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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27/434)

제27화

가온 아카데미의 트레이닝 룸.

학생들은 최첨단 설비 속에서 온힘을 다해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근력 랭크가 아직도 D야?”

“신체 능력치는 하루 이틀로 안 오른다니까?”

어떤 학생은 신체 능력을 키웠고.

“수룡탄!”

어떤 학생들은 더미 로봇을 상대로 스킬을 사용했다. 트레이닝 룸은 시끄러울 정도로 복잡했다.

하지만 트레이닝 룸의 문이 열리고 신유성이 들어오자.

지이잉!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모였다.

“어, 신유성이다.”

“……어제가 대회였을 텐데 바로 훈련인가.”

“대회?”

“더블 공략 소식도 못 들었냐?

학생들은 화제의 중심인 신유성을 보며 웅성거렸다. 그중 가장 격한 반응을 보인 건, 반대항전의 상대인 D반 학생들이었다.

“……쟤가 신유성이지?”

D반의 반장.

박하원이 묻자 옆에 있던 강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알잖아. 주하진을 일격에 박살낸 거.”

박하원은 신유성을 보며 안경을 만지작거렸다.

“그래. 그놈이 성격도 더럽고, 머리도 멍청하지만 전투는 좀 하는 놈인데…….”

“그러니까. 신유성을 상대로 전면전은 바보 같은 일이야.”

강민수의 말에 박하원은 신경질적이게 인상을 찡그렸다.

“하아! F반이 상대라고 좋아했더니! 반 대항전에서 꼴등이 되면 교외 활동도 금지인데!”

둘의 이야기를 듣던 진민아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어, 그래도…… 신유성만 막으면 우리가 이기는 거 아냐?”

성익현은 진민아를 풋- 하고 비웃더니 어이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무슨 수로?”

반장인 박하원.

D반의 2인자 강민수.

그리고 진민아를 포함한 트레이닝 룸의 모든 D반 인원이 약속한 듯 침묵을 지켰다.

당연히 그건 신유성의 강함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D반에서 4급 보스를 잡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신유성은 크리스탈 골렘과 리치. 그리고 듀라한까지 3번이나 4급 보스를 처치했다.

거기다 신유성은 아직까지 무패.

신유성의 전력은 오직 본인만이 알고 있었다. D반의 학생들과 레벨이 다른 것이다.

은근 머리 회전이 빠른 성익현은 반장에게 충고를 했다.

“반장. 얘 말은 무시해. 그냥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야. 반 대항전의 룰 알지? 인원수로 밀어 붙여서 다른 학생들을 박살내는 거야. 규칙으로 이겨야 한다고.”

“흠…….”

생각에 빠진 박하원은 슬쩍 신유성에게 시선을 흘겼다. 투명한 유리 너머에선 신유성의 모습이 보였고, 이미지 룸의 전광판에는 충격적인 난이도가 써져 있었다.

[난이도 4-3]

신유성이 고른 난이도는 4급 괴수가 3마리나 나오는 4-3이었다.

박하원은 전의를 상실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F반 1학년이 4-3. 하, 진짜 미쳤군.”

박하원은 마음을 굳힌 듯,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덧붙였다.

“……네 말이 맞아. 저런 건 절대 못 이긴다고.”

D반의 학생들에게 신유성은 너무 강한 상대였다. 그러니 그들에게 필요한 건 압도적인 전투력을 극복할 전략이었다.

*     *      *

이미지 룸에 들어온 신유성은 난이도를 4-3까지 올렸다. 학생들은 그런 신유성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주목을 받은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유가 달랐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신유성을 주목한 이유는 자취를 감췄던 권왕의 제자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신유성은 순전히 자신의 실력과 활약으로 화제의 중심이 됐다.

누군가는 F급 특성에도 엄청난 실력을 가진 신유성을 동경했고, 누군가는 공포에 떨며 견제했다. 신유성을 이겨보겠다는 호승심을 가진 학생도 있었다.

‘……신기한걸.’

신유성의 입가에 기분 좋은 웃음이 맴 돌았다.

신유성은 F급 특성 때문에 5살에 가문에서 버림을 받았고, 권왕은 신유성을 아끼지만 칭찬에는 각박한 사람이었다.

