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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3/434)

제3화

가온 아카데미의 대련장.

학생들의 신성한 수련 장소인 이곳에 한 유명인사가 찾아왔다.

“아오! 멀다!”

한국 대표의 공영 방송국 K채널의 간판이라고 불리는 유한나 캐스터. 그녀는 옆에 있는 카메라맨을 보며 특종에 대한 열망으로 눈을 빛냈다.

“이건 완전 대사건 아니에요!?”

“어, 뭐, 뭐가요?”

큰 덩치의 카메라맨이 땀을 닦으며 묻자. 유한나는 카메라가 꺼진 상황에도 의욕을 불태웠다.

“20년을 은둔했던 헌터계의 전설! 권왕! 그런 권왕의 제자가 아카데미에 등장했다고 하잖아요!”

“화, 확실히……. 사건이긴 하죠.”

“후후! 근데 거기서 끝이냐 묻는다면! 그게 또 아니란 말씀! 제보에 따르면 그 후계자가 오늘 대련으로 데뷔전을 한다는 거! 만야아악!”

유한나는 검지를 딱 세워 카메라맨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만, 만약?”

꿀꺽.

카메라맨이 침을 삼키자. 유한나는 귀엽게 웃었다.

“후후! 만약 우리 K채널이 그 데뷔전을 찍는다면? 그야말로 대박 아니겠어요?”

“오오!”

“리액션이 왜 이래요? 아휴~ 나도 몰라 이제 설명도 귀찮아.”

유한나는 방금 본인의 입으로 귀찮다고 말해놓고. 금방 다시 입을 열었다.

“어차피 PD님이 찍어만 오라고 했으니까. 집중 잘해요! 놓치지 말고! 이거 잘만하면 학생 때부터~ 스타 헌터의 탄생이라니까? 그러니까 집중! 집중! 오케이?”

“오, 오케이!”

덩치가 큰 카메라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멀리서 가온 아카데미의 교장. 진병철이 유한나를 향해 한 걸음에 달려왔다.

“아이고! K채널에서 가온 아카데미는 어쩐 일로? 혹시 우리 아델라 양의 인터뷰 때문입니까?”

“앵? 당연히! 권왕의 제자 때문이죠! 저희 방송국은 아카데미의 홍보 겸. 촬영을 자유롭게 해주신 걸로 아는데……. 혹시 문제라도?”

유한나가 진병철을 보며 눈을 가늘게 뜨자. 진병철은 꿀꺽 침을 삼키며 손을 가로저었다.

“아이! 촬영은 무조건 찬성이죠! 그, 그런데 방송을 탈 만큼 강한 학생은 아, 아니라서…….”

“Oh no! 헌터의 스타성은 강함이 전부가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교장 선생님?”

유한나는 고개를 저은 뒤, 쿵쿵!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판단은 이 방송천재! 진행천재! 이 유한나가 합니다! 아시겠어요? 스타성을 보는 눈은 저보다 정확한 사람이 없다고요!”

진병철은 사람 좋게 웃으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맛이 간 여자야.’

그래도 대중의 인기가 곧 기업의 지명도로 바뀌고. 지원금으로 변하는 사회에서 교장은 매스컴에게 늘 잘 보여야했다.

‘크으음……. 너무 기대하고 있군. 아무리 권왕. 아니 그 유원학놈의 제자라도 F급 특성으로 D반의 학생을 이길 리가 없는데……. 이걸 어쩐다?’

그렇게 교장인 진병철이 고민에 빠져 있을 때, D반의 참가자인 주하진이 주황색 머리를 헝클이며 대련장의 하얀색 타일 위로 올라왔다.

“자자~ 1학년 D반의 주하진. 대련 준비 끝났습니다.”

그때 모든 인파의 관심을 받으며 신유성이 천천히 대련장의 위로 올라왔다.

“저도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때 모두의 탄식이 터졌다. 첫 번째 이유는 권왕의 제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신유성의 등장 때문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구음절맥으로 얻은 신유성의 외모 때문이었다.

“어…… 쟤, 쟤 좀 봐라? 저 정도 레벨은 나도 처음보네?”

유한나는 신유성을 보며 눈을 빛내더니. 옆에 있던 카메라맨을 툭툭 쳤다.

“페이스 완벽하니까. 부담 없이 그냥 줌 확 당겨요! 줌! 줌!”

