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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322화 (322/347)

< 제103화. 1분대 면회 (1) >

제103화. 1분대 면회 (1)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이강진과 오호만은 스튜디오 문밖에서 잠시 대기하게 되었다.

이후에 들어오라는 신호가 떨어지면, 그때 조심스럽게 안으 로 들어서면 된다.

스튜디오 안에선 출연진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 요리에 열중 하는 연기를 펼쳤다.

"지왕아, 소금 어 딨어?"

"잠시만요. 여기쯤에 있었던 거 같은데……."그때, 신호가 떨어졌다.

이강진이 먼저 문고리를 잡았다.

끼이 익.

나무로 만들어진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이강진과 오호만 이 차례로 등장했다.

소금을 찾느라 여념이 없던 지왕이 가장 먼저 소리에 반응했 다.

두 사람을 본 순간, 지왕은 놀라는 척 연기했다.

"아, 안녕하세요!"

꾸벅 인사하는 지왕. 덩달아 두 사람도 같이 그에게 인사를 건 넸다.

그제야 출연진도 이강진과 오호만의 기척을 알아차렸다.

"어머!"

"아니, 바쁘신 분들이 여긴 어떻게……!"

MC 경력이 다수 있는 개그맨 윤태윤이 자연스럽게 진행 본 능을 드러냈다.

일단 이강진과 오호만을 스튜디오 안으로 모셨다. 그런 뒤에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출연진에게 소개했다.

"여기 계신 분이 오호만 셰프님. 바라 식당 서울 지점의 주방을 책임지고 계신 젊은 요리사님이십니다. 그리고 이분은…… 다 들 아시죠?"

오호만은 몰라도 이강진은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방송 분량을 챙기기 위함인지 지왕이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국민 영웅이시잖아요!"

오랜만에 듣는 별칭에 이강진은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안녕하세요. 전(前) 국민 영웅, 현(現) 바라 코리아 사장, 이강 진입니다. 반갑습니다."

이강진의 센스 있는 자기소개에 출연진도 뜨겁게 그의 방문을 환영했다.

그나마 방송 경력이 있는 이강진이 오호만과 함께 이곳을 찾 게 된 이유를 설명해줬다.

"여러분들이 조만간 직접 식당을 운영하실 거라고 들어서요.

그래서 저희가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 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미리 외워 뒀던 대본을 필사적으로 떠올렸다.

너무 국어책 읽는 듯한 티를 내면 안 된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괜히 '리얼 예능'이라는 말이 붙은 게 아니다.

대본이 있어도 없는 것처럼.

이것이 핵심이다.

군인이었을 당시 자주 카메라 앞에 섰던 경험 덕분인지 이강 진은 첫 등장부터 자기소개까지 능숙하게 말을 이어 갔다.

만약 오호만이 이강진의 역할을 대신 했더라면, 분명 NG를 여 러 차례 냈을 것이다.

막힘없이 멘트를 이어 가는 이강진의 모습에 이용진은 고개 를 여러 차례 끄덕였다.

이강진을 막판에 기용한 그의 용병술이 빛을 본 셈이었다.

* * *

오호만이 출연진에게 요리를 알려 주는 과정이 카메라에 담 겼다.

"지왕 씨, 칼을 다룰 때에는 손가락을 안으로 말고 해야 합니다. 고양이 손처럼요. 방금 하신 것처럼 칼을 다루시면, 손가락 이 크게 다칠 수도 있어요."

"엇,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사실 제가 요리는 젬병이라서 매 일 배달 음식만 시켜 먹거든요."

해 본 음식이라고는 라면이 전부다.

오호만이 코칭을 해 주니,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출연진의 요리 실력을 점검하던 와중에 윤태윤이 재미있는 질 문을 꺼냈다.

"선생님, 저희 중에서 누가 가장 요리 실력이 뛰어난 거 같습 니까?"

이것은 평범한 요리 수업이 아니다.

방송이다.

예능이다 보니 이런 식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우는 장면 같은 것을 연줄해야 한다.

확실히 윤태윤이 방송 경력이 길다 보니 이런 걸 잘 만들어 낸다.

오호만은 잠시 고민하는 척을 했다.

"꼭 한 명만 골라야 하나요?"