무신산에서 지낸 12년 동안 신유성은 늘 자신의 실력이 모자라다고 생각했고, 계속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자신을 버린 신오가문.

자신의 잠재력을 믿어준 권왕.

그리고 특성을 이유로 좌절하는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건 아직 어렸던 신유성을 노력하게 만들고 움직였던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목표에 한발 다가간 기분이었다. 최강의 헌터라는 도착지로 향하는 계단을 이제 막 올라선 것이다.

[대련 몬스터. 4급 난이도, 하급 마인 3명 설정.]

안내음과 홀로그램 영사기가 빛을 뿜었다.

사아악!

키가 작고 무기를 든 마인.

근육질에 큰 덩치의 마인.

키가 크고 마른 몸의 마인.

각기 다른 생김새의 마인들이 자신을 노려보자. 이미지 룸엔 안내음이 다시 울려 퍼졌다.

[마인은 지능이 있는 상대입니다. 도전자는 인공지능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신유성은 마인들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목표를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은 오직 하나였다.

‘강해지는 것.’

[인공지능의 수치를 몇으로 설정하시겠습니까?]

그러니 신유성의 대답에 선택지는 없었다.

“최대로.”

신유성의 대답과 동시에 지능이 올라간 마인들은 일사분란하게 대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마인들을 보며 신유성도 자세를 잡았다.

‘그럼 시작해볼까.’

이젠 아카데미의 훈련이 익숙해진 신유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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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3분. 신유성이 이미지 룸에 들어가고 4-3 난이도를 클리어하기까지 걸린 시간.

“……미, 미쳤어.”

“주먹질만으로. 4급을…….”

상급반 학생들은 경악에 찬 눈으로 신유성을 바라봤다. 신유성이 보여준 전투 방식은 종류가 달랐다.

특성의 강함에 의지하는 다른 헌터들과 달리, 신유성의 전투는 오로지 신체에 의지한 무투(武闘)였다.

“와, 저런 건 처음 봐…….”

“아, 아델라보다 강한 거 아냐?”

구음절맥과 극양지체의 체질.

최강의 무투가인 권왕의 가르침을 받은 신유성만의 전투. 학생들의 웅성거림도 당연했다.

지이잉.

닫혔던 문이 열리고 이미지 룸에서 신유성이 나오자. 손목에 있던 밴드형 포켓이 홀로그램을 뿜어냈다.

[난이도 4-3 신기록 달성!]

[이름:신유성]

[클리어 기록: 3분 11초]

이번 신유성의 기록은 가온 아카데미에서 나온 4-3 난이도 클리어 시간 중 가장 빨랐다.

신유성은 몸의 변화를 체감했다.

‘몸이 가벼워.’

헌터는 경험을 통해 강해진다.

특정한 경험은 스미레의 경우처럼 특성을 각성시키고 스킬을 얻게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신유성은 보스를 3마리나 잡았다. 그 각별한 경험이 신체 능력을 한 단계위로 각성시킨 것이다.

‘역시 강해지려면 실전이군.’

신유성이 트레이닝 룸을 나가려 하고 있을 때, 포켓이 진동을 울렸다.

누군가에게 메시지가 온 것이다.

[교장진병철: 신유성 학생... 바쁜 와중에 미안한데... 지금 교장실로... 와줄 수 있겠나?^^]

진병철의 메시지는 어느 때보다 공손했다. 첫 만남 때 보여준 무례함은 이미 씻은 듯 사라져 있었다. 신유성이 학교의 VIP가 된 것이다.

[교장진병철:PS. 천천히 와도 되네. 그리고 음료는 뭐가 좋은가?^^]

그 증거로 아카데미 최고의 권력자 중 하나인 진병철은 귀빈에게만 대접한다는 음료 준비를 선언했다.

‘역시 친절하신 분이야.’

진병철의 속물적인 호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인 신유성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     *      *

가온 아카데미의 교장실.

고급스러운 의자에 앉은 진병철은 신유성에게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신유성은 마찬가지로 웃어주었다.

“부르셨습니까.”

“허헛, 어서 들어오게!”

진병철이 신유성에게 보이는 친절은 당연했다.

‘이런 복덩이가 전학이라도 가면 엄청난 손해지.’