“오, 오케이!”

방송국에서 온 유한나와 카메라맨이 신유성의 외모와 스타성에 집중하고 있을 때, 학생들은 신유성의 실력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다.

“F급 특성이라던데 잘 싸울까?”

“뭐 그래도……. 특성이랑 실력이 완전 비례하진 않으니까.”

“에이 아무리 그래도 D반을 상대로……. F급 특성이 승리하는 건 좀 힘들지 않을까?”

계속해서 커져가는 웅성거림.

신유성은 그 모든 소음을 무시한 채, 상대에게 집중했다. 주하진은 그런 신유성의 진지한 태도를 은근히 비웃었다.

“야, 왜 그렇게 굳어 있어? 그렇게 쫄아서 제대로 대련 할 수 있겠어?”

하지만 신유성은 신중하고 신중했다. 상대를 앞에 두고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어떤 상대에게도 최선을 다하라는 게 권왕의 가르침이었다.

트래시 토크가 특기인 주하진은 신유성의 반응이 못 마땅했다.

‘왤케 반응이 없어? 좀 흥분을 해야 도발을 하는 맛이 있는데…….’

화가 난 상대는 동작이 커지고 빈틈도 많아졌다. 그게 주하진이 원하는 반응. 물론 신유성에게 그런 도발은 통하지 않았다.

주하진은 땅에 찍- 하고 침을 뱉으며 자세를 낮췄다.

“쳇. 재미없긴…… 뭐, 아무래도 좋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그 모습에 신유성도 한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며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스피커에서 안내 음성이 나왔다.

- 곧 대련을 시작합니다.

신유성은 주하진의 자세를 보며 생각에 빠졌다.

‘정말 빈틈투성이의 허접한 자세다. 의도가 뭐지?’

- 준비!

신유성은 양 다리로 중심을 꽉 잡고. 심각한 표정으로 주하진을 노려봤다.

‘……정말 여유로운 표정인 걸. 역시 저 따위 자세로도 자신이 있다는 건가.’

신유성은 주하진의 엉성한 자세가 일종의 핸디캡이라고 생각했다.

‘대단한 자신감이군.’

- 시작!

스피커의 음성이 시작을 알리자. 주하진은 땅을 박찼다. 그리곤 신유성의 주위를 어지럽게 뱅뱅 돌았다.

“크하하!”

주하진의 특성인 [가속질주]는 달릴수록 점점 속도를 높여줬다. 그렇게 최대까지 속도를 증가시켜 공격을 성공시키는 게 주하진의 전투방식이었다.

“어때 안 보이지?”

주하진이 질문에도 신유성은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눈으로 주하진의 움직임을 쫓았다.

‘어떻게 된 일이지?’

신유성은 주하진의 행동으로 패닉에 빠져 있었다.

‘……느리다.’

그 이유는 주하진이 너무 느렸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너무 느리다.’

그 이유는 신유성의 특성인 [집중력 강화] 때문이었다. 신유성이 온 정신을 전투에 쏟자. 특성인 [집중력 강화]의 힘으로 자신도 모르게 집중력이 극한까지 올라갔다.

그 때문인지 지금 신유성 세상은 너무나 느리게 움직였다.

“이거나 처먹어!”

주하진은 속도를 한계까지 의기양양하게 킥을 날렸지만. 신유성은 다리를 피해 주하진의 몸통 쪽으로 주먹을 뻗었다.

투신류 3장 파천권격(破天拳擊)

쩌어엉!

신유성의 섬광과 같은 주먹은 정확하게 주하진의 몸통에 꽂혔다. 충격은 파장을 만들며 주하진의 몸을 그대로 공중에 띄웠다.

“커억!”

콰아앙!

신유성은 스승님이 말한 아카데미의 헌터가 이대로 끝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흡수와 관련된 특성? 아니면 역시 이 정도는 맨몸으로 허용할 정도로 타격에 강한가?’

고민은 짧았다. 빠르게 판단을 내린 신유성은 힘을 손바닥에 앞으로 뻗었다.

콰앙!

그야말로 완벽한 콤비네이션.

지금까지 수련을 해온 신유성의 무력은 구음절맥과 극양지체의 재능을 백분 발휘했다.

‘이렇게 쉽게 당할 리가 없어. 설마 특성이 환각 계열인가? ……혹은 스킬의 가능성도 염두 해야 해.’

