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91화 (91/434)

제91화

슈우우-

공중에 뜬 지우개만 한 초소형 드론 카메라. 스트리머인 에이미는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쟈쟌~ 탑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가온의 축제 행사! 생중계를 위해 제가 왔습니다! 여러분~”

반가워하는 에이미의 인사에 홀로그램 채팅창에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엄청났다.

[에임조아 님 100,000원 후원!]

- 에하~

[에임쟝 님 200,000원 후원!]

- 시작 텐션 좋넹~

- 그래서 오늘 뭐함?

에이미는 강당의 입구에서 설명을 시작했다.

“자자 첫 시작은 다름 아닌! 학교의 명물! 반별 이벤트! 사실 A반부터 하려고 했는데. F반의 이벤트가 인기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점점 에이미의 주변에 모이는 학생들과 생방송의 시청자들.

“그래서! F반을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에이미는 시청자들의 집중을 위해 검지를 치켜들었다.

“이름하야 대강당! 공포의 집!”

하지만 텐션이 높은 에이미와 달리 시청자들의 반응은 영 시큰둥했다.

- 솔직히 학생들이 공포의 집 준비해봤자 아님?

- ㅇㅇ 테마파크 분장 수준을 어케 이김? 흰색 소복 입고 입술에 케첩 묻혀서 나올 듯...

-↑ㅋㅋㅋㅋ스포 미쳤나

심지어 에이미는 프로 방송인.

이곳저곳을 다니며 각지의 테마파크를 모두 섭렵한 고수였다.

“에이 그래도 다들 열심히 준비한 거니까요! 개최에 의의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축제란 마음이니까!”

그렇게 말은 한 에이미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여러분 말처럼 저는 프로니까요. 어지간해선 겁을 먹는 일은…….”

끼이익-

대강당의 문을 열며 들어가는 에이미. 입구에서 표를 받은 레니아는 음산하게 웃었다.

“재밌는 경험이 되길 바라…….”

퍼슥. 퍼슥.

신발에 밟히는 흙의 촉감. 캄캄한 시야. 밤처럼 푸른빛이 새어 들어오는 창문. 에이미는 자신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이게 뭐시여…….”

시청자들의 반응도 에이미와 다를 바가 없었다.

- 너희들 어케.. 만들었누..?

- 무슨 강당에 흙이 있냐ㅋㅋㅋ?

- ㅋㅋㅋㅋ요새 헌터 학교에선 무대조성 가르침?

채팅방에 수를 놓는 물음표들.

당황한 건 에이미도 마찬가지였다.

“무대 조성은 제, 제법이네요. 쪼금 음산할지도……. 근데 중요한 건 역시 분장이죠!”

크흠! 하고 숨을 고르는 에이미.

- 그건 맞지~

- 분장 어려움ㅋㅋ

- 이건 인정이지;; 학생들인데 메이크업 기술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귀신 분장 퀄리티는 못 올림ㅋ

자칭 전문가인 시청자들의 동조를 받으며 에이미는 천천히 걸었다.

단순한 축제지만 유명인인 에이미의 방송을 지켜보는 사람의 숫자는 셀 수가 없을 정도.

덜그럭!

앞에 집중한 에이미는 바닥에 있던 해골을 밟고 말았다.

“우씨! 뭐야! 노, 놀래라…….”

태생이 겁이 많아서 그런지 긴장까지 더해지자 에이미는 별게 다 무서웠다.

- 모형에 놀라네ㅋㅋㅋ

- 내가 방송 이 맛에 본다..

- 이젠 좀ㅠㅠ 안 놀랄 때도 되지 않았냐?

시청자들이 반응을 놀리자. 에이미는 괜히 허세를 부렸다.

“에이, 무서워서 놀란 거 아니에요. 넘어 질까봐 놀란 거지. 이거 보세요.”

에이미는 그렇게 말을 하며 해골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냥 딱 봐도 모형…….”

“따닥! 딱!”

갑자기 턱을 움직이는 해골.

