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3화. 새 출발의 어려움 (1) >
제113화. 새 출발의 어려움 (1)
성태강과 KGE 멤버들이 모여 있다는 육주화로로 향하게 된 이강진.
바라 코리아가 이번에 새로 오픈한 고기 전문점으로, 고기 마니아들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가게이기도 했다.
육주화로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이강진과 나두석의 모습을 보자마자 어느 한 장소로 이들을 안내했다.
성태강이 멤버들과 함께 술자리를 즐기고 있는 방이었다.
“태강이 형, 나 왔어.”
“강진아! 진짜 오랜만이다. 요즘 방송 활동도 많이 하고 있더만.”
“그러게. 원래는 이럴 계획이 아니었는데.”
방송도 하다 보니까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성태강의 말대로 요즘은 티비만 틀면 이강진의 얼굴을 최소 한두 번 이상은 꼭 보게 되곤 한다.
이제는 거의 연예인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성태강의 뒤를 이어서 KGE 멤버들도 이강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는 얼굴도 있었다.
“지왕 씨도 오랜만에 보네요.”
“안녕하세요, 대표님!”
플래나 레스토랑 촬영 때 연을 맺게 된 지왕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하나 오늘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KGE 멤버들을 일일이 소개시켜 주기 시작하는 성태강.
“강진아, 이쪽은 세진이. 오늘 우리 모임의 주인공이야.”
생일이라도 맞이한 걸까?
보통은 생일자가 이런 모임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나 축하할 만한 일로 모이게 된 건 아니었다.
“조만간 군대 간다고 하더라.”
KGE 멤버들 중에서 가장 먼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은 바로 성태강이다.
아무리 아이돌이라고 해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이상, 국방의 의무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터.
KGE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이 그룹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멤버가 군대를 간다는 건 연예계에선 커다란 뉴스거리였다.
그러나 이강진과 나두석은 KGE 멤버가 입대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
성태강은 씁쓸한 미소를 흘리는 세진의 어깨를 토닥여 주면서 말을 이었다.
“아직 세진이가 입대한다는 거, 언론에는 비밀로 하고 있거든. 조만간 기사로 나갈 거야. 그때 되면 아마 난리도 아니겠지.”
성태강이 입대한다고 했을 때에도 대한민국 연예계가 들썩였다. 모든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성태강의 입대 소식을 빠짐없이 전했었다.
입대 당일에는 더 대단했다.
팬들과 기자들이 한자리에 섞여서 엄청난 혼란을 초래했다.
휴가를 나갈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현장을 직접 겪었던 이강진이었기에 당시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아주 잘 안다.
세진은 이강진을 이 자리에 부른 또 다른 이유를 설명했다.
“강진 씨한테 군 생활 팁 좀 알려 달라고 부탁하려고요. 태강이 형한테도 물어봤는데, 자기한테 들을 바에야 강진 씨한테 듣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했거든요.”
“일반 현역으로 입대하시나요?”
“네.”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들은 군악대라든지 연예병사 쪽으로 빠지려고 할 텐데, 세진은 성태강처럼 남들과 같은 군 생활을 하고 오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기왕 군대 갔다 오는 거, 깔끔하게 한번 갔다 오는 게 욕도 덜 먹고 이미지 관리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태강이 형이 그랬거든요.”
성태강의 말대로다.
실제로 그가 훌륭한 모범 사례이지 않은가. 적어도 군 문제에 관해선 그 누구도 성태강을 비난하지 못했다.
연예인들의 입대 관련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성태강처럼 군 생활 하고 오라는 말이 항상 나올 정도였다.
소위 말해서 ‘영구 까방권’을 얻게 된 성태강.
멤버들도 성태강과 같은 길을 걷고 싶어 했다.
단,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입대하는 건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건강입니다. 몸 건강히 전역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그치, 태강이 형?”
“물론이지. 괜히 갔다가 다쳐서 나오면 손해니까. 군대는 다치면 본인만 손해야.”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입대하면 내 자식, 다치면 남의 자식이라고.
건강하게 전역하기. 이것이 이강진이 알려 주고 싶은 팁이었다.
세진은 곧장 수첩을 꺼내 들었다.
“선생님, 다음 것도 알려 주세요!”
“하하하! 선생님이라니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좋습니다. 제 군 생활 노하우를 낱낱이 다 알려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세진뿐만 아니라 아직 군 입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다른 멤버들도 이강진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가볍게 즐기려고 했던 술자리가 어느새 강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 * *
바로 내일, 스케줄이 있다 보니 KGE 멤버들은 오랫동안 술자리를 가질 수가 없었다.
저녁 9시쯤에 가게를 나오게 된 이들.
그 전에 성태강은 오늘 육주화로에서 KGE 멤버들 그리고 요즘 핫한 인물인 이강진과 함께 식사를 했다는 인증샷을 SNS에 올렸다.
그의 스마트폰에 좋아요 알람이 쉴 틈 없이 울렸다.
“알람 꺼 두는 걸 잊고 있었네.”
이제 내일부터 KGE 팬들이 이곳으로 몰려올 것이다.
이강진은 성태강에게 가게 홍보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려줬다.
그러자 성태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맙긴, 진작 했어야 하는 일인데 못 해 줘서 내가 미안하지. 이번에 새로 오픈한 곳, 두 군데라고 하지 않았어? 다른 하나는 어디지?”
“화룡성이라고, 강남구청역 부근에 있어.”
“그래? 잘됐네, 우리 내일 스케줄이 거기 근처인데. 거기서 점심 먹어야겠다. 인증샷 또 올려 줄게.”
“고마워, 형.”
“그나저나 그 소식 들었어?”
갑자기 성태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마냥 기쁜 소식만은 아닌 듯했다.