"네, 저희 모두 다 고르시면 안 됩니다. 1위부터 꼴찌까지 순 위를 한번 정해 주세요."순간 이강진은 예전에 자신이 이등병 시절 때 받았던 질문이 떠올랐다.

그때 김명찬 병장이 햇병아리에 불과했던 이강진과 백우호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1분대원들 중에서 누가 가장 잘생겼고, 누가 가장 못생긴 것 같냐고.

군대 선임들이 신병에게 묻는 질문 중 거의 탑 3 안에 들 정 도로 자주 하는 질문이다.

그때 이강진은 짬순으로 대답했다.

당시 왕고였던 김명찬 병장이 가장 잘생겼고, 그다음이 전마 등, 안준렬, 라인혁, 마지막이 서일주였다.

서일주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래도 계급대로 대답하는 것 이 가장 무난한 답변이다.

반대로 백우호는 김명찬의 외모가 꼴찌라고 대답해서 분대원 들을 놀라게 만든 적이 있었다.

윤태윤의 질문은 이등병 때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만들었다.

"1 위부터 먼저 발표해 주세요!"

원래 이런 건 꼴찌 발표가 가장 재미있는 법이다. 그걸 알고 있기에 윤태윤은 일부러 1위부터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오호만의 선택은 과연?

"제가 보기에는…… 지윤 씨가 가장 잘하시는 거 같습니다."

지목을 받은 한지윤의 입가에 웃음꽂이 활짝 폈다.

"고마워요, 선생 님!"

한지윤은 출연자들 모두가 다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호만과 이강진이 이곳에 오기 전에 이들끼리도 한지윤이 에 이스라는 말을 계속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이견이 없는 1위.

여자 친구가 일등을 차지하니, 덩달아 이강진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쭉 순위를 발표하다 보니 어느새 꼴찌 차례까지 왔다.

꼴찌 후보로 맞붙게 된 사람은 윤태윤과 지왕.

오호만이 생각하는 꼴찌는 바로…….

"지왕 씨입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아, 아하하 하하! 앞으로 계속 연습하면 되겠죠, 뭐!"

사실 모두가 다 주방에서 일을 할 수는 없다.

몇몇은 서빙 역할을 맡아야 한다.

지왕은 보이 그룹으로 활동하는 데다 훤칠하고 잘생겼으니, 주방에 있는 것보다 오히려 서빙을 하는 쪽이 더 나을지도 몰랐 다.

적어도 여심만큼은 확실하게 붙잡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테스트 이후에는 실전이다.

출연자들이 각자 자신 있어 하는 요리를 하나씩 만들어 보기 로 했다.

그리고 그것을 오호만과 이강진이 직접 맛본 다음에 메뉴로 등록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 싶으면 두 전문가의 의견을 보태서 맛을 보완하면 된다.

모든 출연자들이 만든 음식들을 진지하게 맛보는 이강진 그 리고 오호만.

시식이 끝난 뒤, 두 심사위원이 한 번씩 돌아가면서 마음에 든 메뉴들을 선정하기로 했다.

오호만은 가수 네이필이 만든 고기 라면을 1위로 골랐다.

이다음, 이강진의 차례.

이강진은 고민도 없이 한지윤의 '김치불고기 국수'를 골랐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제가 먹었던 국수 중에서 가장 맛있었어 엄지손가락까지 들어 올리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는 이강진. 그러자 윤태윤이 눈을 흘기면서 물었다.

"선생님, 너무 지윤 씨만 편애하시는 거 아닙니까? 저희도 열심히 만들었는데……."

"냉정하게, 정말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편애 니 뭐니 그런 거 없어요. 절대로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 이강진은 속으로 약간 뜨끔했다.

그래도 한지윤이 만들어 준 게 가장 맛있는 걸 어찌하란 말인 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 * *

요리 수업이 끝난 뒤.

이강진의 가게 운영 강의가 시작되었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가게 위치입니다. 상권을 잘 분석하셔 야 하고, 내부 인테리어는 최대한 깔끔하게. 주방은 무조건 청 결이 생명입니다. 그리고 부지런해야 합니다. 왜, 이런 말도 있 잖아요. 내가 불편해야 손님들의 입이 행복해진다고."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 이런 노하우들을 전격 공개하는 이강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그의 강의에 출연자들의 펜이 바쁘게 움 직였다.

