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93화 (93/434)

제93화

무도회의 준비 때문인지 카페의 주변에는 드레스를 입은 가온의 여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미모.

평소에 묶었던 머리를 풀고, 명품으로 보이는 파랑색 드레스차림의 김은아에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한 듯 아랑곳하지 않는 김은아.

“근데 국가 대항전 준비는 어때?”

대항전의 참가인원 조건은 3명.

신유성이 생각했을 때 가장 강한 전력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나와 은아 너. 그리고 스미레로 정할 생각이야.”

아종 여울룡을 잡아 상성을 극복하고, 아티팩트를 흡수한 김은아. 아티팩트를 얻고, 공략을 경험을 늘리며 결국 편린까지 흡수한 스미레.

그리고 신유성.

가온 출전 멤버 3인의 실력은 보장되어 있었다. 김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럼 2군은?”

국가대항전은 돌발 상황의 대처와 전략적 이용을 위해 2명의 2군 멤버가 필요했다.

“에이미와 시우.”

“에이미라면 믿을 만 하지. 걔, 보기보다 은근 강해.”

에이미는 A반에서도 단순한 전투력은 상위권. 김은아만큼은 아니지만 든든한 전력이었다.

“근데 이시우 걘 강하냐? 전투를 본 적이 없네…….”

김은아의 질문에 신유성은 알 수 없는 미소로 답했다.

“뭐 됐어. 어차피 내가 다 박살낼 거니까.”

그렇게 궁금증을 털어버린 김은아는 걷는 내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온은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축제의 분위기로 들뜬 열기가 느껴졌다.

“오, 진짜 별게 다 있네.”

김은아는 각종 이벤트들이 신기했다. 아무래도 이벤트 대부분이 재벌 후계자인 김은아와는 거리가 멀어서 더욱 그랬다.

“하, 진짜, 드레스만 아니어도 저건 무조건 했는데.”

그렇게 투덜거리던 김은아는 갑자기 우뚝- 하고 멈춰섰다.

“어, 어!?”

김은아의 시선이 멈춘 곳에 있는 건 귀여운 범고래 인형.

“……뭐, 뭐야 이거? 여기서 파는 거야?”

김은아가 인형을 잡고 관심을 보이자. 1학년 B반의 김진성은 상업용 미소를 지었다.

“아 이건 파는 게 아니고, 상품이야! 보자. 황인영이 만든 수제 범고래 인형. 여기 보이지? 2등상이야”

옆에서 황인영이라는 여학생은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고 있었다.

“취미로 하고 있지만. 내 인형은 세계 최강. 그런 자부심이 있어.”

황인영의 말이 끝나자 김은아는 꿀꺽- 침을 삼켰다.

“조, 좋아! 뭘 해야 하는데?”

“하하, 손님은 얼마든 환영이야! 종목은 자 여기~ 다트 던지기! 좀 비싸지만 1회 도전에 2만 원!”

김진성은 양손을 이용해 준비된 과녁판을 가리키자. 황인영은 팔짱을 끼고 입을 굳게 다문 채, 거만한 자세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비싸지 않아. 내 인형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어.”

이미 김은아는 B반의 범고래 인형에 완전 꽂혀 있었다.

“유성아. 우리 저거 하자!”

“다트?”

자신만만해 하는 신유성과 여유로운 김은아.

“어, 한번이면 바로 끝나. 마나를 쓰면 되니까.”

다트를 든 김은아는 훗- 하고 웃더니 드레스를 입은 채로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다.

“여기서 던지면 되는 거지? ……근데 제법 머네.”

다트를 주의 깊게 조준하는 김은아에게 김진성은 웃으며 말했다.

“아, 참고로! 마나를 사용하면 반칙이야! 순수 실력으로 맞춰야 해!”

“뭐라고!? 이렇게 먼데 어떻게 맞춰!?”

“계속 도전하면 되지 않을까? 보통 10점 정도는 나오더라고. 근데 2등은 한번 도전으로 50점을 맞춰야 하니까. 확률은……. 좀 낮겠지?”

김진성은 사람 좋게 웃었다.

황인영의 인형을 노리고 다트를 도전한 사람은 많았지만 지금까지 3등 이상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상황.

김진성은 아무리 김은아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마나가 없으면 힘들겠어? 그럼 지금이라도 환불해줄 수 있는데…….”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에 자존심이 긁힌 김은아는 인상을 찡그렸다.

“시끄러. 이 정도는 마나가 없어도 충분히 맞출 수 있어.”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김은아는 공을 던지는 투수처럼 온 힘을 다해 다트를 던졌다.

휘이익! 팟!

과녁의 근처도 가지 못한 다트.

김진성은 김은아를 위해 친절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방금 건 실격이야!”

“알아!”

신유성은 김은아가 던지는 폼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어깨와 목의 근육이 너무 긴장하고 있어. 그리고…… 발의 위치가 평행이면 힘이 나오지 않는데…….’

