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33화 (133/434)

제133화

리버티 섬의 자유의 여신상.

뉴욕에는 그 모든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경기장이 있었다.

경기장이 설치된 곳은 아득한 창공. 일명 공중도시라고도 불리는 하늘섬 (Sky island).

“하늘섬에서 펼쳐지는 국가 대표들의 결전!”

뉴욕을 대표하는 여배우인 로즈메리는 푸른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마이크를 꽉 쥐었다.

“이탈리아와 미국의 자존심이 걸린 다음 종목은!”

다르르르르!!

스크린에서 수많은 종목들이 뒤섞이며 흘러가더니 띵! 소리를 내며 멈췄다.

[배틀로얄]

“자유의 여신이 택한 마지막 종목은 배틀로얄이군요. 화끈한 결전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종목입니다!”

아델라는 자신이 참전하는 결투장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좁은 반경. 은폐나 엄폐물이 없고 평평한 지형.

스윽.

대기석에 있던 아델라가 몸을 일으키자. 레오는 다급히 일어나 아델라에게 말했다.

“……첫 출전은 파티장이신 아델라님 대신 저와 소피아 중 하나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배틀로얄은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식. 라운드와 관계없이 끝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레오는 아델라를 마지막으로 출전시킬 생각이었다.

아델라는 이탈리아 팀이 가진 최대의 전력. 앞에서 2명을 쓰러뜨리더라도 아델라가 쓰러지는 모습은 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아뇨.”

하지만 아델라는 레오의 제안을 거절하더니 천천히 경기장으로 걸어나갔다.

“첫 출전은 제가 나갑니다.”

“그럼 설마…….”

레오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말을 하자. 소피아는 책을 쥔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델라 파티장님께선 혼자서 전승을…… 생각하고 계시겠죠.”

*     *      *

평평한 경기장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아델라와 콜트.

특이하게도 콜트는 총을 든 카우보이처럼 특이한 행색이었다.

“소문이 요란하던걸. 레이디. 꽤나 강하다지?”

콜트의 인사에도 대답이 없는 아델라. 둘의 눈앞에는 홀로그램으로 떠오른 카운터 숫자가 보였다.

이곳은 가상으로 만든 포탈이 아닌 실제 경기장. 둘을 지켜주는 건, 몸에 두른 배리어가 유일했다.

“……가온에서도 1위였다고 들었는데. 영광이야. 내 총은 항상 강자와의 전투를 갈망하거든…….”

[3]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3초.

콜트는 사격 자세를 잡았다. 상대가 얼마나 강하든 이번 경기는 배리어만 부수면 승리.

콜드가 노리는 건 배리어의 파괴였다.

[2]

남은 시간은 2초.

콜드는 권총에 장전한 강화탄을 생각하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아델라를 탈락시킬 방책은 이미 준비해뒀지.’

콜드가 장전한 강화탄의 효과는 마나저항. 탄환에 닿는 일정 수치의 마나를 파괴할 수 있었다.

닿는 것만으로 마나 배리어를 부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결국 홀로그램에 적힌 숫자가 1로 변하고.

파앙!

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홀로그램은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시작!]

‘이 한 발로 끝이다!’

타아앙!!

[불릿 타임(Bullet time)]

콜트의 특성인 [속사].

콜드의 총알은 순식간에 아델라의 얼굴 앞까지 다가왔다. 배리어에 닿기만 하면 전투는 이대로 끝.

“어?”

하지만 콜트는 눈앞에 펼쳐진 믿기 힘든 상황에 짧은 감탄사를 뱉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콜트의 탄환이 허공에서 멈춰 선 것이다.

아델라는 제 자리에서 손을 올리더니 검지를 까딱- 움직였다.

툭.

하고 허공에서 떨어지는 탄환.

아델라는 너무나도 무감한 얼굴로 콜트를 바라보았다.

“이게 끝인가요?”

“어, 어떻게……. 내 탄환에는 마나를…….”

콜트의 질문에 대답 대신 손을 움켜쥐는 아델라.

좌아악! 쩌적!

아델라의 냉기는 허공을 얼리며 벽을 만들어냈다. 이 지독한 냉기와 함께 주변에 퍼진 얼음 결정은 그녀가 행사할 수 있는 물리적인 힘이었다.

탄환을 얼렸다는 건 그저 콜트의 착각이었다.

“……알겠다.”

아델라가 통제하는 건 그녀의 주변에 있는 공간 전체. 마나를 흡수하는 정도로는 뚫을 수 없었다.

탄환의 속도.

탄환에 담긴 나아가는 힘.

아델라는 자신의 공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통제했다.

공간 전체를 얼려버린 것이다.

그 공간 안에서 자유로운 건 오직 아델라 자신. 지금까지 콜트가 만난 특성들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었다.

쩌저적!

자신의 손에서 들리는 섬뜩한 소리. 콜트는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방아쇠를 당기려던 콜트의 오른손은 이미 권총과 함께 얼어붙었다.

“힘 조절이 필요하겠군요. 배리어를 파괴할 정도로만…….”

아델라는 담담하게 말을 내뱉더니 검지로 콜트의 머리를 가리켰다.

파아악!!

검지에서 화살처럼 쏜살같이 튀어나가는 고드름.

파자자작!!

아델라의 고드름은 콜트의 눈앞에서 스파크를 튀기더니 배리어를 부숴버렸다.

와장창!

조금이라도 더 마나를 부여했다면 콜트의 머리통이 뚫렸을 상황.

툭.

콜트는 긴장한 나머지 자리에 주저앉았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 전투로 콜트는 아델라와 자신의 격차를 알게 됐다.

‘괴물…….’

