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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342화 (342/347)

< 제114화. 방송인 이강진 (2) >

제114화. 방송인 이강진 (2)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거머쥐게 된 이강진.

상 복뿐만 아니라 일복까지 터졌다.

연초가 되자마자 이강진에게 러브콜이 쇄도했다.

그중에는 이강진의 구미가 당길 법한 좋은 프로그램도 몇 개 있었다.

하지만 마음에 든다 하더라도 이강진의 몸은 하나뿐이다. 몸이 여러 개였다면 모든 프로그램에 다 나가 줄 수도 있었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게다가 이강진은 본업이 방송이 아니었다.

사업과 주식이 그의 본업이다.

그렇다 보니 많아 봐야 한두 개 프로그램 정도만 나갈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건 바로 김황진 PD가 구상하고 있는 맛집 투어 프로그램이었다.

백두원의 푸드기행처럼 비슷한 콘셉트를 가진 프로그램으로, 이강진도 한 번쯤은 그런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음식들을 먹어 보는 편이 견식도 넓힐 수 있고, 여기에 돈을 벌면서 인지도도 높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一石三鳥)다.

만약 이강진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최종 결정이 된다면, 프로그램 명칭은 ‘이강진의 식도락’이 될 것이다.

‘오늘까지 고민해 보기로 했으니까······.’

슬슬 연락을 해 두기로 했다.

이강진의 전화번호임을 바로 알아차린 모양인지 김황진 PD는 지체 없이 그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PD님, 접니다.”

-강진 씨! 안 그래도 언제 연락 주시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좋은 대답을 바라는 듯한 어투였다.

이강진은 그의 바람을 이루어 주기로 했다.

“프로그램 나가 볼까 해서요.”

-그렇습니까! 잘 결정하셨습니다, 하하! 올해 초부터 좋은 소식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재미있는 프로그램 한번 만들어 보죠!

김황진 PD의 목소리에서 열의가 가득 느껴졌다.

전화를 끊은 이강진은 문득 한지윤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강진을 보고 어엿한 방송인이 다 됐다고 했다.

‘지윤 씨 말대로네.’

이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 *

김황진 PD를 비롯해서 스태프들과 같이 미팅을 가지는 날.

이강진은 이른 시간에 오늘 볼 모든 업무를 마치고 방송국으로 향했다.

그를 보자마자 김황진은 활짝 웃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강진 씨.”

“PD님도요. 근데 오늘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 보네요?”

“네, 강진 씨가 출연 결정해 주셔서 좋고, 그리고 오늘 또 기쁜 일이 하나 생겼죠.”

“어떤 건가요?”

김황진 PD를 자주 본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기쁨을 드러내는 김황진을 이강진은 처음 봤다.

늘 피곤함에 찌들어 있던 그가 연신 싱글벙글이라니.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지난 달에 사 뒀던 시프코인이 계속 오르고 있으니까요, 하하하!”

돈이 연결되어 있으면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는 시프코인이 1,100만 원대에 들어섰을 때 그것을 사들였다.

천만 원대면 보통 사람들은 이제는 떨어지겠거니 하면서 웬만하면 안 사려고 할 텐데, 오히려 김황진은 그때도 늦지 않았다면서 시프코인에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투자했다.

‘의외로 승부사 기질이 있는 사람이네.’

무언가를 분석하고 이리저리 재어 보고 투자한 게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감에 의존해서 투자했던 김황진.

사실 이런 건 도박에 가까웠다.

그는 운이 좋은 셈이었다.

“기뻐하실 만도 하시네요, PD님.”

“스태프들 중에서 유일하게 저만 득 보고 있습니다. 근데도 다른 사람들한테는 함부로 추천을 못 해 주겠더라고요. 저도 지금은 원금만 회수하고 나머지 벌어들였던 돈으로 다시 시프코인 사고팔고 하고 있는데······ 솔직히 이게 주식이 아니다 보니까 언제 오르고 언제 떨어지고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힙니다.”

이강진은 김황진처럼 그렇게 번거롭게 일하지 않았다.

그러면 괜히 수수료만 더 떼일 뿐이다.

