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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341화 (341/347)

< 제114화. 방송인 이강진 (1) >

제114화. 방송인 이강진 (1)

올 한 해도 정신없이 일을 하면서 보낸 이강진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생각에 잠겼다.

‘지윤 씨가 크리스마스 때 시간이 난다고 했던가?’

아직 크리스마스 일정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었다.

안 그래도 한지윤이 이곳, 이강진의 집으로 오는 중이었다.

10분 후,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을 열어 준 이강진 앞에 한지윤이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

“이거, 강진 씨한테 드리는 선물이에요.”

그녀는 미국에서 이제 막 돌아온 길이었다. 양손 가득 개인 짐과 선물이 들려 있었다.

선물은 고맙지만, 그래도 이강진은 그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었다.

“짐이 이렇게 많으면 우선 집에 들렀다가 오시지 그랬어요.”

“조금이라도 빨리 강진 씨 얼굴 보고 싶어서요.”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화를 낼 남친이 과연 몇이나 될까?

멋쩍은 듯한 미소를 짓는 이강진.

그들은 현관문을 닫은 뒤, 가벼운 키스로 서로의 안부를 戮? 물었다.

미국에서 받은 선물에 더해서 덤으로 키스 선물을 받은 것까지는 좋으나.

아직 이들이 정해야 할 일이 있었다.

“지윤 씨, 크리스마스 때 일정 있어요?”

“그때는 없을 거 같아요. 근데 그 이후에는 많이 바쁠 거 같아요. 강진 씨도 비슷하지 않나요?”

“저요?”

“네. 연말에 그거 있잖아요. 연예대상.”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이강진과 연예대상 시상식은 전혀 연관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안 그래도 이용진한테서 연락이 왔었다.

이번 연예대상 시상식 때 양복 입고 참가하라고.

‘외식의 왕도’ 때문이었다.

“오면서 아는 작가하고 잠깐 통화했었는데, 이번에 외식의 왕도 팀한테 상 많이 갈 거 같다고 방송 작가들끼리도 이야기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말이 들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외식의 왕도는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도 시청률이 상당히 잘 나온 프로그램에 속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참신한 아이템으로 사람들에게 ‘외식 창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사례 들을 알렸다.

신선함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된 외식의 왕도.

고정 출연진인 강한도, 한지윤과 함께 이강진에게도 상 복이라는 것이 올지도 모른다.

“제가 그런 곳에 참가하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네요.”

“어머, 강진 씨도 이제는 어엿한 방송인 아닌가요? 얼마 전에 다른 채널 프로그램에서도 출연하시고 그러던데.”

“그때는 그냥 게스트로 나갔던 거였어요.”

“게스트도 화제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불러 주는 거예요. 많은 PD들이 강진 씨를 게스트로 섭외하고 싶어 한다는 건, 그만큼 강진 씨가 요즘 굉장히 핫한 방송인이라는 걸 뜻해요.”

왠지 한지윤의 설명에 공감이 갔다.

하기야 아무런 화제성도 없는 사람을 게스트로 초대해 봤자 무슨 소용이랴.

시청률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무조건 화제몰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게스트로 섭외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이강진이 딱 적당했다.

“연말에 바빠지기 전에 저희 둘끼리만 조용히 시간 보내요.”

한지윤의 제안에 이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긴 했지만.

‘연예대상 쪽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네.’

정말로 연예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 * *

크리스마스 당일.

이강진과 한지윤은 굳이 밖에 돌아다닐 필요 없이 둘이서 오붓하게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미리 사 온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면서.

미리 준비한 케이크를 먹으면서.

그렇게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이강진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라인혁한테서 온 전화였다.

“이 형이 왜 전화를······.”

일단 받아 보기로 했다.

“여보세요.”

-어, 강진아, 형인데.

“무슨 일이야, 형? 크리스마스 때 전화를 다 하고.”

-나와서 같이 한잔하자고. 저번처럼 솔로들끼리 모여서 크리스마스 보내야지. 너 심심해할까 봐 형이 챙겨 주려는 거야. 그러니까 빨리 준비하고 나와라. 자리 잡아 놓을 테니까.

그 말을 들은 순간.

이강진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것은 흡사 ‘승리한 자의 여유’처럼 보이기도 했다.

“형, 나는 괜찮아.”

-괜찮다고? 혼자서 크리스마스 보내면 쓸쓸할 거 아니냐.

“다른 사람하고 약속 있어서 그래.”

그 사람이 한지윤이라는 아리따운 여친이란 사실을 라인혁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 선약이 있었구만. 어쩔 수 없지. 알았어, 크리스마스 잘 보내고.

“형도 잘 보네. 메리 크리스마스.”

전화를 끊자마자 한지윤이 이강진에게 물었다.

“인혁 씨한테서 온 전화예요?”

“네. 제가 혼자일 거 같아서 나오라고 전화 걸었다네요.”

아마 라인혁은 모를 것이다.

이강진이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솔로부대에서 전역했다는 사실을.

* * *

12월 28일.

공중파 연예대상 시상식이 있는 날.

예고되었던 대로 이번엔 이강진도 연예대상 시상식에 참여하기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있었다.

가기 전에 머리를 손질하고 미리 준비해 둔 맞춤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연예대상 시상식에 혼자 가진 않는다.

한지윤과 함께 시상식 현장에 입장하기로 했다.

원래대로라면 강한도도 이들과 같이할 예정이었지만, 강한도가 연예대상 시상식 메인 MC를 맡게 된 탓에 이강진, 한지윤과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

차에서 나란히 내린 이강진과 한지윤.

그녀를 에스코트하는 일은 이강진의 몫이었다.

흰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와 함께 포토타임존에 오른 이강진은 기자들의 요구에 맞춰서 그녀와 같이 포즈를 취했다.

