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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102/434)

제102화

결국 에이미는 승리했다.

승리를 결정지은 건 에이미의 호신술. 에이미는 의외로 호신술에 정통했다. 에이미에게 깔려 패배의 쓴맛을 느끼는 이시우.

“억, 으으……. 무슨 힘이!”

“으하핫! 날 얕보다간 이렇게 당한다고!”

“아아아! 졌어! 졌으니까 제발! 내려와!”

이시우의 항복에 에이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손을 탁탁- 털었다. 반면 너덜해진 이시우는 벽을 짚고 일어섰다.

“너 근데…… 예비 멤버인데 대항전에서 방송을 켜도 괜찮아?”

“파티장님이 괜찮다고 하셨어! 에이 그리고~ 누가 빠질 일이 뭐가 있겠니.”

에이미가 능글 맞은 눈으로 웃자. 이시우는 흐음- 하고 생각에 빠졌다.

“그래? 난 꼭 예비 멤버로 참가하라고 했는데…….”

이시우의 이야기에 에이미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어, 그, 그래? 근데 그래서야…… 마치! 네가 너보다 약하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잖아!”

에이미는 이시우를 훑더니 훗! 하고 웃었다.

“후후후~ 물론~ 절대 사실이 아니지만!”

“그래. 너 잘났다.”

파티원간의 대련에서 이시우가 에이미에게 진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활. 이시우는 가온 아카데미에서 단 한 번도 총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궁금하긴 하네.’

아버지까지 인정한 자신의 사격은 어디까지 먹혀들까.

‘뭐…… 절대 꺼낼 일. 없겠지만.’

이시우의 생각이 깊어지는 찰나.

에이미는 포켓에서 무언가를 꺼내 하늘에 띄웠다.

슈우우-

그 정체는 지우개만 한 초소형 드론 카메라. 스트리머인 에이미는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자! 여러분 대항전을 앞서~ 새로운 게스트를 소개하겠습니다! 쟈쟌, 쟈쟌~”

“뭐여 내가 게스트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시우는 에이미의 게스트가 됐다.

“빨리 시청자분들에게 인사해~”

심지어 재촉까지 하는 상황. 이시우는 떨떠름한 얼굴로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에이미의 파티원인 이시우입니다.”

이시우는 보기보다 카메라 앞에선 긴장을 하는 모양이었다.

“저런…… 못쓰겠네. 역시 어쩔 수 없지. 처음부터 여유로우신 건 파티장님 정도나 가능하시니까~”

“그렇겠지. 유성이는 뭐든 잘하니까. 근데 헌터한테 방송이 중요해?”

이시우의 질문에 에이미는 충격을 받은 에이미는 딱딱하게 굳었다.

“흐익, 이, 이럴 수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엔터테인먼트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거야!?”

“아니, 무시하는 건 아닌데…….”

“으으……. 완전 시러어……. 자 착한 내가 설명해줄 테니 여기 집중!”

에이미는 홀로그램 채팅창을 가리켰다.

[yeonsari 님 5,000원 후원!]

- ㅇㅂㅇ! 여기 일본임?

[에임쟝 님 250,000원 후원!]

- 내일 대항전 중계함?

- ㅇㅇ하는

- 진짜 에이미는 신이다..

- 근데 얘네 뭔 상황임?

어쩔 수 없이 채팅방을 쳐다보는 이시우. 흥분한 에이미는 다시 연설을 했다.

“이것 봐. 내 방송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자, 몇 명이야!”

“보자…… 지금은 6천명? 계속 오르네…….”

뭔가 실수를 한 걸까 이시우는 검지로 볼을 긁적거렸다. 아무래도 방송에 대한 에이미의 열정은 진짜중의 진짜인 모양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내 방송을 보는 순간에는 재미와 즐거움을 느낀다고! 암, 내 방송이 곧 평화인거지!”

“뭔가 대단한 거 같긴 하네.”

점점 납득을 하는 이시우.

기분이 좋아진 에이미는 그제야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근데! 사실 특성 때문도 있어.”

그러고 보니 이시우는 에이미의 특성을 알지 못했다. 에이미는 김은아와 같은 A반.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을 게 분명했다.

“……특성 때문에 방송을 한다고? 대체…… 무슨 특성인데?”

이시우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에이미는 부끄러운 건지, 흐뭇한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뒷목을 긁적거렸다.

“흐흐, 그게…… 벼, 변신?”

에이미가 떨떠름하게 웃자. 이시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변신? 강화 계열인거야? 근데 그거랑 방송이 무슨 상관이야?”

변신이나 강화계열 특성은 이시우도 간간히 본 적 있었다. 간단한 신체 강화부터, 버퍼, 그리고 동물로 변신하는 특성까지 종류의 범위는 다양했다.

하지만 에이미가 고백한 특성의 효과는 상상도 못한 종류였다.

“그게…… 난, 쳐다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강해져.”

그렇게 말한 에이미는 포켓으로 자신의 특성을 보여주었다.

[변신(특성) - 일정시간동안 신체의 능력치를 올립니다. 변신 중에는 수호의 마음이 항시 적용됩니다.]

