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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334화 (334/347)

< 제112화. 시간 참 빠르다 (2) >

제112화. 시간 참 빠르다 (2)

조은석과 헤어진 지 이틀 정도 지났을까.

자신을 조은석의 직장 동료라고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바라 코리아에서 새롭게 런칭할 레이블들의 정보가 필요하다고.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있어야 기사로 꾸며서 내보낼 수 있다.

이강진은 곧장 나두석에게 지체 없이 그쪽으로 자료를 넘겨 달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예상보다 빠르게 기사가 업로드되었다.

[바라 코리아의 신규 브랜드, ‘육주화로’와 ‘화룡성’을 알아보다.]

기사뿐만 아니라 칼럼리스트의 글도 같이 올라왔다.

바라 코리아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겠다는 어투를 지닌 기사였다.

‘역시 아는 사람을 통해서 하니까 기사가 바로바로 올라오네.’

이강진은 기사와 칼럼을 자신의 SNS에 공유시켰다.

바라 코리아의 또 다른 도전을 응원해 달라는 문구도 같이 넣었다.

순식간에 댓글과 ‘좋아요’가 쇄도했다.

외식의 왕도에 출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강진의 팔로워 숫자는 거의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났다.

안 그래도 그 이전부터 숫자가 좀 됐었는데, 이제는 연예인 못지않은 팔로워 숫자를 자랑하는 단계까지 오게 되었다.

‘이런 것도 가게 홍보에 도움이 된다면야.’

요즘은 SNS의 시대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그 가게의 매출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사실 이강진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지닌 지인이 한 명 있었다.

‘태강이 형은 요즘 콘서트 때문에 바쁘겠지?’

작년 송년회 때에도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성태강.

언제 한번 시간을 내서 그도 봐야 하는데.

서로 워낙 바쁘다 보니 시간 내는 게 참 어렵다.

* * *

드디어 육주화로와 화룡성의 오픈일이 도래했다.

이 때문에 바라 코리아 직원들은 가게 직원들 못지않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두석아, 팀장 회의 할 테니까 다들 들어오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팀장 회의는 이강진의 사무실에서 진행된다.

영업, 인사, 매장 관리 업무 등등을 맡고 있는 팀의 대표들이 하나둘씩 이강진의 사무실에 모여들었다.

회의를 시작하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이강진의 스마트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한지윤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꼭 받아야 하는 전화 중 하나였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잠시 사무실을 비우게 된 이강진.

혹여나 남들이 들을세라 일부러 사람들이 없는 휴게실 쪽으로 향했다.

“네, 여보세요?”

-아, 강진 씨, 혹시 통화 가능하세요?

사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통화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상대가 한지윤이라면 전화하기가 어려워도 어떻게든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예, 말씀하세요.”

-다음 주에 강진 씨 어머님 생신이시잖아요. 그래서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준비할까 하는데, 혹시 괜찮으시면 어머님이 어떤 거 좋아하시는지 저한테 살짝 귀띔해 주실 수 있나요?

한지윤의 말을 듣고 나서야 이강진은 순간 깨달았다.

‘엄마 생일이 다음 주였구나.’

만약 한지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이강진은 분명 깜빡 잊었을지도 모른다.

생일을 챙기지 않더라도 이강진의 어머니는 성격상 그에게 대놓고 섭섭함을 드러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이강진이 오히려 불편해진다.

“고마워요, 지윤 씨.”

-네? 왜요?

어머니의 생신 선물로 뭐가 좋을까를 물었는데 갑자기 고맙다는 말을 들었으니 그녀 입장에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강진은 왜 고맙다고 말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깜빡하고 있었거든요.”

너무 바빠서였다.

그러나 한지윤에겐 그런 핑계가 통하지 않았다.

-너무하세요, 강진 씨. 그래도 어머님이신데······ 자식이 생일 안 챙겨 주면 부모님이 얼마나 서운해하시는데요.

처음으로 한지윤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해서 화를 내 주고 있지 않은가.