“응?”

벙 쪄버린 에이미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자. 옆에선 머리도 없는 해골의 몸이 스스슥- 일어났다.

“따닥?”

손에서 다시 턱을 부딪치며 소리를 내는 해골의 머리. 에이미의 옆에서 멀쩡하게 서있는 해골의 몸.

“뼈! 뼈가 음직인드아아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에이미는 소리를 지르며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렸다.

“뼈, 뼈! 뼈가 인형탈도 아니었어! 여기 귀신 있어! 진짜 귀……. 콜록! 콜록!”

얼마나 놀랐는지 숨을 삼키다가 사레가 들린 에이미.

- 뭐야 이거 뭐야ㅋㅋㅋㅋㅋ

- CG임? 아니 뭔데ㅋㅋㅋㅋ

- 기대도 안 했는데 꿀잼 미쳤다ㅋㅋㅋㅋ 에이미 실려 가겠는데?

시청자들도 놀라서 채팅을 치는 사이. 에이미의 옆에선 이상한 숨소리가 들렸다.

“그르르……. 그르르…….”

벽을 보고 계속 숨을 몰아쉬는 머리털이 없는 남자. 피부는 마치 시체처럼 푸른색으로 창백했다.

“흐, 흐흐……. 여기 미쳤어. 나 이거 안 볼 거야. 나 그냥 지나갈래. 이 사람한테 말도 안 걸 거야.”

에이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중얼거림 ON!

- 현실 도피 ON!

- 응 못 지나가~

시청자들은 그런 에이미를 놀렸지만 혼잣말을 멈추지 않았다.

“나, 나, 덮치면 나 진짜 몰라. 밀칠 수도 있어. ……그냥 지나갈 거야. 나 이제 됐어. 다 즐겼어. 공포의 집 방송. 이제 평생 안 할 거야. 안 돌아와…….”

슬금슬금.

에이미는 한걸음을 걸을 때마다 마치 상대에게 경고를 하듯 계속 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거리가 가까워 진 그때.

“그륵, 그르……. 그…….”

상대의 숨소리가 변했다.

마치 에이미의 존재를 인지한 기분. 에이미는 가슴에서 심장이 미친 듯 뛰었지만 죽었다는 생각으로 슬그머니 발을 움직였다.

상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아주 느릿하게 움직였다.

탁.

하지만 에이미의 발은 밑에 있는 돌부리를 건드려버렸다.

“아?”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상대.

초점 없는 눈.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는 모습. 눈앞의 존재는 구울이었다.

“그하아아악!!”

구울이 에이미에게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며 소리를 지르자. 에이미는 마찬가지로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아악!!”

절대로 구울에게 밀리지 않는 데시벨. 에이미는 자신을 덮치는 구울 반사적으로 밀쳤다.

“오지마아악!!”

툭.

그러자 아무렇지 않게 떨어지는 구울의 팔. 에이미는 콧물까지 흘리며 일단 달렸다.

“와이쒸…… 나 진짜……. 이거 추천한 사람. 진짜로! 흑, 미쳣서! 헉, 일단 달려!! 크흥!”

아무렇게나 손에 코를 풀며 출구를 향해 걷는 에이미. 이번에는 누군가 눈앞에서 대검을 내려쳤다.

콰앙!

아슬아슬한 거리로 내려친 대검은 에이미의 앞에 떨어졌다.

“흐에엑! 와, 미쳤어 정말. 야! 너 진짜, 맞으면 어쩌려고!”

마치 아깝다는 듯 옆에서 바라보는 데스나이트의 붉은 눈.

“주, 인님의, 적에게…… 죽음보다, 더한, 공,포를…….”

안광을 내비치는 데스나이트의 얼굴은 정말 죽음보다 더한 공포였다.

“흑, 쉬, 와나! 진짜로! 진짜로. 나 이제 댓서! 출구로 갈래! 다 오지마! 허윽, 헉!”

