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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324화 (324/347)

< 제103화. 1분대 면회 (3) >

제103화. 1분대 면회 (3)

면회실로 들어오자마자 백우호는 놀라움을 드러냈다.

"헐, 뭐야! 여기, 내가 알던 그 면회실 맞아? 아닌 거 같은데?"

이강진도 처음에는 놀랐다.

잘못 온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새 건물 냄새가 났다.

예전에 보였던 구멍 뚫린 천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문 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매번 병사들의 귀를 괴롭혔던 삐걱 소리 도 없다.

성태강이 이들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했다.

"면회실 허물고 새로 지었어. 어느 중대인지는 모르겠는데, 우 리 부대로 면회 왔던 민간인 중에서 한 사람이 1075대대 면회 실이 너무 열악하다고 민원을 넣었나 보수. 그것 때문에 몇 달을 고생했는지…… 기억하기도 싫네."

민원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이강진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도 군인이었을 때에 민원 때문에 개고생을 한 적이 있다. 그 때의 악몽이 성태강의 말로 인해 강제로 회상되었다.

민원이 들어왔으니, 면회실을 그대로 놔둘 수도 없었을 터.

그 덕분에 1075대대는 본의 아니게 새로운 면회실을 두게 되 었다.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다. 성태강은 쓰디쓴 미소를 지으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확실히 새 건물이 좋긴 좋더라고. 아, 여기 페인팅은 인강이가 했어. 밖에 있을 때, 페인트칠 여러 번 했었다는 말 듣 고 행보관님이 인강이를 작업반 특채로 뽑아 가셨?지."

허인강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병을 벗어나 일병이 된 허인강. 하나 진급이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이등병 때에는 함부로 일을 시키지 못했지만, 일병이 되고 나 니 행보관과 간부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그를 막 굴리기 시작했'일을 많이 해서 일병이다.'라는 정설을 허인강이 몸소 체험하고 있는 중이었다.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 벽을 살피던 김철은 감탄을 흘렸다.

"그래도 인강이가 실력이 좋긴 한가 보네. 깔끔하게 잘 칠해 져 있어."

김철은 웹툰 작가라는 이유로 페인트칠 작업에 불려 간 적이 있었다.

웹툰 작가와 페인트칠.

전혀 연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붓 좀 잡아 본 녀석'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는 공병과 함께 페인트칠을 거의 전담하곤 했었그 덕분에 보는 눈도 제법 생겼다.

페인트칠 이야기 말고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리는 이강진.

"근데 처음 보는 얼굴들이 있네."

아까부터 바짝 얼어붙어 있는 새로운 얼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있었다.

이강진은 모르는 병사들이다.

자칭 군기반장, 곽분섭이 이들에게 말했다.

"우리 전전 분대장님한테 자기소개 한번 시원하게 해 봐라!"

"이병 장수안! 이강진 병장님의 전설적인 일화, 많이 들었습니다! 직접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병 김성임! 어떤 분일지 궁금했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더 대단하신 분인 거 같습니다!"

이강진은 곽분섭에게 눈을 흘겼다.

"야, 나 비행기 태우려고 일부러 신병들 훈련시켰냐?"

"다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들을 한 것뿐이에요."

"그렇게 안 들리는데."

진실은 오직 저들만이 알 것이다.

이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강진은 피식 웃더니, 후임들에게 손짓을 했다.

"원래 운상이 오면 꺼내려고 했는데, 몇 명은 나 따라와라. 너 희들 먹을 거 사 왔으니까."

"감사합니다! 강진이 형!"

"역시 형님이십니다!"

"영원한 우리의 분대장!"

"시끄러워. 전역한 지가 언젠데 분대장은 무슨 분대장."

초록 견장만 보면 치가 떨린다.

* * *

이강진이 사온 치킨과 피자, 그리고 햄버거 덕분에 후임들의 얼굴에 웃음꽂이 활짝 피었다.

한창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화장실에서 미리 배를 비우고 온 기운상이 마침내 면회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 왔어!"

백우호가 기운상을 보더니 큰 목소리로 외쳤다.

"우와, 기운상! 너, 병장 달았냐?"

