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63화 (63/434)

제63화

메트로 시티의 초대형 경기장.

드드드드드!!

천장의 구조물이 굉음을 내며 닫히자. 어두웠던 경기장에 하나, 둘 조명이 켜지며 무대를 비췄다.

팟! 팟! 팟!

진행자와 해설위원의 모습이 드러나자. 관객석에선 함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유한나입니다! 벌써부터 선발전의 기대감으로 경기장의 열기가 뜨거운 데요!”

유한나는 능숙한 진행을 하더니 힐끗 메이린을 쳐다봤다.

“……해설 위원을 맡게 된 메이린입니다.”

메이린은 하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렇게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건 질색이었지만 메이린은 협회와 헌터들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헌터 중 한 사람이었다.

‘협회장님의 부탁만 아니었어도!’

[쿨&뷰티! 여신! 메이린!]

[날개 없는… 학원도시의 요정★]

덕분에 아이돌을 방불케 하는 플래카드까지 걸렸을 정도. 메이린은 얼굴을 찡그리며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냈지만 팬들은 메이린이 카메라에 잡히자 환호를 질렀다.

“……윽!”

창피함에 얼굴이 붉어진 메이린이 홱- 고개를 돌리자. 유한나는 자연스럽게 진행을 이어갔다.

“자 그럼, 학생들의 소개와 사전 투표 결과를 발표하기 이전에! 선발전의 규칙과 방송에 대한 안내를 설명하겠습니다!”

팟!

유한나의 말이 끝나자 스크린에는 상세한 내용들이 떠올랐다.

[규칙 및 안내사항]

1. 참가자들에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전략이 허용됩니다.

2. 데미지 누적으로 탈락 처리가 되면 포탈 밖으로 퇴출됩니다.

3. 포탈은 마나로 만들어진 가상공간과 이어져있습니다. (학생들의 상처는 실제 상황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4. 아티팩트와 헌터 용품은 최대 3개까지 포켓에 소지가 가능합니다.

5. 서포터의 메시지는 주최 측에서 검열합니다. (대회의 형평성에 영향이 없는 선에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만약! 응원하는 학생들을 쭉 보고 싶으시다면? 공식 방송이 아닌, 서포터들의 개인 방송에서 시청이 가능합니다!”

지금 유한나가 말한 개인방송이 바로 에이미가 그토록 바라던 송출권의 역할이었다.

화제성이 높은 학생의 서포트를 맡게 될수록 시청자가 높은 건 당연한 이치. 그런 의미에서 신유성은 아델라와 함께 모든 방송인이 탐내는 학생이었다.

“자! 그럼!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사전 투표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위 - 아델라 오르텐시아 (43%)

2위 - 신유성 (39%)

3위 - 나지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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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차이.

아직 선발전이 시작하지 않았기에 투표의 결과가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신유성과 아델라의 인기는 엄청났다.

“역시 1위와 2위는 가온 출신인 아델라와 신유성 학생이군요! 가온은 명문 아카데미로 유명하죠. 그리고 3위는 이노 아카데미의 나지혜 학생입니다!”

유한나의 설명이 끝나자. 메이린을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사전 투표는 어디까지나 사전 투표. 이 학생들이 결승전까지 도달 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메이린도 이미 결승전의 후보는 신유성과 아델라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실력을 생각하면. 결승전은 결국 둘의 대결이 되겠지.’

앞선 말은 그저 예의상의 이야기.

유한나는 노련하게 메이린의 이야기를 재빠르게 물었다.

“그렇죠! 순위권에 안착하지 못했더라도 대회의 양상과 마지막 투표의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법! 절대 Don't give up!”

둘의 설명이 끝나자 밝게 모든 조명이 켜지며 가려졌던 학생들의 모습이 경기장에 드러났다.

권왕의 제자 신유성.

가온의 학년 1위 아델라.

이노 아카데미의 나지혜까지 학생들은 사전 투표의 결과대로 깔끔하게 줄을 맞춘 상태였다.

