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46화 (146/434)

제146화

투명한 유리가 둘러진 방.

[트레이닝 룸-회피 커리큘럼]

[난이도-6Level]

[code-GA-SN2 신유성]

[사용자 인증이 완료 되었습니다.]

신유성이 홀로그램을 확인하자.

위잉-

기계음 섞인 바람 소리가 주변으로 흘러 넘쳤다.

탕!

그와 동시에 신유성을 향해 쏘아진 마나탄. 신유성은 몸안의 마나를 가볍게 끌어 올렸다.

‘초감각 덕분인가? ……바람의 결까지도 확실히 느껴져.’

마나탄의 속도는 초속 400미터.

권총의 총알과 비슷한 속도였다. 일반적인 학생들이라면 이 정도 거리에서 반응하기 조차하기 어려운 공격. 하지만 초감각을 각성시킨 신유성에겐 그런 속도조차 너무 느렸다.

‘지금이라면 할 수 있어.’

신유성은 마나탄의 속도와 궤도를 예측했다. 마나탄의 도착 지점을 알게 되고 성질을 꿰뚫은 이상 간단한 일이었다.

그 다음은 이 모든 결과를 비틀어주는 과정. 신유성은 마나탄과 같은 파장을 맞춰, 마나를 공명시켰다.

투신류 5장 파류공명(波流共鳴)

신유성의 손에서 아름답게 흩어지는 푸른빛의 마나.

위잉! 팡!

제일 먼저 쏘아진 마나탄이 신유성의 파장에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성공했다.’

이게 바로 가장 기본적인 종류의 마나 공명. 평범한 헌터라면 일생에 한 번도 보기 힘든 진귀한 현상을 신유성이 인위로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신유성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스윽!

두 번째 총알이 날아오는 궤도에 신유성이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같은 양의 마나를 공명 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화악!

간결한 손동작과 함께 불어오는 바람. 파동처럼 일어났고 이번에는 마나탄의 궤도가 신유성이 원하는 방향으로 틀렸다.

파앙!

신유성을 향해 쏘아졌던 마나탄이 반으로 잘려 대각선으로 흩어졌다. 타인의 스킬을 단순한 마나 조절로 무효화 시키고, 힘의 궤도를 비틀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쩌면 마나공명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게 된 최초의 헌터.

신유성은 담담하게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아직 원형을 유지하는 건 어렵군.’

신유성은 궤도를 비틀어낸 마나를 조금 더 원형을 유지하고 싶었다.

만약 거기까지 성공한다면 단순히 상대의 공격을 없애는 게 아닌 이용을 할 수도 있었다.

‘초감각에 더 익숙해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겠지.’

오전의 몸 풀기는 이걸로 끝.

신유성은 이번 경기에 대한 모든 준비를 이미 끝마친 상태였다.

이제 남은 건 동료들과 함께 증명하는 과정.

‘그럼 가볼까.’

신유성은 옅게 웃으며 트레이닝 룸을 나섰다.

*     *      *

시계탑 아카데미의 부실.

가온의 파티원들은 신유성을 기다리며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저어, 간식이랑 차라도…… 내올까요?”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탓에 멋쩍게 웃으며 눈치를 보는 스미레.

“아니.”

김은아는 고개를 저은 후, 스미레와 에이미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번 경기의 마지막 멤버. 누구일까?”

김은아는 턱을 괸 채 흐음- 하고 파티원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경기의 마지막 멤버. 대체 누구야?”

서로를 바라보며 눈치를 보는 스미레와 에이미. 원래 파티의 전력으로 내세웠던 스미레가 성자의 구로 출전을 못하게 된 지금. 예비 후보는 얼마 남지 않았다.

결국 슬그머니 손을 드는 에이미.

“아, 아무래도 나 아닐까? 스미레는…… 성자의 구 때문에 못 나가니까…….”

“너, 요새 특성은 써봤냐?”

