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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9/434)

제9화

K채널의 간판 캐스터 유한나.

그녀는 덩치 큰 카메라 맨을 데리고 무작정 1학년 F반으로 직진했다.

“역시 그때 내가 대박 냄새가 난다고 했죠?”

“아, 그, 그렇죠. 근데 PD님이……. 졸업반부터.”

“Oh No! 순서는 내가 정해요! 맘에 안 들면 자르라고 해요.”

방송국의 메인 진행자인 유한나는 절대 갑이었다. 거기다 돌발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워낙 방송 감이 좋으니. 모두가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유한나는 기분이 좋은 듯 후후- 웃으며 카메라맨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이거 영상 댓글들 좀 봐. 얘는 뭔가 스타성을 타고 났다니까?”

- 와 K채널 이번 아카데미 특집 쩔었다.. 특히 권왕 제자!

- 진짜 저 실력에 F급 특성임? 상대 살아 있긴 한가ㄷㄷ

- 갓유성 외모 무엇...? 이 좋은 프로를 이제 알았네ㅠㅠ

끝없이 이어지는 시청자들의 댓글.

신유성의 대련 영상은 올린 지 하루 만에 조회수 28만을 찍었다. 물론 지금은 조회수가 배로 뛰어 있었다. 거기다 순간 시청률도 6%.

K채널과 유한나는 신유성이 가진 스타성을 높게 샀다.

“……뭔가 파악 느낌이 와. 상위 특성 헌터들을 꺾어버리는 F급 특성의 헌터!”

유한나는 카메라맨을 향해 소리를 치더니. 꽈악 주먹을 쥐었다.

“거기다! 돌연 은퇴를 선언했던 권왕의 제자! 심지어 헉! 소리 나게 초 절정 잘생김!”

유한나는 카메라맨을 보며 이미 정해진 답을 물었다.

“근데 졸업반 인터뷰? 후, 전 무조건 신유성 인터뷰로 갑니다. 오케이?”

“오, 오케이.”

카메라맨이 대답을 마친 그때 마침 F반으로 누군가가 들어가려고 했다.

“오~ 잠깐 잠깐! 거기 귀여운 여학생~ 인터뷰 좀 괜찮을까?”

아니나 다를까 유한나는 바로 상대를 붙잡았다. 식은땀을 흘리며 소심하게 유한나의 눈치를 보는 여학생은 신유성의 파트너가 된 스미레였다.

“네? 귀, 귀엽다고요? 저 별로 귀엽지 않은데……. 다들 음침하고 기분 나쁘다고 하거든요……. 거기다 저 말을 정말 못해서…….”

스미레가 뒤로 물러나며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자. 유한나는 친근하게 다가갔다.

“그러지 말고! 정말 짧은 질문이야. 같은 반인 권왕의 제자 알지?”

“에?…… 시, 신유성 씨요?”

스미레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자. 유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신유성이 평소에 어떤 학생인지! 간단하게 한 줄 인터뷰?”

“어, 그, 그렇지만 저는 진짜 아는 게 하나도…….”

“아무거나 편히 말해봐~ 사소한 것도 괜찮으니까!”

“그, 그래도……. 어, 아 맞다!”

스미레는 이시우와 잘 지내는 신유성을 보며 수첩에 적었던 내용을 떠올렸다.

“신유성 씨는 그냥……. 다른 분들과 전부 잘 지내시는 거 같아요.”

조심스러운 스미레의 대답에 유한나는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흠 그래요?”

어쩐지 시큰둥한 유한나의 얼굴.

‘재미없는 대답이네.’

유한나는 스미레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뭐 특종거리가 없으려나…….’

*     *      *

시험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수련을 하는 신유성과 이시우.

활이 무기인 이시우는 과녁을 조준하며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평소와 다른 진지한 표정. 이시우는 호흡까지 세밀하게 조절하며 흐름을 놓치지 않게 활시위를 놓았다.

쐐액! 퍽!

화살은 과녁의 정중앙에 맞았다.

“아자! 신난다! 10점!”

이시우가 기뻐하며 방방 뛰고 있을 때, 신유성은 흥미가 생겼는지 옆에서 조약돌을 하나 쥐었다. 과녁과 신유성의 거리는 약 100미터. 신유성은 간결하게 자세를 잡더니 조준도 없이 그대로 돌을 던졌다.

