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6화 (6/434)

제6화

담담하게 신유성이 이미지 룸에 자신의 카드를 인식시켰다. 그러자 청아한 기계음이 신유성에 대한 정보를 읽었다.

[학생 카드가 확인 되었습니다.]

[학년랭킹 미정. F반의 신유성]

아직 시험을 치루지 않아 랭킹은 미정. 신유성이 대답을 하려고 할 때 학생들의 사이에서 이시우가 급하게 달려왔다.

“저, 저기 유성아! 널 못 믿는 건 아닌데…….”

이시우는 걱정 어린 얼굴로 신유성을 올려다봤다.

“너, 이미지 룸은 처음 아니야? 그런데 3급 5마리를……. 정말 괜찮겠어? 거기다 수업에서 하는 트레이닝은 평가에 기록 돼…….”

다른 F반의 학생들도 반응도 대부분은 부정적이었다. 신유성이 주하진을 이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련. 이미지 룸의 트레이닝은 대련과 종목이 전혀 달랐다.

“트레이닝 룸은 처음이지만.”

신유성은 긴 머리카락을 한 줄로 정리한 후, 미소를 지었다.

“3급 괴수는 처음이 아냐.”

지이잉.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신유성은 천천히 이미지 룸에 걸어 들어갔다.

[이미지 룸에 입장했습니다.]

지이잉.

다시 문이 닫히자. 신유성은 잠깐 뒤를 바라봤다. 자신을 바라보는 29명의 학생들. 그들의 표정과 반응은 제 각각이었다.

최약의 특성 F등급.

가온 아카데미 최약의 F반.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신유성이 클리어를 성공할지 의심을 품고 있었다.

‘F반에게는 3급 괴수도 어려운 상대인건가.’

신유성의 특성은 F등급.

만약 평범한 F등급 학생이 3급 괴수 5마리를 1학년에 처치하는 건 기적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신유성은 충분히 가능했다.

‘……헌터의 힘은 절대 특성이 전부가 아니야.’

신유성은 어제 읽은 기숙사의 매뉴얼대로 능숙하게 이미지 룸을 조작했다.

“배경은 랜덤.”

지직.

신유성의 말이 끝나자. 흰색의 방에 불과했던 이미지 룸이 메마른 황야로 변했다.

[배경은 황야로 지정됐습니다.]

이건 시설이 만든 홀로그램.

신유성은 계속 설정을 더했다.

“등장 괴수는 3급 5마리.”

[대련 몬스터. 3급 난이도, 오크 5마리 설정.]

지직!

이번에는 기계음과 함께 완벽한 오크 형태의 홀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산속에만 박혀 살던 신유성에겐 가온 아카데미의 시설이 신기했다. 하지만 F반의 학생들은 3급 괴수가 신기한 모양이었다.

방음이 되지 않는 유리벽 너머로 신유성에게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3급 괴수…….”

“거기다 오크면 지능도 있잖아.”

“그래도…… 5마리 중에 3마리 정도는 잡지 않을까?”

교관인 린샤오는 팔짱을 낀 채 신유성을 바라봤다.

‘얼마나 버티는지 지켜봐주지.’

신유성은 고개를 돌려 오크들을 바라봤다. 홀로그램에 불과하지만 실제를 마주한 듯 생생했다. 오크는 지능이 높아 나름의 파티와 포지션을 구축한다.

그 때문에 5마리나 모이면 시너지가 제법 있었다.

‘무기는 글레이브가 하나. 활이 둘. 도끼가 둘.’

상대에 맞춰 신유성은 자세를 바꿨다. 왼발을 앞세우고 오른발을 뒤로 뺐다. 거기다 하체를 아우르는 완벽한 팔의 밸런스. 권왕의 유일한 제자인 신유성의 자세는 권왕의 자세나 마찬가지였다.

‘스승님은 9살이 된 내게 이렇게 말하셨지.’

[아무렴! 보통 9살의 나이면 3급 괴수 정도는 아주 그냥 일격에 죽여 버리지!]

사실 권왕의 기준은 높아도 너무 높았다. 구음절맥과 극양지체를 타고난 신유성이 아니었다면 절대 통과할 수 없는 수련이었다.