그냥 초반에 사 두고, 그리고 쭉 존버만 하면 된다.

2천만 원대까지 올라갈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강진의 말을 믿고 시프코인을 산 사람들에게도 굳이 귀찮게 그것을 사고팔고 할 것 없이 그냥 쭉 놔두라고 미리 다 말을 전해 뒀다.

김황진에게도 그 말을 슬쩍 흘리기로 했다.

“제가 보기에는 한 1,800만 원까지 올라왔다 싶을 때 다 팔면 될 거 같은데요.”

“그 정도까지 올라갈까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선택은 김 PD님께서 하시면 됩니다.”

원래는 2천만 원 선을 잡고 있었지만, 그렇게 말을 해도 더 존버해 보려는 사람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강진은 일부러 금액을 살짝 낮춰서 불렀다.

이강진은 외식 사업가이면서 동시에 주식, 금융에도 상당히 능통한 면모를 보이는 사람이다. 김 PD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유독 이강진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문득 김황진 PD는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많이 새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강진 씨. 프로그램에 대해서 듣고 싶으실 텐데, 어느새 제가 강진 씨한테 가상 화폐 상담을 받고 있었네요.”

“아닙니다.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안 그래도 저도 요즘 시프코인에 관심이 많거든요.”

많을 수밖에 없다.

재입대를 했을 때부터 항상 시프코인이라는 대박 찬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 말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독식하는 법.

이강진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그 준비를 마쳐 둔 상태다.

* * *

이강진이라는 인물을 간판으로 내세운 새로운 요리 예능 프로그램, ‘이강진의 식도락’ 촬영 일자가 최종 확정되었다.

날짜는 3월 초.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는 시점이네.’

딱 좋은 시기다.

첫 번째로 촬영할 장소는 바로 전주다.

맛집이 많기로 유명한 지역인 만큼 이강진의 기대도 굉장히 컸다.

‘가서 뭐 먹을지 정해야겠네.’

기왕 가는 김에 전주에서 유명한 맛집들을 한 번씩 싹 둘러보고 싶다는 욕심이 가득 들었다.

사무실에서 맛집 명단을 작성하고 있을 무렵.

똑똑똑.

노크 소리가 이강진의 관심을 빼앗았다.

“네, 누구세요.”

“강진아, 나야.”

오호만의 목소리였다.

바라 식당의 브레이크 타임을 이용해서 잠시 이강진에게 온 모양인 듯했다.

들어와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오호만은 문을 열었다.

“일하는 중이야?”

“일······이라고 해야 하나.”

회사 업무가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나, 이번에 새로운 프로그램 하나 촬영하기로 했거든. ‘이강진의 식도락’이라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맛집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이야.”

“백두원의 푸드기행 같은 거네?”

“어. 콘셉트는 거기서 따왔다고 PD님이 직접 말하더라고. 촬영이 3월 초인데, 첫 촬영지가 전주라고 해서 내려간 김에 어디 어디 가 볼까 적어 보고 있었어. 녹화 안 할 때 나 혼자 슬쩍 갔다 와 보려고.”

“전주? 거기 내가 아는 맛집들 많은데. 나도 가고 싶······ 아니지, 안 되겠다.”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시도도 해 보기 전에 포기해 버리는 오호만.

이강진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같이 가도 상관없어. 오히려 PD님이 좋아하실 거 같은데? 바라 식당 메인 주방장하고 같이 식도락 촬영한다고 하면 고맙다고 나한테 그럴걸.”

“아니, 눈치 보인다든지 그런 이유보다는 다른 것 때문에 못 갈 거 같아서 그래. 너 찾아온 것도 그것 때문이고.”

그러고 보니 이강진은 아직 오호만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 듣지 못했다.

“나, 2월 말에서 3월 초에 잠깐 쉴까 하는데.”

“왜?”

“작년에 우리 와이프, 출산했잖아. 나 일하는 동안 혼자 집에서 애 보느라 고생을 많이 한 거 같아서 둘이서 같이 여행이라도 다녀오려고.”

오호만의 아내 사랑은 바라 식당 내에서도 상당히 유명했다.

