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쿠우우웅!
골렘이 쓰러지며 일으키는 풍압에 신유성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수문장은 4급 보스였군.’
그야말로 초고속 공략.
다른 인원들이 이제 첫 번째 방을 클리어 하고 있을 때, 신유성은 세 번째 방을 돌파하고 있었다.
신유성은 쓰러진 골렘을 바라보며 무감하게 생각했다.
‘지금의 스미레에겐 벅찰지도 모르겠는 걸.’
아직 신유성은 스미레가 마녀의 편린을 얻은 걸 모르고 있었다.
구구구궁!!
골렘이 쓰러지자 벽이 움직이며 길이 열렸다. 통로는 그다지 길지 않았다. 입구에서도 끝에 설치된 버튼이 보일 정도였다.
‘저걸 누르면 다음 장소가 열린다는 건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
몽환의 성은 마치 미로 같았다. 하지만 신유성은 지금까지 나온 장치들을 쉽게 간파해냈다. 물론 그 눈썰미는 이번 함정에도 빛을 발했다.
‘……어디 던질 만한 게.’
신유성은 바닥에 있던 벽돌 조각을 쥐고 자세를 잡았다.
휘익!
신유성이 벽돌 조각을 버튼을 향해 던졌다.
타악!
정확히 버튼에 명중한 벽돌 조각.
구구궁!
굉음을 내며 열렸던 통로가 순식간에 다시 닫혔다. 만약 손으로 눌렀다면 그대로 갇히는 상황.
하지만 신유성은 이미 무신산에서 권왕이 직접 만든 온갖 종류의 함정을 겪어본 적이 있었다.
‘그럼…… 함정을 모두 해제했으니. 이제 되돌아가볼까.’
신유성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멀리서 울려오는 진동. 이건 새로운 통로가 열린 게 분명했다.
* * *
몽환의 성에서 벌어진 초유의 물량전술. 통로를 가득 채웠던 언데드들은 이미 스미레의 스킬인 [마녀의 장막]으로 하수인이 되어버렸다.
특히 그 선봉장을 맡은 건 신유성의 해골과 데스나이트.
“딱, 따닥!”
“부, 숴라! 주인님의, 적을!”
두두두두!
엄청난 발소리를 내며 몰려간 언데드들은 거대한 골렘을 조금씩 부숴나갔다.
“검이 부,서지면 머리,로 부, 딪쳐라! 머리가…… 부서지면! 이,빨로 깨물어라!”
선봉장에선 데스나이트의 연설에 해골들은 환호하며 자신의 턱뼈를 부딪쳤다.
“따다닥!”
“딱, 딱!”
고차원의 기술로 만들어진 골렘은 머리에 달린 마나핵에서 붉은 빛을 내뿜었다.
위잉!
“침입. 자를. 섬멸한다!”
지이이잉!!
골렘의 눈에서 나온 레이저가 바닥을 휩쓸었다.
파바바박!
레이저에 닿자마자 녹아내리는 언데드들. 하지만 골렘의 필살기는 의미가 없었다.
“아, ……암흑의 군세여. 여기서 강림하라.”
정작 네크로맨서인 스미레는 구석에서 반지를 이용해 계속 언데드들을 소환하고 있었다. 보유한 마나까지 풍부한 스미레는 그야말로 언데드 공장.
“따다다닥!”
“그어어…….”
스미레의 앞에 마법진이 그려지며 해골과 구울 들이 쏟아져 나오자. 스미레는 보랏빛 마나를 내뿜으며 반지를 들고 읊조렸다.
“어, 어둠은…… 태양을 가려라!”
물론 성의 내부라 하늘에 태양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반지에서 흘러나온 검은색 구름은 착실하게 언데드를 강화시켰다.
사아아악!
“그워어어!!”
“온 몸,에서 힘이 넘쳐, 흐른다! 이것이 주,인님의 은총!”
“따닥!”
