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31화 (131/434)

제131화

시간의 방에는 탑이 설명해주지 않은 비밀이 있다.

[퀘스트:7일의 시간을 버티십시오.]

7일.

시간으론 168시간.

분으로는 10080분.

초로는 604800초.

이게 바로 시간의 방에서 참가자가 버텨내야할 불변의 시간. 탑의 규칙대로 시간의 방에서 도전자가 버텨야할 시간은 분명하게 흐른다.

하지만 시간의 방에 숨어 있는 비밀은 다른 곳에 있었다.

‘……역시 착각이 아니야.’

처음에는 미비한 변화였다.

하지만 [집중력 강화] 특성을 가진 신유성은 그 미비한 변화를 잡아 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의 감각이 여러 가지로 분열하고, 잡념이 공상으로 이어지며, 머릿속의 생각이 폭주했다.

‘시간의 방에 들어온 이후, 모든 감각이 계속 분열하고 있어.’

이건 시간의 방에 걸린 저주이자 버프였다. 이름은 [육감 개방] 처음에는 신유성의 몸에 엄청난 도움이 됐다.

고고고고-

칠흑의 어둠 속에서 무엇도 보이지 않지만 신유성의 몸 안에서 요동치는 마나는 평소보다 강인했다. 천년옥의 마나를 모두 흡수한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

한계조차 없이 증폭된 머릿속의 사고와 신체의 감각은 신유성에게 겪어보지 못한 비현실을 선사했다.

[초각성]

지금의 신유성은 자신의 신체가 들이쉬는 숨이 느껴졌다. 폐의 움직임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평소라면 느껴질 리 없는 피부의 호흡이었다.

지금의 감각은 비현실적인 각성상태. 신유성의 시간은 1초가 1분으로 잘게 쪼개지고 길어졌다. 지금의 순환이 반복된다면 1초가 영원처럼 길어질 수도 있었다.

‘……이게 탑이 말한 1주일의 의미였나.’

신유성은 그제야 알게 되었다.

‘시간을 확인하지 못하게 한 이유가 있었군.’

이건 탑의 시련.

규칙에 적혀 있던 1주일은 단순히 1주일이 아니었다. 각성 상태가 된 지금 신유성이 느끼는 체감 시간이 얼마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1주일이 1년으로, 혹은 10년으로 길어질 수 있었다.

예측 못할 시간 속에서 계속 깨어있어야 하는 정신. 그것이 바로 시간의 방에 들어오는 사람이 겪는 가장 큰 공포였다.

신유성이 시간의 방이 가진 비밀을 눈치 채자.

- 지금부터는 히든 스테이지 ‘시간의 방’에서 도전을 포기하실 수 있습니다.

탑의 홀로그램이 눈앞에 떠올랐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정말 노골적이군.’

홀로그램을 바라보며 웃음을 흘리는 신유성.

[예 / 아니오]

신유성의 검지는 담담하게 홀로그램의 [아니오]를 눌렀다.

시간의 방은 참가자를 통과 시킬 생각이 없어보였다. 퇴장을 거절하자마자 신유성의 사고는 끝없이 가속하기 시작했다.

[유성아. 누나는 말이지. 지배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야.]

기억에서 기억으로.

[신오가문의 성을 받은 자들에겐 모두 같은 숙명이 따른다.]

무의미한 장면은 서로 다른 장면을 잡아당기고.

[너도 내 아들인 이상. 잘 들어라. 강함이란 타인을 지배하는 힘. 스스로를 지키는 억제력! 타인을 짓밟고…….]

끼워 맞추며.

[F급? 대체 내 아이가 왜……. 역시 뭔가 이상하지 않아?]

[누님. 아무리 그래도……]

[……됐어. 제 운이지. 그 사람도 결정을 내렸으니까.]

자리를 찾아갔다.

제 멋대로 뒤죽박죽 이어지는 의식의 흐름. 신유성의 머릿속에서 장면이 더해갈수록 느껴지는 체감 시간은 끝없이 길어졌다.

‘……시간의 방은. ……탑은. 내가 도전을 포기하길 원하는 건가.’

신유성의 어린 시절.

시간의 방은 좋은 기억이 없었던 그 시절의 잔인한 기억을 꺼내 굳이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유성아. 참 세상은 불합리하지 않니? 너와 나는 그저 태어났을 뿐인데…….]

신유성은 보이지 않는 칠흑 속에서 옅게 인상을 썼다.

[이렇게 위치가 다르잖아.]

어쩌면 신하윤을 꺼리게 된 건 공포였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도 모르게 새겨진 공포.

[스스로 선택한 건, 그 무엇도 없는데 말이야……. 응? 정말 불합리하지?]

하지만 지금의 신유성은 5살의 소년이 아니었다. 신하윤을 만나도 절대 말없이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시답지 않은 일을…….’

천천히 미소를 짓는 신유성.

시간의 방이 무얼 보여주든 지금의 신유성은 괴로워하지 않았다. 타인보다 못한 가족에게 상처 입었던 어린 소년은 타인으로서 바뀌었다.