[승자-아델라 오르텐시아]

[스코어 1:0]

이제 하이웨이스타 아카데미에는 2명의 학생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아델라가 출전한 순간 스코어는 이미 결정됐다.

[스코어 3:0]

3전. 전승.

혼자서 모든 학생들을 탈락 시킨 아델라는 긴 속눈썹을 내리깔며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시시해.’

경기장의 모든 카메라의 주목을 받으면서도 아델라는 속으로 누군가를 떠올렸다. 지금까지 자신을 두근거리게 만든 유일한 사람.

이전보다 몇 배나 강해진 아델라는 신유성을 떠올리며 옅게 웃었다.

*     *      *

김은아. 17세.

신성그룹 김석한 회장의 손녀딸로 태어나 사랑을 독차지하며 손가락 하나 물에 적셔본 적이 없는 재벌 중의 재벌.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오늘은 김은아가 태어난 이래 가장 고생한 날이었다.

타이어를 밧줄로 매고 산악 행군.

마나를 봉인하고 1급 괴수 잡기.

폭포 맞으며 마나 운용하기.

평소의 김은아가 생각한 수련은 깨끗하게 정돈된 이미지 룸에 들어가 몬스터 몇 마리를 잡고 나오는 정도였다.

하지만 신유성이 가르치는 수련은  김은아에겐 너무나 벅찼다.

“이건, 이건 이상해……. 유성이 쟨 제정신이 아니야…….”

나무 테이블에 앉아 얼이 나간 상태로 중얼거리는 김은아.

스미레는 그릴을 보며 만족한 듯 웃고 있었다.

“하~ 이 그릴 진짜 잘 구매했어요! 마침 포켓에도 들어가고…….”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꼬챙이를 뒤집는 스미레. 김은아는 멀쩡해 보이는 스미레의 모습에 눈을 가늘게 떴다.

“야. 스미레. 넌 오늘 여기서 무슨 수련했어?”

“저요? 아, 저는……. 언데드 던전 공략이었어요! 릴리스 씨랑 데스나이트 씨랑 같이…….”

스미레의 설명에 김은아는 신유성에게 소리쳤다.

“야! 나도 저런 거 할래! 던전 공략 그런 거!”

김은아는 신유성의 무식한 신체 수련 따윈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김은아가 원하는 건 스미레처럼 평범하게 던전을 공략하는 것.

신유성은 결국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마나를 봉인하고. 던전 공략으로 할까?”

“아니 있는 마나를 왜 자꾸 봉인한데?!”

신유성의 대답에 길길이 날뛰는 김은아. 하지만 신유성이 이런 수련을 고집하는 것엔 이유가 있었다.

“그건 집중력의 유지 때문이야.”

“그건 아까 설명했다고…….”

“은아의 특성은 이미 충분히 강해. 파괴력도 범용성도 뛰어나지. 하지만 신체의 단련은 6살 정도야.”

신유성이 폄하한 김은아의 신체 능력은 6살. 김은아는 억울함에 소리쳤다.

“아니 또 무슨 기준으로 6살이야. 나처럼 움직일 수 있는 6살이 어디 있는데?”

그러자 슬쩍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신유성. 김은아는 결국 억울함에 소리쳤다.

“그건 네가 이상한 거야! 으흐, 내가 평균인 거라고…….”

정신이 나간 김은아는 히히- 하고 웃음소리를 내며 계속 중얼거렸다.

“흐흐흐…… 대체 내 허리에 타이어는…… 왜 매다는데?”

“신체의 강인함이 유지력을 올려주거든.”

김은아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해주는 신유성.

“물속에서 숨은 왜 참아?”

“집중력 강화의 일환이야.”

“……그럼 마나를 봉인하고 1급 괴수랑 싸우는 건?”

“체술을 이용해서 네게 새로운 전투를 가르칠 생각이야.”

툭툭- 김은아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고민도 없이 나오는 신유성의 대답.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리던 김은아는 침을 삼키며 물었다.

“……흐흐, 이, 이거, 얼마나 더 해야 해? 오늘이…… 오늘이 끝이지 유성아? 응?”

김은아는 전부 내려놓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만약 이런 수련을 계속한다면 김은아는 정말 미쳐버릴지도 몰랐다.

“한 4일에서 5일 정도?”

반면 해맑게 웃는 신유성.

“으흐으, 흐흐흐…….”

김은아는 그저 웃었다.

충격적인 현실에 정신이 나간 모양. 멀리서 바비큐의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데도 입맛이 없을 정도였다.

“자! 오늘 메뉴는 바비큐입니다!”

고기와 야채가 꿰어진 꼬챙이와 함께 접시를 내놓는 스미레. 김은아는 힘없이 꼬챙이를 쥐었다.

지금까지 식사가 영양소의 균형과 미식(美食) 때문에 먹었다면 오늘의 식사는 살기 위해서였다.

‘안 먹으면 죽을 거 같으니까…….’

어쩔 수 없이 고기를 한입 베어 물고 우물거리는 김은아.

하지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충격적인 맛이 자르르- 입 안에서 퍼졌다.

스미레가 김은아의 입맛을 생각해 직접 만든 소스와, 일부러 표면을 오버쿡해서 만들어낸 환상적인 불 맛의 향연.

양념이 잘 배어든 부드러운 고기가 입안에서 녹자. 김은아는 힘든 것도 잊고 고기를 계속 베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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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씨…… 힘들, 어 흑, 죽겠는데밥은…… 또 왜 이렇게 맛, 있고 난리야…….”

김은아는 꾸역꾸역 바비큐 꼬치를 입에 넣었다. 그 식사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스미레. 신유성의 특별 수련은 예상보다 순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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