신유성은 빽빽하게 채워진 수만 명의 관중들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

‘……이게 바로 선발전.’

신유성은 협회의 대회와 교외 활동들에서 뛰어난 활약을 해냈었지만  선발전은 지금까지 겪어온 일들과 스케일이 달랐다.

한국의 모든 시민들이 즐기는 국가적 이벤트.

국가를 대표해 세계에 한국의 국력을 증명할 단 1명의 파티장을 뽑는 자리였다.

‘……분명 스승님도 날 지켜보고 계시겠지.’

권왕은 누구보다 국가대항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가 대항전은 타국의 강자들을 만나며 실력을 올릴 좋은 자리. 최강이 되려는 신유성에겐 놓쳐선 안 될 기회였다.

‘겨우 선발전에서 탈락을 하면. 스승님을 뵐 면목이 없지.’

그렇게 생각한 신유성은 여유롭게 웃었다. 자신의 목표를 생각하면 지금의 대회는 시작에 불과했다.

- 와아아아!

신유성의 미소가 화면에 잡히자. 관중석에선 다시 함성이 쏟아졌다. 진행자인 유한나는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화제성이 있긴 해.’

그 증거로 시작부터 쭉쭉 치고 올라가는 시청률. 헌터 종주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선발전은 국외의 관심도 엄청났다.

물론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참가자는 단연 아델라와 신유성이었다.

무패전승의 아델라.

권왕의 제자. 신유성.

둘은 학생에 불과하지만 엄청난 네임 벨류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 쪽이 이기든 재밌게 됐어. 물론…… 그림은 한국 출신이 이기는 쪽이 좋겠지만.’

머릿속에서 계산을 끝낸 유한나는 신나게 웃으며 크게 소리쳤다.

“자! 그럼 지금부터 선발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의 환호 속에서 학생들은 하나 둘 포탈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깔끔하게 관리된 책상.

차기회장인 신하윤은 깍지를 낀 여유로운 자세로 선발전의 영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흐응.”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가늘게 뜨며 웃는 신하윤. 이혁은 그런 신하윤의 모습이 생소했다.

“네가 이토록 1학년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처음 봐.”

이혁의 이야기에도 신하윤은 화면 속 신유성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아,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거든.”

이혁은 고아원 출신인 신유성과 신오가문의 출신인 신하윤의 접점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껏해야 성이 같다는 정도.

신하윤은 평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궁금하네.”

“우승자?”

“아니.”

정말이지 재밌는 상황.

신하윤은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뭔지는 몰라도 즐거워 보이네.”

이혁의 말에 신하윤은 그제야 거울에 비친 자신의 입가를 확인했다.

“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하윤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신하윤은 살짝 입술을 잘근 깨물더니 다시 환하게 웃었다.

“너무 기대했나봐.”

우승자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자존심 강한 신오가문의 가주이자. 신하윤 자신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과연 가주님은 본인의 눈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실까?’

만약 이번 선발전에서 신유성이 우승을 한다면 신오가문의 일원들은 당연히 가주의 자질을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의 대표로 뽑힐 정도의 원석을 스스로 버렸다는 점.

그 원석을 권왕처럼 갈고 닦을 실력이 없었다는 점.

‘그렇게 되면. 분명 누군가는 신유성을 언급하며 걸고넘어지겠지.’

자신의 아버지에 일이자 가문의 일인데도 신하윤은 그저 즐거웠다. 이혁은 상황도 모른 채 신하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활약은 얼핏 들었지. 나도 기대가 되긴 하네.”

“……그래? 그럼 잘됐네. 오늘 같이 볼까?”

그렇게 말한 신하윤이 서류를 치워버리자. 이혁은 어쩔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좋아. 그럼 다음 스케줄이 있으니 딱 2시간 정도만…….”

“좋아.”

신하윤은 흔쾌히 답했다.

이미 교수들보다도 강해진 신하윤에겐 신유성의 실력을 가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     *      *

우거진 나무.

소동물들이 뛰어다니는 녹색의 숲.