"그러엄 내가 지금 중대 왕고야."

"세상 말세다, 말세. 운상이가 왕고라니."

"말세라고 하지 마. 망하더 라도 나 전역하고 나서 망하라고 그 래. 군인인 채로 죽을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그건 모든 말년 병장들의 공통적인 바람이다.

오랜만에 재회한 1분대원들.

이강진은 옛 후임들에게 자신이 전역한 이후의 이야기를 몇 가지 듣게 되었다.

그중에서 유독 충격적인 소식이 하나 있었다.

"중대장님 다른 부대로 가셨어."

"뭐? 진짜?"

기운상의 말에 이강진과 동기들은 화들짝 놀랐다.

1중대를 책임지 던 윤형인 대위. 그는 더 이상 1075대대 1중대 중대장이 아니었다.

"중대장님 바뀐 지는 얼마 안 됐어. 한 달 조금 넘었을 걸?"

"그랬군."

아쉬움이 느껴졌다.

군인은 직업의 특성상 한 부대에서 평생 머물 수가 없다.

"행보관님도 다음 달이면 다른 부대로 가셔. 이번에 면회 온 거, 타이밍 잘 맞춘 거야. 안 그래도 행보관님, 다음 주에 있을 ATT 준비하신다고 지금 막사에 계시거든."

"우리 올라가면 행보관님은 볼 수 있겠네."

"행보관님도 그거 때문에 일부러 오신 것일지도 모르지. 뭐, 그렇게 말씀은 안 하시지만."

원래 행보관은 이 런 게 있으면 겉으로 표현을 잘 안 한다. 우 연인 척, 아니면 다른 일 때문에 온 척 연기를 한다.

아마 이번에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이강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가서 행보관님한테 인사드려야지. 애들 먹을 것도 사 왔으니까 이거 가지고 올라갈 겸해서."

그때 김철이 걱정을 드러냈다.

"원래 외부 음식은 반입 금지잖아."

"우리가 언제 그런 거 지켰어?"

"하긴."

가끔 아들을 보기 위해 부대를 찾아온 부모님들 중에서 몇몇 사람들은 중대원들이 먹을 것까지 가져오는 경우가 있었다.

외부 음식 반입 금지라고 그걸 다 버릴 수도 없고, 그 정성 또 한 무시할 수 없었기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웬만한 건 그냥 막사로 올려 보내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강진이 중대원들 먹을 것도 같이 준비해서 온다는 보고를 미리 행보관에게 했던 기운상.

"올려 보내도 된다고 했어. 애들도 지금 엄청 기대하고 있을 걸."

"그래? 그럼 빨리 가야지. 너희는 다 먹었지?"

후임들은 이강진의 물음에 '네!' 하면서 기운차게 대답했다.

양손 가득 먹을 것들을 챙겨 든 이강진. 전역 이후 처음으로 막사를 방문한다.

'무슨 기분이 들까?'

회귀 전에도 해 본 적이 없던 새로운 경험.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저 멀리 막사가 보였다.

달라진 면회실과 다르게 1중대 막사는 이강진이 전역하기 전 까지 봤던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나 휴게실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휴게실 뭐야! 왜 저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던 허름한 건물이 깔끔하게 변했설명은 대부분 기운상의 몫이었다.

"면회실 새로 지을 때,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부대 휴게실도 같이 짓기로 했어. 진지 공사 때 저거 한다고 일주일을 고생했 다고."

딱 봐도 그럴 것 같았다.

"안에 들어가 봐도 되냐?"

백우호는 지금 당장에라도 휴게실을 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이강진이 고개를 저으면서 그를 만류했다.

"일단 음식들부터 두고. 이러다가 다 식겠다."

"아, 이게 있었지, 참."

중대원들은 이강진 일행이 언제쯤 오려나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막사로 들어서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진이 잖아!"

"우호 형! 오랜만이야!"

"오, 김철! 진짜로 왔네?"

'이강진 병장님'이 아닌 형, 혹은 친구로 이강진의 부대 방문을 환영하는 부대원들.

