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39화 (39/434)

제39화

F반의 승리.

승리의 주역인 스미레와 신유성이 휴게실로 돌아오자. F반 학생들은 휴게실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환호했다.

“유성이다!”

“우리 반의 영웅!”

“이겼어! 우리가 진짜 D반을 이겼다고!”

“……이거 진짜 실화냐.”

“우리 반에는 신유성이 있는데 당연하지! 난 이길 줄 알았다!”

학생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신유성의 이름을 연호했다. 지금까지 줄곧 패배로 찌들어 있던 F반의 첫 승리. 이렇게 F반의 학생들이 들뜨는 것도 당연했다.

신유성은 몰려드는 학생들을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모두 너희들이 날 믿고 작전을 실행해준 덕분이야.”

아무리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신유성이라도 혼자서 반대항전을 승리하는 건 불가능했다. 반대항전에는 정해진 규칙이 있었고, 승리를 위해선 팀의 단합이 중요했다.

신유성은 지금까지 없었던 F반의 구심점이 되어, 반을 하나로 뭉쳤고 F반은 신유성을 믿어주었다. 반대항전의 승리는 그 결과였다.

“그리고…… 특수 임무인 인질을 혼자서 구출해낸 건 모두 스미레의 공이야.”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던 신유성이 스미레의 이름을 말하자. 놀란 스미레는 모든 공을 신유성에게 돌리려고 했다.

“에, 네!? 그, 그래도 그건 모두 신유성 씨의……. 작전이었고, 그리고 아티팩트를 주시지 않았다면…….”

손까지 저어가며 사양하는 스미레. 신유성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이번 대항전은 정말 네 공이 커. 잘했어. 스미레.”

칭찬을 받은 스미레는 점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렇게도 바랐던 신유성의 칭찬.

‘신유성 씨에게 칭찬 받았어…….’

스미레는 참으려 애썼지만 계속해서 입 꼬리가 씰룩거렸다.

‘……내가!’

믿어준 사람에게 실망 대신, 기대에 보답한 것이다. 어느 때보다 행복해진 스미레는 자신도 모르게 신유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F반의 빼곡한 학생들의 인파 속에서 웃고 있는 신유성. 스미레는 점점 욕심이 생겼다.

‘……가능하면, 계속…… 신유성 씨의 곁에 있고 싶어.’

그건 신유성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스미레는 꼴등이었던 자신을 믿고 이끌어준 신유성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계속 도움이 되고 싶어.’

물론 그러기 위해선 스미레는 강해져야했다. 신유성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서, 도움이 되기 위해서, 계속 스미레는 성장해야했다.

‘꼭, 강해질 거야.’

다짐을 한 스미레는 양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스미레는 신유성에 의해 점점 바뀌어가고 있었다. 비록 느리지만 차근차근 나아가며 노력하고 있었다. 그건 스미레에게 아주 긍정적인 변화였다.

*     *      *

시험이 끝난 테마파크.

신성 그룹의 허락으로 학생들은 무료로 시설을 이용하고 있었다. 일반 손님들이 아닌 단 가온 아카데미의 학생들을 위해 테마파크를 개장한 것이다. 덕분에 들뜬 학생들의 소리로 테마파크는 시끌벅적했다.

“와! 이용하는 사람 숫자보다 알바가 더 많은 듯?”

“나나! 저기 공포의 집! 갈래!”

“장관이네. 놀이공원에 줄이 하나도 없는 건 태어나서 처음 본다.”

학생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식당을 찾아간 린샤오는 소해정을 발견했다.

“어?”

“음?”

자연스럽게 눈이 맞은 둘.

린샤오는 혹시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지 실눈을 더욱 가늘게 떴다. 평소에는 엄격했던 소해정이 오늘은 캐릭터 머리띠와 반쯤 먹은 츄러스를 들고 있었다.

“재밌어 보이는군요.”

“휴식도 일처리만큼 완벽하게 하는 편이거든요.”

린샤오와 소해정의 딱딱한 대화.

식당의 앞에서 만났으니 린샤오는 예의상 소해정에게 물었다.

“식사는 했습니까?”

“아뇨.”

“그럼 같이?”

“……메뉴는?”

소해정이 쓰윽- 안경을 올리며 묻자. 린샤오는 짧게 답했다.

“차이나 문.”

“좋아요. 통과.”

*     *      *

가온 아카데미에 남아있던 교장인 진병철은 F반의 승리 소식을 확인하자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F반이 이겼군! 유성이가 있는데 당연한 일이지! 핫핫!”

진병철은 교장의 힘으로 반 대항전에서 아티팩트의 사용을 허가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신유성과 스미레가 대 활약을 하고 F반의 승리를 하는데 일조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선발전인데…….”

진병철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가온에서 출전하는 신유성과 아델라의 실력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가온에서 대항전의 대표가 나오는 건 거의 확정된 상태였다.

‘……문제는 둘 중 누가 뽑히느냐 인데.’

고민에 빠진 진병철은 수염을 쓸어내렸다. 국가 대항전의 대표는 곧 그 나라의 대표나 마찬가지였다.

‘아델라와 신유성…….’

일단 아델라는 각종 활동과 방송 출연 등으로 교외에서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현역이 아닌 학생에게 팬클럽이 생겼을 정도니 말을 다했지…….’

다만 완벽한 아델라에게도 하나 짚이는 점은 있었다.

‘아무리 강해도 이탈리아 출신이 한국의 대표를 하는 건 좀…….’