다 알고 있다는 얼굴로 김은아가 던지는 꽉 들어찬 돌직구. 에이미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 안 했습니다……. 아니! 못했습니다! 나 엄청 바빠요! 하루 중에 16시간을 불려 다녔다니까!?”

에이미가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가며 억울함을 표하자. 김은아는 인상을 찡그렸다.

“헌터가 수련을 게을리 하는 게 자랑이야? 아주 빠져가지고…….”

김은아가 팔짱을 끼고 한심하다는 듯 쯔쯧- 하고 혀를 차자. 에이미는 절로 울상이 됐다.

“으, 은아 변했어! 너 언제부터 이렇게 열정 넘치는 캐릭터가 된 거야. 다, 당신…… 누구?”

에이미는 김은아의 변한 태도에 충격을 받았는지 스미레의 팔에 안겨 울먹이듯 물었다. 하지만 정신이 개조된 상태.

“헌터가 됐으면 하루 12시간 정도는 수련 하는 게 기본 아니야?”

김은아가 신유성의 기준에서 배운 기본을 어필하자. 에이미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누가 널 그렇게 만든 거야!? 그런 잔인한 스케줄은 처음 들어봐! 그렇게 하면 죽어!”

“안 죽어.”

“아니 죽어!”

“내가 그렇게 했는데?”

“미, 미쳤어. 역시 넌 내가 알던 은아가 아니야……. 빨리 자백해 당신 누구야…….”

김은아와 에이미가 티격태격 서로 한참을 주고받던 와중에 스미레는 둘의 사이에서 중재를 했다.

“그래도! 이번 경기에서…… 에이미 씨가 이길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승부는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 니까요?”

스미레가 둘의 눈치를 보며 말꼬리를 흐리자. 에이미는 씁쓸한 얼굴로 웃었다.

“그래? 내가 그 파티에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존재할까……. 다 세븐넘버들이던데……. 사, 사실 난 파티에서 내가 마스코트 정도인 줄 알았지 뭐야……. 홍보단장이나 캐릭터 같은 그런 거…….”

자신감이 낮아진 에이미 덕분에 부실의 분위기는 초상집이 되어 있었다. A반의 출신으로서 에이미도 가온의 학생들 중에선 강한 편이었지만 세븐넘버와는 확실히 거리가 있었다.

벌컥.

그때 열리는 부실의 문.

입구에서 보이는 신유성의 모습에 스미레는 표정이 밝아졌다.

“유성 씨!”

스미레는 소파에서 일어나거나 눈이 커지는 둥 묘하게 들뜬 움직임을 보였다.

“다들 기다리고 있었지?”

신유성이 평소처럼 파티원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자. 에이미는 흐흐흐- 거리며 허탈하게 웃었다.

“파티장님. 전 이미, 각오가 됐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저, 죽는다는 각오로 목숨을 걸겠습니닷!”

그리곤 결의에 찬 포부를 밝히며 에이미가 소리를 쳤다.

“어련하겠니. 다치지만 마.”

칭찬에 인색한 김은아의 걱정.

“에이미 씨는 분명 해내실 수 있어요! 이번 경기도 승리해버리죠!”

짝짝짝-

부드럽게 웃어주며 박수를 치는 스미레. 하지만 신유성은 멋쩍은 얼굴로 웃고만 있었다.

“미안. 에이미.”

“넵?”

“이번 경기의 마지막 출전자는 따로 있어.”

충격적인 신유성의 발언.

에이미가 에- 하고 놀란 눈으로 멍을 때리고 있을 때, 열려있는 문으로 스윽 누군가 걸어 들어왔다.

작은 키와 익숙한 얼굴.

하지만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지는 여유로운 분위기.

“안녕. 오랜만이지?”

16594423618602.jpg 

상상도 못한 이시우의 등장에 부실은 한바탕 왁자지껄하게 소란이 일어났다.

“이건 또 무슨 이야기래!?”

“이시우 씨였구나…….”