[날 따라 오겠느냐.]

[나는 말이다. 유성아! 너를 통해 보고 말게다! 탑의 끝을! 그리고 특성의 등급 따위에 의존하는 녀석들에게……]

쓸모없다고 매도했던 자신의 잠재력을 인정받았고.

[근데 이젠 아니에요. F급 특성으로도 강해질 수 있다는 걸…….]

[신유성 씨가 모두에게 가르쳐주셨잖아요.]

누군가에겐 희망이 되었으며.

[차라리…… 내 재능이 오빠에게 갔다면 좋았을 텐데…….]

[……만약 그렇다고 해도. 그게 네 잘못은 아니야.]

누군가의 위로가 되어 주었다.

그러니 자신의 가치를 정하는 건, 어디까지나 자신.

‘탑이 무엇을 보여주든. 어떤 시련을 주든. 난 포기하지 않아.’

만약 시작하지 않았다면.

포기해버렸다면.

지금 신유성이 만들어낸 결과에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었다.

‘생각을 비운다.’

신유성이 첫 행동은 명상.

가속되는 사고 속에서 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마음을 비웠다.

명상이란 멀리서 자신을 관조하는 행동. 상상 속의 시야가 멀어지며 자신을 비추자 신유성은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의 방이 실제로 늘리는 건, 감각의 증폭. 내가 집중력을 끌어올렸을 때와 같아.’

신유성도 집중력 강화를 극대화 시키면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착각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시간의 방에 들어선 이들은 시간을 느끼는 감각이 한없이 늘어지는 저주이자 버프를 받게 된다.

‘만약 내가 이 감각을 내 의지로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히든 스테이지에서의 버프를 자의로 다루게 되는 것, 그건 대부분의 헌터에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신유성의 특성인 집중력 강화를 사용한다면 아직 결과는 알 수 없었다.

‘……생각을 멈추고. 신체의 감각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거야.’

그야말로 처음 하는 도전.

이건 새롭게 특성을 개화하는 일. 이미 신체에 있던 천년옥의 마나를 흡수하는 것과 궤가 달랐다.

하지만 집중력 강화 특성을 발현하는 건 신유성이 숨 쉬도록 자연스럽게 해왔던 일이었다.

사아아!

신유성이 신체에 마나를 부여할수록 어두운 동굴에 횃불을 밝히듯 원래의 감각을 되찾아가는 신체.

마나가 몸을 걸쳐 눈에 닿자. 신유성은 미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알겠군.’

신기하게도 눈앞을 가로막던 암흑이 조금씩 걷혔다. 물속을 부유하는 듯 부자연스럽던 몸의 감각은 사라지고. 눈앞에 모든 물체가 또렷하게 보였다.

‘2층에서도 발견되는 히든 스테이지를 지금까지 클리어한 사람이 없었던 이유.’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이상했다.

탑의 도전자 중 그 누구도 7일을 버티는 간단한 시험을 클리어 하지 못했다니. 히든 스테이지에 편법이 숨어 있지 않은 이상. 그건 있을 수 없는 일.

‘클리어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던 건. 이것 때문이었군.’

신유성은 어둠이 걷히자. 포켓을 확인했다.

[타이머:167시간-59분-11초]

7일이 되기 정확하게 1분 전.

초감각이 발동되고 체감의 시간이 느려지면 시간의 방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퀘스트는 완료되지 않았다.

남아 있는 1분이 당사자가 느끼기에는 영원으로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유성은 시간의 방에 숨겨진 비밀을 깨부쉈다.

‘집중력 강화가 없었다면……. 난 시간의 방을 절대로 클리어 할 수 없었어.’

이것이 바로 그토록 권왕이 강조한 특성의 활용.

[7일의 시간을 지났습니다.]

[히든 스테이지 시간의 방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정보: 시간의 방에서 보낸 시간은 현실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결국 남아 있었던 1분이 지나며 신유성의 눈앞에는 탑의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정말 히든 스테이지를 공략 해낸 것이다.

[탑의 축복이 따르기를.]

[히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신유성 참가자에게 보상이 주어집니다.]

[Clear : 시간의 방]

[보상 : 시간의 관리자(특성 강화)]

[신유성 참가자는 적합자로 판정되었습니다.]

“특성 강화?”

신유성이 놀랄 새도 없이 몸을 둘러싸는 황금색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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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이 강화되었습니다.]

[특성 (집중력 강화)가 (육감 각성)으로 격상됐습니다.]

[지금까지 쌓은 특성의 동화율에 비례해 새로운 특성이 강화됩니다.]

[특성 (육감 각성)이 (초감각 각성)으로 격상됐습니다.]

황금색의 빛은 신유성의 곁에서 더욱 밝게 빛나더니 몸 안으로 천천히 흡수 됐다.

“초감각…… 각성?”

노력을 통해 F급 특성인 집중력 강화를 한계까지 수련했던 신유성만이 시간의 방이라는 히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초감각 각성]은 오로지 신유성만이 얻을 수 있는 특성이었다.

‘이 힘이라면…….’

신유성은 새롭게 얻은 힘에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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