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개울가의 맑은 물.
에이미는 개울 속 가재를 바라보며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허 가재다! 원래 개울가에 가재가 살아?”
“아니 당연히 개울가에 가재가 살지. 그럼 바다에 사냐? 뭐 근데 신기하긴 하네. 물이 엄청~ 맑아야 한다던데.”
결국 이시우까지 개울가의 가재에게 흥미가 끌린 상황.
기다리고 기다린 순간이었지만 스미레는 우물쭈물-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너, 너무 긴장돼.’
긴장감에 식은땀까지 흘리는 스미레. 신유성은 그제야 스미레를 바라보았다. 계속 스미레가 눈치를 보며 자신을 흘겨보니 신유성도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스미레. 불편한 곳이라도 있어?”
“네!? 아, 아! 아뇨! 그, 그게 아니라…….”
화들짝 놀라 손을 휘휘 저어버리는 스미레.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기, 기회는 지금뿐이야.’
스미레는 굳은 표정으로 다짐했다.
“시, 신유성 씨에게 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비록 손을 벌벌 떨고 있긴 했지만 스미레는 신유성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시선만 마주쳐도 고개를 피해버리던 평소와는 어딘가 달랐다.
“저, 그……. 저, 저는 별로 잘하는 것도 없고. 강하지도 않지만…….”
비록 긴장한 스미레는 말을 더듬었지만 확실히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담담한 신유성을 바라보는 긴장한 스미레의 맑은 눈. 스미레는 더욱 용기를 냈다.
“그래도……. 시, 신유성 씨의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렇지만 어렵게 낸 용기로도 스미레의 원래 성격을 전부 바꿀 순 없었다. 신유성의 시선에 긴장한 스미레는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아, 그, 무, 물론! 저 같은 게…… 신유성 씨의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그, 그래도 같이 파티가 되어서…… 아, 아니지! 이게 아니고……. 제가 계속 강해져서 언젠가는……. 꼭! 그…….”
한참을 횡설수설하던 스미레는 맘을 멈추고 망했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역시 스미레에게 둘러말하는 재주 같은 건 없었다.
“저도. 에이미 씨처럼…… 신유성씨의 파티에 들어가고 싶어요.”
스미레는 죄라도 지은 듯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스미레는 활약을 보였어도 자신은 A반인 에이미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유성이 자신에겐 파티를 제안해주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신유성의 파티원이 되기에는 자신이 너무 모자라니까.
하지만.
평소라면 인정했을 상황에도 스미레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신유성과 파티를 이루고 싶다고.
그럴 수 있다면 더 노력하고. 더 강해지겠다고.
긴장으로 온몸이 굳은 스미레가 간절하게 바라보자. 신유성은 떨떠름한 얼굴로 웃었다.
“……저, 스미레.”
“네, 네엣!?”
“시우가 말해주지 않았어?”
“……네?”
“공략 대회에 출전할 때, 넌 이미 파티원에 넣었어.”
“에……. 아, 아으으…….”
부끄러워진 스미레가 고개를 숙이고 이상한 소리를 내자. 신유성은 멋쩍어진 분위기에 말을 얹었다.
“시우가 전해주기로 했는데…….”
마침 가재를 잡고 돌아오는 이시우와 에이미.
“유성아! 가재 대박!”
“스미레! 요것도 요리 가능해? 가능하지!? 나랑 먹자!”
울상이 된 스미레는 이시우에게 어버버- 따지기 시작했다.
“그…… 신유성 씨가 저에게…… 파티…….”
조악한 단어의 조합.
하지만 무언가 떠오른 이시우는 그제야 자신의 이마를 쳤다.
“아! 맞다! 깜빡했네! 유성이가 너 파티에 넣었대. 미안 이걸 잊었네.”
눈치가 빠른 에이미는 스미레의 반응에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
“흐응~ 뭐야~ 설마 안 넣어준 줄 알고 걱정했어? 귀엽긴~ 게시판을 보면 명단 있잖아?”
에이미까지 능글맞게 웃으며 검지로 쿡쿡 스미레의 배를 찌르자. 울상이 된 스미레는 억지로 웃었다.
“……그, 그래도 다, 다행이에요.”
신유성이 그런 스미레를 보며 웃고 있을 때 포켓으로 전화가 왔다.
‘이건…… 협회장님?’
곧바로 승낙 버튼을 누르는 신유성. 그러자 곧 홀로그램으로 협회장인 강유찬의 얼굴이 떠올랐다.
- 껄껄! 오랜만이구나! 유성아! 네 활약은 잘 전해 들었다!
갑작스러운 헌터 협회장의 등장.
“으우으…….”
놀란 스미레는 굳었고.
“……협, 협회장님이다.”
이시우는 쥐고 있던 바구니를 떨어트렸다. 결국 바구니에서 벗어나 재빨리 흩어지는 가재들.
“헉! 협회장니이…… 아아악! 나! 나! 집게에 무, 물렸어어!”