“무슨 소식?”
“1부소대장님, 얼마 전에 전역하셨다고 하더라.”
“전역? 갑자기?”
자기는 연금 탈 때까지 계속 군대에 붙어 있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을 했었던 1부소대장. 그랬던 그가 갑자기 전역을 했다는 소식이 이강진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고라도 터졌어? 설마 불명예 전역, 이런 건 아니겠지?”
근무하는 부대에서 인명 사고라든지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면 간부들이 책임을 지고 군복을 벗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혹시 1부소대장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글쎄. 그건 잘 모르겠어. 나도 전역했다는 말만 얼추 들었을 뿐이니까. 원인이 뭔지는 못 물어봤어.”
“흠······.”
1부소대장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긴 했다. 하나 전역한 이유를 물어보려고 오래간만에 전화하기에는 좀 실례가 될 수 있었다.
‘애매하네.’
그래도 병사들과 더불어서 오랫동안 얼굴을 봐 왔던 간부 중 한 명인데,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아무튼 알았어. 알려 줘서 고마워, 형.”
“부소대장님하고 연락 닿으면 나한테도 알려 줘.”
“그렇게 할게.”
부소대장에게 어떻게 하면 불편하지 않게 연락할 수 있을지.
이것부터 생각을 해 봐야 했다.
* * *
외식의 왕도 촬영을 위해 현장을 방문한 이강진.
먼저 와 있던 강한도가 그를 반겼다.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오전 스케줄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요. 집에 들어가서 잠깐 쉬고 올까 하다가 시간이 너무 애매한 거 같아서 그냥 바로 왔어요. 그러다 보니 빨리 오게 되었네요.”
강한도는 요즘 핫한 MC다. 방송국 이곳저곳에서 그를 찾다 보니 스케줄도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강한도의 표정에는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방송 체질이라는 말은 강한도를 위한 것일지도 몰랐다.
“대표님, 오늘 소식 들었어요? 이번에는 와플집 촬영한다고 그러더라고요.”
“네, 들었습니다.”
티날레 덕분인지 디저트 관련 창업 컨설팅 문의도 제법 들어오고 있었다. 오늘 방송 촬영을 진행할 곳도 그중 한 곳이었다.
강한도는 벌써부터 설레는 모양인지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요즘 와플에 빠져 있어서 그런지 기대가 안 될 수가 없더라고요.”
“지윤 씨도 와플 좋아하시던데, 오늘 두 분한테는 행복한 촬영이 되겠네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 방송 소재로 나오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하면서 돈도 벌고, 그리고 배도 채우고.
일석이조 아닌가.
그러나 이강진은 이들과 반대로 걱정이 상당히 많았다.
‘대충 들어 보니까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이던데.’
컨설팅받기를 희망하는 신청자가 요식 관련 업계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
듣자 하니 다른 일을 하다가 와플 가게 창업으로 나서게 되었다고 하던데.
‘아니지. 차라리 경험이 없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라.’
어중간한 경험과 어중간한 노하우, 그리고 어중간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강진이 솔루션을 제시해도 그것을 잘 못 받아들인다.
아예 백지 상태로 있는 편이 솔루션을 더 잘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일단 한번 맛을 보고 난 다음에 결정해야지.’
안 그래도 요즘 티날레에서도 디저트 메뉴를 늘리는 기획안을 진행 중이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와플이다.
머릿속으로 오늘의 촬영에 대해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이강진.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이용진 PD가 이강진을 찾았다.
“강진아, 오늘 사연 신청하신 분 데리고 왔어. 미리 인사 나눠.”
이용진 PD를 따라 대기실로 들어온 남자.
그를 본 순간.
이강진은 순간 말을 잃고 말았다.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부소대장님······?”
“오랜만이다, 강진아.”
1부소대장이었던 민영석이 이강진에게 어색한 미소를 보냈다.
* * *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이강진은 민영석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전역하셨다는 말은 들었는데, 와플 사업 때문에 전역한 건가요?”
민영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있고. 그리고 군대에 대한 회의감이랄까, 그런 것도 있었지.”
“그렇군요.”
인생이라는 게 계획대로만 흘러가진 않다.
도중에 자신의 목표가 바뀔 수도 있다.
“전 부소대장님이 어떻게든 계속 군대에 남아 계실 줄 알았는데. 솔직히 여기서 부소대장님을 보게 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래? 난 알고 있었는데.”
“부소대장님이야 티비에서 저 많이 보셨을 테니까요. 그리고 여기에 제가 출연한다는 것도 미리 알고 계셨을 테고.”
하지만 이강진은 민영석 본인이나 제작진이 미리 귀띔을 해 주지 않는 이상은 모른다.
“미리 말씀해 주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뭐, 말해 봤자 의미 없으니까. 그리고 나보고 더 이상 부소대장님이라고 안 불러도 돼. 내 여자 친구 눈치도 보이고.”
“여자 친구요?”
“어, 사귄 지 좀 됐는데, 아마 내년쯤에 결혼할 거 같아.”
너무 오랫동안 안 만났던 사이여서 그런 걸까, 새로운 소식들이 분 단위로 계속 갱신되어 들려왔다.
“축하드립니다, 부소······ 아니, 형님. 근데 형님이라 불러도 되죠?”
“당연하지.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하하!”
부소대장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는 날이 다 오다니.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민수 아저씨한테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보다 더 입에 안 달라붙는데.’
그래도 민간인이 된 민영석을 언제까지 부소대장님이라고 부를 수는 없으니까.
최대한 자제해 보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방송에서 부소대장님이라고 부르면 무조건 NG겠지?’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오늘의 NG왕이 벌써 결정된 듯했다.
< 제113화. 새 출발의 어려움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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