걸레짝이 된 주하진은 충격파를 만들며 뒤를 향해 날아갔지만 신유성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어찌됐든 정보가 부족한 이상. 최선을 쏟아야겠지.’

신유성에게 스승인 권왕 유원학이  입이 닳도록 했던 말이 있었다.

[모든 공격은 마무리가 중요하다]

이것이 승부인 이상 신유성은 절대 상대를 봐주지 않았다.

파악!

신유성이 힘차게 땅을 박찼다.

단련된 신체의는 날아가는 주하진을 오히려 추월해버렸다. 신유성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주하진을 향해 발을 들었다.

투신류 1장 낙월각(落月脚)

신유성은 축이 되는 발을 뒤틀어 반대편 발로 힘을 실었다.

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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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돌려차기가 주하진을 공을 차듯 날려버렸다. 권왕이라는 이름처럼 대부분의 공격이 주먹인 유원학과 달리 신유성의 공격은 자유로웠다.

구음절맥.

극양지체.

상식을 벗어난 신유성의 신체는 한계를 몰랐다. 무조건 특성을 신봉하는 지금의 헌터들과 달리, 헌터 본연의 순수한 힘을 갈고 닦았다.

비록 특성은 F에 불과하지만. 신유성은 계속해서 무(武)의 극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퍼엉! 쿵!

대련장 밖으로 주하진이 떨어지자. 근처에 있던 학생들 중 몇 명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신유성은 놀란 표정으로 주하진을 바라봤다.

‘어, 설마? 정말 저게 실력이라고?’

신유성의 생각은 진실이었다.

곧 이어 나온 스피커의 안내음성이 그걸 증명했다.

- 1학년 D반 주하진 학생이 장외처리로 탈락됐습니다.

신유성은 그제야 주위를 둘러봤다.

감탄과 경악.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장과 유한나까지 대련장은 충격의 도가니였다.

“이미 기절한 상대를…….”

“완전 걸레로…….”

“아, 악마다! 완전 악마야!”

졸지에 악마가 된 신유성은 당황했지만. 학생들은 이미 신유성을 악마로 추앙하고 있었다.

“권왕이 악마를 만들었다!”

그때 밑에 있던 교장 진병철은 기쁜 얼굴로 헐레벌떡 뛰어왔다.

“크으으! 역시! 권왕! 유원학 님의 제자구만!”

“저, 저 제 대련 상대는…….”

신유성이 주하진을 가리키며 떨떠름하게 묻자. 진병철은 거세게 손을 저었다.

“아이고! 가온 아카데미의 치료용 나노머신은 세계에서 일류라네! 그런 건 걱정도 말고!”

촬영을 하던 유한나도 뒤 늦게 신유성에게 달려왔다.

“권왕의 제자! 신유성 학생 맞죠? 말 그대로 첫 데뷔전인데! 소감이나 하고 싶은 말 있나요?”

취재용 마이크를 떨떠름하게 바라본 신유성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그러나 대련에서 자신이 느낀 점은 명확했다.

“저어…….”

신유성이 말을 꺼내려 하자. 대련장의 모두가 숨을 죽였다. 신유성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상대가 너무 약해요.”

의외의 대답에 관중들은 말을 잃고 말았다. 어색하게 흐르는 대련장의 정적. 신유성의 인터뷰는 가온 아카데미는 물론, K채널의 방송 역사상 길이 남을 소감이었다.

*     *      *

다음날.

[권왕의 제자! 아카데미 입학!]

[대련 장면은 K채널에서 독점!]

[이미 시청률 9% 넘어…….]

신유성의 소식은 각종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물론 실제와는 이미지가 많이 달랐다.

[신유성曰 상대 너무 약해 발언]

[신유성. 인성 논란! 상대가 기절했지만 대련을 멈추지 않아…….]

[신유성! 이미 아카데미에선 악마로 불려…….]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가온 아카데미. 그곳에서도 신유성이 보여준 행보는 충격적이었다.

물론 신유성이 이긴 상대는 기껏해야 D반의 학생. 그런데도 이렇게 주목을 끈 것은 신유성의 독보적인 스타성 때문이었다.

F급 특성.

구음절맥의 외모.

지금은 비주류가 된 격투헌터.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신유성이 S급 특성의 헌터 못지않게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세간의 관심이 한껏 집중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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