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협회가 준비해준 방송용 부스.
준비를 마친 에이미가 방송을 키자. 실시간 시청자는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헤헤! 모두 잘 오셨습니다! 다 저희 파티장님 보러 오신 거 맞죠!?”
반갑게 시청자를 반기는 에이미.
시청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후원금을 보냈다.
[콘대 님 300,000원 후원!]
- 에이미가 선발전 메인이라니! 역시 가온 출신인거냐고~!
[에임쟝 님 1,500,000원 후원!]
- 대체 신유성 어떻게 섭외함?!
[alessioago33 님 5,000원 후원!]
- ※Adela vince comunque.
언제나 자본주의는 최고.
에이미는 눈을 빛내며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청렴함을 어필했다.
“아! 참고로 후원금의 절반은 파티장님에게 상납되니까! 흐흐, 저희 파티의 무궁한 성장을 위해 마음 편히 쏴주세요! 흐헤헷…….”
후원으로 기분이 좋아진 에이미는 채팅창을 확인했다.
[alessioago33 님 5,000원 후원!]
- 아델라는 이탈리아인. 아델라가 신유성을 이기고 우승한다.
아델라를 응원하러 굳이 신유성의 방송에 찾아온 이탈리아 팬. 에이미는 아델라의 팬을 강퇴해버리고 시청자들을 스크린에 집중시켰다.
“자자! 모두 집중하세요! 파티장님이 지금 대 활약을…… 어?”
갑자기 나무 뒤에 숨어버리는 신유성. 재밌는 장면을 직감한 에이미는 눈을 빛냈다.
“오오! 여러분! 상대방이 왔나 본데요? 숨었다는 건 역시 기습!?”
신유성의 행동을 숨죽이며 지켜보는 에이미와 시청자들.
- 대체 어떻게 안 거임?
- 진동ㅋㅋ?
- ㅋㅋㅋ그게 말이 되냐?
시청자들의 채팅이 점점 빠르게 올라오며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을 때, 신유성은 옆을 지나가던 학생을 일격에 기절시켰다.
그것도 신유성이 사용한 건 스킬이나 무기도 아닌 맨손.
“흐에엑!? 저, 저게 뭐야!?”
충격적인 광경을 본 에이미는 입을 벌린 채,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 ?? 맨손으로 쓰러트림?
- ㅋㅋㅋㅋ대체 어떻게 한 거?
- 당한 애는 불쌍해서 어쩌냐? 시작하자마자 탈락이네ㅠㅠ
채팅의 시청자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에이미는 꿀꺽 침을 삼켰다.
‘역시 파티장님이 아, 아델라보다 강하신건가?’
대전에서 참패한 이후 에이미에게는 공포의 상징인 아델라. 어쩌면 그런 아델라를 신유성이 이겨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 * *
무신산에서 살아온 12년의 경험.
신유성은 그때의 경험을 선발전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군.’
신유성은 풀이 누워져 있는 각도를 통해 상대방이 지나간 방향을 유추하고, 발자국의 크기를 통해 상대방의 숫자 유추해냈다.
‘이 앞으로 지나간 사람의 숫자는 둘. 싸운 흔적이 없는 걸로 봐선 어쩌면 페어를 맺었을 수도 있겠어.’
신유성은 숨을 죽인 채, 천천히 흔적을 따라 나아갔다. 상대방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크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진짜 괜찮은 거야? 계속 숨어 있는 건 좀 비겁한 거 같은데.”
“모든 수단을 사용해도 괜찮다고 했잖아. 이것도 다 전략이지.”
“으음…… 우린 시작 장소도 같았고 운이 좋은 케이스니까……. 활용하긴 해야지.”
교복을 보아하니 같은 아카데미 출신으로 보이는 남학생과 여학생. 신유성은 기척을 죽이고 멀리서 둘을 훔쳐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 페어를 맺는 것도 전략이니까.’
신유성은 풀을 한 움큼 뽑아 공중에 흩뿌렸다. 지금 불고 있는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는 행동.
‘마침 방향도 상대방 쪽이군.’
미리 준비해둔 물건을 꺼내기 위해 신유성은 포켓을 열었다.
[포켓 목록]
1 - 흑룡포[아티팩트]
2 - 마나 연막탄[헌터용품]
3 - 마나 화염탄[헌터용품]
포켓에 담을 수 있는 물품은 총 3개. 신유성은 연막탄을 꺼내 마나를 불어넣었다.
츳! 츠츠츳!
순식간에 연막이 뿜어져 나오며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지자. 신유성은 반대편을 향해 달렸다.
“뭐야!? 기습인가?”
“여, 연막이 점점 다가오는데?”
두 학생이 연막에 정신이 팔린 동안 신유성은 반대편에 기습을 실행했다.
파악!
처음은 노린 건 여학생의 목.
그 다음 재빠르게 고개를 돌린 남학생의 머리에 신유성의 깔끔한 발차기가 직격했다. 결국 푸른색의 빛으로 변해 흩날리는 탈락자들.
[남은 인원은 144명입니다.]
신유성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더 연막이 퍼지기 전에 자리를 피해야겠군.’
신유성이 찾는 건 서바이벌이 벌어질 사람들이 모일만한 장소였다.
[Amy♥:저기! 파티장님! 탈락자가 아이템을 두고 간 거 같은데요?]
곧 바로 자리를 떠나려던 신유성은 에이미의 메시지를 읽고 다시 주변을 살폈다.
사아악.
