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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60/434)

제60화

헌터의 강함과 수준이 비슷한 몬스터일수록 공략법의 유무는 빛을 발한다. 김은아의 상대는 무려 상성인 전기 내성의 여울룡.

파앗! 탁!

김은아는 자신의 장기인 스피드로 여울룡을 상대했다.

부웅!

여울룡이 휘두르는 손톱을 피하고 다시 주위를 돌며 시선을 끌었다.

“크릉!”

덩치가 큰 여울룡의 공격을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 다음 차례는 스미레.

“지, 지금 모두 쏴주세요!”

스미레의 외침과 함께 해골들은 뼈로 만들어진 조잡한 활로 여울룡을 조준했다.

휘잉! 팽! 패패팽!

여울룡의 몸체를 노리며 하늘을 나는 화살들. 여울룡은 막거나 피하는 대신 화살들을 향해 포효했다.

“크라아악!!”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지는 화살.

이정도 공격은 여울룡에게 통하지 않았다.

“은아 씨…… 화, 화살이 다 떨어졌어요. 비늘도 너무 단단하고…….”

스미레가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김은아는 입술을 질끈 물었다. 여울룡의 비늘은 김은아의 전기를 흡수하고 해골의 공격도 막아냈다.

“……저 비늘만 없어도!”

지금 김은아와 스미레의 공격력으로 단단한 비늘을 뚫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어떻게든 방법을 찾기 위해 김은아의 눈이 재빠르게 여울룡을 살폈다.

‘비늘. 비늘이 없는 곳…….’

김은아의 눈이 닿은 곳은 여울룡의 유일한 약점. 배.

하지만 여울룡의 배를 노리면 자연스럽게 앞발과 거리가 가까워졌다.

기동성이 느린 데스나이트나 해골들은 접근하기 전에 여울룡의 발톱에 부서진다.

‘……이중에 접근 할 수 있는 건 내가 유일해.’

거기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지금.

김은아가 여울룡에게 어떤 공격을 할지도 문제였다.

‘머리를…… 머리를 쓰자. 여울룡을 한방에 보내버릴 방법…….’

“크르응!”

그때 여울룡이 앞발을 휘두르자. 발톱이 김은아의 머리 위를 스쳤다.

“흐! 흐에엑!”

놀란 나머지 입을 가리는 스미레.

김은아는 스미레를 진정시키기 위해 센 척을 했다.

“걱정 마! 괜찮으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은아는 손을 떨고 있었다. 겁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는 특성조차 먹히지 않는 거대한 괴물. 김은아도 두려운 게 당연했다.

‘역시 방법은 그거뿐인가.’

파지지직!

김은아는 손에 번개를 피워 올렸다. 여울룡의 비늘엔 번개가 통하지 않으니 방법은 하나.

“크르릉!”

정면에서 이를 드러내는 여울룡.

김은아는 전기로 잔상을 남기며 여울룡의 배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번쩍! 파앗! 파지지직!

고통에 울부짖는 여울룡.

“크라아아악!”

전기를 흡수하는 건 어디까지나 비늘. 김은아의 공격은 확실히 통하고 있었다.

“은아 씨! 옆을!”

퍼억! 콰앙!

하지만 역시 거리를 좁힌 댓가는 참혹했다. 앞발에 어깨를 맞고 바닥을 몇 바퀴나 굴러버리는 김은아.

“으, 은아 씨!!”

스미레의 찢어지는 비명에 김은아는 비틀거리며 땅을 짚고 일어섰다. 하지만 여울룡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콰앙!

이번에는 등.

철퇴처럼 휘두른 꼬리가 등에 맞자 김은아는 반대편을 향해 쓰러졌다. 준비해온 마나 배리어는 깨져버렸고, 몸에는 흙먼지가 묻었으며, 이마에선 피가 흘렀다.

머리가 어질해지는 충격.

전투를 지켜보던 신유성은 김은아를 부축해 여울룡에게서 벗어났다.

그런데도 김은아는 부축을 해준 신유성에게 바보처럼 중얼거렸다.

“아, 아직. 난 아직…….”