비록 그 상대가 이강진이라는 게 약간 문제였지만 말이다.

이강진은 기억을 더듬으면서 어머니가 좋아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떠올리기 시작했다.

최근에 부쩍 좋아하는 게 있었다.

“지윤 씨를 좋아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저를요?

“네, 지윤 씨 나오는 드라마는 웬만한 건 다 챙겨 보세요. 심지어 미드까지 챙겨 보시더라고요.”

한국 드라마는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 드라마까지 챙겨 보는 건 보통 애정이 아니면 힘들다.

“서울로 올라오실 때마다 ‘우리 지윤이, 우리 지윤이’ 이렇게 말씀하시곤 해요. 나중에 엄마한테 얼굴이라도 한번 비치시면, 그것만 한 생일 선물도 없을 거예요.”

미래의 시어머니가 될지도 모르는 분이 자신의 열혈 팬이라는 말에 묘한 기분이 된 한지윤.

그래도 싫어하는 것보다야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 게 훨씬 더 낫다.

-그럼 어머님 모시고 같이 저녁 어때요? 아버님도 괜찮고요.

“좋죠. 엄마가 좋아할 겁니다.”

그렇게 말을 맞춰 둔 뒤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 그리고 장소는 추후에 따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한지윤과 통화를 마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이강진은 직원들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이번에 뉴스 봤어요? 시프코인, 벌써 5백만 원 돌파했대요.”

“진짜요? 저번 주만 하더라도 2백만 원 아니었어요?”

“두 배 이상 뛰었네요.”

“지금이라도 풀매수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나 직원들 대다수는 풀매수를 주장하는 직원의 말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지금이 고점일 텐데, 뭐 하러 사요?”

“김 팀장, 그러다가 폐가망신 할지도 몰라. 어차피 여기서 더 안 오를 테니까, 시프코인은 건드릴 생각도 하지 마. 차라리 주식을 해.”

“맞아요, 맞아.”

그러나 이강진은 이들과 다른 주장을 펼쳤다.

“글쎄요. 전 사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헉, 대표님!”

“언제 오셨어요?”

시프코인 이야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이강진이 사무실로 들어온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이강진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으면서 말했다.

“방금요. 통화가 막 끝났거든요. 그나저나 다들 시프코인에 관심이 있으신가 보네요?”

“관심이 없을 리가 없죠.”

“요즘 난리잖아요? 하루가 다르게 막 쑥쑥 오르고 있는데.”

“제 친구도 살까 말까 고민 중이라고 하던데······ 근데 저는 좀 망설여지더라고요. 이걸 진짜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미 5백만 원선을 이미 돌파했다. 이제 6백만 원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시프코인.

말이 안 되는 성장세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 시프코인 가격에 사람들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당장 사야 한다.

아니다. 여기서 사면 이제 떨어질 일만 남았다. 절대로 사지 마라. 눈길조차 주면 안 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후자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이강진은 압도적으로 전자의 편을 들어 주고 싶었다.

“여기 계신 분들에게만 특별히 말씀드릴게요.”

여태껏 이강진의 밑에서 일하느라 고생 많이 했으니 이번 기회에 이들에게 커다란 포상을 내리기로 했다.

“사세요. 대신, 풀매수는 말고 어디까지나 여유 자금으로만 사시면 됩니다.”

지금 사도 최소 3~4배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

훗날 시프코인은 2천만 원대까지 들어서게 된다. 그때 팔면 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식으로 성공 신화를 이룩한 이강진이 이렇게 말을 하니, 없던 신뢰도가 무럭무럭 자라났다.

“대표님께서 그러시다면······.”

“어흠! 나도 몇 개 사 볼까.”

지금은 혹시나 하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년 이내에 이들은 이강진을 우러러보게 될 것이다.

그는 역시 투자의 신이라고.

* * *

이강진은 한지윤에게 이야기했던 대로 어머니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 차에 올랐다.

이강진 혼자만 탑승한 게 아니었다.