돌덩이로 야생동물을 잡았던 신유성은 투척의 전문가였다. 반면 다트는 일생에서 처음 던져보는 김은아.

팟! 팟! 팟!

꽈악- 힘까지 주며 열심히 던졌지만 김은아의 다트 실력은 형편이 없었다.

“아씨, 잘 안되네!

팟! 파앗! 팟!

이번에는 기껏 하나가 맞았어도 2점을 적어둔 가장 넓은 부분. 김은아의 다트가 모두 떨어지자. 김진성은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더 도전할래?”

끄응- 못마땅한 얼굴로 고민을 하는 김은아. 하지만 김은아의 눈은 여전히 범고래 인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세상에 오직 하나만 존재하는 범고래 수제 인형. 김은아는 무척 인형이 갖고 싶은 모양이었다.

“내가 할게.”

그때 다트를 지켜보던 신유성이 걸어 나왔다. 어? 하는 얼굴로 김은아는 신유성을 바라봤다.

“다트 하게?”

“예전 생각이 나서 말이야. 어릴 때 비슷한 걸 해봤거든.”

물론 신유성이 그때 던진 건 다트가 아니라 돌이었고, 맞춘 건 과녁이 아니라 멧돼지였다.

김진성은 신유성에게 다트를 건네주었다. 신유성은 학년 랭킹 1위인 아델라를 꺾은 고수. 김진성은 규칙을 단단히 일러주었다.

“얼마든지 도전해도 되는데. 마나는 사용하면 안 돼. 알지?”

“마나는 반칙. 그런 사람한테는 내 인형 못 줘.”

옆에 있던 황인영까지 한술 거드는 상황. 신유성은 대답 없이 자세를 잡았다.

자신의 위치.

힘의 세기.

던지는 방향.

신유성은 그것 외에도 모든 요소를 계산했다.

‘2등이 50점이라고 했나.’

신유성은 몸에 힘을 빼고 오히려 간결한 동작으로 다트를 던졌다.

휘익! 팟!

결과는 10점.

김진성은 당황한 감정을 숨기고 표정관리를 했다.

“어, 하, 하하! 10점이네? 축하해! 이제 9번 남았어!”

그러나 신유성은 무신산에서 한계까지 신체를 단련한 헌터. 다트의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팟!

다음 시도에도 10점.

팟!

그 다음도 10점.

신유성은 기예에 가까운 솜씨를 보여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계속 다트를 던졌다. 김은아는 신유성의 손끝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뭐, 뭐야! 벌써 30점이야!”

휘익! 팍!

4번의 다트로 얻은 40점.

단 한 번의 실수도 없는 완벽한 결과였다.

“진짜 뭐냐! 쩐다! 유성아!”

자기 일처럼 흥분한 김은아.

신유성은 다시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감각이 예리해진 지금. 실수는 없었다.

파앗! 탁!

결과는 2점.

“아, 아깝다! 그래도 42점이네.”

김은아의 위로에도 신유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세를 잡았다. 신유성의 2점은 실수가 아니었다.

파앗! 탁!

또 다시 2점.

신유성은 다트가 맞은 바로 그 옆에 다시 다트를 꽂아 넣었다.

‘설마…….’

그제야 김은아는 신유성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갖고 싶은 상품은 50점 상품인 범고래 인형. 김은아는 왜 신유성이 2점을 맞췄는지 알게 되었다.

‘나 때문에…….’

신기한 구경.

김진성과 황인영은 신유성의 다트 실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러 2점을 맞추고 계시군요. 그것도 같은 자리에……”

“올. 이 사람 완전 다트 고수.”

신유성은 나머지 모든 다트를 2점에 맞춰 넣었다.

김진성은 신유성을 보며 살짝 웃더니 진열된 범고래 인형을 가져왔다.

“총합 52점. 자, 상품인 범고래 인형이야.”

“새 주인이랑 잘 지내~ 오르카~”

자신의 범고래 인형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황인영. 범고래 인형을 받은 신유성은 그걸 멍한 표정의 김은아에게 내밀었다.

“자 은아야.”

너무나 귀여운 범고래 인형.

생각도 못한 신유성의 선물. 김은아는 빨리 인형을 껴안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신유성에게 물었다.

“……야, 이건.”

반면 신유성은 순수한 표정으로 김은아에게 미소를 지었다.

“음. ……무도회 레슨비?”

김은아는 그제야 범고래 인형을 받아들었다. 평소보다 순해진 눈으로 범고래 인형과 눈을 맞추는 김은아.

“……괜찮네.”

마음이 간지러운 느낌.

어쩐지 김은아는 기분이 이상했다. 그녀는 여전히 인형에 시선을 맞춘 채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로 마음에 들어.”

푸욱-

김은아가 얼굴을 범고래 인형에 파묻은 탓에 신유성은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신유성에게 보이는 건 김은아의 붉어진 귀.

“……이거 언천 푸시나네.(엄청 푹신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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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신유성은 그런 김은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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