“다음 공격을 맞으면 기절할 수도 있어.”

신유성은 담담하게 말했다.

김은아의 용기는 충분히 봤다. 설령 이번 전투를 포기하더라도 김은아의 가치는 신유성에게 충분히 증명됐다. 김은아는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였다.

그런데도 김은아는 고개를 털었다. 그리곤 아주 또렷하게 말했다.

“……난, 아직 할 수 있어.”

이건 자존심을 세우는 것도 고집도 아니었다. 김은아는 냉정했다.

비록 상성이라도 약점을 알아냈다면 승산은 있었다.

여울룡을 보며 다시 번개를 피워 올리는 김은아. 그걸 지켜보는 스미레의 표정은 괴로워보였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스미레의 물음에 김은아는 헛웃음을 지었다. 평소의 김은아는 패자들의 노력을 비웃었다. 쓸데 없는 노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오늘은 머리에서 피가 흘러도 포기하지 않는 걸까. 신유성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김은아는 곧바로 편해질 수 있었다.

“……몰라.”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약함 때문에 빌런에게서 오빠를 구하지 못해서.

아니면 상처받기가 두려워서 만남을 피하고 거부해서.

김준혁이 각성제를 먹은 이유를 줄곧 외면해서.

꼽아보자면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김은아를 붙잡는 건 그런 복잡한 이유가 아니었다.

“그냥…… 오늘은 도망치기 싫어.”

다짐을 마친 김은아가 포켓에서 흑운석을 꺼내 땅바닥에 던졌다.

쨍그랑!

흑운석이 깨지며 하늘은 먹구름이끼며 점차 어두워졌다. 여울룡의 횡포 앞에 부서지며 쓰러지는 해골들. 전황을 살피던 김은아의 눈이 일순간 또렷해졌다.

“야! 저거 좀 빌린다!?”

김은아가 가리킨 건 데스나이트가 놓친 대검이었다.

“하, 하지만 저건 무게가…….”

데스나이트의 대검은 손잡이까지 모두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쇳덩이. 하지만 김은아는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상관없어!”

파지직!

김은아가 온몸에 전기가 둘렀다.

강화할 능력치는 스피드와 근력.

자신의 한계를 벗어난 강화는 마나를 평소보다 몇 배로 소모한다.

어쩌면 마나 부족으로 쓰러질지도 모르는 비효율적인 전투. 하지만 김은아는 알고 있었다.

‘어중간한 공격으론…… 절대 쓰러트릴 수 없어!’

김은아가 꽈악- 대검을 쥐었다.

그리곤 발톱을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고 있는 여울룡을 향해 달렸다. 머리카락이 뒤로 흩날리고, 속력이 더해질수록 파공음이 시끄러웠다.

‘좀 더!’

김은아는 이미 자신의 속력을 조절 할 수 없었다. 쏘아진 화살처럼 여울룡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아직 부족해! 좀 더!’

그런 상황에서도 김은아의 속력은 더욱 빨라졌다. 지나간 곳은 유성처럼 푸른빛의 잔상이 꼬리를 남겼다.

목표는 오롯이 여울룡의 배.

부웅!

여울룡도 눈치를 채고 타이밍 좋게 발톱을 휘둘렀지만 상관없었다. 김은아는 비웃기라도 하듯 속력을 더욱 올려 앞발을 파고들었다.

파아아악!!

육중한 쇳덩이가 피육을 가르는 소름끼치는 소리.

“크라아아악!”

여울룡이 머리를 쳐들고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공격을 당한 곳은 비늘이 없는 배.

“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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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의 전조. 김은아의 주변에 푸른색의 빛이 일렁거렸다. 지금 김은아에게 허락된 공격은 단 한 방. 김은아는 모든 마나를 짜내며 여울룡을 바라보며 악을 질렀다.

“처먹어어-!”

번쩍! 콰르릉!

먹구름에서 내려치는 번개.

김은아는 피뢰침이라도 된 듯 번개를 맞았다. 귀가 먹먹해지는 우렁찬 소리. 점멸되는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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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읏…….”

