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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42/434)

제42화

하늘을 향해 치솟은 메트로타워.

메트로시티의 상징인 이곳에선 협회가 헌터들의 임무를 관리하고 있었다.

‘……여기가 메트로 타워.’

가온의 교복을 입은 신유성이 입장하자. 로비에서 기다리던 여성이 손을 흔들었다.

“안녕! 여기야! 여기!”

활발한 웃음.

단정한 면접용 정장 차림의 여성은 신유성을 살갑게 대했다.

“와~ 이렇게 어린 나이에 도시 순찰을 맡다니. 성적이 좋은 가봐? 정말 기특한데? 아, 맞다 내 소개부터 해야지!”

신나게 떠들던 여성은 갑자기 자신의 명찰을 가리켰다.

[3급 헌터 유애리]

현역으로서 3급 보스까진 혼자서 처리가 가능한 제법 실력이 있는 헌터였다.

“의뢰를 맡게 된 신유성입니다.”

신유성의 형식적인 인사에 유애리는 씩 웃었다.

“정식도 아니고 교외 활동인데 그렇게 딱딱하게 부를 필요 없어. 친근하게~ 그냥 누나라고 불러.”

그렇게 말한 유애리는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신유성을 바라봤다.

“……근데 학생들한테만 맡기려니. 이 영 걱정이네? 이렇게~ 귀여운데 빌런이 나타나면 확! 잡아가는 거 아냐?”

그녀의 생각은 오지랖이었다. 신유성은 이미 학생의 나이로 4급을 처리한 실력자. 현역인 유애리보다도 훨씬 강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유애리는 신난 얼굴로 잔뜩 떠들어댔다.

“정~ 겁나면 내가 옆에 붙어 있어줄까? 내가 이래보여도 혼자서 3급 보스 정도는 가볍게 쓰러트리거든.”

유애리에게 신유성은 퍽퍽한 임무를 벗어나, 오랜만에 만난 새싹 같은 후배. 유애리는 과하게 친절했다.

‘……3급 보스?’

그러나 신유성은 유애리의 말이 의아했다. 유애리의 말은 권왕이 해준 이야기와 너무 달랐다.

[유성아 현역은 말이다! 혼자서 5급 보스는 쓰러트려야. 그때부터 헌터 소리를 듣는 법이다!]

그런 신유성의 앞에서 유애리는 겨우 3급 보스 따위로 무용담을 삼고 있었다.

‘역시……. 스승님의 기준은…….’

신유성이 권왕을 떠올리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유애리는 짝- 하고 박수를 쳤다.

“앗! 맞다! 가온의 학생이면 시험에서 몬스터도 잡아봤지? 어디까지 잡아 봤어? 2급? 헉! 설마 3급?”

유애리가 궁금하다는 얼굴로 질문을 던지자. 신유성은 짧게 답했다.

“4급 보스입니다.”

“……응?”

상상도 못한 답변에 당황스러워 하는 유애리.

“4급? 자, 장난이지?”

유애리는 말을 더듬으며 되묻더니 신유성이 떨떠름한 얼굴로 웃자. 포켓에 신유성의 이름을 검색했다.

파앗!

홀로그램으로 떠오르는 신유성의 다양한 활약. 그 중에는 4급 보스인 듀라한과 리치를 처치한 이력들이 있었다.

“어, 어…….”

유애리는 멍한 얼굴로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그리곤 새빨개진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

“윽, 다 잊어줘…….”

*     *      *

메트로타워의 종합 안내실.

10분 동안 순찰 교육을 마친 유애리는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을 했다.

“……아까 내 추태는 진짜 잊어줘. 나 오랜만에 학생들을 만나서 너무 신났었나봐.”

신유성이 대답 대신 옅게 웃자. 유애리는 윽-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귀엽게 생겼는데 4급 보스를 이긴다는 거지? 역시 강함은 겉모습으론 알 수 없다니까.”

“교육은 끝난 건가요?”

“그래 이제 가도 괜찮아. 지각한 파트너한테도 전해주고.”

유애리와 헤어진 신유성은 메트로타워의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메트로타워의 입구에는 이미 최고급 리무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빵빵!

신유성의 시선을 끌기 위해 리무진이 경적을 울렸다.

스으윽!

옆이 아닌 위를 향해 올라가는 리무진의 도어. 리무진에는 검은 옷의 경호원을 대동한 김은아가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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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었군.’

교육에서 멋대로 빠진 불성실한 태도. 하지만 김은아는 신성그룹의 회장이 애지중지하는 손녀딸이었다.

한국 최대의 기업인 신성그룹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굳이 트러블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여어~!”

불량하게 다리를 꼰 김은아가 신유성을 향해 손바닥을 들었다.

“교육은 끝났냐?”

대답 대신 신유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은아는 자신의 앞자리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신유성은 가만히 김은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짧은 정적.

김은아는 답답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뭐해? 타.”

김은아는 코앞의 거리도 어지간하면 걷지 않았다. 아니, 걷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김은아는 학교생활을 제외하면 경호원과 비서가 모든 잡일을 대신했다. 그야말로 현대판 공주님.

‘나와는 다른 부류.’

고아가 되어 무신산에서 길러진 신유성과는 살아온 세계가 달랐다.

“아가씨. 출발하겠습니다.”

이십대의 경호원이 눈치를 보며 말을 건네자. 김은아는 경호원의 경어가 익숙한 듯 고개를 까딱였다.

“그래. 빨리 출발해.”

부우웅-!

김은아의 허락에 운전사는 리무진을 출발시켰다. 빠른 속도에도 흔들림이 없는 최고급 리무진.