“우와…… 내가 아니야.”

놀라서 눈이 커진 김은아.

아하- 하고 수긍하는 김은아.

어쩐지 기뻐하며 안도하는 에이미.

각기 다른 셋의 반응에 이시우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게 됐다. 이번 경기는 내가 나가기로 했어.”

하지만 김은아는 이시우의 실력을 믿지 않는 듯 의심에 눈초리였다.

“유성아 진짜, 얘가 영국 팀을 이길 수 있어?”

“그래. 은아야. 내가 보증할게, 난 시우의 실력을 믿어.”

파티장인 신유성의 보증에 김은아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지만 의심이 가는 건 마찬가지. 이시우는 어느정도 김은아의 반응을 예상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돼. 근데 걱정은 됐고, ……맡겨만 두셔. 이제 난 고민하지 않거든.

김은아는 의심에도 이시우는 그렇게 말을 하며 여유롭게 웃었다. 실력은 몰라도 분위기가 변한 건 확실했다.

이시우는 옆에 있는 신유성을 슬쩍 올려다보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미안하다, 유성아 역시 지금까진 짐만 됐던 거 같네.”

이시우는 변할 기회를 준 신유성이 고마웠다. 신유성은 이시우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기다려준 유일한 인물이었다.

이시우의 아버지조차 가능성을 의심하며 헌터에 맞지 않는다며 시티가드를 추천했지만. 신유성은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도 기다려주었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믿고 따를 수 있는 진정한 파티장. 이시우는 신뢰감이 가득 찬 눈으로 신유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맙다. 네가 아니면 누가 날 믿어주겠냐?”

하지만 김은아는 둘의 훈훈한 분위기에도 휘둘리지 않고, 소파에 앉아 시큰둥한 얼굴로 턱을 괴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강해졌단 말이지? 뭐, 나도 ……유성이를 믿으니까.”

그래도 결국 허락을 내리는 걸 보면 확실히 유해진 김은아의 성격. 위험을 피한 에이미는 헤실헤실 웃고 있는 게 마냥 기뻐보였다.

“저, 그럼 다들 오셨으니까. 식사라도 하시는 건 어떨까요?”

“아! 좋지 식사! 좋아! 나 그거 먹고 싶어, 스미레 네 닭튀김 카레가 그렇게 맛있다며? 파티장님이 엄청 칭찬하시던데~”

스미레의 식사제안에도 곧잘 호응하는 걸 보면 이제 에이미는 긴장이 풀렸는지 식욕까지 도는 모양이었다.

“유, 유성 씨가 칭찬을…….”

찌이잉-

눈에서 빛을 뿜어낼 듯, 찐한 눈빛으로 신유성을 바라보는 스미레.

“맞아. 네 카레는. 아니, 스미레의 요리는 항상 맛있어.”

신유성이 진심을 담아 칭찬하자.

스미레는 팔까지 걷어 부치며 힘을 냈다.

“그럼! 내일 경기에 힘도 내셔야하니까, 오늘은 닭튀김 카레로 해드릴게요!”

‘……카레.’

갑작스레 정해진 점심 메뉴에도 기대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신유성. 이시우는 그런 신유성에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럼, 유성아 식후에는 이거 먹을까? 사쿠라가 만들어 준 쿠키인데.”

하지만 이시우의 한마디에 스미레와 에이미의 시선이 모두 모였다.

“사, 사쿠라 씨가요?”

“흐응~ 직접 만든 쿠키? 나 촉 완전 좋은데~ 은아야 이거 완전~”

놀라는 스미레와 에이미.

김은아는 이시우의 연애전선에는 관심이 없는지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로 하품을 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반면 신유성은 ‘사쿠라’보다는 ‘쿠키’라는 단어에 관심이 끌린 모양이었다.

‘……수제쿠키인가. 곁들일 음료도 있으면 좋을 텐데.’

역시 신유성은 아직은 이런 쪽에 지식이 없는 둔감한 남자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