진병철은 신유성에게 끊임없이 친근한 척을 했다.

“오늘은 다름이 아니고, 신유성 학생에게…… 아니! 이렇게 부르니 우리 사이가 너무 멀어 보이는구나!”

진병철은 권왕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지! 권왕님은 내 선배이자 스승 같은 분이시고, 우리 유성이는 내 선배님의 제자니까. 유성이와 나는 사형과 사제 관계가 아니겠니?”

진병철은 자신의 무기인 간악한 혓바닥으로 신유성에게 엄청난 어필을 했다. 당사자인 신유성은 설득당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아!”

“유성아. 비록 이곳이 아카데미라 형평성을 위해 내 관심을 전부 표현하진 못해도. 우린 아주 각별한 사이란다.”

“감사합니다. 교장 선생님!”

밝은 미소로 대답을 한 신유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진병철은 사람 좋게 웃으며 본론을 꺼냈다.

“……그, 다름이 아니고. 협회장님께 연락이 왔더구나.”

“협회장님이라면…….”

강유찬.

헌터협회의 협회장이자 권왕과 함께 한국 최강의 헌터 중 하나.

그런 거물이 직접 아카데미에 연락을 보낸 것이다. 그게 교장인 진병철이 직접 신유성을 부른 이유였다.

진병철은 자랑스럽게 책상 위로 종이를 내밀었다.

“자! 이게 협회에서 너와 아델라에게 보낸 초대장이다.”

[아카데미 국가대표 선발]

[개최지:부산]

[조건:1학년 세븐넘버]

[추천인1: 아델라 오르텐시아]

[추천인2: 신유성]

국가대항전에 나갈 아카데미의 국가대표 선발전. 아카데미의 1학년들로 국가 간의 위상을 가리는 국가대항전은 친선 경기지만 엄청난 명예가 뒤따랐다.

진병철에게 국가대항전은 아카데미의 입지를 높일 절호의 기회였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겠지만. 대표는 결국 우리 가온 아카데미에서 나와야하지 않겠니? 그런데 말이지 선발전은 대회의 성적이 전부는 아니란다.”

“알고 있습니다. 투표죠?”

신유성의 대답에 진병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국가 대항전은 1명의 학생이 국가를 대표해 출전하는 행사. 파티를 꾸려 나가긴 하지만 대표는 언제나 국가의 얼굴이었다.

그래서 대표는 선발전의 성적은 물론, 투표의 결과를 합산해서 정했다.

“대표가 되려면 높은 인지도가 필요하지.”

“인지도…….”

“뭐 넌 K채널에 방송을 탄 적도 있으니. 걱정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헌터의 지명도는 학생들이 교외활동을 하는 중요한 이유니 말이다.”

투표는 어떻게 보면 신유성에겐 유리하면서도 불리한 룰이었다.

신유성은 권왕의 제자라는 이름과 더블 공략으로 보여준 활약 덕에 화제성은 높았지만. 교외활동의 횟수가 적어 지명도가 낮았다.

학교 밖에서 사회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 학생들이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건 당연했다.

잘못하면 대회에서 높은 활약을 해도 투표로 패배할 가능성도 있었다.

턱.

교장실에서 나온 신유성은 계속 생각했다.

‘……인지도와 지명도라. 어렵네.’

그러나 12년을 무신산에서 지낸 신유성에겐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카데미에는 어린 나이부터 교외활동으로 지명도를 높인 학생도 있었고, 그중에는 아델라처럼 얼음 특성을 살려 냉장고 광고를 촬영한 학생도 있었다.

[빙결계 헌터! 아델라도 추천하는 신성 그룹의 냉장고!]

단순한 냉장고 광고였지만 아델라가 무표정한 얼굴로 엄지를 치켜드는 모습은 영상 조회수가 백만이 넘었다. 그런데 신유성은 아델라와 같은 유명인들 꺾고 1위의 자리를 차지해야 했다.

‘……음, 역시 그 전에 반 대항전부터 해결해야겠지?’

고민을 하던 신유성은 발길을 스미레와 이시우가 있는 F반으로 돌렸다. 교외활동을 금지당하지 않으려면 F반이 첫 라운드에서 패배하는 일은 막아야 했다. 다행이 이쪽만큼은 신유성의 주력 분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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