에이미는 가재의 집게에 물려 방방 뛰었다. 강유찬은 신유성의 일행들을 둘러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 금방 새 친구를 사귀었나보구나. 헌터로서 나아가려면 원래 좋은 동료가 많이 필요한 법이지.
신유성이 대답 대신 미소를 짓자. 강유찬은 포켓을 통해 신유성에게 던전의 자료를 넘겼다.
- 본론부터 말하마. 마침 학원도시 지부에 공략해야 할 던전이 생겼는데. 네가 가보지 않겠느냐?
대표 선발전까지 남은 시간은 5일.
공략해야 할 던전이 갑자기 생겼을 리가 없다. 강유찬의 의도는 누가보아도 뻔했다. 신유성에게 강해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평범한 학생이라면 쟁취하기 힘든 기회. 신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주십시오.”
- 그래! 역시 시원해서 좋구나! 그렇게 큰 규모의 던전은 아니니, 3명 정도면 충분하겠지. 껄껄, 자세한 일정은 메이린이 보낼 거란다.
범접하기 힘든 카리스마의 모습과 다르게 강유찬은 시원스레 웃었다.
곧 전화가 끊어지자. 이시우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메. 메이린이란 이름…… 학원 도시 관리자님 아니야?”
“아니, 거기서 놀라야 해? 협회장님이 나온 순간부터 아웃이야……. 협회장님과 개인통화라니 역시 파티장님이셔…….”
에이미가 감탄을 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신유성은 아무 것도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내가 아니라. 스승님과 친분이 있으신 거야.”
신유성의 겸손한 대답에 에이미는 알겠다는 얼굴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러고 보니! 파티장님의 스승은 권왕님!”
“역시 남달라……. 유성아…… 넌 F반의 자랑이야.”
이시우는 감탄한 얼굴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아무래도 권왕과 헌터 협회장. 두 거인과 안면이 있는 신유성은 특별한 경우였다.
띠링!
[보스 공략 의뢰]
[출몰 지역:에버라인 산]
[보스 이름:여울룡]
[난이도:4급]
[참가 인원 3명]
[시간제한: 2일]
포켓에 도착한 정보를 읽은 신유성은 일행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잘됐어. 마침 시간도 충분해. 선발전을 하기 전에 출발하자”
“어, 네, 네!? 헤헤…… 그, 그게.”
하지만 에이미는 신유성의 이야기에 고민에 빠지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그, 그날은 이미 방송 스케줄이….”
“…하하, 유성아 나도 그때는 교내에서 열리는 궁술 대회가…. 나 F급이지만 활은 좀 쏘잖아?”
반면 스미레는 자신을 뽑아달라는 듯 간절하게 신유성을 보고 있었다.
“그럼 일단 스미레랑…….”
“네! 마, 맡겨만 주세요!”
스미레의 힘찬 대답.
나머지 한 명을 고민하던 신유성은 마침 내일의 약속을 떠올렸다. 월요일은 김은아와 옥상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날이었다.
‘마침 잘됐네. 같이 가면 되겠어.’
아직 김은아는 파티원도 아니었지만 신유성은 이미 김은아를 멤버로 낙점한 듯 보였다.
한편 스미레는 공략에 참여하게 되어 마냥 행복해보였다.
“저! 신유성 씨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 노, 노력할게요!”
“그래. 이번에도 4급이니까.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물론 이번처럼 몬스터 헌팅은 게이트나 협회의 공략과 부류가 달랐지만 난이도는 신유성의 말처럼 비슷했다.
하지만 여유로운 신유성과 달리 스미레는 열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더, 강해질 거야!’
스미레가 강해지려는 이유는 당연히 신유성이었다. 짐이 될 정도로 약한 파티원은 파티에 남을 수 없었다. 그러니 스미레는 신유성의 곁에 남기 위해 계속 강해지고 싶었다.
신유성은 의욕이 생긴 스미레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역시 많이 변했네.’
정말이지 긍정적인 변화.
스승으로서 신유성을 바꾼 권왕처럼 신유성은 누군가에게 변화를 주고 있었다.
“그럼 스미레? 사냥이 길어 질수도 있으니까. 생필품 정도는 구비해둬.”
“마, 맡겨만 주세요!”
스미레가 의욕적이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시우는 안심했다.
“후, 스미레. 우리 유성이 잘 부탁한다. 갑자기 교외 활동이 주어질 줄은 몰랐지 뭐냐.”
“맞아요! 저도 방송만 잡아두지 않았으면. 바로 가는데!”
에이미도 아깝다는 듯 말을 하자. 신유성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나머지 한 명은 이미 정해뒀어.”
참가 인원은 3명.
신유성과 스미레를 제외하면 한명이 비는 상황. 그런데도 신유성은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제법 길어질 수도 있는 까다로운 교외활동이지만 신유성은 상대를 믿고 있었다.
‘……절대 빚지곤 못 사는 성격이니까.’
신유성이 생각하는 마지막 공략 멤버는 김은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