이 다 있구…….”

에이미의 상담 시간.

“난 그래도! 믿었는데! 걔가! 도망치는 거야! 그래서 덩치 큰 괴수가 코앞까지 파아악! 달려오더니!”

레니아의 개그 실화.

“보통 그런 건 두 자릿수에서 시작이지.”

“10, 10억!?”

김은아가 말해주는 부자의 세계.

성격도 달라 보이고 접점이 적어 보이는 셋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이야기는 돌고 돌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모처럼 즐겁게 노는 3인의 여학생.

그렇게 한창 서로의 이야기에 몰입 한순간.

[시험이 종료 되었습니다.]

셋의 포켓에는 시험 종료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험 내내 정말 놀기만 한 것이다.

*     *      *

[시험이 종료 되었습니다.]

[기말 평가 구류섬 시험의 점수가 곧 공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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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신유성] [이채현] [민성혁]

[도합 점수: 240]

2등- [스미레] [이시우] [주하진]

[도합 점수: 210]

3등- [김은아] [에이미] [레니아]

[도합 점수: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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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팀이 합쳐 도합 25개.

김은아 에이미 레니아까지 합한다면 27개. 신유성과 파티원이 차지한 신물의 개수는 약 9할에 해당했다.

“강한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무슨……. 학년 전체가 쓸 점수를 파티 하나가 다 차지하다니…….”

소해정이 골머리를 썩히는 것도 당연한 일. 그 와중에 린샤오는 눈치도 없이 장난을 던졌다.

“다음 시험에는 신물을 한 300개는 만들어야겠군요.”

하지만 린샤오는 소해정이 눈을 가늘게 뜨자 금방 꼬리를 내렸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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