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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34/434)

제34화

스미레는 신유성의 지시에 따라 공포의 집에 은밀하게 잠입했다.

‘……최대한 조용히!’

살금살금.

1층은 출입구가 많아 딱히 경비를 서는 학생도 없었지만 스미레는 조용히 움직였다.

유명한 호러 스팟인 폐병원을 본 따 만들어진 건물. 복도에선 음산한 초록색 빛이 흘러나왔다.

스미레는 공포를 꾹 참고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아직까지 D반에게 들키지 않은 것이 신기한 일.

스미레가 구석에 숨자마자 복도에선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박하원 걘 아무도 없는데 왜 순찰을 시키는 거야?”

“반장이 시키는데 어쩔 수 없잖아. 그만 좀 찡찡거려.”

저벅저벅.

점점 학생들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스미레는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후, 후아…….”

순찰조를 발견한 이상, 이제 숨어 다니는 건 무리였다. 스미레는 포켓에서 조심스럽게 티슈를 꺼냈다.

소중히 감싸진 티슈에는 머리카락이 놓여 있었다.

‘신유성씨의 머리카락…….’

스미레는 머리카락을 보물처럼 바라보더니 스킬을 사용해 해골을 소환했다.

극! 그그극!

폐병원의 바닥이 갈라지며 그로테스크 한 해골이 아래에서 솟아났다. 신유성의 머리카락을 사용해서 그런지, 해골의 크기는 딱 신유성의 키와 비슷했다.

“해, 해골아. 이번에는 조용히 있어줘야 해……. 틈을 봐서 기습 할 거야. 알겠지?”

스미레는 보석섬에서 휘둘린 기억 때문인지 해골에게 사정을 했다. 그 모습에 해골은 이해를 한 듯 대답대신 턱을 부딪치며 멈춰서 있었다.

딱! 따닥!

‘……신유성 씨가 날 믿고 맡겨주신 임무를 망칠 수는 없어!’

스미레는 용기를 다지며 다시 스킬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땅에 보랏빛 마법진이 그려지며 두 마리의 박쥐가 나타났다. 하급 사역마를 부리는 [패밀리어] 스킬이었다.

평소에는 정찰이나 간단한 심부름 정도를 시키지만, 이번에는 박쥐에게도 중요한 임무가 있었다.

“아, 역시 없었네.”

“진민아가 있는 곳으로 한번 가볼까?”

다시 두 남학생의 목소리가 가까워지자. 스미레는 박쥐에게 손짓으로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빛이 닿지 않는 천장의 어둠 속으로 숨어드는 두 마리의 박쥐.

“진민아? 그럴까.”

“하, 걔들이 지휘권 받은 걸 보면 나도 박하원에 라인에 붙었어야 했는데.”

긴장되는 순간.

아무 것도 모르고 떠드는 남학생들에게 천장에 있던 박쥐들은 매섭게 달려들었다.

파드드득!

“찍! 쮸지짓!!”

갑자기 박쥐들이 얼굴에 달라붙어 시야를 가리자. 놀란 남학생들은 크게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박쥐!”

“이게 으아악! 뭐야!?”

하지만 진짜 공격은 다음부터였다.

남학생들의 시선이 박쥐에게 쏠리자마자. 스미레는 남학생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해골아 덮쳐!”

스미레의 명령에 신유성의 해골이 순식간에 튀어나갔다.

탓!

그 다음 해골은 엄청난 속도로 남학생의 등을 걷어찼다.

퍼억! 쨍그랑!

발차기에 정통으로 맞자. 일격에 배리어 실드가 박살이 나고 D반의 학생은 흉하게 고꾸라졌다.

“크어억!”

“기, 기습!?”

옆에 있던 학생이 반격을 하려했지만 해골은 가볍게 검을 피해내고, 정권을 질렀다.

쩌어엉!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두 명이 기절.

“해, 해냈다!”

자신의 놀라운 활약에 신난 스미레가 폴짝 뛰며 해골과 하이파이브를 쳤다.

“딱, 따닥!”

신유성의 해골도 이번에는 스미레를 축하했다. 아무래도 아티팩트로 스킬의 능력치가 오른 탓에 스미레의 지배력이 강해진 모양이었다.

“너, 우, 우으으…… 이번에는…… 내 말을 들어주는구나. 날 주인으로 인정한 거야?”

해골의 변한 태도에 스미레는 찡한 감정을 느꼈다. 해골은 감격하고 있는 스미레를 향해 턱을 부딪쳐 대답했다.

“딱, 따다닥!”

“저, 정말?”

“따닥, 딱딱!”

“나, 해골한테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봐. 지금까진 다들 내 말을 안 들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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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레는 특성 때문인지 언데드인 해골과 교감이 가능했다. 다른 사람들은 해골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몰라도, 주인인 스미레는 아주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럼 우리 상대방이 진짜 죽었, 아, 아니지…… 탈락했는지 확인해보자. 혹시 모르니까.”

스미레는 자세를 낮춰 D반 학생들의 실드 잔량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D반-진명석]

[잔여 실드 0/1000]

[상태:탈락]

결과는 모두 탈락.

학생들의 잔여 실드는 완벽히 박살이 나 있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실력의 3할에 불과했지만 해골은 무려 신유성의 격투술을 사용했다.

이미 파괴력은 검증된 셈이었다.

“잘했어 해골아! 역시 신유성씨의 해골이야! 넌 정말 최고야!”

스미레는 작전이 성공해서 잔뜩 들뜬 모양이었다. 하지만 인질을 구출하기까지 긴장을 놓칠 순 없었다.

‘이제 신유성 씨가 준 반지를…….’