스미레의 힘에 취해 열광하는 언데드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검은색 구름에선 갑자기 붉은색 눈이 튀어나왔다.
그 다음 구름은 마치 생명을 가진 듯 천장을 떠다녔다.
‘아, 아까 얻은 힘 때문인가?’
스미레는 구름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마녀의 편린에서 얻은 힘이 [절망의 암운]을 강화 한 것이다.
휘이잉!
검은색 구름은 주인인 스미레를 따라 날아다녔다. 원래 절망의 암운은 금방 흩어져서 지속시간이 짧았지만 이제 그 단점이 완벽히 보완됐다.
“모, 모두 공격!”
스미레가 검지로 골렘을 가리키자. 소환된 언데드들은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그르르……. 구웨에엑!”
원래 손톱으로 할퀴던 게 전부였던 구울은 산성위액을 토해내 골렘을 녹였고. 데스나이트의 대검에선 검은색 마나가 넘쳐흘렀다.
“크하하! 지,금의 나는 듀라한도 무섭지 않다! 울, 부짖어라! 데스브링어!”
데스나이트가 대검을 휘두르자. 검은색 불꽃이 골렘을 뒤덮었다. 아티팩트와 마녀의 편린을 흡수한 스미레는 확실히 강해졌다.
네크로맨서로 한정한다면 학생들 중에선 단연 탑.
“그워어어!”
“죽, 어라!”
구울과 데스나이트가 활약을 펼치자. 신유성의 해골은 골렘의 머리를 향해 도약했다.
파앗!
높이 뛰어오른 신유성의 해골.
골렘은 머리에 달린 핵으로 또 다시 붉은빛을 모았다.
“침. 입자. 섬멸!”
하지만 마녀의 힘으로 강화된 신유성의 해골은 강력했다.
퍼억! 쩌억!!
단순히 휘두른 뼈 주먹에 골렘의 핵에 금이 간 상황. 마지막 마무리를 한 건 데스나이트의 대검이었다.
부웅! 쩌저저적!!
핵이 완전히 부서지자 골렘은 가동을 멈췄다.
“이, 이겼다! 모두 해냈어!”
주인인 스미레가 밝아진 얼굴로 기뻐하자. 언데드들도 환호했다.
“우리, 들의 승,리다!”
“딱, 따닥!”
“그르르!”
언데드들은 비록 꿈에 나올까봐 두려운 몰골이었지만. 주인인 스미레의 앞에선 한없이 순종적이었다.
“만, 세!”
“따닥!”
“그르, 그르르!”
승리를 자축하며 번쩍 스미레를 드는 언데드들.
“꺄, 꺄악!? 너희……. 와아아앗!”
언데드들은 스미레를 하늘 높이 던지며 헹가래를 쳐주었다.
“따, 닥!”
“그르!”
“너, 너희들…….”
지금까지 받아 본 적 없는 열띤 대우에 눈물을 훌쩍이는 스미레. 아무래도 사역마인 언데드들은 주인인 스미레의 성격을 조금씩 닮아가는 모양이었다.
“주, 인님! 통로가 열렸습니다!”
“그르, 그르르!”
“주, 인님! 이 구울이 자, 신이, 먼저 확인 해보겠다고, 합니다!”
끄덕.
“아, 알겠어요. 그럼……. 조심히!”
스미레의 허락이 떨어지자. 구울은 통로를 향해 들어갔다.
“그르! 그르르!”
툭.
하지만 구울이 튀어나온 벽돌을 건드리자 트랩이 발동되며 폭우처럼 화살이 쏟아졌다.
쐐애액! 파바밧!
“구워어! 게엑.”
화살에 벌집이 되어 움직이지 않는 구울. 스미레는 헉- 하고 소리를 내더니 다시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다, 다음…… 지원자 있나요?”
스미레가 지휘하는 건 마나만 있다면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는 언데드 군단. 지원자들은 겁이 없었다.
“주, 인님! 저에게 기회를!”
