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21화 (121/434)

제121화

EA 스타 가든.

신성그룹의 수많은 대저택 중 가장 호화스러운 저택. 이곳은 관리하는 인원만 기백 명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부지를 자랑했다.

하지만 오백여 명에 가까운 인원이 이렇게 분주하게 움직인 적은 처음이었다. 이 모든 게 내일 열릴 연회 때문. 신성그룹은 재계의 1위인 만큼 연회의 규모가 남달랐다.

“……흠.”

김은아는 그 분주한 광경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야~ 다들 참 바쁘네.”

그런 김은아를 식은땀까지 흘리며 바라보는 이수현. 김은아는 마치 이수현이 들으라는 듯이 다시 혼잣말을 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수.현 비서님보다는 안 바쁘겠지?”

“하, 하하하…….”

어색한 이수현의 웃음. 김은아는 빈정거리듯이 말을 했다.

“반말도 해야 해~ 배신도 해야 해~ 입술도 꼬집어야 해~ 죽도 떠먹여 줘~ 얼마나 바빠~?”

“아, 아가씨? ……제 마음 아시죠?”

자신이 연상임에도 손으로 하트까지 만들며 애교를 보여주는 이수현.  김은아는 픽 웃었다.

“에휴. ……뭐, 됐어.”

이렇게 놀리긴 했지만 김은아는 자신을 도와 김윤하에게 맞서준 이수현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엄마가 시킨 거잖아. 결국엔 내 편을 들어주기도 했고.”

기억을 더듬던 김은아는 갑자기 눈을 가늘게 떴다.

“근데 입술은 왜 꼬집냐. 생각할수록 화나네.”

식은땀을 흘리며 이수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한 달은 가겠네.’

*     *      *

한국의 가온 아카데미.

일본의 쵸텐 아카데미.

중국의 마천루 아카데미.

영국의 시계탑 아카데미.

그 외에도 국가 대항전의 우승후보로 거론 되던 아카데미는 많았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언제나 뒷전.

이탈리아는 국가의 크기에 비해 게이트와 던전의 숫자가 적은 평화로운 곳이었다. 그 때문인지 은빛바람이라 불린 아덴을 제외하면 정점이라 불린 헌터가 전무했던 게 사실.

덕분에 이탈리아가 국가 대항전의 우승을 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 승리 팀은 이탈리아의 비앙카 아카데미입니다!

하지만 이젠 이야기가 달라졌다.

- 5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정말이지 압도적인 실력입니다!

아델라 오르텐시아.

겨울의 여왕. 단 1명의 학생이 귀환한 것만으로 이탈리아 팀은 단숨에 우승후보로 변해버렸다.

‘이 무슨…….’

그 압도적인 힘에 레오는 입을 벌린 채 아델라를 바라보았다.

혼자서 3명을.

그것도 전력을 발휘하지 않고 아델라는 상대 전부를 탈락시켰다.

소피아는 한손에는 책을 쥔 채,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독일 팀의 추정 전투력은 통합 7위. 그런 팀을 아델라 파티장님 혼자서 이겨 버리셨네요.”

“……대체 얼마나 강하신 건지.”

아델라는 신유성과 비등하게 싸웠던 유일한 학생. 국가대항전의 후보 중에서도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강했다.

심지어 아델라는 신유성에게 패배한 이후, 처음으로 노력이란 것을 하기 시작했다.

현역들이나 감당할 수 있는 던전에서 심할 때는 하루 10시간 가까이를 사냥에 몰두했다.

다른 학생들이라면 금방 나가떨어질 스케줄.

아델라는 그런 훈련을 강행하면서도 아무런 투정도 하지 않았다.

‘감정이 없는 인형 같은 사람이야.’

나쁜 마음은 없었지만 이게 아델라를 향한 레오의 순수한 평가였다.

하지만 동료와의 교감 없이도 아델라는 강했다.

아카데미에서 강조하는 파티 플레이의 중요성을 비웃듯이 혼자서 모든 상대를 정리했다.

‘이 사람이라면, 정말로…….’

검신. 권왕. 마녀.

이번 1학년에 몰린 괴물들의 제자를 꺾고, 정말 이탈리아에게 첫 국가 대항전의 우승을 안겨줄지도 몰랐다.

그 비원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레오는 아델라에게 기꺼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할 수 있었다.