쐐액! 쾅!

한 차례의 충격파와 함께 박살이 난 과녁. 덕분에 신유성의 점수는 알 수 없었다.

“우, 우와! 돌로 과녁을 맞힌 거야? 넌 정말…….”

이시우가 경외의 표정으로 바라보자. 신유성은 겸손하게 말했다.

“운이 좋았어.”

“그, 그래?”

이시우는 흠- 하고 잠깐 동안 생각에 빠지더니. 신유성을 보며 감탄 섞인 중얼거림을 뱉었다.

“음 그렇지만 아무리 해도 상상이 안 가는걸. 네가 하위권 반과 시험을 쳐야하다니…….”

“하위권 반?”

“C반 D반 E반 F반을 묶어서 그렇게 부르고 있어.”

이번 시험은 이시우의 말처럼 반을 분리해서 시험을 쳤다. 대부분이 하위권인 C반, D반, E반 F반이 시험을 치루면. S반, A반, B반. 3개의 상위권 반이 시험을 보는 식이었다.

“우리로선 엄청 이득이지! 그렇게 반을 나눠도. 시험 점수는 그대로 반영해 주거든!”

이시우는 1시간 넘게 활을 쏘며 지쳐 있었다. 결국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넓적한 바위에 앉았다.

“후우! 난 이제 못하겠다!”

부웅! 훅!

신유성의 자로 잰 듯 깔끔한 정권 지르기. 이시우는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역시 유성아. 네 목표는 세븐 넘버지?”

세븐 넘버.

학년 별 가장 랭킹이 높은 7인의 학생에게 붙는 호칭. 이시우가 생각하기에 신유성은 F반에서 유일하게 세븐넘버에 도전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물론 신유성에게 세븐넘버는 과정에 불과했다. 가온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아무리 강하든 그런 건 관계없었다. 권왕의 제자가 된 순간부터 신유성의 목표는 늘 최강의 헌터였다.

그게 자신을 택해준 권왕에 대한 보답이자. 자신을 버린 신오 가문에 대한 신유성의 유일한 복수였다.

한 번의 심호흡.

자세를 푼 신유성은 교장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이시우에게 물었다.

“왜 다들 그렇게 세븐넘버의 자리에 집착하는 거야?”

“우리 학교는 말이지~ 실력에 따라 대우가 다르거든. 세븐넘버가 되면 기숙사도 쩔고~ 지원금도 주고 그리고…….”

이시우는 신유성의 얼굴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일단 어려운 교외 활동도 전부 참여 할 수 있으니까. 인지도를 쌓기도 좋을걸?”

“역시 인지도가 중요한 건가.”

“그렇지!”

이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거기에 설명을 덧붙였다.

“관계자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세븐넘버 정도는 들어가야 하는 거지.”

“그럼 역시 학년 랭킹을 올리는 게 우선이겠네.”

신유성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목표인 최강에 닿으려면 세븐넘버 정도는 당연히 차지해야했다.

“헤~ 역시 시설 때문이지? 내가 생각해도 하위권 기숙사는…….”

“아니. 그건 내 목표 때문이야. 난 세계 최강의 헌터가 되고 싶거든.”

이시우는 신유성의 포부에 놀란 모양이었다. 세계는 넓고. 강한 헌터는 많다. 아무리 신유성이 권왕의 제자라도 최강의 헌터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그러니 권왕은 신유성에게 언제나 겸손한 마음으로 정진하라고 일렀다. 그러나 그 말이 신유성을 겁주기 위한 허풍은 절대 아니었다.

“그, 그럼 세계의 헌터들을 다 이기겠다는 거야!? 마천루 아카데미에 있는 검신의 제자도!?”

이시우가 말한 검신의 제자처럼 세계에는 다양한 아카데미와 절정의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재능을 타고난 것은 물론이고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검신의 제자?”

신유성이 어렴풋한 기억을 뒤졌다.

[……난 특히 그중에서 검신! 그놈이 제일 짜증났었다! 융통성 없는 고지식한 성격이며 나랑 비슷한 실력이며!]

검신은 신유성의 스승인 유원학이 입이 닳도록 말했던 헌터였다.

“검신에게도 제자가 있어?”