‘그런 3급 괴수를 아카데미에서 겁을 내다니.’

신유성은 생각했다.

F반이 약한 것일까, 3급 괴수가 강한 것일까. 무엇이 됐든 지금까지 말해준 스승님의 가르침이 오류가 있는 건 분명했다.

파아앗!

신유성은 몸 안의 마나를 끌어올려 몸에 둘렀다. 이건 특성의 힘이 아니었다. 수련과 명상을 통해 쌓아온 마나를 물리력에 사용한 것이다.

신유성의 기세에 홀로그램이지만 오크는 곧 바로 반응했다.

“취익! 인간을 죽여라!”

“인간! 혼내준다!”

쐐액!

오크들의 첫 공격은 화살이었다.

신유성은 고개를 옆으로 꺾어 가볍게 피한 후, 땅을 박찼다. 그리고 동시에 내지른 정권.

콰앙!

정권을 맞은 오크는 도끼와 함께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데이터 쪼가리로 산화한 것이다. 오크들이 당황할 새도 없이 신유성은 다시 발차기를 날렸다.

쩍!

발은 오크의 머리에 적중했다.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오크는 또 다시 데이터로 변해 산화했다.

“취, 취익! 인간! 강하다!”

“활을 쏴라!”

오크들은 그 틈에 다시 화살을 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2개의 화살. 신유성이 공격을 피하기 위해 집중하자. 특성의 힘으로 화살은 한 없이 느려졌다.

‘보인다.’

화살의 사이를 가로지르며 신유성은 바람처럼 달려 나갔다. 단순히 이기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신유성은 전투에 한해서 최대의 효율을 보여줬다. 불필요한 동작은 단 한 번도 취하지 않았다.

탓!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신유성은 손바닥을 앞으로 뻗었다.

투신류 폭룡암쇄장(暴龍巖碎掌)

콰앙!

폭음과 함께 일어난 충격파가 두 마리의 오크를 형체도 없이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신유성의 장발은 충격의 여파로 아름답게 흩날렸다.

“취이익!”

마지막 한 마리 남은 오크가 발악처럼 도끼를 휘둘렀다. 하지만 신유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가볍게 막아냈다.

쩡!

마나를 두른 신유성의 손바닥은 강철 같았다. 절대 학생들이 가능한 경지가 아니었다. 특성의 도움 없이 단순히 신체 강화에 마나를 사용한다면 소모가 극심했다.

거기다 강화할 신체 부위에 마나를 집중하려면 뼈를 깎는 혹독한 수련이 필요했다.

지금의 신유성이 강함은 타고난 특성이 아닌 오로지 노력의 결과물. 그래서 더욱 값졌다.

[대련 몬스터. 3급 난이도, 오크 5마리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기계음의 안내처럼 신유성은 5마리의 오크를 박살냈지만 지친 기색조차 없었다.

저벅저벅.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신유성이 걸어 나오자. 학생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유, 유성이가…….”

지켜보던 이시우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고.

“진, 진짜, 이겼어요…….”

일본에서 유학을 온 스미레는 원래 말을 더듬었지만 오늘은 유독 더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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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반의 학생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할 전투력. 교관인 린샤오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당황한 얼굴로 신유성을 보며 물었다.

“너, 너, 정말 F반이냐?”

신유성은 그 질문에 F반을 둘러봤다. 풀이 죽어 있던 이시우도 자신감이 없던 스미레도 둘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도. 모두 아까와는 표정이 달랐다.

신유성은 살짝 웃음을 품고서 입을 열었다.

“네. F반입니다.”

신유성은 F반이 가진 유일한 와일드카드. 반 대항전의 희망이었다.

*     *      *

가온 아카데미의 교장실.

새로 부임한 교관 린샤오는 교장실의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왔다.

“교장 선생님!”

발모 빗으로 머리를 두드리던 진병철은 식겁한 얼굴로 린샤오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아니, 린샤오 교관! 노크는 하고 들어와야 할 거 아니오!”

“죄송합니다! 지금이라도 할까요?”

“아우, 됐습니다. 됐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그렇게…….”

