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0화 (10/434)

제10화

거대한 초호화 크루즈.

배는 바다를 가로지르며 시험장인 보석섬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가온 아카데미의 1학년들은 아름다운 풍경에 시험도 잊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친목을 다졌다.

그리고 그중에는 S반의 최강자인 학년 랭킹 1위. 아델라도 있었다.

‘시원해.’

아델라는 크루즈의 난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었다. 바람은 그녀의 아름다운 은발을 휘날렸다. 아카데미의 생활이 갑갑했던 아델라도 이 순간만큼은 자유로움을 느꼈다.

“야, 뭐 하냐? 시건방지게 아주 세상 다 산 얼굴로.”

그때 옆에서 김은아가 빼꼼- 아델라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아델라가 대답을 하지 않자. 김은아는 아예 아델라의 귀에다 대고 말을 했다.

“안 들리냐? 뭐하냐고.”

아델라가 김은아를 보며 인상을 찡그린 뒤 자리를 피하자. 김은아는 강아지 마냥 쫄래쫄래 아델라에게 따라 붙었다.

“야~ 나랑 붙자. 크루즈에 대련장도 있더라니까?”

아델라는 김은아가 귀찮은지 쯧- 혀를 차며 말했다.

“겨우 삼일 지났습니다.”

“뭐가?”

“……당신이 패배한 지.”

아델라는 계속 되는 김은아의 어필에도 무시로 일관했다

“어어, 야 어디가! 나랑 붙자고!”

그러자 김은아는 아예 아델라를 가로막아버렸다.

“아! 제발! 한번만 해줘!”

간절하게 부탁하는 김은아.

“싫어요.”

물론 아델라는 다시 지나쳐버렸다.

“아 진짜! 한 번만!”

하지만 김은아가 또 자신을 가로막자. 아델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

“…당신은 왜 그렇게 끈질깁니까?”

“말했잖아? 난 지고는 못 산다고.”

김은아가 피식 웃는 그때 이시우의 우렁찬 목소리가 밑에서 들려왔다.

“우와! 바다가 너무 멋지다!”

하지만 아델라의 시선을 잡아끈 건 이시우가 아닌 옆에 있는 신유성이었다.

“저 남자는…….”

아델라가 관심을 보이자. 김은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를 지었다.

“아, 쟤 맞지?”

김은아는 일부러 아델라를 자극하기 위해 신유성을 끌어들였다.

“네 할아버지를 이겼다는 대단하신~ 권왕의 유일한 제자!”

F반인 신유성은 하급반이라 불리는 C, D, E, F반과 시험을 치렀다. 즉 S반인 아델라와 A반인 김은아와는 시험에서 접점이 없었다.

즉 아직은 겨뤄볼 기회가 없는 상대. 김은아는 아쉽다는 듯 신유성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도 쟤랑 붙어보고 싶다. 권왕의 제자면 엄청 세겠지?”

“……시험이나 신경 쓰세요.”

아델라가 말을 끊어버리려고 하자. 김은아는 얄밉게 웃으며 아델라를 도발했다.

“아, 왜? 혹시 모르잖아? ……가온의 1등이 바뀔지.”

하지만 아델라는 그에 지지 않고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당신은 3등이 되겠죠.”

아델라가 그 말을 끝으로 뒤를 돌아 떠나가 버리자. 김은아는 그런 아델라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씩씩거렸다.

“아니, 저게 진짜!”

김은아가 화를 낼 때마다 주변에선 그녀의 기분을 대변하듯 찌릿- 찌릿- 스파크가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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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씨! 기분만 잡쳤네.”

김은아는 심통이 난 채로 아래층의 신유성을 바라봤다. 자신의 라이벌인 아델라가 관심을 가진 남자. 천천히 김은아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냥 내가 가로채버려?”

*     *      *

이시우는 크루즈에 탄 이후, 신유성의 옆에 붙어 쉬지 않고 수다를 떨어댔다.

“와, 진짜 떨린다. 유성아 너는 떨리지 않아?”

“나는 별로.”

“그래도 유성아! 네 파트너가 스미레잖아!”

이시우는 스미레가 있는지 주변을 슬쩍 살피더니. 신난 목소리로 또 떠들어댔다.

“저번에는 내가 끝까지 말을 못 했는데……. 걔 옆에 있으면 자꾸 안 좋은 일이…….”