이강진의 강의가 종료됨으로 인해 오호만, 이강진이 출연하는 파트는 이것으로 모두 끝났다.

녹화가 종료되자마자 이 강진은 출연 진과 짧은 인사를 나눴다.

윤태윤, 지왕과 인사를 나눈 뒤에 이강진은 한지윤이 있는 쪽 으로 향했다.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지윤 씨."

"강진 씨도요."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다.

스태프들은 모르는 이들의 비밀.

한지윤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강진에게만 들리게끔 몰래 속 삭였다.

"내일 또 봐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이강진.

오늘은 방송 촬영 일정이.

그리고 다음 날에는 한지윤과의 데이트가 이강진을 기다리고 있다.

* * *

한지윤과 데이트를 즐길 때에는 시내 한복판은 가급적이면 피 해야 했다.

주로 외곽 지역을 왔다 갔다 했다.

오늘도 한지윤과 짧은 데이트를 마친 이강진은 그녀를 집 앞 까지 바래다줬다.

"들어가 볼게요, 강진 씨."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아,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핸드백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면서 이강진에게 건네줬 다.

오토매틱 방식으로 구동되는 손목시계였다.

브랜드만 봐도 가격이 제법 나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제 촬영 끝나고 집으로 가는데, 강진 씨한테 어울릴 거 같아서 하나 샀어요."

"비싸 보이는데…… 괜히 지윤 씨한테 부담된 건 아닐까 걱정 이네요."

"호호, 괜찮아요. 저, 남자 친구한테 시계 정도는 사줄 수 있 는 능력은 돼요. 그러니까 편하게 받으세요."

남자 친구라는 말에 이강진의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20대, 30대 남성들의 이상형으로 손꼽히는 인기 여배우, 한지윤. 그녀가 정말로 이강진의 여자 친구가 된 것이다.

꿈이 아니다. 이것은 기분 좋은 현실이다.

"나중에 저도 지윤 씨 선물 사 드릴게요."

"기대할게요."

선물을 사 주겠다고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

곧장 시계를 찬 이강진은 흐뭇한 눈빛으로 자신의 왼쪽 손목을 바라봤다.

"잘 어울리네."

한지윤의 센스가 돋보이는 선물이었다.

차를 몰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 이강진은 콧노래를 절로 흥얼 거렸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정차시킨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관문을 열었다.

불이 켜져 있었다.

'우호 이 녀석, 좀 늦는다고 하지 않았나?'

오늘, 체크 인 아웃 예선이 있는 날이다. 일찍 왔다는 뜻은…….

'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는 건가?'

그러나 이강진의 우려와 다르게 백우호는 들뜬 표정으로 그 를 맞이했다.

"왔냐."

"예선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되긴, 당연히 합격했지. 첫 방송, 3주 뒤에 방영된다고 하니까 그때 꼭 보더라. 나 나올지 모르니까."

"3주 뒤? 요일하고 시간은?"

"금요일 11시."

기구한 우연이었다.

왜냐하면…….

"플래나 레스토랑하고 경쟁 프로그램이네. 거기도 3주 뒤에 첫 방송이라던데."

"넌 당연히 내 방송 봐야지. 안 그래? 동기잖아."

"동기라도 친구 놈 방송보다 내가 나오는 방송을 봐야지 않겠 냐."

"쳇, 배신자."

예선에 합격했다고 하니까 한편으론 다행이었다.

안 그래도 이강진은 오늘, 백우호에게 할 이야기가 있었다.

"부대 면회 가기로 한 거, 날짜 슬슬 정해야지. 언제 갈래?"

"난 이번 주는 다 한가해. 너는?"

"나는…… 이번 주 토요일이 베스트지. 철이한테 연락해 보고, 토요일 괜찮다면 그날로 가자."

"오케이."

오랜만에 김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통화는 바로 연결되었다.

김철은 작품 준비 때문에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하루 정도는 시간을 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면회일이 토요일로 확정되었다.

이제 중요한 일이 남았다.

'면회가 가능한지 확인해 봐야지.'

1075대대 1중대 전화번호를 찾은 이강진은 곧장 연락을 취했 다.

-통신보안. 병장 기운상입니다.

오래간만에 듣는 맞후임의 목소리가 이토록 반가웠던 적은 없었다.

< 제103화. 1분대 면회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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