이건 진병철만 가진 의견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국가대항전의 대표로 외국인이 출전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반면 유성이는…….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진병철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고민이 길진 않았다. 어차피 신유성을 밀어주기로 한 이상, 아델라에 대한 생각은 접고 확실하게 일을 처리하는 편이 좋았다.

“그럼. 누구를 보낼지는 정해졌군.”

진병철이 포켓을 건드리자.

파앗!

[교외 활동 의뢰서]

[내용:부산 메트로 시티 순찰]

[참가자 : - ]

의뢰서의 내용이 적힌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도시의 순찰을 담당하는 시티가드는 시민들의 지지를 단숨에 얻을 수 있는 임무.

대항전의 대표에 도전하는 신유성에겐 엄청난 기회였다.

‘원래대로라면 아델라와 유성이를 적으려고 했지만…….’

진병철은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참가자의 명단에 손가락을 이용해 천천히 이름을 적어 내렸다.

[신유성. 김은아.]

1위인 아델라가 제외된 건 이상했지만, 김은아와 신유성의 랭킹은 2위와 3위. 둘을 참가시켜도 이상할 건 없었다.

“좋아. 한시름 놓았군.”

교장인 진병철.

협회장인 강유찬.

한국의 최강인 권왕.

어쩌다보니 고아였던 신유성은 어떤 학생에게도 꿇리지 않는 든든한 배경을 갖추고 있었다.

*     *      *

처음 경험한 워터파크의 물놀이.

물을 맞는다는 공통점은 같았지만 무신산의 폭포와는 달랐다. 그렇게 2시간 가까운 시간을 즐긴 신유성은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빠졌다.

‘……여긴. 너무.’

하지만 즐거웠던 시간들과 달리 신유성의 표정은 심각했다.

‘재밌어…….’

무신산에 틀어박혀 수련을 한 신유성에게 테마파크에서 보내는 휴식은 너무나 색달랐다.

‘하지만.’

2시간이면 정권을 질러도 1만 번은 넘게 지를 수 있는 시간. 신유성은 오랜만에 취한 휴식으로 괜히 죄책감이 들었다.

‘아직 투신류의 4장에도 닿지 못했는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괜찮은 걸까?’

신유성은 같은 나이의 학생들과 겪어온 생활이 너무나 달랐다. 평범한 학생들이 집에서 잠을 취하는 동안, 신유성은 동굴의 안과 나무 위에서 쪽잠에 들었고.

다른 학생들이 조리된 음식으로 식사를 하는 동안, 신유성은 스스로 동물들을 사냥해 잡아먹었다.

그리고 지금.

남들에겐 익숙한 일상 속의 휴식이 신유성에겐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스미레는 그런 신유성의 기분을 읽었는지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신유성에게 다가왔다.

“저, 저어……. 시, 신유성 씨?”

“스미레?”

신유성이 고개를 돌리자. 귀가 붉어진 스미레는 한참이나 입을 우물거렸다. 아무래도 아직은 용기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괘, 괜찮으시면 저랑 같이……. 시, 식…….”

오늘의 스미레는 유독 말을 더듬었다. 평소보다 얼굴이 붉어지고, 눈은 거의 울먹일 지경.

그때 멀리서 구원투수가 도착했다.

“유성아! 같이 밥 먹자!”

“파티장님! 저 왔어요! 으핫핫! 저희 A반은 완전 참패했지 뭐에요!”

F반의 이시우와 A반의 에이미.

이시우는 손까지 흔들며 신유성을 반겼고, 새롭게 일행이 된 에이미는 물놀이를 하다 왔는지 거대한 물총을 들고 있었다.

“밥? 좋지. 마침 배가 고프던 참이었어.”

신유성이 웃으며 테이블에 앉자. 이시우는 그 옆을 꿰찼다.

“그럴 줄 알고 이미 잔뜩 가져왔지! 내 포켓에 얼마나 음식이 들어 간지 알면. 너도 깜짝 놀랄걸?”

이시우가 포켓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무신산에서는 본 적도 없는 다양한 음식들.

생각이 깊었던 신유성은 테이블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가끔은 휴식도 나쁘지 않은걸.’

그 모습에 용기를 낸 스미레도 포켓에서 손수 만든 도시락을 꺼냈다.

“신유성 씨! 제, 제 음식도!”

스미레는 테마파크의 숙소에서 직접 요리를 해 도시락을 준비해왔다. 도시락은 척 보기에도 정성이 대단했다.

“고마워. 잘 먹을게.”

신유성이 젓가락을 들자. 스미레는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평소보다 눈빛이 밝아졌다.

에이미는 스미레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흠.”

소심한 성격과 달리 제법 용기를 낸 스미레의 검은색 비키니. 에이미는 스미레의 몸을 빤히 바라보며 점점 눈이 가늘어졌다.

“……흐으음.”

푸슉푸슉.

갑자기 펌프로 물총에 공기를 장전하는 에이미.

“에잇!”

푸샤사악!

에이미가 물총의 방아쇠를 당기자. 정확히 스미레의 가슴에 적중하는 물총의 물줄기.

“흐이익! 어, 어째서!?”

놀란 스미레는 울상을 지으며 도망갔지만 에이미는 유행어를 뱉으며 사냥감을 놓치지 않았다.

“도망가지 마~ 맞서 싸워!”

모처럼 만에 찾아온 가온 아카데미의 휴식은 어느 때보다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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