반지를 보며 기분 나쁘게 히죽거린 스미레는 폐병원을 공포로 몰아넣기 위해 불사의 반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사아악!

반지가 뿜는 검은색 빛.

스미레가 사용한 건 아티팩트에 깃든 [죽은 자의 주인] 스킬이었다.

아까 전 [패밀리어] 스킬과 달리 달리 이번에는 검은색 마법진이 바닥에 새겨졌다.

지이잉!

곧 마법진의 위에 갑옷을 입은 해골 기사가 나타났다.

“……주, 주인님의 뜻대로, 움직이겠습니다.”

스미레는 포켓의 홀로그램에 적혀 있던 아티팩트의 효과를 떠올렸다.

<불사자의 반지> 레어

정보 - 절망의 묘지에 주인인 리치의 반지. 언데드를 강화 시키는 힘이 담겨 있다.

죽은 자의 주인(Skill) - 시전자가 보유한 마나에 비례해 언데드 몬스터를 소환한다.

절망의 암운(Skill) - 검은 구름으로 태양을 가리고, 구름 아래에 언데드를 강화 시킨다.

아티팩트의 설명에는 [죽은 자의 주인] 스킬이 어떤 언데드를 소환하는지 적혀 있지 않았다.

스미레는 그제야 데스나이트를 올려다보며 깨달았다.

‘……모, 몰랐어. 언데드의 종류가 랜덤이었구나.’

스킬을 사용했지만 스미레는 아직 마나가 넘쳤다. 스미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반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지이잉!

다시 바닥에 마법진이 그려지고 이번에는 해골마가 소환이 됐다.

“우, 우와아…….”

그렇게 3분.

반지를 잔뜩 사용한 스미레의 주변에는 온갖 언데드들이 넘쳐났다.

“딱, 따다닥!”

“그륵, 키리이이잉!”

“주, 인님, 의 뜻, 대로…….”

턱을 부딪치는 해골 병사.

앞발을 들며 울부짖는 해골마.

해골마의 등 위에서 검을 든 데스나이트. 테마파크의 폐병원을 아예 언데드 던전으로 만들어버린 스미레는 당당하게 앞장을 섰다.

“그, 그럼 가볼까!?”

아티팩트의 힘을 가진 스미레는 F반의 꼴등이 아닌, 공포의 사령술사로 새롭게 태어났다.

*     *      *

폐병원의 옥상.

휴게실 건물을 내려다보던 박하원은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파트너인 강민수에게 말했다.

“야, 강민수.”

“어.”

“신유성 쟨 무슨 생각이냐? 왜 휴게실에서 나오질 않는데?”

“글쎄, 나도 궁금해. 시간은 우리 편인데 말이지.”

그렇게 말한 강민수는 교관인 린샤오를 바라봤다. 인질인 린샤오가 멀쩡히 자신들의 기지에 있는 이상, 1시간만 버티면 이대로 D반의 승리였다.

“뭔가 이상해…….”

박하원이 깊어지는 생각에 눈을 가늘게 뜨고 있을 때, 경비를 세워둔 학생이 다급하게 기지로 들어왔다.

쾅!

“하, 하원아! 큰일 났어!”

“무슨 일이야?”

“지금! 1층에서 순찰을 돌던 애들이 기절을…….”

“뭐!?”

박하원이 인상을 구기며 소리를 치자.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린샤오가 피식- 웃었다.

“양동작전인가보군.”

박하원은 입술을 질끈 물더니 강민수에게 눈짓을 보냈다. 강민수는 그 신호만으로 박하원의 작전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래. 알겠어. 일단 나뉘자.”

폐병원에 침입자가 있다는 걸 눈치 챈 이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박하원은 빨리 자리를 피해야 했다.

“어떻게든 인질만 지켜. 밖에 나가서 오히려 외부에 배치해둔 인원이랑 상대 기지를 노려 볼 테니까.”

“음…… 외부라면 주하진이 있었지? 그래도 든든하네.”

강민수와 상의가 끝나자. 박하원은 재빠르게 옥상을 빠져 나갔다. 교관인 린샤오는 인질 역을 위해 밧줄에 묶였지만 근엄하게 말을 했다.

“지금까진 D반의 실책이 크군.”

“그건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강민수의 부정에도 린샤오는 실눈으로 웃었다.

“그래?”

“신유성은 여전히 휴게실에서 기지를 지켜야 하고, 게릴라 멤버는 제가 제압할 예정이니까요. 작전에서 변한 건 없습니다.”

여유로운 강민수의 대답에 린샤오는 조곤조곤 되물었다.

“건물로 침투한 멤버가 누구인지도 파악하지 못했는데 제압할 수 있다고 어떻게 장담하지?”

하지만 여유로움도 잠시.

린샤오의 날카로운 질문에 강민수는 대답이 막히고 말았다.

“그건…….”

강민수가 승리를 장담한 이유는 그저 신유성을 제외한 F반의 전력이 형편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교관한테 말할 수는 없지.’

린샤오는 조용해진 강민수를 차가운 시선으로 올려다보았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시험을 실전처럼 하라고? 그런데 조사조차 소홀이하고 승리를 장담하다니.”

린샤오에게 한 방 먹은 강민수는 결국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럼 실력으로 증명하겠습니다. F반과 D반의 차이를요.”

강민수는 린샤오가 들으라는 듯 옆에 있는 성익현과 진민아에게 작전을 내렸다.

“인질 잘 지키고 있어. 침입자는 금방 처리하고 올 테니까.”

F반에게는 절호의 기회이자 위기.

폐병원에 잠입한 스미레를 잡기 위해 D반의 에이스인 강민수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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