“따닥딱!”
“그륵 그르르!”
신유성이 타고난 감각과 경험으로 함정을 파훼했다면 스미레의 방법은 물량전. 죽지 않는 언데드들은 함정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구구궁!
버튼을 누르자 뒤에서 진동과 함께 열리는 통로. 마녀의 힘을 얻은 스미레의 대활약이었다.
‘정말 클리어 했어!’
신유성의 파티로 남기 위해서.
신유성의 도움이 되기 위해서.
스미레는 파티의 누구보다 강해지길 원했다. 마녀의 편린은 그런 스미레에게 찾아온 새로운 힘.
‘라, 라플라스의 관. 이라고 했지?’
하지만 새롭게 얻은 스킬은 이상할 정도로 거부감이 들었다. 마치 본능이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기분.
하지만 지금 스미레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새롭게 얻은 스킬보다는 파티장인 신유성과 합류하는 게 먼저였다.
‘……일단 유성 씨에게 가자!’
* * *
[★한일 연합 채팅방☆]
[すみれ: (*●⁰ꈊ⁰●)ノ 이쪽은 공락을 모두 마쳤습니다!]
[신유성:잘했어 스미레. 이제 입구로 돌아와. 새로운 통로부터는 전부 모여서 공략에 나서자.]
[すみれ: !!! ]
[すみれ: ᕕ༼✿•̀︿•́༽ᕗ]
[Only!No.1!:사쿠라? 거긴 어때?]
세이지가 메시지를 보낸 지 10초. 사쿠라의 채팅은 여전히 올라오지 않았다. 갑자기 엄습하는 불길한 기분. 세이지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Only!No.1!:사쿠라?]
여전히 정적만 흐르는 채팅방.
띠링!
[Sakura✿:응]
뒤 늦게 올라오는 사쿠라의 채팅.
세이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채팅을 쳤다.
[Only!No.1!:지금 어디야?]
[Sakura✿:난 거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어.]
[Sakura✿:지금 당장 데리러 와줘 세이지.]
채팅을 읽던 세이지는 미간을 찌푸렸다. 콕 짚어 말할 수는 없지만 사쿠라의 채팅은 뭔가 이상했다.
‘……채팅이라서 그런가?’
평소와는 말투도 달랐고, 결정적으로 데리러 와달라니.
‘다친 건가?’
세이지는 긴가민가한 얼굴로 채팅을 쳤다.
[Only!No.1!:부상 당한 거야?]
[Sakura✿:응. 맞아. 그러니까 얼른 와줘.]
세이지는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챘지만 일단 사쿠라가 들어갔던 통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툭. 투두둑.
사쿠라는 인형처럼 멍한 눈으로 포켓에다 메시지를 입력했다.
[Sakura✿:응. 맞아. 그러니까 얼른 와줘.]
그리곤 보내기 버튼을 꾹 누르자. 금방 세이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Only!No.1!:알겠어. 당장 갈게.]
“온다고 합니다.”
생기 없는 목소리로 말을 하는 사쿠라. 서큐버스는 자신의 무릎위에 앉은 사쿠라의 머리를 자상하게 쓰다듬어주었다.
“잘했어. 착한 아이구나?”
양쪽 입꼬리를 올려 섬뜩하게 웃는 서큐버스.
“……날 위해서. 네가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
서큐버스의 질문에 사쿠라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
“침입자를…… 죽여야 합니다.”
서큐버스는 사쿠라를 보며 만족한 듯 활짝 웃더니. 자신의 품으로 껴안았다.
“착하다……. 착해. 그럼 지금부터 날 위해 네 충성심을 보여주렴. 네 친구를 네 손으로…….”
그리곤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직접 처리하는 거야. 성공하면 내가 상을 줄게. 아주 좋은…. 후훗, 알겠지?”
사쿠라는 서큐버스의 속삭임에 그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국 팀 중 누구도 모르는 사이.
일본 팀은 궤멸의 위기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