그가 입대했을 때에도 오호만의 아내는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일 없이 그가 전역할 때까지 기다려 줬다.

그리고 마침내 결혼까지 골인하게 되었다.

작년에는 임신이라는 기쁜 소식도 들었다.

둘이서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말에 이강진은 반사적으로 물었다.

“아이는?”

“장모님이 맡아 주신다고 했어. 그래서 그때 아니면 둘이서 여행 갈 틈이 없을 거 같아서 어떻게든 일정 비워서 가 보려고.”

오호만이 자리를 비운다 해도 바라 식당이 크게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

이미 그를 대신할 부사수들을 충분히 양성해 뒀기 때문이었다.

“기간은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어?”

“1주면 돼.”

“1주는 너무 짧은 거 같고. 2주 정도 푹 쉬다가 와. 형수님도 형수님이지만, 형도 서울 지점 오픈한 이후부터 푹 쉰 적이 없었잖아.”

이강진의 말대로였다.

자신의 양어깨에 서울 지점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오호만은 거의 쉬질 못한 채 계속 가게로 출퇴근을 했다.

그는 충분히 열심히 해 줬다. 이제는 숨을 좀 돌려도 되는 구간이다.

“고맙다, 강진아.”

“내가 더 고맙지. 여행은 어디로 가려고?”

“1주에서 2주로 기간이 늘었으니까 좀 먼 곳에 갔다 와도 괜찮을 거 같기도 하고. 일단 한번 정해 보려고.”

“경비도 바라 코리아에서 지원해 줄 테니까, 돈 생각하지 말고 가고 싶은 곳 있으면 마음껏 갔다 와.”

오호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게까지 안 해 줘도 되는데······.”

“내가 해 주고 싶어서 그러니까 모른 척하고 그냥 받아 줘.”

“······정말로 고마워.”

이강진과 오호만이 어디 보통 인연인가.

군대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한배를 타 온 동료······ 아니, 전우다.

이강진은 전우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해 줄 수 있었다.

* * *

오호만이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전주 투어.

결국 이강진만 혼자서 가게 되었다.

촬영 내용은 상당히 심플했다.

스태프들이 미리 섭외한 맛집을 탐방하면서 이 집의 음식들이 어떤지를 카메라 앞에서 설명하기만 하면 된다.

방송 퀄리티를 높인 먹방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았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전주 한식집.

이강진은 카메라를 보면서 계속 멘트를 뱉었다.

“전주에 왔으면 전주비빔밥을 안 먹어 볼 수가 없겠죠? 음식 나오려면 멀었으니까, 우선 전주비빔밥의 유래부터 설명해 드릴게요. 굉장히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어요. 궁중음식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고, 농번기 음식에서 발전해서 지금의 전주비빔밥이 탄생했다는 설도 있고.”

음식에 관한 유래 같은 것들을 건드려 주면 시청자 입장에서 몰랐던 정보도 알 수 있고, 출연자인 이강진 입장에선 오디오를 비우지 않고 계속 채울 수 있어 여러모로 좋다.

외식의 왕도 같은 경우에는 강한도가 진행을 맡고 있기에 오디오가 비는 일이 벌어져도 이강진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강한도가 알아서 채워 줬으니까.

하지만 이강진의 식도락은 달랐다.

오로지 그의 역량에 따라 방송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부담이 되긴 했었다.

하나 백두원을 자주 찾아가 상담도 받고, 이강진이 개별적으로 공부도 하고 그러다 보니 처음에 들었던 마음의 짐이 많이 가벼워졌다.

음식이 나왔을 때에도 이강진은 지금 이 상황이 방송이라는 걸 잊지 않았다.

개인 캠을 들고 전주비빔밥을 비비기 전의 모습과 비빈 후의 모습을 차례대로 비췄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먹는 모습.

일부러 밥을 크게 한 술 떴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입에 가져갔다.

“음······! 잘하네요, 이 집.”

지금 이 순간만큼은 군인 이강진도, 사업가 이강진도 아닌 방송인 이강진이다.

< 제114화. 방송인 이강진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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