학생들이 사라진 장소에는 준비해온 헌터용품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첫 전투가 분명한데도 남아 있는 물품은 단 두 개. 아무래도 확률에 따라 드랍되는 개수가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그럼 챙겨 갈만한 게.’
신유성이 헌터용품을 바라보자 홀로그램으로 정보가 떠올랐다.
[드랍 목록]
1 - 주홍단검[헌터용품]
2 - 포획쇠사슬[헌터용품]
3 - 마나 전기구슬[헌터용품]
포켓에 집어넣을 수 있는 물품은 단 3개. 그렇다고 장비를 할 만큼 유용한 물품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전기구슬인가.’
신유성이 전기구슬을 챙겨 포켓에 넣자. 에이미의 메시지가 동시에 도착했다.
[Amy♥:존경하는 파티장님!?]
[Amy♥:파티장님의 충실한 서포터로서 또 기가 막힌 정보를 알아왔습니다! ٩(*´∀`*)۶ ]
어쩐지 잔뜩 기뻐 보이는 에이미의 메시지. 신유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Amy♥:평균적인 데이터로는 대부분 맵의 중심지와 외곽에 참가자가 몰린다고 하네요!]
[Amy♥:그러니까! 저희가 빨리 찾아가서..! (ง •̀_•́)ง]
직접 탈락자를 늘리자는 이야기.
이번 건은 신유성에게 꽤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 신유성은 방금 전의 탈락자들처럼 순위권 정도가 목표가 아니었다.
신유성이 원하는 건 오로지 우승. 결승전에 진출하더라도 투표에서 이기려면 뛰어난 활약이 필요했다.
“좋아. 마침 강만 따라가도 마을이 나올 테니까. 그럼 가까운 외곽부터 노려볼까?”
신유성이 승낙을 하자. 파트너인 에이미는 메시지에 적힌 글자만으로 바짝 든 충성심을 증명했다.
[Amy♥:넵! 좋아요! 저는 파티장님만 믿습니닷!]
* * *
선발전을 시청 중인 F반은 거의 분위기가 축제였다.
“유성이가 벌써 탈락시켰어!”
“그것도 전부다 일격!”
“진짜, 미쳤다. 어떻게 특성도 안 쓰고 저렇게 강해?”
스크린에 방송을 띄우고 모두 모여 시청중인 F반. 이시우는 준비해둔 응원용 막대풍선을 나눠주었다.
“어허~ 감히 유성이를 응원하는데 맨손으로 해?”
“……와 너 이런 거도 준비했어?”
레니아가 막대풍선을 신기하게 바라보자 이시우는 콧김을 뿜었다.
“다들 하나씩 들고 유성이를 응원하도록 해.”
이시우는 간식코너에서 팝콘을 집어오더니.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라. 야 레니아.”
“아 중요한 순간이야. 유성이가 공기를 마시고 있단 말이야.”
“아니, 스미레 못 봤냐?”
“음? 그러고 보니…….”
레니아도 그제야 빼꼼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스미레는 보이지 않았다.
“흠, 이런데 빠질 애는 아닌데.”
이시우의 걱정스러운 표정.
평소에는 툴툴거렸지만 이시우도 파티원인 스미레가 안보이자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대체 어딜 간 거지?”
* * *
스미레는 기숙사에 있었다.
그것도 세븐넘버에게 허락된 최고급 시설의 기숙사. 스미레는 경건하게 소파에 앉아. 스크린을 조작하고 있었다.
‘여길 들어가서, 에이미 씨 이름을 적으면…….’
팟!
입력이 끝나자 화면이 바뀌었다. 사실 스미레는 공식방송이 아닌, 에이미의 개인 방송을 보고 싶었다.
“아! 시, 신유성 씨!”
스크린을 보며 두근거리는 표정의 스미레. 전체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공식방송과 달리 에이미의 개인방송은 오직 신유성만 나왔다.
스미레에게 그건 엄청난 차이.
“아, 흐, 흐흐…….”
스미레는 응원막대를 들고 음침하게 웃으며 스크린 속 신유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유성을 보는 것만으로 마냥 행복해 보이는 스미레. 그때 학교의 전체 방송이 울려 퍼졌다.
[아아! 교장 진병철입니다. 1학년생들은 선발전 시청을 위해 수업을 일찍 끝냈으니 꼭 방송을 시청하시기 바라고. 3번 대련장 암호패드 발급해간 사람은 빨리 반납하세요.]
막대를 휘두르는 걸 멈추고, 물끄러미 방송을 듣는 스미레.
[린샤오 교관입니다. 1학년 C반. 3번 대련장 암호패드 빨리 반납하세요. 그리고 얘들아 응원은 우리 유성이다 알……. 으억!]
[소해정 교수입니다. 편애로 찌들어 있는 린샤오 교관의 말은 부디 무시하고. S반의 아델라도 평등하게 응원해주세요. 이상입니다.]
“어…….”
슬그머니 다시 막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응원을 하려는 찰나. 신유성은 순식간에 2명을 추가로 제압했다.
“앗! 시, 신유성 씨!”
화악-
표정이 밝아지며 기뻐 보이는 스미레의 얼굴. 스미레는 괜히 아무도 없는 주변을 살피며 눈치를 보더니 모처럼 용기를 냈다.
“유, 유…… 유성 씨! 파이팅! 힘내세요!”
물론 아직 스미레의 용기는 기껏해야 성을 제외하고 부르는 정도였다. 하지만 스미레는 대단한 일을 해낸 듯 어느 때보다 뿌듯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