“……흐음.”

김은아는 팔짱을 낀 채 거만한 눈으로 신유성을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말을 걸었다.

“야, 너 선발전 나간다며?”

“응. 맞아.”

첫 목표는 선발전.

그 다음은 국가대항전.

신유성에게 지금의 과정은 그저 계단을 오르는 일과 같았다.

선발전은 신유성이 최강의 헌터라는 종착점에 닿기 위해 꼭 거쳐야할 계단이었다.

김은아는 그런 신유성의 대답에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럼 아델라랑 붙겠네? 하, F급과 S급의 싸움이라…….”

학년 랭킹 1위.

아델라 오르텐시아.

가온에 입학한 이후, 귀가 닳도록 들은 이름이지만 신유성이 직접 실력을 확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가온의 1위.’

가온 아카데미에서 1위는 곧 한국의 1위라는 뜻. 신유성도 아델라의 실력이 궁금했다.

‘그러고 보니…….’

신유성의 시선이 김은아를 향해 옮겨갔다. 성격은 제멋대로지만 김은아는 학년 랭킹 2위의 실력자.

“너 교외 활동 끝나고 시간 있어?”

신유성의 질문에 김은아가 멈칫거렸다. 그 뒤 김은아는 신유성의 말을 천천히 되새기며 입가에 퍼지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하~ 나 참, 이런 일도 한 두 번이지. 매번 문제라니까.”

신유성의 질문에 김은아는 어딘가 신나보였다.

“좋아. 뭘 말할지는 이미 알겠는데 일단 들어나 보자. 시간은 왜?”

들뜬 김은아가 거만한 어투로 묻자. 신유성은 간결하게 답했다.

“나와 대련해줘.”

“……엉?”

김은아는 신유성의 질문에 돌처럼 굳었다. 아무래도 신유성의 대답은 김은아의 예상과 많이 달랐던 모양이었다.

“……나, 나랑 붙자고? 갑자기?”

놀란 김은아의 반응.

하지만 신유성은 진지했다.

“출전하기 전에 랭커들의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어.”

신유성의 올곧은 눈에 김은아는 마른침을 삼켰다.

‘갑자기…… 뭔 대련이야? 물론 내가 F급한테 질 일은 없지만…….’

김은아는 신유성의 몸을 다시 훑어보았다. 보기 좋게 균형이 잡힌 근육질의 몸.

‘신체 능력으로 부딪히는 스타일 같던데. 느껴지는 마나도 제법이고…….’

세밀하게 번개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김은아와는 상극. 김은아가 본 신유성은 F급이라기엔 너무 강해보였다.

‘벌써 랭킹도 3위…….’

김은아는 겉으론 평온해 보였지만,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고 머리는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만일의 만일.

화창한 날에 벼락 맞을 정도의 근소한 확률 때문에 자신이 진다면?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김은아는 신유성의 시선을 피해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아이씨, 어, 어쩌지? 그냥 한판 붙어?’

자존심이 강한 김은아는 자신이 겁을 먹었다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김은아는 신유성과 대련을 하지 못할 적절한 이유를 떠올렸다.

“야, 교외 활동 끝나면 다음 스케줄 어디야?”

신유성이 들으라는 듯 경호원을 부르는 김은아.

“메트로 병원입니다.”

“그래? 그럼 대련은 못하겠네.”

김은아가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순찰 지역에 도착한 리무진이 멈춰 섰다.

곧이어 운전기사가 리무진의 문을 열어주자. 김은아는 신유성을 보며 핏- 하고 웃었다.

“알겠으면 단념해. 난 바쁘니까.”

이미 리무진의 밖에서 양산을 들고 대기하는 두 명의 경호원. 김은아는 포켓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쓰더니 리무진의 밖으로 도도하게 걸어 나갔다.

김은아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경호원을 훑어보더니 짜증을 냈다.

“야. 순찰 가는데 어딜 따라오려고 그래? 거추장스럽게.”

하지만 김은아의 말에도 불구하고 경호원은 난색을 표했다. 만약 김은아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경호원들은 신성그룹의 회장인 김석한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었다.

“하, 하지만…….”

“하지만 뭐?”

그러나 김은아의 뜻은 확고했다.

“지금 내 실력을 무시하는 거야?”

찌릿찌릿!

짜증을 내는 김은아의 몸에서 정전기가 피어올랐다. 김은아가 한번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신성그룹에서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결국 물러나는 경호원.

신유성은 김은아를 바라보았다.

‘……정말 까칠하네.’

정작 자신에겐 친절한편이니, 상관은 없었지만 신유성은 김은아를 보면 권왕이 해준 이야기가 떠올렸다.

[내가 현역일 때도 꼭! 주제를 모르고 까부는 어린놈들이 있었지.]

맡은 임무마다 승승장구를 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헌터. 심안(心眼) 유형진. 그는 탑을 오르며 겁도 없이 권왕에게 시비를 걸었다.

[나를 두고 이런 늙은이가 파티장? 난 인정 못해!]

이십대의 젊은 혈기.

아무리 그래도 한국 최강의 헌터인 권왕에게 대들다니 처음 들었을 땐 신유성조차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

[그,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궁금해 하는 신유성에게 권왕은 귀를 후비적거리며 말을 했다.

[죽도록 팼지. 타인에 대한 존경은 맞아야 나오거든.]

정말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

“야, 뭘 멍 때리냐? 가자.”

신유성은 검지를 까딱이는 김은아를 보며 떨떠름하게 웃었다.

‘……은아는 스승님과 절대 만나면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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