이후에 여성 진행자가 마이크를 들고 이들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두 분이 나란히 서 계시니까 너무 잘 어울려요!”

“그런가요? 지윤 씨가 너무 빛이 나는 분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제가 많이 부족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네요.”

“에이, 대표님도 충분히 멋있는걸요. 선남선녀가 따로 없다니까요. 그러고 보니 대표님은 연예대상 시상식에 참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한지윤은 데뷔 이후부터 꾸준히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췄기 때문에 공중파 3사를 비롯해서 각종 연예대상 현장에 자주 얼굴을 드러낸 적이 있었다.

그녀에 비해서 이강진은 이런 자리에 대한 내성이 많이 부족했다.

그래도 한지윤이 옆에 있어 준 덕분에 마음은 한결 편했다. 모르는 게 있으면 그녀가 즉각 알려 줬기 때문이다.

“생애 첫 연예대상 시상식에 참여한 소감 한번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우선은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제게 상 복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외식의 왕도를 대표해서 나온 만큼 최소한 상 하나는 타고 집에 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포부를 드러내는 이강진의 모습에 지켜보던 사람들은 열광했다.

한지윤 역시 이강진처럼 상을 타고 싶다는 욕심을 인터뷰에서 슬쩍 드러냈다.

그렇게 차례를 마친 두 사람은 연예대상 현장으로 향했다.

‘외식의 왕도’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테이블로 향한 두 사람.

먼저 온 이용진 PD가 이들을 반겼다.

“오느라 고생 많았다, 강진아. 지윤 씨는 오늘도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호호, 고마워요.”

톱 여배우라 그런지 다른 이들에 비해 유독 한지윤의 미모가 눈에 띄었다.

넓은 현장에 배치되어 있는 수십 대의 카메라들이 시상식 현장을 비췄다.

이강진은 이런 자리는 난생처음이었다.

‘내가 여기에 서 보게 될지도 몰랐고.’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될 거 같았다.

* * *

드디어 시작된 연예대상 시상식.

사회를 맡은 강한도가 다음 상을 소개했다.

“최고의 프로그램상입니다. 시청자들의 의견과 업계 관계자들의 투표에 의해 선정된 후보들을 지금 영상으로 만나 보시겠습니다!”

한 해를 빛낸 예능 프로그램에게 부여되는 최고의 프로그램상.

후보들 또한 쟁쟁했다.

가장 마지막에 소개된 것은 이강진이 참여한 ‘외식의 왕도’였다.

주로 이강진이 버럭 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화면을 보면서 이강진은 쓴웃음을 삼켰다.

‘훈훈한 장면 좀 많이 보내 주지.’

이래서 미디어라는 게 무서운 거다.

영상이 끝나자마자 강한도가 농담기가 가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이 대표님이 방송에서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리곤 하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장내를 가득 채웠다.

이강진도 사람들을 따라 웃긴 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그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고의 프로그램상! 수상은 바로······!”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드럼 소리가 이어졌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을 때.

강한도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제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네요. 외식의 왕도입니다! 축하합니다!”

이용진 PD와 메인 작가가 대표로 무대에 올랐다.

마이크 앞에 선 이용진.

그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멘트를 시작했다.

“제가 방송계에 몸을 담은 후 처음으로 이런 상을 받게 된 거 같습니다. 저를 이끌어 주셨던 스승 같으신 김용한 PD님, 옆에 있는 황의영 작가, 고생하는 우리 스태프들, 그리고 외식의 왕도를 이 자리까지 끌어올려 준 이강진 대표, 지윤 씨, 한도 씨, 다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늘 고마운 우리 부모님, 사랑하는 와이프, 곧 태어날 우리 아들! 모두 사랑합니

다. 감사합니다!”

이용진의 감동적인 수상 소감.

혹여나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하고 자리만 채우다가 집에 가면 어쩌나 걱정했던 이강진은 일단 안도했다.

올해 최고의 프로그램 상을 수상했으니, 이제 마음 편히 이곳에 있다가 가면 될 거 같았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식순이 계속 진행되는 와중이었다.

“자, 다음으로 신인상 후보들을 공개하겠습니다!”

신인상 후보에 오른 사람들은 총 일곱 명.

그중에 놀라운 인물이 껴 있었다.

[이강진 ? 외식의 왕도]

순간 이강진은 눈을 의심했다.

‘내가 신인상 후보라고?’

들은 바가 전혀 없었다.

카메라가 이강진의 놀라는 표정을 집중적으로 비췄다.

전문 방송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신인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신인상 수상자는······!”

긴장된 순간.

강한도가 올해 예능계에 떠오른 샛별의 이름을 호명했다.

“이강진 씨입니다! 축하합니다!”

후보에 오른 것도 놀라운데, 수상까지 하게 될 줄이야.

물론 상 욕심은 있었다. 하지만 진짜로 받게 되니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사람들이 그에게 꽃다발을 선물했다.

양손 가득 담긴 꽃다발을 내려놓은 뒤, 이강진은 신인상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수상 소감을 밝힐 차례.

“솔직히 말해서 제가 신인상을 받게 될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했습니다. 아마 저희 직원들도 몰랐을 겁니다.”

가벼운 조크로 시작하는 이강진의 수상 소감.

“이런 큰 상을 받게 된 건 저보다 같이 고생해 준 우리 외식의 왕도 제작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도 더 잘해 달라는 뜻으로 알고, 계속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정진하는 모습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짧은 수상 소감을 마친 이강진은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도 아직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생애 첫 연예대상 시상식 참가에 생애 첫 수상의 영광까지 안게 된 이강진.

올해 연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뜻깊게 다가왔다.

< 제114화. 방송인 이강진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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