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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333화 (333/347)

< 제112화. 시간 참 빠르다 (1) >

제112화. 시간 참 빠르다 (1)

2박 3일간의 동원 훈련을 마친 이강진은 다시 사회의 품으로 돌아왔다.

쉴 틈도 없이 바로 오후에 외식의 왕도 촬영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해야만 했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전투화와 군복부터 벗었다.

샤워를 한 뒤에 사복을 입은 순간.

“진짜 사복이 편하긴 하구나.”

저 군복을 입고 어떻게 군 생활을 해 왔던 것인지 신기할 정도였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바로 촬영장으로 향했다.

늦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도 도로가 막히는 일이 없었기에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자마자 이용진 PD를 비롯해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 뭐야. 너, 오늘까지 동원 훈련이라고 하지 않았어? 한참 뒤에나 도착할 줄 알았는데.”

“조기 퇴소 했어. 점수 많이 따면 일찍 퇴소시켜 준다고 해서 미친 듯이 열심히 했지. 그나저나 요즘 동원 훈련은 진짜 자비가 없더라고.”

“빡세졌다는 말은 나도 많이 듣긴 했는데······ 여하튼 조기 퇴소 축하한다. 역시 국민 영웅이야. 군대 전문가구만, 전문가.”

“그 정도는 아니야.”

겸손한 척을 하긴 했지만, 전문가는 맞다. 회귀 이전에 경험한 군 생활 기간만 따져도 젊은 간부들 못지않은 경력을 자랑한다.

이용진은 그런 이강진을 보면서 짓궂은 말을 꺼냈다.

“내가 아는 PD님이 있는데, 그분이 안 그래도 군대를 소재로 해서 예능 프로그램 하나 기획하고 있거든. 유명인들 모아서 부대로 입대시킨 다음에 그걸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고. 이러다가 혹시 너한테 섭외 요청 들어오는 거 아니냐?”

“끔찍한 소리 하지 마, 형.”

이제 겨우 군대 지옥에서 탈출했는데, 미쳤다고 스스로 또다시 입대를 할까.

이번에 입대하면 자그마치 세 번째다.

이미 두 번의 현역 입대로 대한민국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 버렸는데, 그 이상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형도 괜히 나 그쪽에 추천하지 마. 난 절대로 안 할 거니까.”

“하하하! 그래, 알았어. 얌전히 우리 프로그램이나 열심히 하자.”

이강진에겐 차라리 그게 낫다.

* * *

사무실에 출근을 안 한 지 고작 2박 3일밖에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강진은 출근길이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

사무실에서 이강진을 반기는 라인혁도 그를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생했다, 강진아. 어때, 내 말대로 진짜 행군도 하고 그러지?”

“어, 하긴 하더라고.”

단, 차석준이 꼼수를 부려 준 덕분에 이강진은 반쪽짜리 행군을 하고 왔다.

동원 훈련을 받을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 모양인지 라인혁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올해도 이 지랄인데 내년에는 얼마나 빡세질지 모르겠네. 막 야외 숙영도 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

“에이, 설마.”

행군도 오버라는 소리가 나오는데, 야외 숙영은 정도를 한참 넘었다.

그러진 않으리라. 이강진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라인혁과 동원 훈련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가고 있을 무렵.

“대표님!”

나두석이 이강진을 찾았다.

2박 3일 동안 이강진에게 보고해야 할 게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와 함께 대표 사무실로 들어가게 된 이강진.

나두석이 중요한 것부터 먼저 언급하기 시작했다.

“육주화로하고 화룡성 오픈일을 다시 조율해야 할 거 같습니다.”

바라 코리아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고기 전문점, 육주화로와 중식 전문 가게 화룡성.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기 전에 새롭게 런칭하게 될 레이블들이다.

그러나 도중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생각보다 인테리어 작업이 많이 늦어지고 있어서요.”

“그래?”

“네, 많이 딜레이될 것 같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대표님에게 보고를 드리는 게 나을 거 같아서요.”

“며칠 딜레이 되는데?”

“일주일 정도 늦춰지게 될 거 같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눈감아 줄 수 있다.

대신.

“늦어진 만큼, 좀 더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해. 첫 오픈이니까 최대한 신경 쓰게끔 하고.”

“예, 알겠습니다.”

“바라 식당 서울 지점 처음 오픈했을 때, 기억하지? 개인 방송하는 사람들이 막 몰려와서 이 가게가 정말 맛집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한 곳인가 리뷰하고 그랬던 거.”

“네, 물론이죠.”

그때는 바라 식당 직원들뿐만 아니라 바라 코리아 본사 직원들도 같이 고생을 했었다. 그래서 나두석도 그 일이 유독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이번에도 분명 저번처럼 우리 가게에 찾아올 테니까 각오 단단히 해 둬. 그쪽 직원들한테도 잘 이야기해 두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만남처럼 가게 또한 손님이 받는 첫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다.

첫 방문에 좋은 기억을 심어 둬야 두 번째, 세 번째 방문을 계속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표님한테 문의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

“말해 봐.”

“이건 최영혜 팀장한테서 나온 의견인데, 이번에 육주화로하고 화룡성이 오픈하지 않습니까? 미리 기자들을 섭외해서 바라 코리아가 새로운 외식 레이블을 런칭한다고 기사를 내보내게 하면 좀 더 오픈빨 효과를 많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내더라고요. 그래서 대표님 오셨을 때 한번 여쭤보려고 동원 훈련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사라······.”

방송뿐만 아니라 기사 역시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안 그래도 이강진 역시 그 부분을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적임자가 떠올랐다.

“내가 아는 기자가 있으니까 그 사람한테 한번 부탁해 볼게. 너도 아는 기자들 있으면 한번 접선 가져 봐.”