“강진 씨, 이거 아이스박스인데 어디다 두면 되나요?”

“뒷좌석에 넣어 두죠. 혹시 모르니까요.”

한지윤이 가져온 짐들을 전부 차에 실은 이강진.

상상 이상으로 짐이 많았다.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이강진의 어머니가 생신을 맞이한 기념으로 처음에는 어디 좋은 음식점에 가서 생일을 축하할까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도중에 한지윤이 이런 제안을 꺼냈다.

자신이 직접 생신 축하 음식을 만들겠다고.

오히려 그게 나을지도 몰랐다. 괜히 밖에 돌아다니다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기라도 한다면 이상한 소문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전 8시에 차에 오른 두 사람.

목표는 10시 이전에 청주에 도착해서 음식 준비를 모두 끝내 놓는 것이다.

이강진이 운전대를 돌리면서 말했다.

“엄마하고 민수 아저씨······가 아니라, 아버지는 새벽에 나가시니까, 두 분 다 저희가 도착할 때쯤에는 집에 안 계실 거예요. 제가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으니까, 문 열고 들어가서 서프라이즈 준비하시면 됩니다.”

“알았어요. 근데 강진 씨, ‘아버지’라는 단어가 아직 입에 안 붙으신 모양이네요.”

“네. 저도 매번 의식은 하고 있는데, ‘민수 아저씨’라고 불렀던 기간이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지 무의식적으로 자꾸 튀어나오더라고요.”

황민수는 이강진이 이런 실수를 할 때마다 괜찮다고 말을 했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아버지가 된 분한테 언제까지고 아저씨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심지어 집에 혼자 있을 때 연습까지 했었던 이강진이었으나, 습관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로 고쳐지진 않았다.

“오늘은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하세요. 어머님 생신이시니까요.”

“네, 지윤 씨 말대로 주의할게요.”

황민수가 새롭게 가족이 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게 된 어머니의 생일.

이럴 때야말로 황민수를 제대로 아버지로 불러 줘야 한다.

‘가기 전에 연습 좀 할까?’

이강진은 속으로 아버지라는 단어를 수십 번도 넘게 되뇌었다.

* * *

잠금장치의 숫자 패드에 비밀번호를 누르자, ‘띠링!’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동시에 행복이가 ‘왈왈!’ 짖으면서 이강진을 반겼다.

“오랜만이야, 행복아. 그동안 잘 지냈지?”

이강진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모양인지 행복이는 ‘왈!’ 소리를 내면서 대답했다.

“어디 보자. 요 녀석, 살이 좀 찐 거 같은데?”

살이 찌기 좋은 환경이긴 했다. 이 집에 사는 두 사람 다 음식점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이의 먹거리가 넘쳐 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형이랑 같이 산책이나 가자.”

산책이라는 단어를 알아들은 모양인지 행복이는 격하게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하나 지금 당장 산책을 떠날 순 없었다.

“강진 씨, 주방은 어디에요?”

“저쪽입니다. 안내해 드릴게요.”

주방을 빠르게 눈으로 훑는 한지윤.

플래나 레스토랑에 이어서 외식의 왕도까지, 요즘 부쩍 요리 관련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하다 보니 요리에 대한 조예가 부쩍 많이 올라왔다.

미리 가져온 앞치마를 두르기 시작한 한지윤은 이강진에게 가져온 짐을 부탁했다.

“차 안에 있는 짐 좀 가져와 주실래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 행복이가 이강진의 발 근처에 계속 얼씬거렸다.

가지 말라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었다.

난감해하는 이강진을 대신해 한지윤이 해결사를 자처했다.

“행복아! 누나한테 오렴.”

한지윤의 말에 행복이는 이강진한테서 고개를 훽 돌리고 그녀에게 뛰어갔다.

자연스럽게 한지윤의 품에 안기는 행복이.

이강진은 그런 행복이를 보면서 쓴웃음을 삼켰다.

‘짜식, 누가 수컷 아니랄까 봐.’

< 제112화. 시간 참 빠르다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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