스미레가 긴장 속에 숨을 토해냈다. 새하얗게 점멸된 풍경은 서서히 자신의 색을 찾고 있었다.

쓰러진 여울룡.

그 옆에서 숨을 고르는 김은아.

“으, 은아 씨!”

스미레가 소리를 질렀다.

김은아는 불가능한 도전을 정말 해냈다. 김은아가 파티원이 되어 해낸 첫 쟁취. 평소와 달리 김은아는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이, 이거 봐. 상성도 별거 아니…….”

주춤!

과도한 마나소모에 김은아가 비틀거리자. 신유성은 그런 김은아를 옆에서 붙잡아주었다.

“은아야. 괜찮아?”

“……아, 응.”

엉망이 된 김은아가 신유성을 올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툭.

김은아는 신유성에게 어쩔 수 없이 몸을 기댔다. 얼마나 힘을 쏟아낸 건지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는 것조차 지금의 김은아에겐 힘들었다.

하지만 줄곧 복잡했던 고민들이 지금은 씻은 듯 사라져있었다.

몸은 무겁지만 훨씬 가벼워진 정신. 해냈다는 기쁨에 김은아는 배시시 웃었다.

“역시……. 역시 할 수 있었어.”

“수고했어. 은아야.”

그 모습에 신유성도 동료로서 진심으로 기뻐해주었다.

“으, 은아 씨!”

멀리서 달려온 스미레는 엉엉 울며 김은아를 껴안았다.

“흐윽! 그래도 이마에 피가…… 흐윽, 엄청 아프실 테니까…….”

“아야야…… 괜찮아. 울긴 왜 우냐? 누구 죽었어?”

“그, 그래도…….”

파티원인 김은아를 자신처럼 아끼는 스미레. 둘은 이번 몬스터 헌팅을 통해 확실히 친해져 있었다.

반짝.

그때 여울룡의 잔해에서 보이는 황금색 빛. 잔해에 천천히 다가간 신유성은 숨겨진 구슬을 꺼냈다.

“……이건?”

여울룡의 몸에 숨겨져 있던 황금색의 구슬. 김은아는 보기 드물게 눈이 커졌고, 스미레의 시선도 구슬로 향했다.

“뭐야? 서, 설마 아티팩트?”

“저, 정말! 아티팩트에요!”

아종의 발견.

거기다 아티팩트의 드랍까지 김은아의 운은 진짜중의 진짜였다. 파티의 전력 강화는 언제나 희소식. 신유성은 흐뭇하게 웃으며 구슬을 내밀었다.

“은아야. 네가 직접 확인해봐.”

“……좋아.”

김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포켓의 버튼을 눌렀다.

파앗!

동시에 포켓은 빛을 내뿜으며 홀로그램으로 아티팩트의 정보를 표시했다.

다행히 뇌룡의 보주는 ‘탑의 기록’에 등록되어 있는 아티팩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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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특성의 강화.

아티팩트의 효과는 심플했다. 아델라의 만년빙정처럼 사용자가 흡수하는 영약이니 이미 주인은 정해져 있었다.

“으음…….”

무안함에 시선을 피하고 검지로 볼을 긁적이는 김은아. 신유성은 희미하게 웃으며 구슬을 김은아에게 쥐어주었다.

“축하해. 은아야.”

“어? 어엉? 그래도 같이 고생했는데 내가 가지는 건 좀…….”

스미레는 엉망이 된 김은아와 눈을 맞추며 다급하게 손을 저었다.

“저, 전 괜찮아요! 은아 씨에게 어울리는 아티팩트고!”

“그래도 그렇게 억지를 부리고, 이거까지 받아 가면…….”

김은아는 한참 고민에 빠졌다.

무언가 파티원들을 위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김은아.

“아, 그럼 그렇게 할까?”

그러나 고민은 깊지 않았다.

곧 신유성은 파티의 부실을 창설하려고 했고, 거기엔 학교의 지원을 받더라도 막대한 돈이 필요했다.

계산이 끝난 김은아는 씨익- 웃더니 여유로운 제스처로 블랙카드를 꺼내들었다

“너흰 이거로 어때?”

마침 김은아는 돈이 넘쳐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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