이시우가 신유성에게 겁을 주려고 하자. 언제 왔는지 스미레가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며 중얼거렸다.

“아, 아니에요오…….”

“오우.”

이시우는 갑작스러운 스미레의 등장에 갑자기 배를 움켜쥐었다.

“아 유성아. 나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서…….”

그리곤 발 빠르게 도망치는 이시우. 신유성과 스미레 사이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 속에 스미레는 은근슬쩍 신유성의 옆에 앉아.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한탄을 시작했다.

“……저도 이제 이런 이야기가 익숙해요. 일본에서도 기분 나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한번은 친구 앞에서 해골 소환술을 보여줬더니. “꺄아! 내 머리카락으로 해골이라니! 진짜 기분 나빠!” 라고 말을 한 적도 있어서…….”

“……어어, 그랬구나.”

신유성이 이야기를 들어주자.

스미레는 위로가 되는지 계속해서 자기의 이야기를 읊어댔다.

“그래도……. 해골이 기분 나쁘긴 하지만. 제가 저주를 받았다거나, 귀신이 들린 건 절대! 아니에요…….”

“음, 하긴 그런 건 없지.”

“그렇죠? 그러니까…… 신유성씨가 제 옆에 있어도……. 병에 걸린 다거나. 사고를 당한다거나. 귀신이 붙는다거나 죽는 일 같은 건…….”

스미레가 코를 훌쩍거리며 계속 중얼거리자. 신유성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그런 거 상관없어.”

스미레는 감동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뜨고 신유성을 바라봤다.

“저, 저한테 그렇게 말씀해주신 분은 처음이에요……. 사실 제 부모님들도 제 해골을 보더니 “이렇게 기분 나쁜 특성은 처음 보는구나!” 라고 말씀하시며 엄청 혐오하셨거든요. 그래서 제가아…….”

감동을 받은 스미레가 또 말을 이어가려고 하자. 신유성은 스미레의 입을 막았다.

“이제 그만. 스미레. 넌 지금부터 시험에만 집중해.”

스미레는 신유성의 손바닥에 입이 막힌 채, 알겠다며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거렸다.

“웁웁!”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스미레는 자신감이 없는 지 조심스럽게 신유성에게 물었다.

“제, 제가 정말 할 수 있을까요?”

신유성은 스미레를 내려다보며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어.”

신유성은 자신의 머리카락 몇 개를 뽑아. 스미레에게 쥐어주며 말했다.

“시험만큼은 내 머리카락을 자유롭게 써도 괜찮아.”

스미레는 신유성의 머리카락을 보물이라도 되는 듯 바라봤다.

“우와……. 시, 신유성씨의 머리카락! 그것도 5가닥이나!”

스미레는 신유성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티슈에 싸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신유성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 다음에는……. 손톱도 주실 수 있을까요? 머리카락보다 좀 더 강하거든요!”

신유성은 눈을 빛내며 손톱을 바라보는 스미레에게 떨떠름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건 생각해볼게.”

*     *      *

1학년 하급반을 맡게 된 교관.

린샤오. 그는 학생들을 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주어진 시간은 단 2시간! 그동안 보석섬에서 최대한 보석을 모아라!”

이번 시험 장소인 보석섬.

이곳의 몬스터들은 카벙클, 베이비 샐러맨더, 쥬얼 스네이크 등으로 다양했지만. 모두 신체에 보석이 박혀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섬에 사는 괴수들은 급수에 따라 보석의 크기가 다르다! 당연히 급수가 높을수록 점수도 높겠지?”

설명을 끝낸 린샤오는 학생들을 향해 마지막 당부를 했다.

“시험을 진행하다보면 격해지는 건 교관도 이해하지만. 대련이 아니니까! 절대 싸우지는 마라! 어기면 전부 퇴학 처리다!”

그 말을 끝으로 학생들이 순식간에 흩어지자. 함께 크루즈를 타고 온 k채널의 스태프들은 유한나를 위해 부스를 설치했다.

교관인 린샤오는 처음 보는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아니, 아무리 헌터 방송이 인기라지만……. 학생들 시험을 방송하겠다니.”

그 모습에 유한나는 고개를 저으며 검지도 함께 좌우로 흔들었다.

“Oh~ my god! 그런 고리 타분하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은 절대 No!”

유한나는 자신의 선글라스를 슬쩍 내리더니 씩 웃었다.