진병철이 시큰둥한 얼굴로 묻자.

린샤오는 트레이닝 룸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털어놨다.

“……그런데 F급 특성을 가진 학생이! 3급 괴수 5마리를 처치했단 말입니다! 그것도 그냥 처치한 게 아닙니다! 아주 그냥! 일격필살! 초전박살! 이제두살!”

“이제두살은 뭐요?”

“제 딸아이가 이제 두 살입니다.”

린샤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진병철은 흠- 하고 소리를 내며 턱을 만지작거렸다.

“그 학생의 이름이 신유성이오?”

진병철이 놀라지도 않고 묻자. 린샤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예……. 맞습니다.”

“그럼 그럴 만하지.”

“아니 F등급 특성을 가진 1학년 학생이 3급 괴수를 5마리나 클리어 했습니다! 아무리 이미지 룸이지만! 이건 대사건…….”

흥분한 린샤오의 목소리가 올라가자. 진병철은 진정하라는 손동작을 취하며 혀를 찼다.

“워워, 진정 좀 하시오. 하여간 교관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소식에 느려서는…….”

진병철의 구박에 린샤오는 신유성의 정체가 범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F급 학생이 3급 괴수 5마리를 박살내고, 숨 하나 몰아쉬지 않았다.

린샤오는 진병철을 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도대체 그 학생은 정체가 뭡니까?”

“신유성은 말이지…….”

교장인 진병철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유원학의 제자일세.”

“……유원학. 유원학!? 권왕! 유원학 말씀이십니까!?”

“역시 중국에서도 유원학은 유명했나보군?”

진병철의 말에 린샤오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그걸 말씀이라고! 그리고 전 한쪽 부모님이 한국분이라…….”

헌터계의 전설.

비록 20년의 이야기지만 현역 중에 권왕 유원학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 어렵다는 신체 강화의 달인! 마나 연공법을 과학적으로 재정립을 한 것도…….”

“그래! 전부 유원학의 업적이지.”

진병철은 콧수염을 만지며 훗- 하고 웃었다. 그리곤 신유성을 아주 잘 알고 있던 사이처럼 거들먹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정수가 담긴 제자가 신유성이란 말일세.”

“과, 과연!”

“그러니 얼마나 강하겠나? F반이지만 10위까지 학년랭킹을 올리는 것도 꿈은 아니지. 오히려 그 위인 세븐 넘버에 닿을지도 몰라!”

진병철은 크으- 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렇게 되면 마케팅은 또 얼마나 좋겠는가?”

그리고는 생각해두었던 흑심을 마음껏 뿜어냈다.

“얼굴도 반반하니 온갖 광고에 신유성의 얼굴을 박아서! 광고를 하는 거지! F등급도 세븐 넘버가 되는 가온 아카데미~! 크하하!”

진병철이 호탕하게 웃자. 린샤오는 질색을 했다.

“교장 선생님은 정말 속이 시커멓군요.”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소. 흠흠!”

진병철은 천천히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밖을 내다보며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

“린샤오 교관은 마천루에서 1학년을 가르쳤다고 들었는데…….”

중국의 자랑.

마천루 아카데미. 린샤오는 그곳에서 1학년들을 가르쳤다. 돈을 더 얹어주는 가온으로 옮겨오긴 했지만. 린샤오는 마천루에서도 꽤 인정받는 교관이었다.

“맞습니다.”

“내가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류진(刘俊).”

진병철이 말한 이름에 린샤오가 굳었다. 류진의 이름은 그만큼 파급력이 컸다.

“……검신의 제자 말씀이십니까?”

권왕의 라이벌 중 하나였던 검신.

그의 제자인 류진은 타고난 S등급 특성과 검신의 검술 실력을 전수 받은 중국 최강의 학생이었다.

“신유성과 류진. 권왕과 검신의 두 제자가 붙으면 누가 이기겠나?”

꿀꺽.

린샤오가 침을 삼켰다. 지금 가온에서 신유성과 류진을 모두 본 사람은 린샤오가 유일했다.

잠깐의 고민.

“음…….”

린샤오는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제 생각은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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