*     *      *

[신성 그룹 연회 초대장]

세븐넘버의 기숙사.

스미레는 포켓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신성그룹의…… 연회장…….’

지금은 비교적 나아졌지만 아주 어린 시절엔 온수조차 나오지 않는 집에서 살았던 스미레.

스미레와 일류 재벌인 신성그룹의 연회는 하늘과 땅만큼 거리가 멀었다.

사실 스미레는 연회장이란 게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만약 이번 김은아의 초대가 아니었다면 스미레는 평생 모를 수도 있었던 세계.

포켓의 검색 결과를 보며 스미레의 표정은 점점 굳어가고 있었다.

‘……내, 내가 이런 곳에?’

화려한 샹들리에.

거대한 홀과 난생 처음 보는 음식들. 거기다 비싸 보이는 정장과 드레스를 입고 격식을 차린 사람들까지 연회장은 스미레에게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스윽.

스미레는 자신의 옷장을 바라보았다. 스미레의 옷장에 있는 거라곤 교복과 사복이 전부. 드레스 같은 건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스윽.

이번에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스미레가 지금 입고 있는 건 편함을 추구한 헐렁한 티셔츠.

‘이, 이런 옷차림으론…… 연회장은 절대 못가…….’

아마 티셔츠 차림의 스미레는 입구에서 출입금지를 당할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시간이 늦은 지금 시내를 나갈 수도 없었다.

드레스가 없어 연회장에 못간다니 정말이지 신데렐라나 했을 법한 고민. 하지만 그때 스미레의 머리에 달린 장식에서 라플라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정말이지 봐줄 수가 없구나.

“……라, 라플라스 님?”

- ……후. 손을 뻗거라.

라플라스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더니 빛이 나기 시작하는 스미레의 머리장식.

스미레가 거울을 바라보며 손을 뻗자. 파아악- 보라색 구름이 눈앞을 감싸며 풍경이 바뀌었다.

화려한 테이블.

드레스 차림의 라플라스.

- 정말이지 지켜볼 수가 없구나.

라플라스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스미레를 훑어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왔다.

- 너는 그 유성이라는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게 아니더냐?

“네? 네!?”

정곡을 찔린 스미레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얼굴이 붉어졌다.

“그, 그게…….”

- 껍데기는 그렇게도 나를 닮았는데. 알맹이는 정말이지 정반대구나.

라플라스가 허공에 손을 뻗자 그녀의 앞에 보라색 구름이 뭉쳤다.

사아아!

편린의 힘에 적응하며 강대해진 라플라스의 마나. 이제 라플라스는 작은 물건 정도는 마나를 이용해 마음대로 만들 수 있었다.

팡!

“……주, 줄자?”

스미레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자. 라플라스는 팽팽하게 당긴 줄자를 스미레의 몸에 휘감았다.

- 네 신체 사이즈야. 재보지 않아도 나와 비슷하겠지만. 그래도 확실해서 나쁠 건 없지.

“라, 라플라스 님!?”

- 뭘 그렇게 놀라느냐? 누가보면 잡아먹기라도 하는 줄 알겠구나. 물론 너의 넘치는 마나는 정말 군침이 돌긴 하다만…….

스미레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라플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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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라플라스 님! 가, 간지러워요!”

당황한 스미레가 몸을 빼려고 하자. 라플라스는 스미레의 허리를 꽈악- 움켜쥐었다.

- 버둥거리지 말거라. 금방 끝날 테니 말이다.

스윽! 슥!

라플라스는 능숙하게 스미레의 신체 사이즈를 재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 역시 껍데기 하나는 나와 정말 비슷하구나.

그렇게 말한 라플라스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사아악!

이번에 라플라스의 마나가 뭉치며 만들어진 건, 다름 아닌 스미레가 그토록 필요했던 드레스.

라플라스가 미소를 지으며 드레스를 건네주었다.

“이, 이건…….”

스미레는 드레스를 자신의 몸 위에 대보았다. 정말이지 딱 맞는 사이즈.

“라, 라플라스 님…….”

스미레가 감동한 얼굴로 바라보자, 라플라스는 어머니의 미소를 지어주었다.

- ……너의 강함을 온 세상에 제대로 보여주거라. 나의 아이야.

“라플라스 니임!”

결국 울먹이며 라플라스를 껴안는 스미레의 모습은 신데렐라와 요정도 울고 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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