이런 반응을 보니, 이강진은 '내가 진짜로 전역했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일단 행보관과 1부소대장이 기다리고 있을 행정반부터 먼저 들르기로 했다.

행정반 문이 열리자, 당직병들과 1 부소대장이 가장 먼저 이들을 반겼다.

"이야, 이강진! 오래간만이다!"

"충성!"

이강진은 1부소대장에게 오랜만에 장난기가 가득한 거수경 례를 했다. 그러자 1부소대장이 키득키득 웃었다.

"민간인이 거수경례는 무슨! 혈색 많이 좋아졌네. 우호도 그 렇고. 철이는 어째 살이 좀 찐 거 같다?"

"앉아서 그림만 그려서 그런가 봐요."

안 그래도 살이 요즘 많이 찐 탓에 헬스장이라도 다녀야 할까 고민을 하던 김철이었다.

전역한 이후의 근황이 어땠는지. 서로 대화를 나누던 찰나였다.

갑자기 행보관실의 문이 열렸다.

"워 이리 시끄럽냐!"

행보관을 보자마자 민간인 삼총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거수경 례를 실시했다.

"충! 성!"

그들의 거수경례를 보자마자 행보관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 로 웃었다.

"군인도 아닌 것들이 나한테 거수경례를 왜 하냐. 그보다 손 에 든 그것들은 다 뭐냐. 뭘 그리 많이 가져왔어."

"이건 피자고, 이건 치킨입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햄버거 세트입니다."

"점심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애들 그거 먹이면 짬밥 먹지 도 않겠네."

이강진이 굳이 먹거리들을 사 오지 않았더라도 병사들은 오 늘 점심에 손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면회실에서 1분대원 후임들에게 금일 점심 메뉴를 들었기 때 문에 확신할 수 있었다.

배추김치에 똥국, 밥, 멸치조림.

이거 먹고 어떻게 나라를 지키겠나.

기름진 고기 정도는 먹어 줘야지.

냄새가 행정반에 배기 전에 행보관은 1분대원들에게 지시했다.

"애들이 사온 거, 가서 다른 중대원들한테 나눠 줘라."

"예, 알겠습니다."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병사들.

그사이에 행보관은 오랜만에 전역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 해서 그들을 행보관실로 불렀다.

행보관뿐만 아니라 1부소대장, 그리고 관사에 있던 소대장까지 같이 행보관실에 들어섰다.

행보관 특제 칡차가 이들 앞에 세팅되었다.

잔을 들고 칡차 한 모금을 음미하는 이강진.

'그래, 이 맛이지!'

추운 겨울날, 당직을 설 때마다 행보관은 이 런 식으로 병사들 에게 자신이 직접 캔 칡차를 제공했다.

오랜만에 그날의 추억이 다시 새록새록 떠올랐다.

"다들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겠지?"

"예, 너무 잘 지내서 탈입 니다."

하나 백우호와 김철은 이강진과 입장이 많이 달랐다.

"전 마감 때문에 죽을 거 같습니다. 어제도 잠 못 자고 그래서 …… 우호가 모닝콜 안 해줬으면 여기에 못 왔을지도 모릅니다."

웹툰 연재 준비 때문에 한창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는 김철.

백우호도 이와 비슷했다.

"저는 이제 막 예선 끝난 단계여서 집에 있을 때마다 계속 랩연습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집에서 부모님이 시끄럽다고 뭐라고 안 하셔?"

소대장의 물음이었다.

백우호는 이강진을 가리키면서 배시시 웃었다.

"강진이 집에 얹혀살고 있어서 괜찮습니다, 헤헤."

"나중에 성공하면 강진이한테 꼭 보답해야겠네."

"그래야죠. 제가 성공하면, 강진이한테 신세진 것들부터 우선 적으로 갚을 겁니다."

괜히 부담을 주는 꼴이 될까 봐 이강진은 됐다고 했지만, 백 우호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행보관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그래, 너희가 어디 남이냐. 전역했어도 너희는 전우다. 힘든 일 있으면 서로 돕고 그러는 게 좋지."

힘든 군 생활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전우다.

전우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

그건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 제103화. 1분대 면회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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