결국 주저앉은 채 엉금엉금 거북이처럼 도망가는 에이미.

[에임쟝 님 200,000원 후원!]

- 은근 빠른 게 웃기지 않음?ㅋㅋ

- 에이미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이거 뭐냐... 학생들 특성이 뭐 귀신의 집 능력자임?

- ㅋㅋㅋ그럼 테마파크 알바 특채로 붙음?

시청자들의 채팅은 무수히 올라왔지만 에이미는 읽을 여력이 없었다. 눈물 콧물을 모두 뽑아내며 달리는 에이미.

“내가, 헉, 헉! 진짜! 다시 공포의 집. 오면! 개다, 멍멍! 진짜 안 해! 평생. 평새애애앵!!”

절규하는 에이미의 마음이 닿았는지 점점 멀리서 출구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헉, 허억……. 돼, 됐다. 비, 빛이다 빛……. 이제 진짜 끝이야!”

엉망이 된 얼굴로 살았다는 충만감에 휩싸인 에이미. 하지만 그때 에이미의 몸 전체가 멈췄다.

“아?”

마치 뱀을 마주한 개구리처럼 얼어붙은 에이미. 어둠 속에서 에이미를 바라보는 포식자의 눈은 릴리스의 스킬인 [석화의 시선]이었다.

저벅. 저벅.

어둠 속에서 고고한 여제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가여운 아이야…….”

감미로우면서도 오싹한 릴리스의 목소리. 에이미는 감히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우, 우우으…….”

입도 움직일 수가 없어서 그냥 우는 소리만 흘리는 에이미. 릴리스는 고개를 낮춰 에이미의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주인님께서…… 너의…… 공포를 원하신다.”

“으우우…… 이 여자 뭐야…… 귀에 뿔 닿아. 흑, 우으…….”

충분히 무섭다며 훌쩍이는 에이미.

5급 보스인 릴리스는 귀엽다며 에이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러나, 주인님의 자비에 감사하여라……. 주인님이 원하시는 게, 너의 목숨이 아님을 진심으로 찬양 하여라…….”

“우우으, 흑, 우으으…….”

에이미는 점점 석화가 풀리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찬, 찬양합니다. 흑, 찬양해요. 진짜로, 최고……. 목숨이 아니라서 고마워요. 훌쩍!”

에이미는 누군지도 모르는 주인에게 감사를 표하며 출구를 향해 걸어 나가는 에이미.

- 오늘 방송 미쳤다ㅋㅋㅋㅋ

- 저 누나는 뭔데ㅋㅋㅋㅋ

- 생각해보니까 F반이면 신유성 있는 곳 아님?

- ㅋㅋㅋㅋ F반이 미래네

웃고 있는 시청자와 코까지 먹으며 엉엉 우는 에이미. 릴리스는 그런 에이미의 손을 잡고 밖으로 인도해주었다.

“공포의 집은 즐거우셨나요?”

“히끅, 흑…….”

“그럼 다음에 또 찾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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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스가 웃으며 손을 흔들자. 에이미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시러……. 흑, 흐응, 크흥! 흡!”

다시 코를 풀며 훌쩍이는 에이미.

출구에 있던 스미레는 그런 에이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우, 울고 계시지?”

모두가 ‘진짜’로 이루어진 초 고퀄리티 귀신의 집. 스미레는 에이미를 울린 범인이 자신이라는 건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그럼 스미레, 출발해볼까?”

옆에 있던 신유성이 포켓을 보며 말을 하자, 스미레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마침 시간이 됐네요! 그,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릴리 씨!”

서큐버스에게 지휘를 맡기고 떠나버리는 스미레. 바보처럼 웃는 스미레는 어느 때보다 행복해보였다.

“네, 주인님!”

다행히 주인인 스미레의 행복은 곧 릴리스의 행복. 릴리스는 서큐버스답지 않게 해맑은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이쪽은 저에게 맡겨주시고! 부디 축제를 즐겨주시길!”

정말이지 충실한 사역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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