포탈로 들어간 신유성이 도착한 곳 어딘지 모를 산이었다.

‘……이게 전부 가짜?’

냄새부터 소리에 이르기까지 현실과 똑같은 오감. 하지만 신유성이 존재하는 곳은 시합을 치루기 위해 마나로 만든 가상의 공간이었다.

덕분에 치명상을 입어도 포탈을 통해 퇴출 될 뿐 현실에서는 어떤 상처도 없었다.

‘신기한걸.’

신유성이 헌터협회의 기술력에 감탄하고 있을 때, 포켓에서 푸른빛의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지금부터 선발전에 관한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선택된 맵- 사르니아 섬]

[시작 장소- 사르니아 산]

[참가자는 랜덤한 장소에서 시작이 되며 모든 수단을 사용해 최후의 2인이 될 때 까지 생존하십시오.]

“잘됐군.”

신유성도 선발전에 관한 설명은 이미 에이미를 통해 숙지했다. 다행이 사르니아 섬은 신유성이 미리 공부했던 맵 중 하나였다.

팟!

[Amy♥:오! 사르니아! 완전 굿이네요! 이 맵의 특성은 저 거의 다 기억하고 있어요! ٩(๑˃̵ᴗ˂̵)و]

[Amy♥:흠, 그리고 시작 장소가 산이면! 보통은 산등성이를 따라서 시야를 잡는 편이긴 해요.]

기쁜 일은 나눌수록 즐거운 법.

지켜보던 에이미도 신나서 메시지를 보냈다.

“아니 내게 생각이 있어.”

하지만 신유성에게 에이미의 전략은 필요하지 않았다. 재빠르게 신유성은 몸을 숙여 흙에 손을 짚었다. 그 다음 특성으로 집중력을 한계까지 끌어 올렸다.

- 저벅. 저벅.

손끝으로 느껴지는 진동.

- “아, 냇가 쪽이 어디지?”

- “분명 여기서 하부는 맞는데?”

그 다음에는 귀를 통해 미세한 소리가 바로 옆처럼 들려왔다.

‘냇가를 찾고 있는 건가.’

정체는 모르지만 상대의 행동도 정석적인 전략 중 하나였다. 얕은 물가를 통해 이동하면 흔적은 지워지고, 상대방의 추적이 어려워진다.

특히 사르니아 섬은 모든 냇가의 끝이 마을로 이어졌다. 즉 길을 잃지 않고 마을에 도착할 수 있는 이점도 있었다.

‘방향을 생각하면…….’

신유성은 상대의 이동경로를 예측해 적당한 나무 뒤에 숨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풀을 헤치며 나무를 향해 걸어오는 상대.

“으, 어떻게 여긴 벌레까지 현실적이야. 짐승 똥냄새도 나고…….”

너무 안일한 행동.

상대는 큰 목소리로 서포터에게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저런 행동은 위치를 들키기 쉬웠다.

‘남자군. 숫자는 한 명.’

신유성은 점점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숨을 죽이고 기척을 지웠다. 그 다음 상대방이 자신의 옆을 지나칠 때.

“그냥 폼 나잖아. 방송이니까 사람들도 많이…… 컥!”

손날로 상대방의 목을 후려쳤다.

풀썩!

불쌍한 남학생은 신유성의 깔끔한 일격에 바로 정신을 잃었다. 거기에 맞춰 포켓은 홀로그램을 뿜어냈다.

[유선 아카데미의 윤문복 기절.]

[회복 불능으로 판단. 실격 처리합니다.]

[남은 인원은 163명입니다.]

사아앗!

홀로그램이 사라지자.

기절한 남학생은 푸른색의 파편이 되어 먼지처럼 흩날렸다.

‘이게 탈락자의 처리인가.’

그 광경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는 신유성. 마찬가지로 에이미도 신유성의 실력이 신기했다.

[Amy♥: 파티장님…? 1분도 안되어서 첫 탈락자라니… 대체 어떻게 하신건가요…?]

새삼 느끼게 되는 에이미.

신유성은 상식 밖으로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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