“이 아이템은 최고로~ 유능한 K채널 대표 PD님 아이디어고. 시험의 방송은 교장 선생님도 허락 하셨습니다. 그러니 절대 No problem! 아시겠어요?”

“아, 알겠습니다.”

린샤오는 못 마땅했지만 일단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교장인 진병철이 유한나를 거스르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아니 한국인이 무슨 영어를 저렇게……. 진짜 이상한 여자네.’

유한나는 메인 진행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벌써 부스에 앉아. 방송을 위한 준비를 직접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었다.

“드론 카메라는 전부 띄웠어요?”

“걱정 마세요. 지원이 빵빵해서 조종사만 50명입니다.”

남자 스태프가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을 하자. 유한나는 거울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아요. 신유성은 당연하고. 그 파트너인 어…… 이름이 뭐더라? 하여튼 그 일본인 여자애. 걔한테는 드론 카메라 꼭 붙여요.”

“스미레요?”

“네네. 어차피 녹화 했다가 편집해서 방송하는 거니까. 최대한 많이 찍어두고. 내 멘트 알아서 덧 씌워줘요. 자 준비 끝났으면 빨리 촬영 GO~!”

야외에 설치된 50개의 모니터.

방송을 위한 K채널의 준비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건 그만큼 신유성의 인기가 높았고, 방송국의 기대가 크다는 의미였다.

*     *      *

위이이잉!

신유성은 하늘에 떠있는 드론 카메라를 바라봤다.

‘아무리 헌터에게 인지도가 중요하지만…….’

신유성은 아카데미의 시험까지 모조리 방송이 된다는 게 민망했다. 하지만 권왕처럼 최강의 헌터를 노리려면 인지도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이 정도는 참아야겠지.’

신유성은 감각을 일깨워 손끝으로 풍향을 계산했다.

[유성아! 야생에서 괴수들을! 특히 약한 놈을 잡을 때는 말이다! 바람을 등지면 무조건 사냥을 말아 먹는다! 동물이든 괴수든 약할수록 냄새에 민감해!]

이건 권왕이 알려준 사냥 방식이었다. 신유성은 정면에서 바람을 맞으며 서서히 앞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면서 신유성은 땅에 남겨진 사냥감의 발자취를 놓치지 않았다.

‘……무언가 지나간 흔적. 새겨진지 얼마 되지 않았어.’

숲 특유의 축축한 흙에는 기다란 무언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신유성은 재빠른 속도로 흔적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흔적의 끝에서 신유성은 거대한 뱀을 발견했다.

‘찾았다.’

뱀의 정체는 젬 스네이크.

3급에 해당하는 괴수로 평범한 F반의 학생이 혼자서 잡을 수 있는 상대는 절대 아니었다.

“쉭! 쉬이이익!”

뒤 늦게 신유성을 발견한 젬 스네이크는 혀를 날름거리며 견제를 시작했다. 신유성을 공격하기 위해 천천히 다가온 젬 스네이크는 몸을 꼿꼿이 세웠다.

그 다음 젬 스네이크가 기다란 몸을 스프링처럼 웅크리자. 신유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

‘온다.’

챠악!

젬 스네이크가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몸을 날렸다. 아무런 자세도 취하지 않던 신유성은 순식간에 젬 스네이크의 목을 움켜쥐었다.

꽈악! 꾸드득!

강한 힘에 근육이 으깨지는 소리.

결국 젬 스네이크의 몸이 축 늘어지자. 신유성은 젬 스네이크를 내려놓고. 아무렇지 않게 머리에 박힌 보석을 떼어냈다.

3급을 압도하는 전투력은 물론.

전투의 순간에도 이렇게 침착하게 임할 수 있는 1학년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신유성은 그걸 간단하게 해냈다.

‘……정말 이런 괴수를 잡는 게 시험인가?’

이곳은 신유성이 속한 F반은 물론이고 S반 같은 상급반도 시험을 치루는 장소. 하지만 신유성에겐 난이도가 낮아도 너무 낮았다.

‘쉬워도 너무 쉬워…….’

그러나 실상은 신유성의 생각과 달랐다. 괴수들이 약한 게 아니라. 신유성이 강했다.

F급 특성을 가진 F반 출신.

하지만 타고난 신유성의 체질과 신체. 그리고 가혹했던 권왕의 수련이 신유성을 최강의 자리를 위협할 이레귤러로 탄생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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