흥미를 가진 신유성이 묻자. 이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 류진을 몰랐어? 어디 산속에서 살다온 게 아니면. 류진을 모를 수가 없는데…….”

검신의 제자인 류진은 그만큼 유명했다. 그 유명세는 당사자가 있는 중국은 물론 한국까지 닿을 정도로 엄청났다.

“……이름이 류진이란 말이지?”

신유성은 류진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 머릿속에서 되새겼다. 류진은 스승인 권왕이 주의를 줬던 강한 헌터가 분명했다.

‘류진…….’

그때 누군가 아카데미의 방향에서 숨을 헐떡이며 뛰어왔다.

“헉헉! 겨우 찾았다! 신유성! 와! 진짜 이 아카데미는 부지가 뭐 이렇게 넓어? 한참 찾았네!”

누군가의 정체는 K채널의 캐스터인 유한나였다. 스미레의 인터뷰를 마친 유한나는 계속 신유성을 찾고 있었다. 그녀는 옆에서 숨을 고르며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자자, 신유성 학생? 짤막하게 인터뷰 좀 할까하는데? 뭐야 얘 듣고 있는 거 맞아?”

유한나는 카메라맨을 흘기더니. 준비해둔 질문을 던졌다.

“일단 권왕의 제자로서 신경 쓰이는 헌터가 있나요?”

유한나의 질문에 신유성은 누군가의 이름을 곱씹으며 중얼거렸다.

“……류진.”

무겁게 가라앉은 눈.

천년을 기다린 듯 아련한 목소리. 신유성을 생각에 잠긴 채, 먼 곳을 바라보았다. 류진은 스승님이 인정한 동료. 검신의 제자.

“……그 사람이 제일 신경 쓰이는군요.”

“음~ 그럼 하산 이후 헌터로서 목표 같은 게 있나요?”

“최강의 헌터가 되는 것입니다.”

신유성의 단호한 이야기에 유한나는 으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잘만 만들면 뉘앙스가 대박 각인데?’

천사도 악마로 만들어버린다는 K채널의 자랑. 악마의 편집. 유한나는 대박을 예감하며 사악하게 웃었다.

*     *      *

중국의 자랑. 마천루 아카데미.

100층에 달하는 거대한 건물은 학생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최첨단 기술들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런 중국에서도 단연 1학년의 최강을 맡고 있는 남자.

검신의 제자. 류진(刘俊).

그는 현역이나 감당할 고강도 훈련을 마치고. 땀에 젖은 앞머리를 위로 쓸어 올렸다.

그러자 앞머리에 가려져 있던 류진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짙은 눈썹과 서늘한 눈동자. 둘을 아우르는 고독한 분위기.

뚝.

한 방울의 땀이 류진의 날카로운 턱 선을 타고 떨어져 내렸다.

“나에겐 무슨 용무지?”

류진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차가운 목소리가 훈련장에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

그러자 입가에 잔뜩 미소를 머금은 여학생이 기둥 뒤에서 슬그머니 걸어 나왔다.

“오~ 알고 있었어? 놀라게 해주려고 일부러 기다렸는데.”

“……무슨 용무냐고 물었다.”

류진이 짜증 섞인 어투로 묻자. 여학생은 뭐가 그리 웃긴지 씨익- 하고 웃더니 한국의 신문을 내밀었다.

“그냥 직접 보는 게 어때?”

한국에서 온 여학생과 달리 류진은 중국이 본국인데도 한국어에 능숙했다. 그건 중국이 헌터 강국인 한국의 언어를 제1외국어로 택한 덕분이었다.

탁.

류진은 어쩔 수 없이 여학생이 내민 신문을 받아 펼쳤다.

[K채널 신유성! 단독 인터뷰!]

[권왕의 제자! 소감 밝혀!]

[검신의 제자가 가장 신경쓰여!]

[최강이 되기 위해 모두 이기겠다! 의지 표명!]

무표정하게 신문을 읽던 류진은 미간을 좁혔다. 류진은 중국 최고의 헌터인 검신의 수제자. 지금까지 타국의 헌터에게 단 한 번도 도발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그건 전대미문의 실력으로 모두를 압도했기 때문. 하지만 뉴페이스에 불과한 신유성의 도발에 류진은 싸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这小子干嘛呢?(이 새끼는 뭐야?)”

정말이지 강렬한 첫 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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