조금이라도 더 대중에게 바라 코리아 산하의 레이블들을 많이 알려야 한다.

이번에도 이강진은 팔을 걷어붙이기로 했다.

* * *

한가한 화요일 오후.

이강진은 바라 식당에 먼저 와서 스마트폰으로 오늘의 기사를 쭉 살폈다.

그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는 경제, 금융 그리고 요식. 이런 부분이다.

최근에는 방송 활동도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예 파트도 자주 살피곤 한다.

눈에 띄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외식의 왕도가 동 시간대 프로그램 중에서 시청률 1위라······. 나쁘지 않네.’

요즘 가장 핫한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강진이 먼저 시청자들을 웃기거나 감동시키지 않으려고 해도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만의 독특한 사연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소재가 되었다.

때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할 때도 있고.

때로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감동 스토리가 펼쳐질 때도 있다.

그야말로 리얼 그 자체였다.

대신, 그만큼 개성 넘치는 예비 창업주들의 성향에 맞춰서 컨설팅을 각기 다르게 해 줘야 한다는 고충이 있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좀 힘들었다.

그러나 하다 보니까 어느새 재미가 들렸다.

‘다음 녹화 일정도 미리 체크해 둬야겠어.’

그 전에 이강진은 확인해야 할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시프코인에 관한 정보다.

가상 화폐에 대한 기사들이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벌써 풀매수에 들어갔을 것이다.

‘예전에도 시프코인 때문에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였지.’

시프코인 하나 때문에 울고 웃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강진은 웃는 자가 될 것이다.

한창 시프코인에 관련된 기사를 훑어보고 있을 때였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점원이 한 남자를 이곳으로 안내했다.

“손님 오셨습니다, 대표님.”

손님이라 불린 남자는 어색한 발걸음을 보이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이강진이 아주 잘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조은석.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야, 엄청 좋네. 인테리어 견적만 하더라도 돈 꽤 많이 썼을 거 같은데?”

“그렇지 뭐. 아무튼 휴가 때 시간 내줘서 고마워, 은석이 형.”

“오히려 나야말로 불러 줘서 고마워. 만약 네가 오늘 여기로 초대 안 해 줬더라면, 아마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었을지도 몰라.”

“하하하! 불러 주는 사람 없어? 친구들이라든지.”

“다들 일하느라 바빠서 나 부르지도 않아. 그리고 이제 말년 다 되어 가고 있잖아? 신병 위로 휴가 때는 그래도 어떻게든 나 보겠다고 시간 비우고 그러던데, 이제 병장 달고 나오니까 그래 주지도 않더라.”

원래 다 그런 법이다.

이강진은 오히려 조은석보다 그런 시기가 더 빨리 찾아왔었다.

휴가를 너무 자주 나간 탓에 발생한 부작용이었다.

본론을 꺼내기 전에 이강진은 먼저 부대 상황을 물었다.

“은석이 형이 병장이면, 인강이는 지금쯤 상병인가?”

“어, 이번 달에 인강이한테 분대장 물려주려고. 그것 때문에 행보관님 눈치만 보고 있어.”

이강진이 아는 예전의 그 행보관은 아니다.

“새로운 행보관님은 어때?”

“음······ 예전 행보관님하고 예전 소대장님하고 반반씩 섞어 놓은 느낌?”

“그럼 안 좋은데.”

행보관의 작업 중독과 소대장의 FM 신봉이 만나면 병사들에겐 최악의 시너지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걸 증명하듯 조은석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아휴, 내가 빨리 전역을 하든가 해야지, 원.”

“형까지 전역하면, 이제 부대에 아는 사람은 인강이 한 명밖에 안 남겠네.”

간부들도 안 남았고.

점점 1075대대와의 인연의 끈도 옅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것은 예정된 수순이었기 때문이다.

조은석이 이강진에게 눈을 흘겼다.

“왜, 설마 너, 군 생활 할 때가 그리운 거야?”

“아니, 전혀. 그냥 예전 후임들이 이제는 다 전역할 때가 되었다는 게 신기해서.”

“하긴, 나도 그렇지.”

지금은 조은석에게 형이라고 하지만, 한때 이강진과 조은석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어마어마한 짬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전역한 이후에는 그런 거 없다.

옛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음식들이 테이블에 세팅되었다.

젓가락을 들기 전에 조은석이 이강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오늘 날 보자고 한 이유가 뭐야?”

조은석은 이강진이 단순히 자신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이곳으로 초대한 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기자라서 그런 걸까, 그의 감은 정확했다.

“형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뭔데? 설마 돈 빌려 달라는 이야기는 아닐 테고.”

돈은 이강진이 훨씬 더 많다.

이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하고자 하는 말을 꺼냈다.

“이번에 바라 코리아에서 새로운 레이블을 런칭하거든. 그래서 기사를 내보내고 싶은데······ 은석이 형이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기자 일을 했던 사람이기에 그쪽으로 인맥이 빠방하게 형성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강진은 조은석에게 이런 부탁을 하게 되었다.

조은석은 이강진의 말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군대에 있을 때 너한테 도움받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 PX병으로 꿀 빨기까지 했고. 그 은혜를 이제야 갚게 되었네. 걱정 말고 이 형만 믿어. 내가 아주 확실하게 해 줄 테니까.”

“고마워, 형. 아, 차 안 끌고 왔으면 술이나 같이할까? 오랜만에 얼굴 본 기념으로. 어때?”

“나야 좋지!”

군대든 어디든 사람을 대할 때에는 진심을 보여 주는 편이 좋다.

나중에 그 진심이 이런 보답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 제112화. 시간 참 빠르다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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