[수호의 마음(스킬) - 지켜야 할 대상이 많을수록 변신의 효과가 강해집니다.]

정확히는 응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강해지는 특이한 특성.

벙 쪄버린 이시우는 자신도 모르게 작게 중얼거렸다.

“이건 완전 관종이잖아…….”

*     *      *

쥬넷스 패밀리 레스토랑.

“어서 오세요!”

“원하시는 곳에 앉으셔도 상관없습니다.”

들어오자마자 반갑게 인사로 맞이하는 종업원들. 스미레에겐 이전부터 꼭 신유성과 와보고 싶었던 장소였다. 아까 전 가라앉은 모습과 달리 조금은 들뜬 기색의 스미레.

“뭘 주문하는 게 좋을까?”

신유성이 짧게 묻자. 스미레는 기다렸다는 듯이 레스토랑의 메뉴를 줄줄 읊기 시작했다.

“아, 이 가게는! 스테이크와 피자. 랍스타랑…… 토마토 스파게티가 맛있다고 해요! 유성씨의 입맛을 생각하면……. 카레도 좋을 거 같아요.”

확실히 한결 나아진 스미레의 모습. 신유성은 안심하며 메뉴를 주문했다.

“자 여기 있습니다!”

곧 종업원이 음식들을 테이블에 놓아주자. 음식의 잘 정돈된 디테일에 집중하는 스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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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런 곳은 음식을 이렇게 꾸미는구나.”

감탄을 한 스미레는 자신의 앞에 놓인 스파게티를 포크로 돌돌 말아서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소스부터 면까지 부족함이 없는 맛있는 스파게티.

“마…, 맛있어요…….”

스미레가 감탄을 하자.

신유성은 넓적한 중식 스푼으로 카레를 한 숟갈 맛보았다.

우물우물.

하지만 어떤 음식도 맛있게 맛을 보던 신유성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그렇게 맛은 없네.”

“에? 그, 그럴 리가…….”

스미레가 놀란 얼굴로 당황하자.

신유성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역시 스미레 네가 해주는 카레가 제일 맛있는 거 같아.”

스미레는 흡- 하고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었다.

“유, 유성 씨…… 그, 그런…….”

스미레는 웃음을 참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점점 간질거리는 입꼬리. 신유성은 다시 카레를 맛보더니 뻔뻔한 얼굴로 말했다.

“정말이야. 이 카레는 맛있는 카라아게도 없는 걸.”

분명 자신을 위로해주기 위한 말.

그걸 알고 있어도 스미레의 기분은 점점 높이 치솟고 있었다.

“흐, 흐흐…… 그, 그야! 버섯 카레니까요오……. 카라아게는 없는 게 당연한걸요?”

그렇게 말했지만 곧잘 카레를 먹는 신유성. 스미레는 평소처럼 배시시 웃어 보였다.

“죄송해요. 이렇게 걱정을 끼쳐드리고…….”

스미레는 용기를 다지기 위해 입술을 꾹 물었다. 그리곤 입을 열어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았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에서 도망쳐온 제가……. 이렇게 행복해져도 되나 하고…….”

그리곤 스미레는 씁쓸한 얼굴로 멋쩍게 웃었다.

“제 특성 때문에 사람들을 다치게 만들고……. 얼굴을 마주 보는 것조차 너무 무서워서……. 그냥 도망쳐버렸거든요…….”

스미레는 비어있는 스파게티 접시를 포크로 스윽스윽- 긁자. 신유성은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도망치고 싶어?”

“그, 그건…….”

말끝을 흐리며 입술을 무는 스미레. 신유성은 수저를 놓았다.

“스미레. 이번에는 내가 있어.”

신유성은 힘든 순간 누군가 곁에 있어주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성장과 실력이 바로 그 증거.

“무슨 일이 있든. 난 네 편이 되어 줄 거야.”

신유성에게 스미레는 이미 너무나 커져 있었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동료. 신유성의 말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고 시작을 하는 건.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스미레는 자신의 가장 큰 트라우마와 마주해야 했다. 자신이 상처 입힌 일본의 학생들. 한마디의 말도 없이 떠나버린 파티원.

하지만 도망칠 수 있는 상황에도 스미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 용기를 낼 게요……. 계속 강해질 게요. 유성 씨에게…… 어울리는 파티원이 되고 싶으니까.”

사아아아!!

스미레의 말이 끝나자 오른쪽 손이 보라색 빛을 내뿜었다 이번에 스미레가 추구한 건, 능력이 힘의 강함이 아닌 내면의 강함.

하지만 강함에 대한 ‘열망’은 라플라스의 힘과 제대로 반응했다.

“……이, 이건?”

당황한 스미레에게 포켓은 홀로그램을 비추어주었다.

[2번 항목에 의거해 동화율이 5% 올라갑니다.]

‘이건 분명…….’

스미레의 머릿속에는 라플라스가 해준 말이 스쳐지나갔다.

[잘 들어라. 편린의 힘을 일깨우는 방법은…….]

뒤는 듣지 못했지만 스미레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강해지고 싶어 하는 열망이 편린의 힘을 깨운 것이다.

[현재 동화율 56%]

스미레는 멍한 얼굴로 홀로그램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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